문어는 심장이 세 개

문어는 심장이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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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엄마, 그거 알아? 문어는 심장이 세 개래”

타자적 세계를 열어젖히는 아이의 목소리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포개어 말하는 시인의 답변
빈 괄호처럼 무한히 오가는 “그거”들의 사랑스러운 기록

덤불의 초록과 폭풍전야의 고요로 살아 숨쉬는 언어
강지혜 세번째 시집 『문어는 심장이 세 개』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246번째 시집으로 강지혜 시인의 『문어는 심장이 세 개』를 펴낸다. 숨길 수 없는 통증을 빛나는 감각으로 표현하며 서로를 껴안는 일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내가 훔친 기적』(민음사, 2017), 시인이 생면부지의 섬 제주로 이주하여 가족과 생업,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민음사, 2022)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2025년 제70회 현대문학상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I know you take your child now」 「야적장」 「필요와 사랑의 탄생」 등을 포함해 그간 치열하고도 부지런히 작품활동을 해온 시인의 신작 시 총 49편이 4부에 걸쳐 수록되었다.
『문어는 심장이 세 개』는 “그거 알아?/ 이거 안 떼어지는 스티커야”라는 인상적인 질답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말’로 문을 연다. 천진난만한 듯 허를 찌르는 그 목소리는, 시인이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육아를 하며 받곤 하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질문을 시에 녹인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의 시점, 혹은 삶과 자연에 대한 순수 어린 경이로부터 시작되는 강지혜 시의 특징은 표제시 「문어는 심장이 세 개」에서 전면화되어 드러난다.

엄마, 그거 알아?
문어는 심장이 세 개래

불길한 벨소리가 울린다
아슬아슬하게 조율된 악기의 현처럼
심장은 벼려진다

문어는 심장이 세 개고
나는 심장이 한 개인데
감당할 수 없는 혈류가
모여서 심방과 심실의 규칙이 엉망인데

비정형 흐름은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무서운
어둠 속 무수한 발처럼
정수리를 쿵쿵쿵쿵
밟아댄다

(…)

나는 왜 심장이 하나야
두 개 더 있다면 두렵지 않을까
나약하고
물컹이는
발들 사이로

슬픔은 무엇의 재능일까

아내는 매일 슬퍼,

매일 슬픈 자를 보는 사람의 심장은 몇 개일까

남편의 아이스박스에는 문어가 여섯 마리
가장 작은 문어는 놓아주자
이건 먹으면 죄받아

질겅질겅 잘도 씹으면서
죄와 벌을 논하면서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위악
떼어내려면 살점이 떨어져나가야 해
상처는 붉고
혈관은 검고
바다는 푸르고

문어의 심장은 세 개고

모두에겐 심장이 하나 이상 있다는데

어디를 무엇을 먹고 있는 걸까
_「문어는 심장이 세 개」에서

아이가 “엄마, 그거 알아?”라는 질문을 한 뒤 알려준 “문어는 심장이 세 개”라는 의외의 사실은 화자로 하여금 불현듯 심장 속 혈류의 “비정형 흐름”처럼 “아슬아슬”하고 “불길”한 심상에 젖게 한다. 화자는 문어처럼 인간도 심장을 두 개 더 가지고 있다면 생의 공포와 불안을 덜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자는 느닷없이 덮쳐온 삶의 유한성에 대한 무력한 슬픔을 의식하면서도 식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스박스” 속 문어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개중에 “가장 작은 문어는 놓아주자”고, “이건 먹으면 죄받”는다고 말한다. “엄마, 그거 알아?”라는 아이의 심상한 질문에서 비롯된 시는 생명을 대하는 최소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엄마, 그거 알아?/ 문어는 심장이 세 개래”라는 시 속 아이의 말과 그 말의 청자인 엄마 사이에 흐르는 긴장된 침묵에 주목한다. 아이와 엄마, 화자와 청자, 이편과 저편을 잇는 대상 “그거”란 “아무것도 말해지지 않아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는 빈 괄호”처럼 독자를 “무한히 열린 만남의 장소”로 데려간다는 것이다. “그거 알아?”라는 의문문은 시 속에서 불현듯 엄마가 느낀 생의 공포와 불안처럼 청자를 낯선 타자적 세계에 위치시키고, 그럼으로써 그간에는 하지 않았을 새로운 질문과 윤리를 발견하게 한다. 바로 이 시적 도약이 강지혜 시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이와 같은 시적 도약은 이번 시집의 서시인 「초식동물」에서도 살필 수 있다.

나의 파잔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초식동물로 자라났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는 유일한데
자의식과 꿈만이 다리를 만진다

셀피를 찍는 어린 코끼리

뒤에서 다가오는 맹수의 이빨을
평생 감각하면서

부드러운 귀와
아직 덜 자란 상아를
두들겨 패는 몽둥이
덜덜 떨며 기다리면서
기다리다 날아오는 매를
정인(情人)처럼 반기면서
매질이 멈춘 순간을
되찾은 엄마 코끼리인 양
울부짖으며 반기면서
어느새 나는 커다란

위에 서 있었다
_「초식동물」에서

「초식동물」 또한 “나의 파잔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파잔’이란 어린 코끼리를 학대해서 야생성을 말살시키는 의식을 뜻한다. 어린 코끼리는 채찍질과 같은 폭력적인 조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초식동물」은 누구나 지니고 태어난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규칙과 규격에 맞춰 자라야 하는 인간세의 슬픈 우화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기다리다 날아오는 매를/ 정인(情人)처럼 반기면서/ 매질이 멈춘 순간을/ 되찾은 엄마 코끼리인 양/ 울부짖으며 반기면서”라는 대목에 주목해보면, 어린 코끼리는 성장에 수반되는 폭력을 다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린 코끼리는 “다가오는 맹수의 이빨을/ 평생 감각하면서” 자기 본연의 모습에서 스스로 의식적으로 멀어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잊어야 한다// 나의/ 이름”). 김나영은 해설에서 이를 “세계로부터 타격받음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충격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강지혜 시 화자 특유의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그로 볼 때 어린 코끼리는 성장의 어둠을 딛고, 고통을 더욱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랑으로 도약하려 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이러한 성장의 모습을 그린 「초식동물」과 더불어 출산과 육아의 상황을 인상적으로 펼친 시들 또한 실려 있다.

안녕하세요 내가 그 야적장을 낳은 여자예요 야적장은 잘 있나요 벽돌과 모래와 덤프트럭과 철근과 전선 드럼과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과 뼈와 기쁨이 아직 잘 살아 있나요
_「I know you take your child now」에서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다
몇 년 전 만삭의 배로 내 위에 넘어진 적이 있다
그날 여자는 태아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모두 내 탓인데
과연 아이를 잃고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혼자 짊어질 수 있을까
밤새워 울었다
(…)
여자는 상상했던 것보다 멀쩡했다 간단한 타박상과 늑골 주위의 염좌뿐이었다
첫 아픔의 순간 여자가 자신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한 최대한 멀리까지 갔다 왔듯이
나 역시 언제나 고통을 꿈꾸고 있다
_「접촉」에서

강지혜의 시에서 출산과 육아의 이미지는 세간에 묘사되곤 하는 신성하거나 숭고한 것이라기보다는 “벽돌과 모래와 덤프트럭과 철근과 전선 드럼”처럼 다분히 물질적이며 “괴로움과 고통”을 수반하고, 상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첫새벽, 악을 지르며 내 침대로 찾아드는 아이에게/ 쉬이- 쉬/ 나는 항상 여기 있어/ 말했지만” 실은 이 세계란 매 순간이 역행할 수 없는 “시간”이 무정하게 흐르고 “질병”이 “도사”(「야적장」)리는 곳이다. 생의 시작점인 출산과 육아, 그리고 성장은 안온한 평화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같은 시)처럼 치러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지혜의 시 속 화자는 “눈을 감고 간절히 기원한다”. “평안을 주세요……”(같은 시)라고.
한편, 시인이 연고 없는 섬 제주도로 떠나 생활하며 쓴 산문집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민음사, 2021)를 펴내기도 한 이력답게 이번 시집에도 섬 생활을 연상시키는 시편들이 눈에 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야생 꿩이 많아. 얼마 전에 운전하고 가다가 그를 차로 치었어. 그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 내 차로 뛰어들었어.
_「안부」에서

방금 지나친 무덤에는
등갈퀴나물이 얽혀 있고
저 앞의 무덤에서는 노루가
풀을 뜯는다
무덤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진 길
여기서 끝나버린 생을 몇 알고 있다

(…)

거대한 송전탑들
그 사이를 잇는 고압전선이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시간보다 더 깊은 날개를 가진
까마귀들
까마귀는 인간의 삶을 모으지 않는다
그것은 빛나지 않으니까
_「산록도로」에서

돌고래와 가까운 곳에 살고부터
자주
돌고래 꿈을 꾼다

(…)

언제나 용기 쪽에 서 있는 고래들
_「멀리 던지기-신도리에서」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자연이 오롯이 보존된 섬에서 「안부」의 “꿩”, 「산록도로」의 “노루”, 「멀리 던지기-신도리에서」의 “돌고래”와 같은 야생동물을 마주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유구한 자연을 통해 인간의 평범하고 협소한 생활 속에서도 주위 환경과 시공간을 남다르게 감각할 수 있다는 뜻일 터이다. 세로로 쓰인 이채로운 시 「자왈」은 그런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자왈’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덤불’을 뜻한다. ‘덤불’의 모습을 차용한 세로 시 「자왈」은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대(代)를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어머니에게서 내게로/ 내려온 피 내가 딸에게 준 피 내 딸이 다시 내게 준 초록 내가 내 어머니에게/ 준 초록 어머니가 세상에서 뽑혀나간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준 초록
_「자왈」에서

과거와 현재가 순환하고, 그럼으로써 생명이 이어진다는 것을 포착한 시인의 시간 감각은 또다른 시 「비선형적 시간의 순간 너머」에서도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신자, 발을 감싸는 뜨거운 체온,
내가 갈 방향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흥분,
여기서는 넘어져도 괜찮다고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내리막길을 질주했던 열세 살의 내가 상급자 트랙에서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지금의 나는 롤러스케이트 위에서 위태롭게
또한 신선하게 휘청이고

바퀴는 직선으로 굴리는 게 아니라
한 발 한 발 바닥을 지치며 나아가는 거야

어떤 흐름에 기어이 흔적을 내며 달려가는 일
심장의 박동을 숭배하는 일

저기 스케이트를 탄 네가 온다

나에게 와서
쓰러진다

열세 살의 나와 일곱 살의 너의
달뜬 얼굴로
_「비선형적 시간의 순간 너머」에서

시 속에서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화자는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진, 서로 멀리 떨어진 시간을 동시에 경험한다. 화자는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신자” 과거의 감각들이 육박해오며 “내리막길”을 질주했던 “열세 살의 나”로 돌아간다. 김나영은 해설에서 강지혜의 시가 “자신이 아이였을 때를 현재의 아이의 모습에서 겹쳐보는 일”, 그러한 세계의 중첩을 통해 사랑을 발견하는 계기를 만든다고 해석한다. “어떤 흐름에 기어이 흔적을 내며 달려가는 일/ 심장의 박동을 숭배하는 일”은 타자성에 내맡겨진 채 자기를 발견하는 일, 아이를 받아 안으며 어린 자신의 “달뜬 얼굴”을 마주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강지혜의 시는 아이였던 나의 시간이 담긴 ‘과거’와 현재의 아이가 자라날 ‘미래’의 시간을 잇대어놓으며,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 삶을 보편의 역사로 확장시킨다. 우리 안에 움츠리고 있던 사랑의 생명력, 한 시절 어린이의 아픈 배를 문질러주었던 양육자의 체온 어린 손길이 담긴 『문어는 심장이 세 개』는 한 해의 끝,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게 하는 이 계절에 따뜻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내 심장은 너보다 조금 더 먼저 뛰고
깊고 먼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꼭 감는 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너

기꺼이 너의 배가 되어
네 바다를 항해하리라
_「배와 배」에서

저자

강지혜

강지혜.2013년『세계의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훔친기적』『이건우리만의비밀이지?』,산문집『오늘의섬을시작합니다』『내가감히너를사랑하고있어』등이있다.시와산문을쓰면서제주에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갓태어난초식동물처럼
초식동물/문어는심장이세개/비선형적시간의순간너머/Iknowyoutakeyourchildnow/야적장/결혼하고싶어/야적장/모든면역은장에서부터/산록도로/칠칠맞게/접촉

2부영원히기억되지않으려면어떻게해야하나요?
인장(印章)/모든종이/도주/옆돌기의시대/사발/안부/매력적인무알코올에대하여/탕웨이/사람의시/멀리던지기-신도리에서/서점지기의오후/마리모/통창

3부너는떠나갈것반드시
분수/자리끼/웡웡/배와배/아로니아말리기-「엄마걱정」이어쓰기/삼월/퇴근후/얼굴과구두/불꽃놀이해파리/호박/해무/자왈

4부돌이죽어있다면돌은사랑할수없나
결석/이혼과죽음/독/산책후에/흰개/한글안해/꿈을없애는약/우리는없는기호-〈헤어질결심〉이어쓰기/데모/필요와사랑의탄생/요실금/야경증/돌

해설|아이(I)와아이[童]가만날때탄생하는말
김나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강지혜시인과의미니인터뷰

Q1.『문어는심장이세개』는『이건우리만의비밀이지?』이후3년만에펴내는세번째시집입니다.소회가어떠신가요?

3년밖에안되었나요?!시간이너무빨라서두번째시집과의거리가그정도인지모르고지냈네요.저에게시집은언제나서늘한거울같아서문득제얼굴을마주하는기분이에요.거울앞에섰을때어떤생각이드세요?거울앞에서만나는제모습은매번낯설어요.어디서이런친구가튀어나왔지?하고.그러면서도어딘가낯이익고요.세번째시집을받아본지금도딱그런기분이네요.

Q2.시집의문을여는「초식동물」이인상적이에요.“나의파잔은언제어디서부터인가”에서‘파잔’이란어린코끼리를학대해서야생성을말살시키는의식이에요.우리가자라게되면서잃어버리게되는것들이뭘까를생각하게되더라고요.이시를어떻게쓰게되셨나요?

어릴때부터불안도가높은편이었어요.불안을다스리고자치료를시작한지꽤되었는데요.제가사는동네에는노루가참많거든요.산책하다가만나기도하고,운전하다가만나기도해요.노루를만나면최대한기척을감춰야해요.안그러면금방달아나버리죠.그렇게노루를관찰하다가,문득초식동물의움직임이꼭저랑닮았다는걸깨달았어요.누군가자신을해할까봐언제나예민하게귀를쫑긋거리는.그렇게초식동물에대한관심도가높아지다보니자연스럽게그종에대한정보를수집하고있더라고요.그렇게‘파잔’을알게되었어요.파잔을통해야생성을잃게한다는건초식동물이가진기질자체를말살시킴과동시에폭력에무감각해지게하는거잖아요.나에게는그런순간이언제였나.아니,일생을통해지금까지나를파잔하고있던건내가아닌가,하는생각에닿게되더군요.아무리거대한존재라도폭력앞에서는무력해요.그게너무나아파서,쓰지않고는버틸수가없었어요.

Q3.「문어는심장이세개」는아이가엄마에게“엄마,그거알아?”하고질문하면서시작돼요.그러고보면「결혼하고싶어」에도“근데그거알아?”라는물음이나오고,‘시인의말’에서도“그거알아?”라는질문이있어요.평소아이와의문답이시쓰기에어떤영감을불러일으키나요?

“그거알아?”라는말은어린이들이가장흔하게쓰는말이에요.양육자에게도,친구들에게도,다양한연령대의지인에게도“근데그거알아요?”라며본인이새롭게습득한내용을말하죠.자신이습득한사실에대해확인하는과정이면서받아들이는과정이죠.몰랐던걸알게되기도,잘못된사실이라는걸깨닫기도해요.이런과정을통해어린이는세상과자신의거리,자신의위치,자신이가진것은무엇인지등을감각하게돼요.저의어린이가“엄마그거알아?”라고물어올때마다긴장돼요.내가이친구에게어떤지식을줄수있을까,어떤감각을갖게할까.아이와의문답을하면할수록제가아는게쥐뿔도없다는걸깨달아요.현문우답을내줄때도많고,생각지도못한질문에“그런건생각도안해봤어”하고순순히자백하기도하죠.그런순간들을잊지않고시에녹이는중이에요.아마도저의어린이가차츰어른이되면서이런순간도사라지겠죠.그러니이시기에만쓸수있는시를쓰면서충분히즐기려고요.

Q4.3부의마지막시「자왈」은세로시예요.할머니와어머니와딸이라는대(代)의이어짐이강렬하고도아름답게펼쳐져서기억에남아요.시인님은이번시집에서특히아끼는시가있나요?그이유도궁금합니다.

많은시인들이질문을받으면가장난감해하는질문일거같아요.모든시가다좋고,모든시가다부족한것같죠.「자왈」도제주의숲을바라보며그질긴생명에대해품었던생각이자연스럽게흘러나온시예요.자연스럽게‘자왈(덤불)’의형태를가져야겠구나싶었어요.아끼는시를정하는건너무어렵지만!그래도골라보자면,열고닫는시두편을꼽을게요.시의첫작품과마지막작품을정하는것은첫수와마지막수를두는거라매우중요하잖아요.이번시집을준비하면서는아주금방끝냈어요.처음부터이시가첫시여야겠다,이시가마지막이어야겠다,생각했거든요.읽어주시는분들에게도이마음이닿길바랍니다.

Q5.시인님의주요한시적배경은제주도라할수있을듯해요.제주시내의「산록도로」,「멀리던지기」의신도리,「아로니아말리기」의제주한경면처럼요.육지가아닌섬에서시를쓰면자연과생명력을좀더남다르게느끼실것도같고요.독자들이그런이번시집을어떻게읽어주기를바라시는지마지막인사와함께말씀부탁드립니다.

이번시집에는특정한‘사건’보다‘자연물’에대한묘사가많은데요.아무래도제주도에살면서많은사람들과만나기보다는자연과교감하는시간이많아진것이영향을미치겠죠.실제로제가사는곳은제주에서도인구밀집도가가장낮은지역이에요(^^).사람들만큼은아니겠지만자연과교류하는동안에도갈등과부침이있어요.자연안에서도자꾸나를발견하거든요.인간은누군가와무언가와끊임없이싸우고사랑하죠.그것이타인이든,이념이든,자연이든.인간은어쩌면슬픈전사로태어나는걸까요?시집을읽는동안내가미워하면서도사랑하는대상이어디인지,또누구인지바라보는시간이되기를바랄게요.이시집을골라주셔서정말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