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춤을 추세요

그래도 춤을 추세요

$17.00
Description
경쾌하면서도 진중하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삶의 질문들을 부드럽게 통과하는 이서수식 단편 미학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이서수 신작 소설집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과 삶의 불안정성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황산벌청년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세번째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를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잦은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는 청년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 보인 「미조의 시대」로 “엄청난 공력으로 이뤄진 탄탄한” 서사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1년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버가 된 동생의 삶을 언니의 시선에서 그려낸 「젊은 근희의 행진」으로 “자신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동생의 언어를 선택”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서수는 ‘일하는 청년 세대’의 기쁨과 슬픔을 폭넓게 그려내며 소설세계를 탄탄히 다져왔다.
이 흐름을 잇는 이번 소설집 『그래도 춤을 추세요』에서 이서수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을 뒤흔드는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업무는 과중하고, 상사는 불합리한 지적을 일삼는다. 잊을 만하면 가족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친구와의 관계도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사에게 부당함을 따져 묻는 대신 그저 회사를 잠시 탈출해 근처 도서관에 몸을 숨기거나(「이어달리기」), 노동하려 하지 않는 가족을 비난하기보다는 생활비를 주면서 작은 생색을 낸다(「AKA 신숙자」).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감정을 가다듬으며 어떻게든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려 분투하는 것이다. 그리고 겨우겨우 하루를 보내는 중에 뜻밖의 돌파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도 춤을 추세요』는 바로 그 ‘살아내는 일’의 반복이야말로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무엇이라고 말하는, 위트 있고 단단한 에너지로 채워진 소설이다.
저자

이서수

2014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엄마를절에버리러』『젊은근희의행진』,연작소설집『몸과고백들』,장편소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마은의가게』,중편소설『몸과여자들』이있다.황산벌청년문학상,이효석문학상,제14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이어달리기_007
춤은영원하다_041
광합성런치_071
AKA신숙자_109
운동장바라보기_145
잘지내고있어_181
미식생활_217
청춘미수_255

해설|이지은(문학평론가)테크닉은없고진심만가득한자여기모여라_289
작가의말_319

출판사 서평

정답이라는확신없이도우리는어디론가갈수있다
각자의보폭과리듬으로한발짝씩나아가는,
서툰진심이담긴여덟편의이야기

이번소설집에는각자에게알맞은보폭을찾기위해여러시행착오를겪는인물들이등장한다.먼저「춤은영원하다」를살펴보자.「춤은영원하다」는열일곱살의‘나’가“인생이지루함을견디며살아가야하는일”(44쪽)임을예감하고무엇으로도규정될수없는막춤을추며감정을분출하는장면으로시작된다.그런데이런막춤을추는사람은‘나’뿐만이아니다.‘나’의엄마이매도막춤을춘다.이매는성인이된‘나’와이야기하던중쪽파를다듬다말고충동적으로몸을움직이기시작하고,평생밖으로만돌았던남편을향해방언같은욕설을내뱉는다.이막춤의계보는엄마의엄마,그러니까‘나’의할머니에게까지가닿는다.할머니는오래전가족들이모두외출하고없던때,집마당에서몸부림에가까운춤을춘적이있다.이들의“유전자에흐르는막춤”(69쪽)에는공통점이있는데,바로테크닉과스킬을모조리무시한다는점,그리고억눌려있던마음을풀어내는몸짓이라는점이다.이런점에서이들의막춤은결국삶과닮아있다.맵시있게움직이고싶지만자꾸만삐걱거리는삶.잘살아보고싶지만끊임없이뒤틀리고어긋나는삶.그럼에도인물들은춤을멈추지않고자기만의서툰스텝을밟으며조금씩앞으로나아가려한다.
서툰스텝을이어가며고군분투하는인물은또있다.바로「광합성런치」의차진혜다.차진혜는IT회사의재무팀장으로일하고있다.런치플레이션으로점심값이상승함에따라식대에대한사원들의불만은날로늘어만간다.하지만차진혜는중간관리자로서대표의눈치를보지않을수없다.그때차진혜에게떠오른묘안이바로식대관리앱을사용하는것이다.식대관리앱을사용해결제횟수를제한한다면,식대를인상하면서도비용을절감할수있으리라는계산때문이다.차진혜가식대문제에이토록신경쓰는이유가사원들의불만때문만은아니다.사원들중에자신이짝사랑하는박이재가있기때문이다.하지만박이재는차진혜를그저사주의이익에만충실한사람으로보는듯하다.사원과사주사이에서,박이재를향한마음을고백할수도단념할수도없는처지에놓인차진혜는이상황을어떻게돌파할수있을까.
한편『그래도춤을추세요』에는이삼십대젊은여성들의노동과우정에관한보고서라할만한단편들또한실려있다.세친구의관계를다룬「운동장바라보기」에서‘나’는최근“메시지한통으로해고당한뒤술을마시고온종일누워만있”(148쪽)는상황이다.친구인경은이런‘나’를집밖으로불러내기위해약속을만들지만,예상치못한야근으로어쩔수없이약속을취소한다.이때이들의또다른친구청미가경주여행을제안하면서이들앞에새로운풍경이펼쳐지고,이풍경을통과하는동안세사람은각자의문제를다시바라볼기회를얻는다.
「미식생활」의나라는또어떤가.나라는회사때문에괴로운일상을맛있는음식을먹는것으로버티고있다.나라는“열망넘치는인간으로힘차게변신”(223쪽)하기위해자신을무기력하게만드는것들을외면하고자한다.그중에는오랜친구호린의알코올의존증문제도있다.나라는그것이자신이어떻게할수없는일이라고생각한다.그런나라에게호린으로부터문자한통이도착한다.“나라야,내가술을끊을수있을것같아?”(250쪽)나라는이문자에어떤답신을보내게될까.「청춘미수」속미수도괴로운시기를보내고있기는마찬가지다.스물세살의청년미수는가혹한노동에몸도마음도망가진상태이다.그러던중동네에서마주친김아혜라는사람으로부터책을읽어주고함께산책을해주면아르바이트로삼백만원을주겠다는제안을받는다.미수는이일자리가어딘지수상하다고느끼면서도매력적인금액에일을하기로결심한다.과연미수는뜻대로편안하게노동을지속할수있을까?

“어떻게해야하루종일좋은리듬을유지할수있을까?
가능한일이아닐지도모르지만,나는그렇게해보고싶어.
나를좋은리듬안에만두고싶어.”

떼려야뗄수없는관계인가족문제에시달리는인물들도있다.「이어달리기」「AKA신숙자」「잘지내고있어」의인물들이그렇다.「이어달리기」는동시에직업을잃은엄마와딸이서로의낯선얼굴을마주하게되는과정을통해이서수의트레이드마크라고할만한청춘-모녀서사를잔잔하고도뭉클하게풀어놓는다.딸재은과엄마정한숙은직장이있는서로를믿고퇴사를결정하지만상대방의퇴사소식에크게낙담한다.상황이이러니두사람은어떻게든생활비를줄여나갈수밖에없다.하루는가스비걱정으로보일러를마음껏틀수없자,냉기를피해함께도서관으로향한다.도서관에서책을읽고글을써서바꿔읽으며두사람은몰랐던서로의모습을발견하게된다.평생일을쉬어본적없는정한숙과는정반대의삶을살고있는엄마도있다.바로「AKA신숙자」의신숙자다.신숙자는“생산활동에서멀어진노인으로당당히인정받”(125쪽)고싶어한다.반면,딸인박미리는그선택을받아들이기힘들다.이토록다르건만「이어달리기」와「AKA신숙자」속두모녀에게는한가지공통점이있다.바로딸들이엄마의“진짜얼굴은”(143쪽)모른다는것이다.세상에서가장오랫동안마주한얼굴이지만,“펄럭이는깃발처럼형태가자꾸만변해도무지부동상태의얼굴은볼수가없다”(같은쪽).
고정되지않는부모의얼굴을끝까지응시하려는딸의시도는「잘지내고있어」에서한층심화되어나타난다.오랫동안연을끊고지냈던아버지가의식을잃고쓰러졌다는소식을들은‘나’는연명치료를하느냐마느냐라는중차대한선택을앞두고삶과죽음,용서와이별사이에서흔들린다.아버지는의식을잃기전,‘나’에게띄어쓰기와문장부호를모두생략한문자를보냈었다.“잘지내고있어”(213쪽).‘잘지내고있느냐’는안부를묻는그문자가‘나’에게는이제또다른의미로이해된다.“(다시돌아올것처럼)내가없는동안잘지내고있어.(영원히돌아오지않을것처럼)내가없더라도잘지내고있어”(같은쪽)라고말이다.‘나’는이에대한답장을뒤늦게입력해본다.“아버지잘지내고있어”(같은쪽).“아버지,잘지내고있어?혹은아버지,잘지내고있어.어느쪽이든아버지가선택한문장으로남을수있”(214쪽)도록.
다시처음으로돌아가소설집의제목인‘그래도춤을추세요’를들여다보자.우리는왜‘그래도’춤을춰야할까.이서수에따르면그이유는우리가“몸을흔들때세상도같이움직”(「춤은영원하다」,54쪽)이기때문이다.우리가춤을출때세상도조금씩변한다.이서수의소설은그변화에작은희망을걸며,우리에게춤을추라고격려를건넨다.서툴고불완전할지라도,당신만의리듬으로춤을추다보면세상이조금은움직일지도모른다고.소설에는춤을추기어렵게만드는요인들,이를테면타인의고통에무감한주변환경,무한경쟁을강요하는시스템,심화되는구직난등이등장하지만,이서수의인물들은그런상황을유쾌한저항으로전환시킨다.좌충우돌하면서도자신의리듬을포기하지않는이들의이야기는오늘을살아가는독자에게하루를시작할용기를건넨다.번듯한무대위가아니어도좋다.스텝이완벽하지않아도괜찮다.삶이란결국누구도가르쳐주지않은춤을,각자의방식으로추는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