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람들

구름 사람들

$18.00
Description
“나는 구름 위에서 태어났다.”
자본주의의 비극에 관한 가장 반짝이는 시선,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되는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

세상에 도사린 슬픔을 자신만의 모양으로 공글리는 작가
『브로콜리 펀치』 『비눗방울 퐁』 이유리 첫 장편소설
복잡다단한 삶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엮어내는 이유리의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로 초자연적 현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결합함으로써 “그 자체로 이미 리얼리티를 획득한 세계”(소유정, 문학평론가)를 축조해낸 이래, 『좋은 곳에서 만나요』 『비눗방울 퐁』 등을 통해 명랑하면서도 슬픔으로 침잠하는 이야기를 펼쳐내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구름 사람들』에는 그가 여태 그려온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묵직하고 선명한 슬픔이 담겼다. ‘작가의 말’에서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길고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라고 밝혔듯,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섣불리 치유되거나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불행을 진중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파헤치고, 비로소 정면으로 맞닥뜨리고자 한다. 그것의 이름은 바로 ‘가난’이다.
저자

이유리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브로콜리펀치』『모든것들의세계』『비눗방울퐁』,연작소설『좋은곳에서만나요』,짧은소설『웨하스소년』등이있다.

목차

1부구름_7
2부하늘_123
3부땅_267
에필로그_334

발문|강보원(문학평론가)
말이되지않는방식으로주어진삶_337

작가의말_349

출판사 서평

“저아름다운분홍빛구름을보세요.마치……
불행으로만들어진솜사탕같지않습니까.”

소설의무대는지상으로부터1.5킬로미터떨어진상공에정체불명의오염물질로이루어진분홍빛구름이생겨난세계다.그로인한사람들의아우성에드디어부응하듯,정부가인공강우제를살포해구름을철거할거라는소문이들려온다.그간구름철거가유보되어온까닭은그위에최하위계층사람들이터를잡았기때문이다.이들은‘땅사람들’과구분되어‘구름사람들’이라불린다.생활에필요한기초적인인프라와일자리는땅에만구축되어있기때문에구름사람들은긴사다리를이용해하루에도몇번씩공중을오가야한다.구름에서나고자라이제막스무살이된주인공‘하늘’은부모와병든할아버지,그리고어린동생과함께살아간다.도처에서노골적인차별을겪고,이제생존까지위협받는다는사실은하늘을비롯한구름사람들에게대수롭지않은일로여겨진다.그들에게는막연한미래의문제보다는당장의빈곤과맞서는것이더시급하기때문이다.
가난은주로미디어를통해제시되는익숙한형태로상상되곤한다.반면『구름사람들』은독자적으로구축한세계의방식에따라가난을다른형태로제시하고,이를은유적으로실제현실과연결시킨다.예컨대구름사람들은햇빛에더가까이노출되어피부색이다르다거나,지면과분리된탓에늘상물과전기가부족하며,고도가높아추위와더위에속수무책으로방치된다는점등은계급차로인한실제사회문제를상기시킨다.그렇게작가는동화적이고환상적인상상력위에지극히현실적인문제를유려하게덧씌우고,둘사이의낙차로인한낯선충격을선사한다.
강우제살포설이점차실제화됨에따라구름사람들은차츰와해되어간다.주목해야할것은하늘이주변의조건에쉬이굴복하지않는인물이라는점이다.표면적으로는시니컬하고비관적인성격이강조되지만,실상을들여다보면그는일상을지탱하기위해최선을다해노력하는중이다.이러한행동의바탕에는‘구름사람’이라는견고한자기정체성이존재한다.하늘은자신이처해있는상황을누구보다똑바로자각한다.불안정할수밖에없는가족의안위를살피고점검하며,구름에어울리는것과어울리지않는것을철저하게구별해내고,땅사람들앞에서좀처럼고개를숙이지않는꼿꼿함을내보인다.철없는낭만을좇아서는존립하기어렵다는사실을냉정하게인지하고있는하늘이남몰래꿈꿔온희망이하나있다면,구름위이웃이자동갑내기인‘원’과함께도망치고싶다는것이다.그런원과누려마땅한우정의단계를건너뛰고욕망의대상으로함부로대해질지언정,약육강식사회의잔혹한울타리안에서하늘과원은서로를진심으로이해하는유일한존재다.가족,신념,그리고원.타인의도움을구걸해서가아닌스스로의노력으로삶을개척하고,자신이소중하게여기는이가치들을지켜내려는노력이하늘을계속해서살아가게한다.

“흐릿하다가도순간순간되살아나생생해지는고통,고통들.
묻고싶었다.당신의상실도내상실과같은지.”

그러나삶을긍정할잠시의틈도주지않고,한평생곁에서함께해왔던가족들을차례로상실하며하늘의세상이무너지기시작한다.폐병때문에꾸준히비싼약을타먹는할아버지에게호전은찾아와주지않고,더큰돈을벌겠다며집을나선엄마는행방이묘연해진다.원대한포부를갖고데모를일으킨아빠는그로써더욱위험한발상을품게된다.아이로니컬하게도,생존을위해애쓰는행동이되레자신혹은타인에게비극을불러오는단초가되는것이다.결정적으로,하늘은살집을마련하려거리에서분투하던끝에가장커다란불행하나를막을수없게된다.노력할수록깊은늪에빠져들게되는이역설적인회귀는,뿌리깊은자본주의의비극이개개인의몸부림만으로는결코극복될수없음을암시한다.그렇게도달한소설의결말부,모든믿음과희망이무너지는순간비로소하늘의새삶이건설되려한다.바로자신이그토록기피해왔던방식,남앞에불행을대상화하고전시함으로써계급적가난의굴레에기꺼이스스로를편입시키는방식을통해서다.비극을동력으로삼아자립할수있게돕겠다는다큐멘터리피디노을의제안앞에서,하늘은구름사람으로서의정체성을저버리고삶을재건할지말지의기로에서게된다.

한국사회의최대난제로지목되어온빈부의문제를앞서생생하게그려낸,잘알려진다른작품이있다.바로1978년에발표된조세희의중편소설「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이다.집이철거될위기에처한채소외되고억압된삶을살아가는‘난장이가족’의현실을이어받아,『구름사람들』은배경이‘땅’에서‘구름’으로옮겨갈만큼세상이급변했음에도결코변하지않는사회의구조적문제를펼쳐내보인다.40년이상의세월이흘렀으나여전한문제의식을공유하고있다는점에서,더불어현대적이고사실적인설정을가미했다는점에서『구름사람들』은당시의「난쏘공」이이루었던성취만큼이나효과적으로자본주의의차가운논리를체감하게하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
처참하리만치매끈한『구름사람들』의결말에다다른뒤,다시처음으로돌아와재독할수록선명해지는아이러니가있다.바로불행을타고난자로서줄곧불길한예감을기민하게탐지해온하늘이정작자신의삶이정확히어디에가닿게될지는미처예상하지못했다는사실이다.비정하고매정했던처음의하늘과,모든불운의과정을통과한뒤의하늘은완전히다른사람처럼보인다.비로소아주유약하고도평범한이십대청년의모습으로남겨진하늘과마주하면서,명치끝에서덜걱대는불편함을느끼며우리는소설속모든이야기를다시처음으로돌려놓고싶다는회귀의마음을품게될것이다.그러고나서전체를해독하는것은물론우리만의몫이다.하늘은이제모든것을잊겠다고결심한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