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스스로를지킬수있는‘마지막수단’이필요했다.
『책갈피와거짓말의계절』은지난늦가을의끝자락,도서실에홀로남은호리카와가내내기다려온마쓰쿠라를다시만나는장면으로포문을연다.지난몇달간대화한마디나누지못했으나일련의에피소드를겪으며한층서로를이해하게된두사람은,긴공백따위없었다는듯손발을맞춰도서위원업무에집중하다반납도서사이에끼워진보랏빛꽃책갈피를우연히발견한다.그런데그꽃은하필맹독을품은것으로잘알려진‘투구꽃’.게다가최근사진콘테스트에서수상했다는학생작품속에도‘투구꽃’이등장하고교정뒤편구석진화단에는위험하게도‘투구꽃’이한가득심겨있다……약속이라도한듯맹독성식물이곳곳에서등장하는와중,평판이좋지않은교사는투구꽃중독증상을보이며응급차에실려가고교내에는불온한소문이감돌기시작한다.이때본심을감춘채꽃책갈피가자신의것이라주장하는여학생세노가등장하며,호리카와와마쓰쿠라는서서히투구꽃책갈피사건에깊숙이발을들이게된다.
이번작품에서도서위원콤비에더해주역으로새롭게합류한세노는전작『책과열쇠의계절』에서이름만으로도강렬한인상을남겼던인물이다.신고있던양말이교칙에어긋난다고지적당하자“그자리에서양말을벗어아무말없이쓰레기통에처박았다”는일화로인해세노에게는‘성격나쁜미인’이라는편견어린소문과시선이집중된다.그럼에도누구에게나솔직하게말할수없는사정이있으리라여기는호리카와와,선입견이없을뿐아니라누구든섣불리믿지않는마쓰쿠라는서로의의견을존중하는한편각자의주관을견지하며함께‘책갈피의출처’를추적해나간다.
어찌보면‘친구’보다는‘동료’라부르는편이더어울리는세주인공들은하나의목적지를향해나아가지만,단서가하나씩드러날때마다제각기말하지못했던사정과,이를감추기위해늘어놓았던‘거짓말’이수면위로드러나기시작한다.
“자기보호를위해,자부심을위해,
혹은숨겨놓은진심때문에누구나거짓말을합니다.
그에관한미스터리입니다.”―요네자와호노부
호리카와도,마쓰쿠라도,세노도,각자소중히여기는것을지키기위해서는아무리가까운사이라해도거짓을말할수밖에없었다.하지만그내면에는말하지못한내밀한사연과,무언가를기필코지키고싶었던누군가의절실함이깃들어있다.마침내사건의진상과함께애틋하고뜨거운진심이밝혀지는순간,독자들은‘책갈피’의미스터리가남기는깊고씁쓸한여운에흠뻑잠기게될것이다.
시대를초월하고세대를초월하는,가장반짝이는청춘의이야기
‘고전부’시리즈의시작인『빙과』로데뷔한요네자와호노부는그간장르의경계를넘나들며다재다능한스토리텔러로서의면모를입증해왔다.『인사이트밀』같은정통본격미스터리부터『부러진용골』등의특수설정미스터리를선보였는가하면,『보틀넥』에서는SF설정을빌린묵직한성장물을,『개는어디에』에서는블랙유머가깃든하드보일드를내놓기도했다.또한소설집『야경』에서는미스터리의다양한세부장르를한층더자유롭게활보하며자신감을뽐냈고,『진실의10미터앞』을비롯한‘베루프’시리즈를통해사회파미스터리로서의묵직한감동을전하며2년연속미스터리3관왕을차지했다.그리고마침내『흑뢰성』으로나오키상을수상하며특정범주에국한되지않는이시대최고의소설가반열에올랐음을스스로증명해보였다.
요네자와호노부의미스터리가이토록독보적인이유는무엇보다‘인간의마음’을들여다보기를게을리하지않기때문이다.데뷔작부터일관되게그려온인간에대한깊은관심과궁금증,그리고거기서비롯되는동기와질문들이작품속미스터리와사건을이끄는거대한추동력이된다.그리고이러한세심한매력이가장십분발휘되는영역이바로그의원점이자시그니처인십대주인공들을내세운청춘일상미스터리다.
‘고전부’와‘소시민’,그리고이번‘도서위원’까지그의청춘미스터리시리즈는모두고등학생을주인공으로삼는다.작가가인터뷰에서“한사람으로서걸음마를시작했고,때문에각자복잡한사정을안고있는것은당연”하다말한바있듯,완전한어른도아이도아닌십대들은학교라는작은사회에서저마다의복잡한사정을안고살아간다.요네자와호노부는‘고전부’시리즈의『이제와서날개라해도』,『두사람의거리추정』,그리고‘소시민’시리즈의『겨울철한정봉봉쇼콜라사건』등에서청소년들의복잡하고다층적인심리와미묘한관계를미스터리라는형식과정교하게엮어내며탁월한공감대를이끌어낸바있다.
‘고전부’가고등학교동아리를중심으로펼쳐지는이야기를,‘소시민’은평범함한소시민을지향하는두고등학생콤비를이야기의담았다면‘도서위원’시리즈에서는도서실을무대로책과얽힌수수께끼들을담고있다.긴세월에거쳐이어져온요네자와호노부의청춘미스터리를따라가다보면더욱깊어진사람의마음에대한통찰과예리한시선,미스터리작가로서더욱능숙해진독자와의밀고당기기가돋보인다.특히나최근작‘도서위원’시리즈에서두주인공의심리를드러내는상황이나대화는이전보다훨씬더섬세하고정교해졌다.그것이읽는도중때때로가슴을날카롭게찌른다.아픔과동시에뭉클함이느껴진다.이것이‘도서위원’시리즈가‘고전부’와‘소시민’시리즈에이어청춘학원미스터리3부작의완결편이자완성형이라불리기에충분한이유다.
“호리카와와마쓰쿠라.
두고등학생이때로는책을읽고,때로는미스터리를만나고,
그리고서로를알게되고,또서로알수없는것이있음을알게되는,
그런미스터리입니다.”―요네자와호노부
누구나한때는십대였고,그시절의고민과불안의본질은시간이흘러도크게다르지않다.“어느시대에도통하는보편적인청춘소설,시대를초월하는작품을쓰고싶었다”는작가의말처럼,세대를초월해마음깊은곳을건드리는씁쓸하고도반짝이는청춘의이야기가바로『책갈피와거짓말의계절』과‘도서위원’시리즈속에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