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이원하 시집)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이원하 시집)

$12.00
Description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이원하 두번째 시집

“나를 이해시킬 용기는 있나요?
그 용기와 인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북(北)이라는 당신,
‘너와 나’처럼 한 칸 띄어쓰기 된 사이들
문학동네시인선의 249번째 시집으로 이원하 시인의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를 펴낸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인 만큼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에서는 그의 시세계에 일어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첫 시집이 따뜻한 ‘제주’에서의 삶과 사랑을 노래했다면, 두번째 시집은 시적 공간과 삶의 터전을 ‘파주’로 성큼 옮겨와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는 실향민인 할아버지의 유서와도 같았던 독립 출판물을 마주한 것으로 시작된 시쓰기가, 그리움이라는 범상한 마음을 넘어 ‘현재라는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이원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하고 독특한 서정성을 기다렸던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낯설고도 놀라운 변화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는 매력적인 시를 써낸다는 점에서, “머리에서 나온 시보다 가슴에서 나온 시를”(‘사전 인터뷰’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원하만의 단단한 코어와 시적 태도는 여일하다.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는 남과 북의 경계와 그 위치성에 주목한다. 접경 지역인 ‘파주’를 시(詩)의 몸으로 삼아 화자의 정체성과 연결하려는 시편들은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도발적 시도다. 무엇보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그 후세대로서 바라보는 분단 문제의 결합은, 시인 특유의 서정성-시적 에너지와 공명하며 다시 한번 시의 외연과 인식을 넓히는 참신한 장(場)이 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가 한국 시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는 오직 이원하만이 선보일 수 있는 “분단시의 서정적 전유”(김보경 해설)를 통해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 도약이 통일(統一)되는 한 권의 장소가 될 것이다.
저자

이원하

2018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제주에서혼자살고술은약해요』『이별이올때봄도오는겁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한발
세상이나를오려낸다/나를열어보고싶은데창문이열리지않습니다/하늘에말라붙은구름오늘은삼월입니다/내일보다먼저오는것은새벽입니다/벼락맞은소나무가고개숙여인사합니다/과거는쌀뜨물로씻어도씻기지않습니다/눈앞에거리와시간이묻어서뿌옇습니다/한칸띄어쓰기된사이도있습니다/내가싫증을무릅쓰면세상이나를싫증냅니다/마을이나를떨군채달아납니다/원래이별이올때봄도오는겁니다/술이뼈만남게됩니다

2부두발
거울앞에서그대라는명칭을얻습니다/서툰칼질은징검다리를완성시킵니다/힘차게못질하면칠월이아픕니다/내일의나를미리구상하면안돼요/사랑은약용사람은관상용/바닥을치면땅이입을벌려요/아이가책을펼때아이는토끼가죽을폅니다/정지된하늘에서씨가쏟아집니다/이밤은나를솎아내지못합니다/기침을재고처리하듯이합니다/몸은몸뿐인데벽은벽뿐이고/감정은남지못하고여름만남습니다

3부고발
괴로운나무들이한대씩태웁니다/빤빤한이마를갖고태어나스스로몸에꼭맞게포장한채공기조차드나들수없도록혈액을괴롭히다멍투성이가된신념을전파하려하지만아무것도번지지않고가면을벗으니평범한맛뿐인한그릇에담을수없을정도로알알이우박인데먼우주에서보기엔포말인그과일/기운내라며손대신털을내미네요/또말고떠/당신곁에선바람도익사합니다/이진주의이름은파주입니다/시월의속지/동쪽의동족/미소가덧칠될수록얼굴은일그러집니다/강건너지못하는강/햇살은촛불이아닌데왜까매지나요/푸념은헤엄칠때유유히/입이열리자철새가끓어오릅니다/한사람의검열속에서한번울어줍니다

4부세발
부화하지않고않을한마디/본성의불씨를구경합니다/수초가통뼈를두드리는데와닿는게있을까요/한가지와셋이다투면될까요/눈먼소음이나만공격합니다/꽃을쥔다는건취득이아니라회복입니다/자멸은아프지않을수있나요/긴여정의끝/우리에대해떠드는사람이그쪽에없나요/자유가없어서희망은시한부입니다/혈연자연향연다들좋아하지않나요

해설|‘우리’의도래를위한서정의가능성
|김보경(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세상이나를오려내려한다

기분이다
나도
마흔편의시를버린다
_「세상이나를오려내려한다」부분

『이별이올때봄도오는겁니다』는총4부구성으로,각부의제목부터심상치않은결기가느껴진다.먼저1부‘한발’에서는이원하의서정성과이번시집이내포하는문제의식을엿볼수있다.“주변에분진날리는데/누가계량한분진인지/버스가/나를못보고지나친다//손바닥에선명해진바큇자국”(「나를열어보고싶은데창문이열리지않습니다」)이라는시구에서서늘하게드러나는경계(境界)와화자에게만보이는분명한선(線)의모습은,이번시집이그아슬아슬한선을바라보고넘나들것을예견하게한다.
2부‘두발’부터본격적으로분단모티프가모습을드러낸다.“당신편지에적힌소원을이뤄주려/기록을읽어내려”(「바닥을치면/땅이입을벌려요」)간다는화자의태도와의지는목도하는현실앞에서번번이좌절된다.“저곳이/그때그곳이맞”는지홀로되묻고“당신은왜이곳을그리워하”(같은시)느냐묻는화자는현실의풍경앞에점차혼란에빠진다.그러나화자는계속해서좌절할지언정포기하지않는다.“곁눈질로움켜쥐고단념하지말아야/하나쯤되는”(「몸은몸뿐인데벽은벽뿐이고」)거라며목격하고또기록하고자다짐한이문제를자꾸만붙들고경계위에발을붙인다.

우리의화해가더디다고생각되는데
개화기간이길수록
향이진해진다고믿습니다

이팝나무에가득한
군모,
나파주까지왔습니다
_「한칸띄어쓰기된사이도있습니다」부분

3부‘고발’은시집에서가장고조된목소리를내는동시에‘이별시’로서의면모를보이는시편들을모았다.‘만날수없는사람’과‘갈수없는곳’이혼융되는지점은이원하의이번시집을읽는또하나의열쇠이기도하다.부모와멀리떨어져결혼을거행하는남녀의애달픈가정사를“괴로운나무”“괴로운새떼”(「괴로운나무들이한대씩태웁니다」)에비유하거나,“눈물이빽빽해집니다//삼십년째수도꼭지가놓아주지않는/물줄기입니다”(「미소가덧칠될수록얼굴은일그러집니다」)라는시구에서엿볼수있듯이부에서는이원하만의애틋한서정을자유로이펼치며이별을노래한다.
4부‘세발’은분단현실의구체적면면을시에가져와펼쳐보인다.“내뿌리인지도모르면서/지켜주고싶은마음이드는건뭘까”(「우리에대해떠드는사람이그쪽에없나요」)곱씹고,위험에처한이들을돕고자하는화자의목소리는이제과거에붙잡혀있지않고미래를바라보겠다는여린선언과도같다.“피고지는연을/언제쯤바라볼것”(「혈연/자연/향연/다들좋아하지않나요」)인지,결국이모든것은“한마디면되지않”(「부화하지않고/않을한마디」)겠는지묻는그의애절한질문은외면이란단어조차과분한적극적무지의상태인분단현실을뼈아프게상기시킬것이다.

오봉산에묘뿐인것을이해할만큼
포기가많아질줄
파주에발담글줄
알지못했고
한때나마꿈꾸었다는사실이
무섭겠나요자랑스럽겠나요

해답을감추는
숭늉같은당신을
떠다마시며유추해봅니다
_「또말고떠」부분

이원하의시는‘문학(시)과정치’라는의제를둘러싸고이루어졌던한국문학사의오래된논의를다시소환하며,시를통한공동체회복의가능성을묻고있다.그의시는직접적으로통일을명시하지도,특정이념을옹호하려는목적하에시라는형식에대한고민을방기하지도않는다.독특한점은앞서언급한바전통적인형식으로서의서정시의형식을취하거나전유하고있다는점이다._김보경,‘해설’에서

평론가김보경이해설에서밝혔듯,이원하의분단시가‘후세대증언시’로서의성격을지닌다는사실은이번시집에뚜렷한정체성을부여한다.전쟁이나탈북을직접경험하지는않았지만,할아버지를통해분단의트라우마를간접적으로경험한시인은후세대로서시를통해북한의참상이나탈북민의현실을대리해증언하고자한다.물론후세대증언자로서의위치성은이중적이다.이원하의시곳곳에서시적화자는간접적인경험의주체라는자기위치를인지한다.전쟁이나이산,탈북을직접경험하지않았기에당사자는아니지만,앞선세대의증언을통해이를추체험했다는점에서완전한외부자도아니기때문이다.(‘해설’에서)남과북,당사자와외부자,‘너’와‘나’라는경계에서이원하는양쪽모두를지켜보는파수꾼이되기를자처한다.그렇게서정과참여를오가며,과거와미래를오가며이시대의회복과평화를시로꿈꾼다.눈을감고픈현실과눈을감아야보이는당신.그럼에도,아니그렇기에더욱짙고도너른사랑을노래하는이원하의순정에다시한번흠뻑매료될시간이다.


◎이원하시인과의미니인터뷰

1.오랜만에시집으로독자들을찾아오셨는데요.육년만에두번째시집을출간하시는소회를간략히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두번째시집은더일찍출간될수있었어요.부다페스트에머물며써둔원고가있었기때문이지요.그원고가그대로출간됐다면독자분들을훨씬빠르게만났을거예요.하지만원고를처음읽어주신분께서출간에제동을거셨죠.사랑이라는하나의주제에머물러있던저의시세계를넓혀주고싶어하셨어요.이후새로운원고를완성하느라출간이늦어졌네요.처음에는출간이늦어진다는사실이괴로웠지만,지금은시인으로서중요한전환점을맞게된사실이기쁘기만해요.단호하게제동걸어주신분을은인이라부르고있답니다.

2.이번시집은주로남과북,그경계에관련된이야기들이많이등장하는데요.요즘의시,특히젊은시인들의시에서는찾아보기어려운소재인지라그이유가무척궁금했습니다.‘분단시’를이번시집의테마로삼으신이유가있으실까요?

→그렇기때문에선택한것도있어요.남들이쓰지않는주제를써야한다는생각을늘하고있거든요.그렇다고제인생과아무런관련이없는주제로시를쓰지는않아요.머리에서나온시보다가슴에서나온시를더좋아하는데요.가슴에서시가나오려면주어진상황속에서시를써야하지요.부다페스트에서써온원고를출간하지못하게되었을때,위로를받고싶었어요.그때위로가되어준책은저희할아버지께서돌아가시기전에남기신책이었죠.그책에는할아버지의고향이야기가가득담겨있어요.훗날통일이되어제가북한에가게된다면,할아버지고향에들러소주한잔만뿌려달라는부탁이제가슴에서시가되었답니다.

3.첫시집『제주에서혼자살고술은약해요』는‘제주’를배경으로,『이별이올때봄도오는겁니다』는시의공간을‘파주’로설정해두셨습니다.이렇듯두시집모두공간을중심으로구성된다는점이인상적이었는데요.선생님의시세계에서가장주요한요인이자맥락은‘공간’이라고도생각이되는데요.‘시적공간’에대한선생님만의철학이있으실까요?

→낯선공간에혼자놓였을때가장할말이많아져요.할말이많아야시를쓸재료가마련되지요.일부러낯선공간을찾아다니기도하지만우연히낯선공간에놓이게도돼요.이런상황은저를불편하게만들지요.제주에서의작업도,헝가리에서의작업도,파주에서의작업도전부불편했어요.도망치고싶었지만달리대안이없었지요.그래서할말이많았고요.

4.언제나새롭고독특한시선으로시를쓰시는만큼시/시집을읽는선생님만의방법이궁금합니다.

→저는다독하는편이에요.손에잡히면대부분읽어보죠.하지만끝까지읽게되는시집은역시글자로그림을그린시집이에요.황인찬시인에게시를배울때가장강하게들었던말이글자로그림을그리라는말이었어요.그말이제평생취향이되었네요.‘시인에게시를배우고있어요’라고쓰는것보다‘시인은나를손에쥐고연못에던질지,바다에던질지고민하네요’라고쓰는편이훨씬읽는재미를주지않나요?

5.마지막으로선생님의다음시집에관해서도여쭤보고싶습니다.선생님의세번째시집은어떤곳으로이동하게될까요?

→시를쓰게만드는대상은제가정할수있지만,공간은제의지대로되지않더라고요.운명이저를어디로이끌지조용히기다리는중이에요.대상은이미정해두었어요.가장한국적이면서사랑하지않을수없는존재죠.이대답을마지막으로오늘첫만남을가지러떠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