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먹는 법 (개정판)

오렌지 먹는 법 (개정판)

$13.50
Description
우리 어린이문학에 처음 보는 무늬를 그려 온 작가 송미경의
대표작과 최신작이 나란히 담긴 단편집 『오렌지 먹는 법』
2008년 등단 이후로 지금까지, 작가 송미경은 한계 없이 넓어지고 또 높아지면서 우리 어린이문학을 읽고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송미경이라는 이름은 오래된 도구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비정형의 에너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전달되는 환상성, 흉내낼 수 없는 개성적인 문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신작 『오렌지 먹는 법』은 그 새로움과 가능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초기 대표작 세 편과 최신의 작품 세 편을 나란히 실은 단편집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두고 쓰인 이 동화들 속에 한결같이 힘차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어린 존재들의 목소리는,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는 단편집 『돌 씹어 먹는 아이』와 더불어 우리가 어린이문학을 경유해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세계의 크기를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저자

송미경

글송미경2008년『학교가기싫은아이들이다니는학교』로웅진주니어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돌씹어먹는아이』로제5회창원아동문학상,『어떤아이가』로제54회한국출판문화상을받았다.동화로는『봄날의곰』『가정통신문소동』『나의진주드레스』『복수의여신』『햄릿과나』『생쥐소소선생』『아주흔한인사말』등을썼고소설과청소년소설,만화,그림책도쓰고있다.

목차

어떤아이가…07
어른동생…25
없는나…49
오렌지먹는법…67
나는진짜마술사가아니니까…87
사람만들기…107
작가의말…129

출판사 서평

문재야,네점퍼오른쪽주머니에구멍이뚫려서내가꿰맸는데
실수로겉감과안감사이에동전하나가갇혔어.
시간이될때네가다시꿰매라,미안.

첫머리에실린작품「어떤아이가」는다섯식구가사는문재네집에어느날아침나붙은노란쪽지로부터시작된다.마지막인사를남긴‘어떤아이’가문재의초콜릿을몰래먹고,정재형의방을환기하고,아빠의물심부름을하며머무는동안정작이집의주인인가족들은저마다의이유로내내부재한다.터진주머니를꿰매다실수로겉감과안감사이에갇혀버린동전을보며우리가채인식하지못한중요한것들이분명히더있을것만같은불편한감각과갑갑한뒷맛을곱씹게된다.
「어른동생」은다섯살의몸을하고있지만실은서른네살인동생과,그런사정으로살아가는여럿의삶을다룬다.“펭귄이가득그려진내복에토실토실하고작은뒷모습”을한동생이은밀한통화를하는모습을목격한나는이일을어떻게받아들여야할지혼란스럽다.
「없는나」는독특하고도아름다운서술의힘이돋보이는작품이다.우리가무언가를믿을때,무언가를믿지않기로할때일어날수있는많은일들을상상하게한다.이세편은동화집『어떤아이가』(시공주니어,2013,절판)에실렸던단편들로“인생과인간의본질을탐구하는질문을대단히전복적인상상력에담아내고있다.”“모든작품에공통으로들어있는기묘한환상성에는등골이서늘해지기도한다.”(김서정)는평을받으며제54회한국출판문화상을수상하기도했다.

“아빠,이오렌지작은데묵직해.”
물방울들이내얼굴에분무기를뿌렸다.

누구세요?하는물음에이국의언어로돌아온대답의말,아무것도내보이지않으며닫혀버린할머니방의문,따뜻하고포근한아기의냄새와작은옹알이소리,빡빡하게손톱을파고드는오렌지속껍질의느낌,툭하고터지는향기와물방울.표제작「오렌지먹는법」이쉴틈없이일깨우는감각의연쇄를따라가다보면하나의세계,하나의관계가어렵사리열리는순간의감동을고스란히경험할수있다.
「나는진짜마술사가아니니까」가다루는유랑하는삶의근원적인불안감은그만큼무수하게빛나는연대들로인해상쇄된다.아빠와마라형,노고캐릭터가이루는삼각형은잘굴러가는모양은아니지만서로가서로를지탱하며탄탄하게거기있다.
마지막작품「사람만들기」역시내가너를,네가나를발견하는순간의기적을그리고있다.뙤약볕과빗방울이,전학생과결석생이,8시30분과8시31분이,앞구르기와제자리뛰기를하는점토인형들이부딪치는소리가“콩자루가은쟁반위로쉼없이쏟아지”듯귀를시원하게두드린다.

있지만없었던,없지만분명히있는
존재의이름을호명하는저마다의목소리

각작품에내재된감정과색채를이미지의언어로풀어낸화가히히의그림은활기차고과감한필치로이야기에재미를더했다.깨질듯날카로운직각과온기가서린노랑을겹쳐표현한「어떤아이가」,정지된시간속에율동감을불어넣고,화면을뚫고나갈듯대담한구도를사용한「사람만들기」등에서,일러스트는물론영상과독립출판분야에서두각을나타내는그의개성있는시각을느낄수있다.
작가송미경은이책에실린이야기들을“내가상상했던모든이야기중에가장작고작은이야기”라말한다.그러나그작고작은이야기들은있지만보이지않았던수많은존재들의이름을하나하나빼놓지않고불러주는목소리에가깝다.“형이연필을내려놓자”깜빡이며빛나기시작했던“밤하늘에숨어있던별빛들”처럼,천천히눈을감았다떴을때보이는경이로운풍경을상상할수있게하는힘이다.
오렌지가하나의둥근과일이기도,몇조각의향기이기도,셀수없이많은물방울알갱이이기도한것처럼이작품을감상하는방법도하나일리없다.여러분만의방법과순서로『오렌지먹는법』을충만히맛보시기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