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콘티니가의 정원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17.00
Description
‘기억의 작가’ ‘페라라의 작가’로 불리는 이탈리아 현대소설의 대부 조르조 바사니의 대표 걸작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3번으로 재탄생하였다. 반유대주의 인종법이 공표된 1938년부터 무솔리니 내각의 파시즘 광풍이 불어닥친 1943년까지의 페라라를 배경으로, 부유한 유대인 가문 ‘핀치콘티니’의 몰락과 그 가문의 딸 ‘미콜’과 주인공 ‘나’의 일그러진 사랑의 기억을 다룬다. 박동하는 젊음의 녹음 속으로 피신한 청춘의 사랑과 비극을 찬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1962년 출간되어 움베르트 에코와 이탈로 칼비노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문학상 비아레조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1970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이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볼로냐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낸 유대인 작가 바사니는, 이차대전 파시즘 체제하의 인종법과 유대인 박해라는 역사적 체험과 기억을 문학적으로 정치하게 구현해낸 작가로서 페라라 유대인 공동체의 핵심적 증인이자 기록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문학으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함께 거론되고는 하지만 이 소설이 ‘불합리한 폭력 앞에 말살된 인간성’을 문학으로 승화하는 방식은 레비와 사뭇 다르다. 바사니는 아우슈비츠 이후 더이상 서정시는 쓸 수 없다고 선언한 아도르노에 맞서는 시적 순수성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역사적 이념성과 증언문학이 지닌 교훈적 기록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한결같이 문학 안에서, 문학이 지닌 힘으로써 삶이 지닌 본연의 고독과 내면에 깃든 개인의 고뇌를 포착하고자 했던 그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에 더불어 역사적 개인들의 삶을 그려내는 데 탁월했다. 특히 전쟁 희생자와 유대인, 성소수자와 노동계층 등 역사의 변방으로 밀려난 이들의 소외에 주목하며,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운명을 처연하도록 적확하게 그려내는 성취를 이루었다.
선정 및 수상내역
1962년 비아레조상 수상
저자

조르조바사니

GiorgioBassani
1916년3월4일이탈리아볼로냐에서태어났다.부유한유대인집안출신으로,유년기와청년기를페라라에서보냈다.1934년볼로냐대학문학부에입학해수학했다.대표적인반파시즘지식인베네데토크로체의글에심취해있던대학시절,페라라의일간지『코리에레파다노』를통해작품을발표하기시작했다.1938년반유대주의적인종법이선포될무렵부터반파시즘활동에참여하다1943년체포되어구금되었다.무솔리니가실각하면서풀려난뒤로마에정착해이차대전후에는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해나가면서,당대를풍미한문예지『보테게오스쿠레』『파라고네』,그리고펠트리넬리출판사의편집장으로서뛰어난역량을발휘했다.
바사니문학의원천은‘페라라’와‘유대인’이다.대부분의작품이무솔리니의파시스트당집권기를전후한페라라를배경으로한다.서정적인문체로페라라의역사와일상을정치하게그려내어,페라라유대인공동체의증인이자‘기억의작가’로불리며20세기이탈리아문학의대표작가가되었다.
‘페라라소설연작’으로불리는여섯권의책,『성벽안에서』(1956)『금테안경』(1958)『핀치콘티니가의정원』(1962)『문뒤에서』(1964)『왜가리』(1968)『건초냄새』(1972)는같은무대속여러인물을통해파시즘치하의페라라가지닌역사적면면을거울놀이하듯눈부시게비춘다.가혹한현실속고립된낙원안에피어난사랑을그려낸『핀치콘티니가의정원』은영화화되어베를린영화제황금곰상,아카데미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수상하기도했다.
2000년4월로마에서생을마치고페라라의유대인묘지에안장되었다.

목차

프롤로그_7
제1부_15
제2부_75
제3부_143
제4부_237
에필로그_349

해설|상처받은인간존재에대한성찰_353
조르조바사니연보_365

출판사 서평

기억의문학이이룩한정점
역사의폐허속에서피어났던찬란의기록

『핀치콘티니가의정원』의프롤로그는전쟁이끝나고수십년이흐른뒤,주인공이로마근교에서지인들과우연히고대에트루리아인들의무덤을방문하는장면으로시작된다.일행의어린딸이무덤앞에서“왜오래된무덤보다새로생긴무덤을보면더슬픈거예요”라고천진히묻자‘나’는돌연자신의찬란했던청춘시절과핀치콘티니가문사람들에대한기억을떠올리게된다.보들레르의표현그대로“철없는사랑의푸르른낙원”과같았던그시절핀치콘티니가의대저택과정원에서보낸한때를떠올리자마음속깊이슬픔이피어오른다.프롤로그에서곧밝혀지듯,과거를회상하는이이야기속에서최후의생존자는‘나’뿐이기때문이다.부유한유대인귀족이던핀치콘티니가의사람들은홀로코스트의희생자가되어무덤의존재여부조차알수없이사라졌다.

가문대대로전해진막대한재산과삼만평에이르는정원의소유자였던핀치콘티니가의사람들은원래타인과의교류없이성벽안에서단절된생활을했다.주인공과또래인가문의아이들역시학교에다니지않았기때문에평범한중산층인‘나’는그들이유대인사원인시너고그를찾을때나시험을치러공립학교에잠시들를때만그들의얼굴을볼수있었다.그러던어느날,십대인‘나’는수학과목에서낙제한충격과자괴감으로자살을생각하며동네를떠돌다가이저택의담벼락너머로가문의딸미콜과만나게된다.미콜은담에기대‘나’에게말을걸며성벽안으로들어오라권유하지만,‘나’는위압감을느끼며끝내들어가지못한다.이로부터약십년이지난1938년,인종법이선포되고유대인들은평범한일상의공간에서조차배척되기시작한다.어느덧이십대가된핀치콘티니가의알베르토와미콜은테니스클럽에서쫓겨난유대인친구들을위해저택의정원을개방하고테니스장을내주기로한다.그렇게‘나’를비롯한페라라의사람들은그토록견고해보였던핀치콘티니가의대문안으로초대받게되고,탄압과차별이거세지는시대적상황속에서여름의찬란한절정을즐긴다.그리고십년전부터이어진‘나’와미콜의관계는점차미묘해진다.

소설은‘나’의시각을통해유대인공동체의기억을생생히길어올린다.평범한만찬에서이야기를나누던이들의모습을떠올리는동시에그들의얼굴에서수용소의유령을발견하고마는부분은결코지나치기어려운깊은감정을자아낸다.그러나이러한훌륭함에더불어페라라에바치는순수기념비로서『핀치콘티니가의정원』이진정독창적인이유는이것이무엇보다도탁월한성장서사라는점에있을지도모른다.생동감넘치는청소년기의마법과그마법이깨지며찾아오는파멸적감정들,복잡한욕망과사랑의신비로운작동방식,비극의예감과현재를예찬하는태도,때로는삶에대한부정까지.『핀치콘티니가의정원』은부단히인간적이면서도보편적인개인의성찰과존재에대해여전히거대하고유효한질문을던지고있다.그리하여혼란한역사의한가운데고요한낙원처럼,폐허의성채처럼,전설적인무덤처럼버티고선이담벼락을겁내지말고넘어보라고권하고싶다.이담벼락너머에는어떤진실이있고,기억이있으며,사랑이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