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목에 사랑

돼지 목에 사랑

$17.50
Description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무엇을 막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어코 안간힘을 쓰고야 마는 시간. 모두가 지나왔지만 정작 그 풍랑 속에서는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는 실감도 없이 흘려보내는 한때. 열띤 얼굴로 이상하게 휘청거리고 춤추듯 버둥거리는 청춘의 조각들을 살뜰하게 건져올리는 최미래의 새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제47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불안과 절망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번뜩이는 강렬한 에너지를 예리하게 간파해낸다. 도무지 마음 붙일 곳 없는 버석거리는 현실 속에서 유난히 맹렬하게 박동하는 심장과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는 욕망. 최미래는 과장도 미화도 없이 이들의 가장 정확한 마음과 얼굴을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저자

최미래

2019년『실천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녹색갈증』『모양새』『돼지목에사랑』이있다.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얕은바다라면
돼지목에사랑
항아리를머리에쓴여인
살것
과자집을지나쳐
대망의정금매
쉽게잘살고싶다33화
귀엽게생각해
오래된원숭이,현재의손님

해설|전청림(문학평론가)
사랑이많은곳에살게해줄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에서가장딱한사람은사랑에목매는사람이야.”

꼿꼿한고개,맹랑한시선,능청스러운농담
희망없음에대응하는최미래식애티튜드

“어딘가징그럽고적나라해보이지만,그렇기에더욱주체적이고야성적인사랑.감춤도숨김도없는이사랑은고이고흐르다가마침내우리에게닿았다.”
_전청림(문학평론가)

‘미진’하고‘미달’될지라도
무언가를간절히원하고사랑하는마음은똑같아

사랑은쉽지.생각보다는쉽지않지.사랑은차가울까뜨거울까,온몸이재가되어버릴만큼시린것일까.이런고민은부질없고재미도없어.그렇게스스로다독이면서도미진은사랑에대해생각하기를멈출수없었다._「돼지목에사랑」,37쪽

표제작「돼지목에사랑」은사랑이너무나하고싶어사랑에대해생각하기를멈출수없는‘미진’의이야기다.미진에게는남들에게없는걸하나가지고있다는비밀이있다.그렇다고그것이남들이부러워할만한종류의것은아니다.미진은그럼에도불구하고,혹은그것까지감싸안으며자신을온전히사랑해줄사람을원한다.그러니까미진이원하는건“그저그런사랑말고,제대로된사랑”(38쪽).마음과는달리매번지지부진하게끝나버리는연애에이제는스스로가딱하기까지하다.반면이런미진의바람과꼭같은사랑을이미한사람,「얕은바다라면」의‘나’는그모든불완전함과결핍까지전부끌어안으며사랑한‘선정’과의만남과이별을되돌아본다.회를뜨고남은서덜로끓인얕은바다맛라면이나다시다로향만낸소고기뭇국처럼겨우흉내만낸음식을나눠먹곤하는두사람에게언제고살아있는유일한진짜는생동하는마음이다.부풀었다가꺼지고찌그러졌다가한순간활짝펴지기도하는그마음.
한편「오래된원숭이,현재의손님」의‘미달’은광인이되고싶어한다.그에게“‘광적’이라는건무언가를진심으로사랑할줄안다는뜻”(263쪽).영화에미쳐있던첫사랑‘케이’처럼자신역시무언가를진심으로원하고간절히바라고정신없이미쳐있는상태이고싶다.가졌다가끝내잃어버릴지라도.지금처럼살다가는아무것도되지못한채로죽을지도모른다는불안감과위기의식,점점익숙해져가는실패와유예와도태의감각속에서도,미달은원치않는간여와위로만은단호히밀어내며이렇게말한다.“여러분,제가알아서할게요.”(299쪽)


돈을개꿀로벌면서쉽게잘살고싶다
그러면안되나요?

최미래의소설에서가진것없고잃을것없는상태는힘과자유가생겨나는조건으로도작동한다.온세상이만만하게여겨벗겨먹으려고달려들때,마음은쪼그라드는것이아니라오히려야성적인본능으로들끓는다.인간으로하여금한결대담하고거침없이행동하게하는그짜릿한에너지를최미래는‘와일드’라고이름붙인다.

근데그거알아?와일드를빼앗기면사람이안하던짓을하게돼.이상한짓.어이없는짓.남이보면‘쟤왜저래?’싶을만큼비상식적인행동들.심지어타인에게민폐를끼치기도하는일을아무렇지도않게벌이는거야.저사람은도대체왜저럴까.자기를돌보면서잘사는게그렇게힘든일일까.그런생각이들게하는사람있잖아.왜그런줄알아?망가져서그래.줏대도없고자존심도없는거지.사람이망가지면안하던짓을한다.이상한짓을해._「쉽게잘살고싶다33화」,201~202쪽

「항아리를머리에쓴여인」과「쉽게잘살고싶다33화」는이‘와일드’가태어나는자리와발현되는조건을가장또렷하게드러내보이는소설이다.「항아리를머리에쓴여인」의‘나’는어린‘서라’를돌보는시터아르바이트를한다.아무도감시하는사람없이널찍한집을마음대로누리며몸도마음도편하게돈을벌수있는이일자리가‘나’는아주만족스럽다.그러나평화로운시간도잠시,이윽고서라아빠가등장하며은근한긴장이감돌기시작한다.「쉽게잘살고싶다33화」에서는작금의청춘세대가가진삶의조건들과이들이지닌절박하고솔직한욕망이한층더정밀하게드러난다.이복합적인감정의혈관들이다른이와관계맺을때어떻게드러나고또증폭되는지를최미래의소설은세밀하게포착해낸다.
위의두작품이사회또는세계에서개인이점유하는자리그리고타인과맺는관계를짚는다면,연작소설로읽을수있는「과자집을지나쳐」와「대망의정금매」는네살터울의두자매가가진사연을각각담아내며취약한상태에서자라나는아이들에게로시선을돌린다.자신들을보호해줄울타리가없는집에살고있는‘두리’와‘금매’는절망에지지않는천연덕스러운얼굴로각자의생존법을모색해간다.


낙담할수록또렷해지는진심
가라앉을수록솟아오르는욕망

어디를향해야할지모를시기심과질투,가슴속을휘도는분노와울분……금전적으로든감정적으로든열악한상황일수록마음의모양과관계의질감은선명해진다.발디디고선땅이흔들리더라도온몸을쥐어짜내한방울한방울모은자신감을어깨에턱걸치고서고개를빳빳이들고걷기.최미래가만든세상속인물들은힘없이고꾸라지는법이없다.이는최미래가그들을응원하는방식이기도할터.그리고또하나,그들은결코혼자인법이없다.
무작위로매칭되는사람과호흡을나누며함께뛰는앱‘브리드라인’으로연결된두사람의이야기를담은「귀엽게생각해」와독자에게말을건네듯편지형식으로쓰인「살것」은쪼글쪼글메말라가는마음을촉촉하게적시는소설이다.지친당신의숨소리를듣고있다고,물한방울안나오는우물만파고있다하더라도우리일단계속살아보자고.그다독임에,흐물흐물해졌던마음은다시금힘을얻는다.고였던마음이흐르기시작하고,그렇게우리는최미래와함께“아래로,아래인줄알았으나지금까지와는전혀다른세계로”(「살것」,125쪽)한걸음내디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