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밤

지상의 밤

$17.50
Description
상실의 빈자리에 샘솟은 귀엽고 짭조름한 용기

‘마음이 끝남’에서 ‘마음을 끝냄’으로 향하는
빵처럼 부풀고 해파리처럼 몽글거리는 궁극의 이별 레시피!
『유령의 마음으로』 『0000』 등 그간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만들어내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임선우가 문학동네에서 세번째 소설집 『지상의 밤』을 펴낸다. “자연스러운 문학적 설득력과 독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깊은 슬픔을 동반”하며 “슬픔의 정서를 끝까지 밀고”(김유정작가상 심사평에서)간다는 평과 함께 제3회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임선우는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탄탄한 문장력을 갖춘 젊은 작가로 등단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에 능청스러운 환상을, 두번째 소설집 『초록은 어디에나』에는 따스한 위로를 담아냈다면, 이번 『지상의 밤』에서는 톡톡 튀는 상상력에 한층 깊어진 사유를 더했다.
“어두웠던 사람 마음에 빛이 드는 것 또한 한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믿음”(김유정작가상 수상 소감에서)으로 삶과 글쓰기를 계속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실히 빛을 발한다. 『지상의 밤』이 뻗어내는 굵직한 줄기는 다름 아닌 ‘상실’이다. 임선우는 『지상의 밤』에서 권태기를 겪으며 이별을 결심한 연인(「프랑스식 냄비 요리」), 돌아가신 아버지(「지상의 밤」), 떠나보낸 반려견(「유령 개 산책하기」) 등의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상실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무언갈 잃어버렸다는 감각이나 얽매였던 과거와 같은 추상적인 상실까지 두루 아우른다. 그리하여 소설집 전반에 드리워진 짙은 어두움에 임선우만의 한끗 ‘귀여움’을 더하며 희망 쪽으로 살금살금 나아간다.
소설에서 ‘귀여움’은 흔히 무해하고 다정하기만 한 것으로 분류되며 그 가치와 의도는 쉬이 퇴색되곤 한다. 한국문학 독자들이 소설에 따라붙는 귀여움에 피로를 느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귀여움으로 눙치는 고찰과 사유의 중지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임선우가 보여주는 상큼한 상상력과 귀여움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왜일까. 임선우의 소설은 단순히 상상력이나 귀여움만으로 꾸려진 소설이 아니다. 『지상의 밤』에서 임선우가 선보이는 엉뚱한 상상력의 기반에는 상실의 아픔과 그 상실에서 한 발짝 나아가려는 용기가 있다. 임선우 소설세계의 매력은 상실의 고통을 통제할 수 있는 귀여운 무엇으로 바꾸어 자신의 슬픔을 스스로 달래고 어루만지려는 시도에 있다. 『지상의 밤』은 그렇게 고요한 밤바다 위로 빛나는 임선우의 여전한 명랑함과 한층 깊어진 반짝임을 목격할 가장 따스한 자리이다. 우리는 그 빛을 목격하고 동시에 온몸으로 받으며 눈물을 말리고 몸을 덥히는 위로의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저자

임선우

2019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의마음으로』『초록은어디에나』『지상의밤』,단편소설『0000』등이있다.김유정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랑스식냄비요리_7
사랑접인병원_45
지상의밤_87
만두가게앞에는싱크홀이있다_123
동네친구_137
한겨울따뜻한실내에서_167
유령개산책하기_223

해설|최다영(문학평론가)
사람을돌보는유령_267

작가의말_293

출판사 서평

반려슬픔과함께하는7가지산책법

그것은전혀이상한일이아니야,하고노아는말했다.진심으로사랑했다면이별후에무엇이든남아있기마련이니까._「프랑스식냄비요리」,40쪽

『지상의밤』은먼저신비한환상속으로우리를데려다놓는다.소설집을여는「프랑스식냄비요리」에는권태기를겪는커플‘나’와‘단’이등장한다.관계를개선하기위해함께수영장에다니던어느날‘단’은물이되고만다.‘나’는텀블러에담긴단을두고현실을부정하거나방법을모색하지만결국엔그를재료로하여슈톨렌을만들어먹는다.그트라우마가남은‘나’에게새로운연인‘노아’는진심으로사랑한자리에는무엇이든남기마련이라며불편하게남아있던‘나’의마음을어루만지고기억을떠나보낼수있게끔돕는다.
「사랑접인병원」은신체일부를교환해연인의성격,기억등을공유하는이들과그수술을돕는병원의직원‘나’와‘은금’의이야기이다.이들은‘완벽한소울메이트’를찾는사람들을설득해수술을받게하지만,수술후이별을맞은경우나수술을한후에야상대가잘못된사람임을알게된경우등무수한사례를접하며사랑과결합의의미를곱씹는다.
「지상의밤」은직장내괴롭힘으로히키코모리가되고,의지했던아버지마저세상을떠난‘수’가살기위해해파리가되기로결심하면서벌어지는여정을보여준다.변종해파리에쏘여스스로해파리가되어바다로도망치겠다는그의결심은이를돕는‘강’과‘희조’의사업장으로수를이끌고,세사람은아주짧은시간동고동락하며변신전까지의날들을함께한다.수는두사람을도와집안일등의단순노동을하는시간을보내며조금씩숨쉴틈과삶의감각을되찾는다.
아파트단지앞에싱크홀이생기며소설이시작되는「만두가게앞에는싱크홀이있다」는삶에별다른흥미를느끼지못하는‘나’와싱크홀앞만두가게사장의이야기다.싱크홀의어둠을매일들여다보며환희와해방감을느끼는‘나’는자신을방해하는사장과갈등을빚는다.그러다이싱크홀이만두가게를향해달려가는두더지들로인해생겼다는사실을알고는싱크홀의의미를다시생각하게된다.

그렇지만하지가내곁을떠난다고생각하면밖에나가기가두려워.내가대답했다.준은내가하지를사랑하게되어서그런거라고말해주었다.왜사랑하면억지를부리고싶어질까?그렇지만나도머리로는알고있었다.사랑은무엇보다자연스러워야한다는것._「유령개산책하기」,258쪽

「동네친구」를시작으로소설집은점차따스하고경쾌한분위기로옮겨간다.‘나’는짝사랑하던동네친구‘언주’가사내공모전에서상금을받고자신의집을하나둘바꾸기시작한후로그에게점차거리감을느끼기시작한다.언주를마음속에서완전히떠나보내기힘든‘나’는문득그의물건을훔치기로마음먹는다.
「한겨울따뜻한실내에서」는‘희재’‘해영’‘유자’세사람의따스한관계맺기를보여준다.반려견‘묵’을떠나보낸후로깊은상실에빠져있던희재는가사도우미해영을만나며조금씩낯설고새로운세계로진입한다.희재의오랜친구유자가둘의관계에엮이며이들은세사람만의느슨하고도돈독한관계를형성해간다.이소설에서보여주는중ㆍ노년여성들의연대,새로운관계맺기라는희망또한주목할만하다.
책의마지막을장식하는「유령개산책하기」는죽은지한달만에유령으로돌아온반려견‘하지’와‘나’의이야기를다룬다.언니가‘나’에게파양하다시피한하지를생전맘껏사랑해주지못했다는죄책감을안고있던‘나’는갑자기유령의모습으로찾아온하지를마주하며당혹스러워한다.유령개와산책하고,사람들에게소개하고,하지와의일상을되찾으며‘나’는삶을천천히회복한다.그러다하지가조금씩투명해지기를반복하는모습에두려움을느끼며다시금하지를잃게될까겁을먹는다.하지를사랑해서하지를소유하는것,하지를사랑하기에하지의행복을빌어주는것사이에서갈등하던‘나’는끝내하지의영원한산책을빌어주자고다짐한다.


“고통의모서리를둥글게깎아내어손바닥위에올려놓게끔하는다정한용기”_최다영(문학평론가)

마음을쏟아부은자리에는반드시구체적인형상이남는다는이곳의문법을따른다면,상대가사물이되는것은마음이소진된이후에도남을수밖에없는,두사람이함께쌓아온애정과시간의잔여다.이별은결코무(無)로돌아가는소멸이아니라작고귀여운무언가를남기는과정인것이다.
_최다영,‘해설’에서

“타인의다정한시선이무너진마음을일으켜세우는양상”(‘해설’에서)은『지상의밤』속여러편의소설에서뚜렷이드러난다.연인을잃고우울에빠진‘나’를일으켜준노아와나나가그렇고(「프랑스식냄비요리」),묵을떠나보낸후죽음과나이듦에관해골몰하는희재에게다가가는해영과유자(「한겨울따뜻한실내에서」),하지와의시간에빛과다정을더해주는‘쿠키’와쿠키의보호자그리고‘준’(「유령개산책하기」)등임선우가그려내는위로의모습은마치다정한빛한줄기와같다.소설속인물들에게공통점이있다면모두구체적혹은추상적상실을통과하는존재라는것일테다.그리고그상실이남긴무언가를쥐고저마다의방식으로회복으로나아가고있다는것.
임선우가『지상의밤』에서말하고자하는바는결국‘마음이끝남’에서‘마음을끝냄’으로나아가는일이라할수있겠다.이별한이들의마음은한차례끝난상태로텅비어있다.슬픔에깊이빠져헤어나오지못하거나헤어나옴자체를포기한상태다.임선우는이러한인물들에게재촉하거나화내지않는다.그렇다고가만히지켜보지만도않는다.다만그들의곁에그들에게반드시필요한무언가를하나둘툭툭놓아둘뿐이다.상실이남기고간것을들여다보는인물들은억지로극복하려애쓰거나슬픔을다른감정으로가장하지않는다.다만자신이버텨낸시간을묵묵히마주하고곁에남은것들을손에쥐며위로받고용기를얻는다.이들옆에묵묵히남은슬픔의실체는어느덧따스하고너른품이된다.임선우가곳곳에남겨둔그온기의곁에가만히앉아보기,그렇게우리는『지상의밤』의다정함에폭안겨볼수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