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별자리- 문학동네 시인선 251

반려 별자리- 문학동네 시인선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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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끝별

저자:정끝별
이화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다.이화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동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1988년《문학사상》신인발굴시부문에〈칼레의바다〉외여섯편의시가,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에〈서늘한패러디스트의절망과모색〉이당선되었다.주요저서로《모래는뭐래》(2023)외여섯권의시집과,시론및평론집《시론》(2021),《패러디시학》(1997),《파이의시학》(2010),《오룩의노래》(2001),《천개의혀를가진시의언어》(1999),그리고《시심전심》(2011)외다수의시해설서와산문집을출간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안녕한균형을잃고안녕
엄마집을다녀오다/소설1/눅눅한쿠키는부드럽다/강가에무인상점/봄의토네이도/촉촉한초코칩/눈그림/우나라는이름의운디네는운다에산다/이별의기술/그밤은길었나요?

2부세상가장작은뼈에게
시가먼저가있었다/소설2/세상가장작은뼈에게/함박눈이그렇게백색의점묘화를그리던한밤내/캣휠위의고양이/꼬치리는까마귀와나는깜깜한밤을헤쳐날지―이중섭,<달과까마귀>(1954)/<20세기한국현대시읽기>1강/<한국현대시론>6강/우리가아직시라고부르는/사랑의원근법/그러니올래말래?

3부상처가아니라차라리계절
봄날의결혼/홀가분한홍시/평범이라는꽃말을가진백년된모과나무/한식의슬하/엄마가그린만다라/천사가엉덩이뼈를쳤다/흑임자죽을먹다/낮에나온반달은/호랑나비한마리가/천사가있다면/십일월엔울게하소서

4부나만혼자는언제그만?
대파국을끓이며/까치밥은어디에?―장욱진,<까치와마을>(1990)/캐리어걸/너는다만나는그만/Areyoualone?/삼초만보는여자/테두리에갇힌남자/한점지구엄마/I’mdreamingofaWhiteChristmas

5부내생의환한엔딩크레디트
사랑의역사/나의페이스메이커/피구를하다/오늘의입/멀티엔딩게임/ㅁㅎㅔㅁㅎㅔ우는힘센염소는침착해/호모에렉투스/고양이키스/가장먼길이가장느린길은아냐갈수없는길은더욱아니고/꽃병에꽂힌꽃이/사전장례식

해설|딸의노래
|양경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별이반짝이는건사랑이끝나지않아서래,그래서오늘도별이빛나는밤이면어느한별을읽은사람이그한별을함께읽은사람과사랑에빠지는거래,내가말했을거야

삼삼한네속눈썹에이내별하나가매달려환했으니

달은달대로밤새그렁였을거고
나는나대로오래일렁였을거야
_「사랑의역사」부분

『반려별자리』전반에잔잔히흐르는하나의키워드를꼽자면‘죽음’이라할수있겠다.그중에서도특히‘엄마’의죽음은시집을통틀어다양한이야기로변주되고있다.“남은자와떠나는자”(「소설1」)를중심으로펼쳐지는시편들은시인의고유한렌즈로포착한언어를만나슬픔으로반짝인다.“엄마아버지는이제아무에게도해를입히지않는흙의슬하에서잘슬고계신다”(「한식의슬하」)처럼직접적으로부모와의이별을노래하는시들을비롯해“너와너와너의빼기가나였을까더하기가나였을까”(「나의페이스메이커」)와같이보다확장된사랑과이별로그범위를넓혀가는시들이함께자리한다.

봄은어디까지왔나,한식즈음이면소주와간편제수가담긴검은비닐봉지를들고산길을오른다식솔들을이끌고발부리로툭툭땅을차며이길을올랐던생전의아버지엄마처럼

유해한몸으로품어낸무해한것들도있는거라며

슬지못한것들을고무대야에쓸어담아산길을내려오는데누가생일을맞았는지마을사람이팥시루떡을돌리고있다

엄마아버지는이제아무에게도해를입히지않는흙의슬하에서잘슬고계신다인간을버리고서야
_「한식의슬하」부분

슬픔과외로움,그쓰라린마음을지극히일상적인사물과시어로풀어내는정끝별만의감각은여전히새로움으로다가온다.『반려별자리』가보여주는이별은단지실존하는대상과의이별(죽음)만이아니다.「<20세기한국현대시읽기>1강」「<한국현대시론>6강」처럼대학강의의외피를빌려화자가지나온시절들을톺아보거나,한나날을함께한문인들을한데모아그들이공유하는쓸쓸함을그려내거나,주먹쥐고미래를약속하는한시절과의작별을녹여내는등헤어짐의다양한층위를보여준다(「우리가아직시라고부르는」).「Areyoualone?」은외로움을다루는시인만의노련한분방함을만끽할수있는동시에무엇보다이시집을관통하는직접적인물음이담겨있는시다.“그/녀는areyou를,아니alone을그만둘수있을까요?”라는문장은시에서계속해호명하는‘그/녀’에대한물음이자,끝없이빈자리를노래하는이시집전체에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그렇다면화자는시집에서그답을하고있는가?

영영읽지못한당신에게는용서를
밑줄에접힌자국,메모나얼룩들로다시읽게해준당신에게는감사를
시,시를품은당신은천천히쓰다듬어줄거야
내이름을앞세운나는맨나중에꼭껴안아줄거야

당신의어떤갈피에꽂아둔엽서지폐낙엽영수증티켓
당신의어떤곁을지켰을노트나사진편지는더잘타오를거야
_「사전장례식」부분

작별의길로쓸쓸히그러나두발로직접걸어들어가는『반려별자리』는명확한답을내놓는대신시적태도와언어로삶을대하는방법을보여준다.「엄마집을다녀오다」에서출발해「사전장례식」으로끝나는시집의구성은결국『반려별자리』가상실의아픔을노래하는것을넘어우리인생전체를아우르고있음을방증한다.“엄마삶의챕터가마무리된자리에서시작(始作)되는딸의생이아니라,언제까지나엄마의삶과더불어살아가야만잘살아있고자하는욕망을유지시킬수있는딸의이야기”(‘해설’에서)는마치화자가“엄마집”(「엄마집을다녀오다」)으로향하는길목처럼굽이굽이생(生)의길을따라시집을가로지른다.
그렇게길의끝,‘장례식’에다다른화자는자신의마지막을계획한다.특히이것은‘사전’장례식이기에기나긴여정동안슬픔에도마음을단단히굳히게된삶의태도를보여줄뿐만아니라,『반려별자리』를통과해끝에다다른이들에게건네는위로가된다.자신의죽음앞에서도기꺼이고개를끄덕이며죽음을준비하는이굳센마음은무엇인가.어쩌면“머나먼빛의발신처를받들기위해지상에발자국을차곡차곡남기다보면,이역시도별자리의한획으로연결될수있다는것”(‘해설’에서)을알게되었기때문은아닐까.시인이오래도록벼려오고다져낸감각으로꾸린언어가그의시를입에서입으로노래하게끔하였으니,우리는시를읽고부르며삶의무심함과쓸쓸함을달래볼수도있을것이다.그렇게우리의슬픔을반려로둔채반짝임에기대살아갈수도있겠다.

한사람의정서가세계에기대어울려퍼지는‘서정시’를두고누가이기적인목소리의향연이라흉보는가.정끝별의시에서‘너’를통과한‘나’의시선이겹겹의관계가축적되어있는풍경을보살필때,서정시의욕망은더이상화자가이끄는바에따른세계의동질화에있지않다.그보다‘나’의속에은폐된‘너’가개방되고,‘너’로인해‘나’가해방되는노래가울려퍼지는데있다고말해야할것이다._양경언,‘해설’에서

정끝별시인과의미니인터뷰

1.『반려별자리』를하나의키워드로설명할수있다면무엇일까요?

→눅눅한쿠키.눅눅한쿠키에는타자화된주체의서사와감정,물성과감각,에티켓과애티튜드가깃들어있어요.모든색과빛을다담아내는무한한품과,다담아냈으니이제무엇으로든빚어질수있는부드러움과,들었다나고있다가없고보이다안보이는글썽이는내면.그렇게부드러운품과내면을들여다보는일,잘읽어내는일,잘거느리고보살피는일,그런사랑의자리에이시집은지어졌어요.그러니“눅눅해지는시간을향한‘너’와‘나’의녹녹!”(‘해설’에서)을……

2.『반려별자리』를읽을독자분들에게한말씀부탁드리겠습니다.이시집을어떤마음으로읽어주길원하시는지이야기해주셔도좋고요.

→별자리를잇듯,여기쉰셋의시편들에서당신의마음이깃드는시편을이어새별자리를만들어주시고그별자리에이름을붙여주시길,그리하여반려시집으로당신곁을내주시길!

3.이번시집에는유독‘상실’‘기억’‘엄마’등과관련된시편들이많이등장합니다.그중에서도‘엄마’를호명하는시가다수를차지하는데요.이별후의쓸쓸함과슬픔,그리고이를묻어두며다음으로나아가려는애씀에대해말하는시들이지요.슬픔을스스로위로하는선생님만의방법이있으실지궁금합니다.

→시는모어(母語),자신을낳아준엄마의언어로쓰는거라고생각하고있어요.엄마는시간이고죽음이고,기억이고상실이고,낳음이고애씀이죠.우리는모두엄마를먹고엄마를낳는거잖아요.저는엄마의딸이었고딸들의엄마였으니,엄마를엄마로쓰는시에관해서는더선택받았다고생각해요.엄마에서비롯되었으니엄마를엄마로쓰는일,그러니까시를쓰는일일겁니다.

4.수록작중가장아끼는한편을꼽는다면무엇일지그이유와함께소개부탁드립니다.

→소름돋는성향테스트/가장끌리는답은?

인간의눈으로보자면참으로지루하기짝이없는캣휠위를잘도달리는데고양이는
①즐거움을,재미를창작하는히키코모리다
②돌고도는캣휠위에서길을찾아내는기상천외한히치하이커다
③사랑하는집사를즐겁게하려고즐겁게달려주는히스테리아다

각번호에해당하는당신은
1안녕을알리는잠수함속토끼
2누군가의안녕을먼저부르는탄광의카나리아
3안녕을잃지않으려는벌판의양치기소년

*더자세한해석은「캣휠위의고양이」를참조하세요.

5.시인이자평론가로서선생님만의‘시읽기’노하우한가지를알려주세요.

→창조적으로오독하기,
훔치고싶은구절찾기,
소리내어읽어보기,옮겨적기,그밑에댓글쓰기,
틈틈이다시읽기(그러다외워지면더좋고),
힘닿는대로전파하기(그러다시덕후되고시인되면더좋고)!

책속에서

내일은너무빠르고
너를바라보는나는여전히뜨거워

너를바라보는내슬픔의수평선이
말랑말랑해진반죽처럼부풀고부푸는데

오래구운네슬픔을내어디에다담아낼까?
_「눅눅한쿠키는부드럽다」부분

살아있으니죽는게이리죽겠는거라며
살기도죽을지경이었는데죽기는더죽겠다며

세상에서제일센힘이죽을힘이고
세상에서제일센몸부림이죽을둥살둥이라며

엄마엄마부르며죽기살기로씨름중이다
천사의축복을걸고
_「천사가엉덩이뼈를쳤다」부분

선이든트랙이든코스든네가달리는곳이면나도달려,

방과후를네가달려서나도달려,
다른세상을외치는네가달리라면나도달려,
밤을나눠가진네가달린다니나도달려,
지켜주고싶은네가달리니까나도달려,

내속도를재촉하며달리는너와너와너를따라나도달려,

네박동에공명하는내박동이심장의리듬을북돋아
멈춘시곗바늘처럼선명한결승선에다다를때까지
_「나의페이스메이커」부분

실낱같은온기를꿰어
실실감치고휘휘감치는내내

밤하늘을감쳐올린달빛처럼
머잖아괜찮다는그런눈빛으로

실없이감쳐진흔적이부적이었을까
뺨과심장이발갛게물들었다

이제나는네게서흴까네게로휠까
_「고양이키스」부분

그렇게매일매일하루치의당신들을초대해
읽고자들였던당신의한페이지한페이지를넘겨주며내모든당신에게안녕을고할수있다면

그렇게한철불쏘시개땔감으로다태워주며
내생의환한엔딩크레디트로천천히호명할수있다면

그건진짜솔깃한순간이라고
누가뭐래도그건끝내주는생이었다고
_「사전장례식」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