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사람 주의 (조경란 소설)

반대편 사람 주의 (조경란 소설)

$18.00
Description
2024 김승옥문학상·이상문학상 대상 동시 석권
조경란 신작 소설집

타인을 간절히 주의할 때 회복되는
한시적이고 보편적인 기적에 대한 이야기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소설가 조경란이 아홉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로 2026년 봄을 연다. 202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일러두기」와 당해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그들」을 포함해 모두 7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소설집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구나가 겪을 법한 고독과 불안, 그럼에도 위태로운 관계에 의지해 하루하루 살아내는 이들의 온기를 작가 고유의 섬세하면서도 정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최근 주요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다시 한번 작품세계의 깊이와 장력을 증명한 조경란은, 이번 소설집에서 삶의 미세한 균열을 한층 더 절제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반대편 사람 주의』는 작가가 지나온 시간의 총화이자, 또다른 시작을 예감케 하는 현재진행형의 성취다.
『반대편 사람 주의』는 연작소설로 읽을 수 있을 만큼, 같은 인물이 반복하여 등장하거나 특정 요소가 변주되며 공통의 테마를 만들어간다. 때로는 영서, 때로는 종소 혹은 양지로 지칭되는 주요 등장인물은 사십대 후반의 대학 강사로 자신이 걸머져야 할 삶의 무게만으로도 힘겨운 이들이다. 인물들에게는 자칫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기미가 보인다든지, 사라진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든지, 누군가의 유서를 읽게 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들의 내면은 갈등과 불안, 외로움으로 소용돌이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곁에 있는 유일한 가족은 어머니라는 또다른 불안 요소뿐이다.
이처럼 신산한 삶 속에서 이들의 세계는 점점 축소되어가고, 남몰래 죽음을 꿈꾸면서도 어머니나 자식에 대한 염려에 얽매여 생활을 간신히 꾸려나간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불안, 수시로 찾아드는 죽음충동에 에워싸여 있던 이들의 세계는 문득 맞닥뜨린 타인과의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균열하기 시작하고, 그 희미한 틈 사이로 부활의 가능성이 새어나온다. 다만 “헛된 희망이나 순진한 낙관을 덮어씌우는 일 없이”(문학평론가 권희철, 해설) 그 가능성을 내보이는 조경란의 소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한시적 기적일 것이다.
저자

조경란

199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불란서안경원」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같은해첫장편소설『식빵굽는시간』으로제1회문학동네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불란서안경원』『나의자줏빛소파』『코끼리를찾아서』『국자이야기』『풍선을샀어』『일요일의철학』『언젠가떠내려가는집에서』『가정사정』,장편소설『식빵굽는시간』『가족의기원』『혀』『복어』,중편소설『움직임』,짧은소설『후후후의숲』,산문집『조경란의악어이야기』『백화점-그리고사물ㆍ세계·사람』『소설가의사물』등이있다.문학동네작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김승옥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은천에서
그녀들
일러두기
검은개흰말
그들
빗방울하나마른잎을두드리네
절차

해설|위태로운삶,부활하는이야기
권희철(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가까운타인을염려하는마음은
나를불안에빠지게할까,혹은살아있게만들까

『반대편사람주의』는조경란작가의오랜관심사였던‘가족’과‘재난’을역시포함하고있다.우리를문득두렵게만드는것은도처에널린죽음이가족이나가까운타인을집어삼킬수있다는사실이다.「은천에서」와「그녀들」에서는대학강사인‘영서’가자신과가족,그리고한때사랑했으나더는가까워질수없었던이들과의관계에서겪는단절과이해의과정이담담히그려진다.불안정한현재와불투명한미래앞에서위축된삶을살고있는영서가교류하는사람이라고는우울증을앓는어머니와남동생부부와조카뿐이다.중년의나이이지만가족에게서독립된삶을살지못하는영서는노인성우울증을앓는어머니를걱정하며쉬지않고관련자료를찾아보지만,정작어머니가자신에게짐이되고싶지않아가출했다는걸알고제일먼저느낀감정은홀가분함과자유로움이다.
어머니가암시한죽음의가능성이나불안과싸우며어머니를찾아다니는동안영서의내면은노을에물들듯조금씩바뀌어나간다.어머니를향한그런간절한염려는영서를홀가분하지못하게하는동시에그녀자신을버리지못하도록만든누름돌이아니었을까.한때의지하고마음을기울였지만영서에게배신감과외로움을안겨준희미한관계들도마찬가지다.그들에게입은상처를돌이켜보며영서는그또한“화가난게아니라슬픈것”이었음을,스스로타인에게쏟은염려와애착이간절했다는증거임을알게된다.
한편「그들」과「빗방울하나마른잎을두드리네」「절차」에는영서가그랬듯홀어머니와단둘이사는중년의대학강사‘종소’가등장한다.가르치는것을정말로좋아하는종소이지만그에게안정적이고평화로운교수로서의삶은손에잡히지않는신기루다.반복되는헛된기대와좌절속에자신감을잃은그는「그들」에서자신에게기회를줄것처럼속였던최교수에게복수할마음으로,그의아내가운영하는카페를찾는다.하지만종소는화장실문을밀고들어가다사고를내고,카페주인이자최교수의아내인‘영주’의도움을받으며복수극은어이없이종결된다.
그러나실제로그의삶에조그만숨통을틔워준것은아마도영주가꿰매준주머니의솔기,그를볼때면목례를보내던영주의작은염려였을지도모른다.소설집에서반복해등장하는양지가종소,종소어머니와만나는「빗방울하나마른잎을두드리네」에서도세사람의조용한충돌은“월화수목금토일남은날들”에양분이되는온기를남긴다.이렇듯나와무관해보이고심지어는반대편에선사람들과의갑작스러운긴장은『반대편사람주의』의인물들을살게하는듯하다.사람과사람사이에조심스럽고간절히관심을기울이는‘주의’가필요하다는진실을조경란은그려내는것이다.


“삶의가운데가아니라
늘가장자리를걷고있었다는걸깨달을때
사람은자신을한번돌아보게된다.”

『반대편사람주의』에등장하는인물들의또다른공통점은자신의삶이왜이렇게되었는지,누가이렇게만들었는지돌아본다는것이다.고작살아가는일이,생활을꾸리는것이녹록지않기때문이다.「일러두기」의‘미용’은평생머릿속에찌꺼기같이껴있는끔찍한기억을해결하기위해자신을괴롭혔던선생님을찾아가기로결심한다.미용의이웃이자복사집을운영하는‘재서’는그녀의출력물을읽은뒤로미용에게마음을쓰고있다.“외로운사람은자기자신을죽이거나살인을저지르게된다”는문장을남기고사라진미용을걱정한재서가그녀의집에찾아갔을때,미용은다른사람이되어있는것같다.상처의기억을‘교련시간’이라는글로다쓰고나니,자신이쓰고싶었던건이게아니라고깨달은것이다.미용은오히려괴롭힘당하기직전보았던복사나무에서뻗어나온새순과후르르떨어지던분홍꽃잎같은“기가막히게아름다웠던순간들”을쓰고싶었다.그말을들으며재서는미용이선생님을찾아가“자신이죽지않고살아있음을,계속자신으로살아가고있단걸똑똑히보여주고싶어했을”거라고짐작한다.
한편「검은개흰말」에서의‘양지’는홀로가족여행에따라가지못한중학생조카를돌보고있다.조카는초등학생때목줄이풀린검은개를맞닥뜨린이후아무도이해할수없는불안에시달리고있다.그런조카가화장실에갇혀버리는사건이발생해,가까운곳에서치과를운영하는오랜친구‘류원장’에게도움을요청한다.양지는세상으로부터격리되어있는조카에게서과거류원장과함께목숨을끊으려고했던자신을겹쳐본다.그러면서양지는어디서튀어나올지모르는자신만의불안을조카에게말하고싶어진다.
소설집의마지막작품인「절차」에이르면,종소가‘진술문답서’를쓰며지난학기자살한학생을떠올리고있다.그학생의아버지인어태조씨가만나달라고자꾸메일을보내서그에게미행당하고있다는불안을느끼기까지한다.그러나어태조씨가정말원한것은아들을기억하는사람과대화를나누는것뿐이었으리라.실제로종소가그와대면했을때어태조씨는“상민이가고,제일좋았던날”에대해이야기한다.
이렇듯『반대편사람주의』의인물들은대체로외롭고,자신이왜외롭게되었는지돌아보고있다.그러나이들이정말원하는것은다른무엇이아니라누군가와이야기하는것일지모른다.“조용하고단순한이야기들.중요하지않지만하고나면충일해지는이야기들.”(「일러두기」)그런이야기를나눌때에만발생하는어떤관계가있음을조경란소설은주목하고있기때문이다.바로“자신이감당하고있는죽음충동을통해상대방의죽음충동에공명”하고,그의존재를염려하며그에게붙들리는“특별한관계”(해설)다.인물들은죽음의무게를과장하거나축소하지도않고,섣부른위로를건네지도않은채서로에게말하고싶은것이다.누군가읽어주었으면싶은자신의‘일러두기’를.자신이미완성인채로도죽지않고살아있음을.
이토록불안하고외로운우리가생활을꾸려간다는무서운사명을어떻게계속할수있을까.『반대편사람주의』는이질문에대한기적같은방법을들려줄것이다.어쩌면이책을다읽어낸후우리는조경란작가에게똑같은위로와응원,칭찬을보내야할지도모르겠다.30년을한결같이버텨내오늘에이르렀다는것에.가늠할수없는무수한고비와시련에지지않고이런세계를성취해냈다는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