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매 - 문학동네 플레이

귀매 - 문학동네 플레이

$17.00
Description
자연에 서린 음기가 뭉쳐 태어난 존재 ‘귀매’를 필두로
한국의 귀신과 도깨비, 정령들이 페이지마다 도사린
섬뜩하고 신비로운 K-오컬트 호러 소설 출간!
22년 전 출간된 한국형 오컬트 장편소설 『귀매』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개정 출간되었다. 오랫동안 오컬트 장르는 ‘악마’라는 존재가 종교적ㆍ문화적으로 폭넓게 자리잡은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만의 문화와 민족성을 오컬트에 접목시켜 흥행에 성공한 〈곡성〉(2016), 〈사바하〉(2019), 〈파묘〉(2024) 등의 작품을 거치며 한국인의 정신세계에 잠재되어 있던 영적 본능이 깨어난 듯하다. 한국의 전통 신앙인 무속을 대대적으로 소설화한 장편 『귀매』는 ‘K-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바로 지금 독자들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켜줄 단 한 권의 소설이다.
『귀매』는 무속이 지금처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는커녕 오히려 터부시되었던 2002년, 한국 고유의 종교로서 무속을 재정의하기 위해 발표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미신이라 탄압되며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고 만 무속이 일본의 경우처럼 보전되었다면 얼마만큼의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을지 『귀매』는 보여준다. 울창한 자연 한가운데서 문득 느껴지는 오싹함과 경외감이 뭉쳐 태어난 영적 존재인 ‘귀매’부터, 깊은 원념에 이끌려 인간을 해하려는 물귀신과 서낭신, 치명적인 힘을 지녔지만 어딘지 어리숙해 친근하게 여겨지는 도깨비, 인간을 수호하려는 인자한 성정의 당할머니신 등, 우리나라 고유의 다양한 귀신들이 지닌 신비롭고 매력적인 특성을 탄탄히 응집된 서사 구조 위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묘사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작가 유은지의 이력 또한 흥미롭다. 깊이 있는 독해를 돕기 위해 작품 내외의 정보를 풍부하게 수록한 ‘코멘터리 북’ 속 인터뷰에 따르면, 유은지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귀매』를 대학교 1학년 학부생이던 스무 살에 썼다.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한국의 도깨비 신앙에 관한 자료를 재미삼아 읽고는 단숨에 이 작품을 집필하여 1년 만에 단행본 출간까지 해냈다. 짜릿한 함정을 내포한 꽉 짜인 기승전결, 뚜렷한 특색을 뽐내는 캐릭터, 굵직한 줄거리와 부수적인 에피소드를 오가는 리듬, 제때 공포감을 고조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탁월한 감각까지, 독자를 사로잡는 데 필요한 재능을 이 작가는 천부적으로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작가가 소설쓰기를 공부한 적 없는 이공계생이었다는 사실이다. 『귀매』를 쓰며 민속학에 매료된 작가는 전공 분야를 바꾸어 민속학 연구자가 되었고, 그후 20여 년간 작가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이번에 재출간된 『귀매』 개정판에 십분 녹아들었다. 한국의 무속을 제대로 다루면서 한여름의 엔터테인먼트로도 손색없는 진정한 K-오컬트 호러가 일찍이 존재해왔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귀매』 개정판 출간은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본능적으로 공유하는 문화와 정서를 건드리며 강한 몰입감을 안겨주는 이 소설은 오직 한국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공포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매력을 지니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저자

유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