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12.50
Description
표준과 정상성 그 ‘바깥으로’
모두가 ‘나 자신’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청소년소설 시리즈를 선보인다. 오랜 시간 장르문학의 가치를 알리고, 소수자성에 대해 고민하며 아동청소년문학의 길을 걸어온 송수연 평론가와 함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들을 엮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은 우리를 둘러싼 표준과 정상성에 물음을 던진다. 그 바깥에 존재하는 것을 비정상으로 지목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면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예시’를 보여 주며, 자신과 타자의 개별성과 독자성을 확인하는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변방의 문학이었던 SF, 호러, 로맨스 등의 장르문학과 손을 잡았다. “보지 못한, 그래서 알지 못하는 세계와 타자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것(SF),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여긴 대상의 낯선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호러), 여성의 욕망을 긍정하는 것(로맨스), 그리하여 변방과 중앙의 격차와 경계를 무화하는 것이 장르문학이 해 온 일“(송수연)이다. 다양한 주체를 주인공의 자리로 불러오는 장르문학과 존재 자체로 보편과 마땅함에 문제 제기해 온 청소년이 만나 희망으로 길을 낸 미래를 펼쳐 보인다.

청소년은 주류와 중심에서 배제된 대표적인 주체입니다. 여기서 여성 청소년이라면 한 걸음 더, LGBT 청소년이라면 또 한 걸음 더, 이주민 청소년이라면 한 걸음 더, 장애를 가진 청소년이라면 또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ex 소설은 이들의 주체성과 개인성을 묵과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소수자를 둘러싼 수많은 편견과 억압이 무화될 내일을 믿습니다._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저자

달리,듀나,박애진,최영희

저자:달리
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단편소설「세번째도약」으로제5회황금드래곤문학상본심에올랐다.단편소설「끈벌레」「검은새」등을썼다.

저자:듀나
1994년부터SF를쓰기시작했다.소설집『면세구역』『태평양횡단특급』『대리전』『용의이』『브로콜리평원의혈투』『제저벨』『아직은신이아니야』『구부전』『두번째유모』,장편소설『민트의세계』『아르카디아에도나는있었다』『평형추』등을썼다.

저자:박애진
2022년『명월비선가』로SF어워드장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소설집『우리의파동이교차할때』『귀여움이세상을구원하리라』,장편소설『히아킨토스』『라비헴폴리스2049』등을썼다.

저자:최영희
제1회한낙원과학소설상,2016년SF어워드중단편부문우수상,제5회황금드래곤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구달』『이끼밭의가이아』『유니시티보안관디어루』등을썼다.

엮음:송수연
2014년『창비어린이』신인평론상을받으며평론활동을시작했다.평론집『우리에게우주가필요한이유』를썼다.계간『작가들』편집위원으로일하고있으며,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플러스알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최영희,지퍼내려갔어
박애진,알카이로한
듀나,자코메티
달리,기억의기적

엮은이의말:모두가‘나자신’으로아름다울수있는

출판사 서평

수많은다름의당연함을가장낯설고새롭게,
네편의SF소설

수많은다름이그자체로아름답고가치있음을드러내는‘문학동네청소년ex’소설,그첫번째책은SF소설집『녹아내리기일보직전』이다.
『녹아내리기일보직전』에는달리,듀나,박애진,최영희작가의익숙하고당연한것을낯설고새롭게보여주는단편소설네편을담았다.제5회황금드래곤문학상본심에올라“있는그대로의존재를마주하는태도”로미래를그렸다는평을받은작가달리,‘한국SF의개척자’로자리매김하며올해로데뷔30주년을맞은듀나,SF부터판타지,스릴러,청소년등다양한장르를넘나드는작품으로주목을받은박애진,제1회한낙원과학소설상을수상하며그만의색깔로청소년문학의가능성을확장해온최영희작가가참여했다.

이들이풀어놓는무한한상상력의세계속에서당연하게여겼던존재의감춰진모습을발견하게된다.어린이집시절부터고등학교진학까지함께해온친구의진짜얼굴,지구인과신호체계가달라오해를받는외계인과무성한소문에휩싸인성소수자친구,인간중심적인사고로인해실체와달리끊임없이존재의정의가달라지는외계생명체,지난삶을제3자의눈으로다시관찰하기위해떠나는시간여행등네편의소설에서우리를둘러싼세계는다양한모습으로변주되며기존의정상과비정상의경계를무너뜨린다.그리하여익숙한대상을다른각도로조명하면서더넓은세계로발을뻗게한다.

『녹아내리기일보직전』은청소년의욕망에한발짝다가서는이야기이기도하다.사회의기준에맞추기위해애쓰며차곡차곡쌓아왔던청소년들의욕망과분노가“왜결정권은항상다른사람에게있을까?”라는질문과함께순식간에폭발한다.오빠만알아주는차별적인가정환경에분노하고,레즈비언이라는사실을누구에게도쉽게털어놓을수없어전전긍긍하며,남들과다른외모를향한따가운외부시선에눈치를보기도한다.이들은“우리사회가규정한보편과정상의범주에맞춤하지않기”에(송수연)중심에서배제된채한발뒤로물러난존재들이다.달리,듀나,박애진,최영희작가는청소년들의억눌린마음을투명하게비추며더넓은우주를선물한다.

오빠에게닭다리를빼앗긴지리멸렬한지난삶이떠올라
내안의묵은욕망이폭발했다.
_최영희,「지퍼내려갔어」

‘청소년감시단’모집영상속찬란한배지를보는순간,채이의심장이빠르게뛴다.오빠한테만닭다리를몰아주는차별과핍박속에자란채이에게드디어희망이생긴것이다.‘청소년감시단’에들어가기만하면빛나는배지를손에넣을수있다.그런데불량청소년을감시하는줄알았건만,순혈인류를위협하는파충류외계인을잡아오라니.채이는역경의구린내가감지되는렙틸리언색출작전에뛰어든다.그런와중에렙틸리언처럼두피를위아래로마구움직이는전학생도챈스가등장하는데.말랑말랑하고보송보송한존재감을발산하는도챈스가정말순혈인류를위협하는외계인일까,자꾸만의문이든다.

『지퍼내려갔어』의주인공채이를따라렙틸리언의정체를파헤치다보면“우리안에깊숙이뿌리내린‘순혈주의’의”면면을목격하게된다.정상속에스며든비정상을색출하는과정은사이비집단의광적인집회를연상시킬만큼기괴하다.낯선존재를색출의대상이아닌존중과이해의대상으로바라볼때비로소우리에게더깊고넓은새로운세계가열린다는것을보여주는작품이다.

“사람에게는비밀이하나쯤있어야하는거야.”
내게도그런,아주특별한비밀이있기를갈망했다.
_박애진,「알카이로한」

할머니는증조할아버지가여기서103만광년떨어진‘알카이로한’행성출신이라고했다.정윤은그말을믿지않았지만할머니가돌아가신후서랍에서파란색다이어리를발견하고작은가능성을품는다.매달할머니통장에삼백만원을입금하는의문의이름,흑백사진속늙지않는남자,우연히홍대에서마주친수상한행동의아저씨까지.정윤은종잡을수없는일들과맞닥뜨리며자신이정말외계인의후손일지도모른다는특별함에이끌린다.아주친한친구들끼리만공유하는비밀이있기를,친구들이자신과친해지고싶어서앞다퉈경쟁하기를갈망한정윤에게그것은자신의존재를각별하게만들어줄유일한희망이었다.그러나진짜외계인은엉뚱한곳에서등장하는데.

『알카이로한』은특별한외계인이되고싶어하는인간정윤과평범한지구인처럼보여야하는외계인들,그리고자신의존재를드러내지않는것이더안전했던아이들의이야기로,사회가규정한표준과보편이라는잣대가얼마나허약한지보여준다.스스로를존재감이없다고여기는정윤을이해하고위로해준이들은소위정상의범주에서밀려난친구들이었던것이다.


“오래전부터걔를좋아했거든.”
목사님딸찬미의고백이모든걸바꿔놓았다.
_듀나,「자코메티」

2009년우주선을타고온외계로봇들이지구를침공했다.안양에새로운도시를건설한이들은자동차와쌍안경,밥그릇그리고사람까지모조리분해해부품으로삼았다.노인정할머니들은민정에게“며칠전부터이상한남자와다니는것같은목사님딸”을찾아봐달라고부탁한다.그저생사만확인하려했던민정은예상치못한고백을듣고찬미와동행하기로한다.민정은전쟁터가된세계에서살아남기위해새로운정보를얻고기계의흐름을읽으려애쓴다.하지만그런와중에도찬미는식당에서묵은지를꺼내먹고신선한제철과일을구하는등의식량네트워크구축에한창이다.두사람이점차서로의삶의방식을이해하며아슬아슬한일상을공유하는사이,부패의냄새로가득한안양에는인간과비슷한형체의‘그것’이다가오고있었다.

『자코메티』는익숙한도시였던안양을한순간에낯선공간으로바꿔놓으며‘불쾌한골짜기’의정수를보여준다.한편의블랙코미디같은장면을연출하다가도극한의상황에내몰렸을때드러나는인간의본성에대해생각하게한다.위기의순간찬미와민정을건져올린건인간중심적사고에서벗어난두사람의시선이었다.『자코메티』는새로운삶의방향은타자의다름을받아들일때시작된다는사실을되새기게한다.

“그곳에서민하도내생각을하고있을까.
내가없는우주에서비로소행복한나날을보내고있을까.”
_달리,「기억의기적」

누구나원하는시간대로여행을떠날수있는시대.열다섯살수우는시간여행사‘기억의기적’의문을두드린다.열네살겨울에갑작스레자신을떠난민하와의깨진우정을마주하기위해서다.수우는민하와처음만난아홉살,서로에게접근금지통보를받은열살,영원히친구로지내자고우정을다지던열세살무렵으로돌아간다.수우와민하가서로의지하고서운해하고오해하던복잡한감정들은열네살졸업식에서걷잡을수없이폭발한다.그리고진눈깨비가떨어지던열네살마지막만남으로돌아간수우앞에뜻밖의시간여행자가나타난다.

『기억의기적』은“타자가영원한미지의영역이라는사실을”다시금깨닫게한다.우리는단하나의진실을찾아헤매지만,진실은하나가아닐수도있음을이야기하며당연함에대해질문을던진다.이전의나와거리를확보하고늘신중한태도로타인의마음을살펴야한다는작가의시선을만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