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입

물속의 입

$17.00
Description
1983년 등단한 이래 40여 년간 왕성한 작품활동을 지속하며 화려한 이력을 쌓아온 소설가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물속의 입』이 출간되었다. 독특하게도 이번 소설집은 ‘미스터리ㆍ호러 단편선’으로 명명된다. 그간 김인숙에게 유수의 문학상을 안겨준 값진 수상작들과 작가의 최근작을 한데 모아 읽을 때 발견되는 장르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물속의 입』은 김인숙 단편이 지닌 서스펜스를 오롯이 음미하는 독서 체험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다. 아직 단행본으로 묶이지 않은 단편을 기계적으로 취합하는 대신 미스터리 성격이 뚜렷하면서 빼어난 작품성을 지닌 「자작나무 숲」(2023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그해 여름의 수기」(2020 오영수문학상 수상작) 등을 선별해 수록하였으며,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나 이 단편선을 통해 새롭게 독해할 필요가 있는 단편 「빈집」(2012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을 재수록했다. 또한 작가가 2023년 가을부터 단편선의 콘셉트에 맞추어 집필한 미발표 신작들을 대대적으로 선보인다.
저자

김인숙

저자:김인숙
1983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칼날과사랑』『브라스밴드를기다리며』『단하루의영원한밤』,장편소설『’79~’80겨울에서봄사이』『꽃의기억』『봉지』『소현』『미칠수있겠니』『모든빛깔들의밤』『더게임』,중편소설『벚꽃의우주』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이수문학상,대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오영수문학상,이효석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자작나무숲_007
빈집_037
그리고아무도없었다_065
물속의입_125
호텔캘리포니아_139
콘시어지_157
탐정안찬기_165
여기,무슨일이있나요_183
돌의심리학_207
유카_219
섬_249
소송_255
그해여름의수기_283

발문|강화길(소설가)
그는옛이야기를하는것이즐거웠다_311

출판사 서평

김인숙소설의미스터리한매력을집약해서보여주며단편선의포문을여는작품은「자작나무숲」이다.이단편은할머니의시신을유기하려는손녀딸의움직임으로시작되며첫머리에서부터충격을안긴다.집안을쓰레기로가득채우고삶의부산물같은감정들도꼭꼭끌어안고살았던‘호더’할머니의유품들사이에서언제튀어나올지모를반전에대한예감때문에시종긴장감이유지된다.

「자작나무숲」의‘집’‘상속’‘반전’이라는키워드는다음수록작인「빈집」으로자연스럽게연결된다.수십년을함께살며속속들이알아온남편에대한증오와사랑을털어놓는교양있는아내의목소리와,그런아내에게철저히숨겨온남편의섬찟한비밀을나란히놓으며“인간본연의심연을향해문을열어놓고있는소설”이라평해진이작품은장르적읽기를시도할때또한번독특한매력을발산한다.

앞선두작품속인물과언뜻겹쳐보이는인물들이속속등장하는이후9편의소설들은‘물’과‘죽음’의이미지로수렴되며연작을이룬다.비밀스러운섬‘하인도’와섬뜩한환상성을지닌건물‘호텔캘리포니아’를무대로펼쳐지는이독립적이고도유기적인짧은이야기들은김인숙소설세계의한층넓어진지평을생생히조망하게해준다.애거사크리스티의동명의작품을모티브로삼은범죄사건이벌어지는단편「그리고아무도없었다」가이연작의복선이자열쇠역할을한다.정석적인추리서사와김인숙특유의착란적인호러무드를접목시킨이소설들에는음습하고서늘한비극이물속의그림자처럼도사리고있다.작가가2023년발표한장편추리소설『더게임』의전직형사안찬기가재등장해사건을해결해나간다는점도읽는재미를더한다.

연작뒤편에배치된두단편은김인숙단편에서서스펜스가작동해온방식을되새겨보게해주는작품들이다.「소송」은모종의사건에연루된두형제가애써감추려하지만각자의죄에따른심판의순간마다불쑥내보이고마는비겁한본성을포착하고,단편선의마지막을장식하는수작「그해여름의수기」는수해로가족을잃은여름날한소녀에게찾아온사랑의감정을시공이뒤틀린통로로빠져버리는초자연현상으로형상화하며오묘하고신비로운장면을탄생시킨다.사랑에‘빠지는’순간의선연한감각은먼훗날그첫사랑상대가비루한인생에발이‘빠지는’장면을우연히목격하는슬픔과오버랩되며격한여운을불러일으킨다.

이처럼『물속의입』을읽는여정은촘촘하게짜인사건과트릭이선사하는긴박감에서출발하여환상과착란으로부풀어가는공포를지나인간의내면에감춰져있던진실을찌르고들어오는날카로운감동으로마무리된다.외부세계에서우연히벌어진듯보이던갈등을인간의마음속에묻혀있던갈등의씨앗앞으로기어이들이밀어보일때생성되는서스펜스.외부의사건과내부의정동을꿰는이한땀의서스펜스로인해김인숙소설의인물들도,독자들도이야기에꿰여좀처럼빠져나올수없게된다.마치‘언제든원할때체크아웃할수있지만절대로떠날수는없는’공간인호텔캘리포니아처럼,이책의강렬한잔상은독서를마친후로도오래도록뇌리를떠돌며일상을문득긴장시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