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아드 (양장)

페넬로피아드 (양장)

$16.00
Description
전 세계 33개국 동시 출간 화제작
마거릿 애트우드가 보여주는 신화 스토리텔링의 정수!
오늘날 새롭게 읽는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재치 있고 도발적인 신화 스토리텔링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가 새롭게 번역되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남성 중심의 질서를 전복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매번 찬사를 받는 애트우드가 그리스신화의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새로 썼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 연구를 바탕으로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내이자 정숙한 여인으로만 평가되던 페넬로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오디세우스의 귀환까지 이십 년 세월 동안 애썼던 열두 시녀와 아들 텔레마코스,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와 남편 메넬라오스까지 다양한 인물을 재해석했다.

이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만 나오지는 않는다. 신화는 원래 구전되었으며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 동일한 신화가 한 지역에서는 이렇게 전해지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다르게 전해졌다. 이 책에서 나는 『오디세이아』 이외의 자료도 더러 끌어다 썼다. (...)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주로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두 가지 의문에 대해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땠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교살당한 시녀들을 줄곧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본문 13p)

2000년 발표한 『눈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로 2019년 두번째 부커상을 수상하며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애트우드에게는 문학의 성역이 없다.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소설들을 발표해 페미니즘 작가로 명성을 얻은 애트우드는 『페넬로피아드』에서도 정본으로 취급되는 『오디세이아』의 허술한 틈을 파고들어, 신화의 새로운 판본을 만들어냈다.


“분노의 여신들이여, 복수의 여신들이여, 당신들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페넬로페와 열두 시녀의 시선에서 트로이아 전쟁을 조망하다

『페넬로피아드』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그림자에 가려 그동안 평면적으로 그려진 페넬로페의 숨겨져 있던 면모와 그녀의 조력자였던 열두 시녀를 전면에 드러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고,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떠난 이십 년 동안 이타케성을 굳건히 지킨다. 페넬로페의 지위와 재물을 탐낸 남성들이 구혼을 핑계로 성에 쳐들어와 한 사람을 선택하라며 협박하지만,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지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다시 풀며 시간을 버는 지혜를 발휘한다.
애트우드는 이렇듯 ‘지혜롭고 정숙한 아내’로 그려지는 페넬로페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외모가 뛰어나 모두의 주목을 받는 헬레네를 질투하고, 오디세우스를 사랑하며, 이타케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를 주목한다. 무엇보다 구혼자들의 협박에 맞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수족이 되어준 시녀들을 딸처럼 아끼던 페넬로페가 그들의 무고한 죽음 뒤에 절망하는 모습을 개연성 있게 그린다.

“겁탈당한 아이들이야. 가장 젊은 아이들.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 나는 말했다. 그애들은 구혼자들과 어울리며 나의 눈과 귀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수의를 짜던 기나긴 밤 나를 도와주던 아이들. 눈처럼 새하얀 거위떼. 나의 지빠귀들, 나의 비둘기들.
(...) 대성통곡을 한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혀를 깨물었다. 지난 세월 동안 그토록 자주 깨물었는데도 혀가 남아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본문 178~179p)

애트우드는 이 이야기의 주역임에도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열두 시녀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페넬로페를 도우며 이타케성을 지키고, 구혼자들의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하며 그들에게 강간당하거나 겁박당하는 위험을 무릅쓴 어린 시녀들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열두 시녀의 비통함을 드러냄으로써 애트우드는 트로이아 전쟁의 승리라는 영광 뒤에 가려진 눈물과 희생을 직시한다.
저자

마거릿애트우드

저자:마거릿애트우드(MargaretAtwood)
1939년11월,캐나다오타와에서태어나온타리오와퀘벡에서자랐다.퀘벡북부에서삼림곤충연구소를운영하는아버지를따라그녀의가족들은매년봄이면북쪽의황무지로갔다가가을에도시로돌아왔다.이처럼고립된생활속에서애트우드에게는책읽기가유일한놀이였다.여덟살에토론토의정규학교에입학한후뛰어난적응력으로또래들을앞질러열두살에고등학교에진학했고,고교시절의어느날시인이되겠다고결심하고토론토대학교와하버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
첫시집『서클게임』으로캐나다총리상을수상했고,악명높은살인사건을다룬『먹을수있는여자』(1969)를발표하며소설가로서활동영역을넓혔다.이후남성중심사회를비판하는소설들을발표해페미니즘작가로서명성을얻는동시에외교·환경·인권·과학기술등다양한분야를다루며문학적성취를인정받았다.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토론토의요크대학교등에서영문학교수를역임했으며,국제사면위원회·캐나다작가협회·민권운동연합회등에서적극적으로활동하고있다.
대표작으로『시녀이야기』(1985),『고양이눈』(1988),『도둑신부』(1993),『그레이스』(1996),『오릭스와크레이크』(2003),『홍수의해』(2009),『미친아담』(2013)등이있다.2000년발표한『눈먼암살자』로부커상을수상했고,『시녀이야기』의후속작인『증언들』로2019년두번째부커상을수상했다.기발하고지적이며재치있는상상력을지닌작가로,전세계독자들의사랑을받으며매년노벨문학상유력후보로거론되고있다.

역자:김진준
연세대학교사회학과및영문학과를거쳐마이애미대학교대학원에서영문학을전공했다.살만루슈디의『분노』로제2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무어의마지막한숨』『악마의시』『한밤의아이들』『롤리타』등이있다.

목차

천박한재간|줄넘기노래|나의어린시절|아이들의한탄|아스포델|나의결혼식|흉터|이몸이공주라면|믿음직스러운수다쟁이|텔레마코스의탄생|내인생을망친헬레네|기다림|꾀바르신선장님|구혼자들은배불리먹고마시며|수의|악몽|꿈속의뱃놀이|헬레네의소식|환호성|중상모략|페넬로페의위기|헬레네의목욕|시녀들의죽음|인류학강의|냉정한마음|오디세우스의재판|명부의생활|우리는당신뒤를따르렵니다|맺음말|작가의말|감사의말|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는그이를위해정절을지키지않았던가?온갖-강요에가까운-유혹에도아랑곳없이그이를마냥기다리고또기다리지않았던가?그런데이야기의공식판본이널리알려지자결국내꼴이뭐가되었나?교훈적전설.여자들을매질할때써먹는회초리.어째서너희는페넬로페처럼사려깊고믿음직스럽고참을성많은여자가못되느냐?그게정해진대사였다.가객도그랬고이야기꾼도그랬다.제발나처럼살지마요!나는여러분의귀에대고이렇게외치고싶다.
---pp.15~16

우리는시녀들/당신이죽여버린여자들/당신이저버린여자들//맨발을움찔거리며/허공에서춤추었네/너무너무억울했네
---p.19

우리는어릴때부터왕궁에서일했다.동틀녘부터해질녘까지쉴새없이일했다.울어도눈물을닦아주는사람이없었다.잠을자다가도발길질에눈을비비며일어나야했다.우리는어미없는자식이라는말을들었다.아비없는자식이라는말도들었다.게으르다는말을들었다.더럽다는말도들었다.우리는더러웠다.더러움이우리의관심사였고,더러움이우리의직무였고,더러움이우리의특기였고,더러움이우리의허물이었다.
---pp.28~29

어머니는이렇게말했다.물은저항하지않아.물은그냥흐르지.물속에손을담가도그저그손을쓰다듬으며지나갈뿐이야.물은딱딱한벽이아니라서아무도가로막지못해.그렇지만물은언제나제가가고싶은곳으로가고야말지.물을끝까지가로막을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단다.그리고물은참을성이많아.한방울씩떨어지는물이바위를닳아없어지게하지.그걸잊지마라,내딸아.너도절반은물이라는사실을기억해.장애물을뚫고갈수없다면에둘러가는거야.물이그리하듯이.
---p.62

나는종종이런생각을했다.만약헬레네가그렇게허영심에부풀지만않았더라면그녀의이기심과비뚤어진욕망때문에우리모두가온갖고통과슬픔을겪는일도없지않았을까?만약그랬다면그녀도평범한삶을살지않았을까?
---p.94

신들은내가고통받길원하지않는다더니말짱헛소리였다.신들은모두희롱하길좋아한다.나는신들이재미삼아돌을던지거나꼬리에불을붙여괴롭히는,주인없는개와같은신세였다.신들이맛보고싶어하는것은짐승의기름이나뼈가아니라우리의고통이다.
---p.142

하루종일웃음과다정한말뿐,/고통의눈물따윈찾을수없네./우리의다스림은자비로우니/언제나태평성대조화로워라.//그러나곧아침이우릴깨우고./오늘도닳도록일만하면서/역겨운저놈팡이망나니들앞에서/치맛자락걷어올려보여야하네.
---pp.144~145

대성통곡을한들사랑스러운아이들이되살아나지는않을터였다.나는혀를깨물었다.지난세월동안그토록자주깨물었는데도혀가남아나다니신기할따름이다.
---p.179

분노의여신들이여,오복수의여신들이여,당신들이마지막희망입니다!우리를대신하여벌을내리고원수를갚아주십사간청합니다!살아생전에누구의옹호도받지못한우리를옹호해주세요!
---p.202

당신은우리를줄줄이엮었고,당신은우리를목매달았고,당신은우리를줄에걸린빨래처럼주렁주렁널어놓았죠.이무슨만행인가요!이무슨배은망덕인가요!젊고포동포동하고더러운계집애들을머릿속에서말끔히지워버린뒤에당신은스스로얼마나고결하고얼마나정의롭고또얼마나깨끗해졌다고생각하셨나요!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