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멜로디

빛과 멜로디

$16.50
Description
순도 높은 간절함으로, 조해진 5년 만의 신작 장편
고립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삶에 빛이 깃드는 찰나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며 삶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작가 조해진의 신작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조해진은 매 작품 부드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그려왔다.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인물의 삶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조해진의 시선은 특히 장편에서 잘 드러난다. 탈북인 ‘로기완’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2011),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괴로움에 잠긴 이들이 서로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그리고 해외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뜨겁게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까지 조해진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의 삶을 꾸준히 그려왔다.
『단순한 진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는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연재 당시 제목은 ‘빛의 영원’) 결말부에 해당하는 4부를 새롭게 써내려간 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평단의 커다란 호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해진 작가를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단편 「빛의 호위」에서 한 뼘 더 나아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빛의 호위」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버려진 듯 홀로 생활하던 열두 살 권은에게 카메라를 선물한 승준과 그 카메라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한 발 내딛게 된 권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의 위대함’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조해진 작가는 『빛과 멜로디』 출간을 앞두고 편집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빛의 호위」를 장편으로 확장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2022년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고, “‘반전’을 테마로 여러 스토리를 구상해봤는데, 어떤 구상을 하든 결국 단편 「빛의 호위」의 메시지로 돌아오”(특별 소책자 『빛과 멜로디』 ‘코멘터리 북’에서)게 되었다고. '사람을 살게 하는 작은 호의 혹은 증여'에 대해 말하는 「빛의 호위」의 메시지가 작가로 하여금 긴 이야기를 쓰도록 이끈 것이다. 『빛과 멜로디』는 「빛의 호위」 이후 새로이 더해진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오가며 시공간을 넘어 '작은 빛'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더 넓어진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 명 한 명 간절하게 담아낸 『빛과 멜로디』를 읽는 동안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체온을 가진 사람으로, 무심코 지나친 ‘전쟁’이라는 단어가 구체성을 지닌 절박한 단어로 다가오며 어느 때보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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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해진

저자:조해진
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환한숨』,장편소설『한없이멋진꿈에』『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중편소설『완벽한생애』『겨울을지나가다』,짧은소설집『우리에게허락된미래』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무영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상,김만중문학상,동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_007
2부_077
3부_145
4부_217

작가의말_253

출판사 서평

“어쩜이렇게쓸수있을까.
이온기로나는다시한번지구의태엽을감아
빛과멜로디를흐르게할수있을것같다.”_김하나(작가)

“조해진은폭설속에서도,전쟁중에서도
어떻게든온기를찾으려한다.
엄혹한상황에서도생면부지의누군가에게
손내미는사람이있다는사실을잊지않으려한다.”_오은(시인)

순도높은간절함으로,조해진5년만의신작장편

고립되거나소외된이들의삶에빛이깃드는찰나를아름다운문장으로그려내며삶과사람에대한신뢰를잃지않는작가조해진의신작장편소설『빛과멜로디』가문학동네에서출간되었다.2004년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소설집과장편소설을넘나들며활발한활동을이어온조해진은매작품부드럽고정확한문장으로진정성있는메시지를그려왔다.사회의관심밖에놓인인물의삶을또렷하게응시하는조해진의시선은특히장편에서잘드러난다.탈북인‘로기완’의삶을조명한『로기완을만났다』(창비,2011),자신의힘으로극복할수없는괴로움에잠긴이들이서로마주하는과정을담은『여름을지나가다』(문예중앙,2015),그리고해외입양과기지촌여성문제를뜨겁게다룬『단순한진심』(민음사,2019)까지조해진은사회적으로크게주목받지못하는인물의삶을꾸준히그려왔다.
『단순한진심』이후5년만에선보이는장편소설『빛과멜로디』는2023년가을부터2024년봄까지계간『문학동네』에연재한후(연재당시제목은‘빛의영원’)결말부에해당하는4부를새롭게써내려간끝에완성된작품으로,평단의커다란호평과함께독자들에게많은사랑을받으며조해진작가를사람들에게선명하게각인시킨단편「빛의호위」에서한뼘더나아간이야기를그리고있다.「빛의호위」는어른들의보호를받지못하고버려진듯홀로생활하던열두살권은에게카메라를선물한승준과그카메라를통해죽음이아닌삶쪽으로한발내딛게된권은의이야기를통해‘사람이사람을살리는일의위대함’을감동적으로그려낸소설이다.조해진작가는『빛과멜로디』출간을앞두고편집부와진행된인터뷰에서「빛의호위」를장편으로확장한계기에대해이렇게밝힌다.2022년에일어난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후“동시대전쟁을바라보며전쟁이얼마나무의미한지문학으로증명하는소설을쓰고싶어졌”고,“‘반전’을테마로여러스토리를구상해봤는데,어떤구상을하든결국단편「빛의호위」의메시지로돌아오”(특별소책자『빛과멜로디』‘코멘터리북’에서)게되었다고.'사람을살게하는작은호의혹은증여'에대해말하는「빛의호위」의메시지가작가로하여금긴이야기를쓰도록이끈것이다.『빛과멜로디』는「빛의호위」이후새로이더해진여러인물들의사연을오가며시공간을넘어'작은빛'으로연결되는사람들의삶을그린다.더넓어진공간과시간속에서다양한사람들의삶을한명한명간절하게담아낸『빛과멜로디』를읽는동안우리는소설속인물이체온을가진사람으로,무심코지나친‘전쟁’이라는단어가구체성을지닌절박한단어로다가오며어느때보다마음이뜨거워지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보답을바라지않는작은호의를타고
시간과공간을넘어
기적처럼울려퍼지는삶의멜로디

『빛과멜로디』는어린시절의소중한추억을나눠가진권은과승준이각각다큐멘터리사진가와기자가되어재회한후그만남으로부터다시7년이지난현재를비추며시작된다.그7년의시간은두사람모두에게큰변화를가져왔다.권은은내전중인시리아로촬영을갔다가왼쪽다리의절반을잃는부상을입고삶의의욕을잃는다.더이상분쟁지역을찾을수없게된권은은사진작업의뢰를모두거절하고간헐적으로발생하는저작권료로근근이생활하며어린시절작고어두운방에서느꼈던“고요히소멸하고싶은욕망”(26쪽)이다시되살아나는것을느낀다.그런권은에게손을내미는사람이바로애나앤더슨이다.애나는권은이가장좋아하고또닮고싶어한사진가게리앤더슨의여동생으로,권은이게리의죽음을애도하며작성한기고문을계기로처음연락을주고받게되었다.영국에사는애나는권은에게자신의아버지인콜린앤더슨의생애를한편의짧은영상으로제작해달라고부탁하며권은을집으로초대한다.젊은시절영국공군소속의조종사로드레스덴작전에동원된적있는콜린은그로인해분쟁지역사진가였던아들게리와평생동안화해하지못했다.권은은콜린과게리의삶을되짚으며영상을제작하는과정에서자신의사진이스스로의바람대로진정누군가를살리는사진이었는지,그저자기만족에불과하지는않았는지깊이고민하게된다.
이고민은권은이살마를만나며시작된것이기도하다.부상을입기전권은은레스보스섬의난민캠프로촬영을갔다가살마를만나게된다.살마는한낮의무더위에도가건물밖으로나오지않는소녀였다.살마가권은의카메라에관심을가지면서둘은서서히가까워졌는데,권은은살마를알아갈수록자신이살마의사진을찍을수없으리라예감한다.피난길에동생과엄마를잃고홀로남은살마의모습이자신의어린시절과너무나도닮아있었기때문이다.권은은지금껏자신이피사체와의객관적거리가유지되어야만사진을찍을수있었음을자각하고는그동안사진바깥에있는그들의실제삶에는무관심했음을,어쩌면사진을위해그들의고통을이용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게된다.
한편승준은몇달전한아이의부모가된상황이다.아내민영과함께딸을정성껏양육하던승준은육아휴직기간이끝나갈즈음,한선배로부터러시아침공이후의삶을살아가는우크라이나여성인나스차를인터뷰해보지않겠느냐는제안을받는다.승준은망설이다가권은이라면전쟁이한창인그곳으로한달음에달려갔을거라고생각하며고민끝에제안을수락한다.하지만이사실을알게된민영이딸을돌보는동안에는“좋고따뜻하고아름다운”것만보면좋겠다고,“언제죽을지모르는사람의말을들어야하는”(39쪽)그런일은하지않으면좋겠다고말하면서잔잔했던두사람의일상은조금씩흔들리기시작한다.하지만두사람의바람은같다.딸을안전하게키워내고싶다는것.
사실승준이나스차와의인터뷰를수락하게된결정적인이유는그녀가임신부이기때문이다.자신과민영처럼한생명을향한애정과책임감을강하게느끼고있는사람이라는사실이승준으로하여금나스차에게마음을붙이게한것이다.나스차는뱃속의아기와함께우크라이나의하르키우에거주하고있는데,하르키우는러시아와의국경과가까운탓에일상적으로공습과폭격에시달린다.나스차가지내고있는아파트는원래열두가구가거주했지만계속되는공습으로대부분피난을떠나지금은나스차부부와이웃인옥사나밖에남지않았다.나스차는공습사이렌이울릴때마다옥사나와함께지하실의식품창고에몸을숨기면서전쟁의공포와위험을온몸으로체감한다.나스차는이런상황에서과연무사히아이를낳을수있을지걱정하면서도아이를위해불안한마음을다잡는다.

주저하지않고서로의손을맞잡는용기,
그온기를타고환하게점등하는삶

나스차와의인터뷰를계기로한국에있는승준과영국에있는권은이다시연락을주고받게된다.그리고두사람을중심으로빛의물결이점차퍼져나가듯다른사람들의사연이펼쳐지기시작한다.‘호의’에는강력한힘이있어서그것을건네받은사람은다른사람에게도자신이받은것을건네게되는지도모른다.『빛과멜로디』속인물들은저마다국적과나이대가다르며직접적인접점이없는경우도많지만,파동의형태로넓게퍼지고겹치는빛처럼서로의삶에깊이스며든다.이들은자신이처한상황에관계없이도움이필요한이에게손길을내미는것을,서로의삶에긴밀하게연결되는것을주저하지않는다.죽음과고통이난무하는전쟁에서,외면하고자한다면외면할수도있는타인에게,그가고통을받고있다는이유만으로도움의손길을내미는인물들은전쟁의폭력성을한순간에무화시켜버린다.이들은“죽음만을생각하거나죽어가는사람들을”(86쪽)살게하는것은거창한무언가가아닌“휙지나가는빛”(230쪽)처럼가볍고연약해보이는무언가임을너무나도잘알고있다.
이들에게서시작된가느다란빛은승준이권은에게건넨카메라를지나,권은이나스차에게건넨환대의손길을지나,다음세대를살아갈인물들에게로뻗어나갈것이다.그리고“한사람에게수렴되지않고마치프리즘이나영사기처럼그한사람을통과해더멀리뻗어나가”(223~224쪽)마침내우리에게도달할것이다.어떠한폭력과고통속에서도삶의태엽이멈추지않도록,빛과멜로디가계속이어질수있도록하는힘이되어서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