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 문학동네 숏클래식 리커버 (양장)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문학동네 숏클래식 리커버 (양장)

$12.00
Description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작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해방을 꿈꾼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저자

보후밀흐라발

저자:보후밀흐라발(BohumilHrabal)
1914년체코의브르노에서태어났다.프라하카렐대학교에서법학을전공했고,젊은시절에시를쓰기도했으나독일군에의해대학이폐쇄되자철도원,보험사직원,제철소잡역부등다양한직업을전전했다.마흔아홉살이되던해,뒤늦게소설을쓰기로결심하고1963년첫소설집『바닥의작은진주』를출간하며작가로데뷔,이듬해발표한첫장편소설『엄중히감시받는열차』로국제적명성을얻었다.‘프라하의봄’이후1989년까지정부의검열과감시로많은작품이이십여년간출판금지되었음에도조국을떠나지않았다.해외언론과작가들로부터‘체코소설의슬픈왕’으로불리는한편,지하출판을통한작품활동으로낙오자,주정뱅이,가난한예술가등사회주변부의삶을그려냄으로써체코의국민작가로각광받았다.오늘날‘가장중요한현대작가’로평가받는흐라발의작품들은체코에서만300만부이상판매되었고30여개국언어로출간되었다.1997년흐라발은자신의소설속한장면처럼프라하의병원에서치료를받던중비둘기에게먹이를주려다5층창문에서떨어져사망했다.주요작품으로『영국왕을모셨지』『너무시끄러운고독』『시간이멈춘작은마을』등이있다.

역자: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응용언어학과정을이수한뒤,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를졸업했다.이스마일카다레와실비제르맹의소설들을비롯해,크리스티앙보뱅의『작은파티드레스』『흰옷을입은여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장9
2장23
3장41
4장59
5장85
6장108
7장132
8장149
옮긴이의말169

출판사 서평

현대체코문학의거장,보후밀흐라발필생의역작
시끄러운세계의고독속에서해방을꿈꾼몽상가의불꽃같은독백

체코의국민작가보후밀흐라발은프란츠카프카이후밀란쿤데라와함께체코를대표하는작가로손꼽힌다.해외언론과작가들에게서‘체코소설의슬픈왕’이라고불리기도하는데,‘프라하의봄’이후밀란쿤데라를비롯한많은작가들이프랑스등으로망명해프랑스어로작품을쓴데반해그는체코에남아끝까지체코어로작품을썼기때문이다.그의작품들은체코에서만3백만부이상판매되었으며,전세계30여개국에번역출간되었다.

밀란쿤데라는흐라발을‘우리시대를대표하는체코최고의작가’라고칭하며그에대한존경을숨기지않았고,줄리언반스는그를‘우리시대에서가장세련된작가’라고언급했으며,필립로스는그에대해‘적어도나에게그는현대유럽에서가장위대한소설가다’라고극찬했다.문학전문리뷰잡지「트위즈매거진」은‘흐라발은체코의프루스트다.아니,차라리프루스트가프랑스의흐라발이라하는게옳을것이다’라고썼을정도로찬사를아끼지않았다.

『너무시끄러운고독』은흐라발본인이‘나는이작품을쓰기위해세상에나왔다’고선언할만큼그의정수가담긴작품이며,필생의역작이라불릴만한강렬한소설로많은독자와평단의사랑과주목을받았다.

삼십오년째책과폐지를압축하느라활자에찌든나는,
그동안내손으로압축한책들과흡사한모습이되어버렸다!

소설의화자인한탸는35년간폐지압축공으로일해온인물이다.어두침침하고더러운지하실에서맨손으로압축기를다루며끊임없이쏟아져들어오는폐지를압축한다.천장에는뚜껑문이있고,그곳에서는매일인류가쌓은지식과교양이가득담긴책들이쏟아져내린다.니체와괴테,실러와횔덜린등의빛나는문학작품은물론,미로슬라프루테나카렐엥겔뮐러가쓴극평들이실린잡지들까지.한탸의임무는그것들을신속히파쇄해서압축하는일이지만그는파괴될운명인폐지더미의매력에이끌린다.그는쏟아지는책들을읽고또읽으며‘뜻하지않게’교양을쌓는다.마치알코올처럼폐지속에담긴지식들을빨아들인다.바퀴벌레와쥐가들끓는더러운환경에서지내며,소장에게는끊임없이독촉과욕설을듣지만쏟아지는책들을생각하면반복되는노동도견딜만하다.

귀한책들은따로모으다보니그의집은수톤의책으로가득찼다.여차하면무너질듯이아슬아슬하게쌓인책들은그의고독한삶에서나름의행복을느끼게해주는유일한즐거움이다.이제는노인이된그에게도한때함께했던여자들이있었다.그와오래도록함께할뻔했던어린시절의연인만차,그리고어느날우연히그와함께지내게된집시여자.그는그런추억들을회상하며마치시시포스의신화처럼끊임없이노동을지속해나간다.그일을견디려면매일수리터의맥주를마셔야할정도로고되지만,그는35년간그일을해왔으며,퇴직하더라도압축기를구입해서죽는순간까지도그일을하기를꿈꾼다.

영원을꿈꾼한사나이가맞이한한세계의종말
두세계의충돌이라는묵직한주제를다루면서도결코놓치지않은위트와감동

냉소적이면서도유머러스한문체로서술되는그의불꽃같은독백은읽는이를빠져들게한다.이야기는현재와과거를오가며진행된다.주된이야기는지루하게반복되는파쇄작업을통한한탸의사색이지만중간중간흥미로운에피소드들도끼어든다.두진영으로나뉜쥐떼들의끝없는전투,죽음을향해끊임없이뛰어드는바퀴벌레에대해그가느끼는조금은우스꽝스러운연민,그에게귀한책을얻기위해다가오는사람들에대한위트있는묘사등흥미진진한요소들도풍부하다.그리고과거그와마음을나눈여인만차와의에피소드는웃음을터뜨리게만들정도로유머러스하다.또한그와잠시동안같은공간에살았던집시여자와의에피소드는건조한듯하면서도정서적울림을주고,끝내는감동을선사한다.

여덟개인각장은조금씩변주될뿐사실상같은내용의문장으로시작된다.“삼십오년째나는폐지더미속에서일하고있다.(?)삼십오년째책과폐지를압축하느라삼십오년간활자에찌든나는,그동안내손으로족히3톤은압축했을백과사전들과흡사한모습이되어버렸다.”그는젊은시절부터그일을해왔고죽는순간까지그일을하고싶지만,그런그의삶을바꿀사건이일어나고만다.어느날도시에나갔다가자신의것보다수십배는커다란압축기와,신식시설에서유니폼을입고코카콜라를마시며폐지를압축하는인부들을목격한것이다.그들은장갑을낀채폐지를다루며휴식시간에는곧떠날그리스휴가에대해이야기를나눈다.이것은한탸의세계를완전히뒤바꿀만한사건이된다.

그는그곳을목격한뒤자신의세계가끝나간다는사실을깨닫는다.그래서자신이사랑하는책들은거들떠보지도않고미친듯이폐지압축일에빠져든다.그토록소중히생각했던귀중한책들을들추지도않은채마치유니폼을입은도시의압축공들처럼효율만을위해일하기시작한다.그러나그는곧깨닫는다.자신의삶은,자신의세계는그런식으로이루어질수없다는사실을.

노동과인간실존에대한깊이있는통찰
유럽문학거장이던지는시대에대한통렬한풍자

『너무시끄러운고독』은채200쪽이되지않는짧은소설이지만그안에담긴의미의무게는결코가볍지않다.보후밀흐라발은한탸라는한늙은남자의생애를통해끊임없이노동해야하는인간,그리고노동자를대신하는기계의등장이후인간삶의방식의변화,인간성과실존에대한고뇌등에대한깊이있는통찰을보여준다.그리고그것을단지철학적담론으로서가아닌살아있는인간에대한흥미로운이야기로서,시대에대한통렬한풍자로서소설한편에담아내고있다.

또한시시포스의신화를모티프로사용하고있는이소설은영원한노동과인간지성의진정한해방이란무엇인가에대해날카로운질문을던지고있다.한탸는끝내자신의압축기안으로걸어들어감으로써자신의세계에종말을고한다.이것은단순히근대의종말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듯도하지만,방향없이진행되어가는광기어린발전지상주의에대한비판으로읽을수도있다.무분별한발전으로인해오히려퇴보하는,노예화되고우둔해진사회에대한정치적이며철학적인우화로도읽힐수있는것이다.

이소설은한세계의종말을목격하는늙은몽상가의긴명상에가깝다.흐라발은책이그저종이쪼가리로취급받게된냉혹한사회에서살아가는한인간의정신상태를섬세한문체로그려내고있다.그의사고는때로취기와환각에빠진것처럼보이지만시종일관명징함을잃지않아서,우리로하여금무리가아닌개인에대해생각하고꿈꾸게만든다.그리고무엇보다‘사라져가는것들’에대해일깨워준다.이소설에서가장아름다우면서도희망적인부분은한탸가끝내사랑과연민을놓지않는다는데있다.소설내에서코러스처럼끊임없이반복되는경구인‘하늘은인간적이지않다’라는구절은종래에다음과같이변주된다.“하늘은인간적이지않다.그래도저하늘을넘어서는무언가가,연민과사랑이분명존재한다.오랫동안내가잊고있었고,내기억속에서완전히삭제된그것이.”이것은그가비극적인결말을맞이함에도불구하고그속에서우리가역설적인따스함과평화의숨결을발견하고,느낄수있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