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 경계 없는 노동, 흔들리는 삶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 경계 없는 노동, 흔들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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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왜 일할수록 불안정해지는가?
플랫폼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새벽 배달노동자…
디지털 전환 시대,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노동에 대한 정교한 연구 노트
연평균 한국인 근로시간, OECD 회원국 평균 200시간 초과!
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 3050 클럽 국가 1위
순수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비율 0.5%에 불과

지난 몇십 년간 노동의 형태가 변하면서 ‘노동자 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트’와 같은 전통적인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일이 등장했다. 콜센터 노동자, 프리랜서, 새벽 배달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와 가짜 자영업자(종속적 자영업자) 등이 그 예다. 불안정노동자는 비정규직, 일일 노동자, 단기계약자뿐 아니라 유튜버, 크리에이터, 플랫폼노동자 등 신종 직종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들은 독립적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로 보이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노동하는 듯하지만 실상 고용은 더 불안하고, 임금은 더 적게 받고, 일터는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기술 발전에 따른 플랫폼경제 확산이라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자들의 권리는 발맞추어 신장되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일할수록 불안정해지는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에 밀착해 이들의 노동현장을 관통하는 이론은 무엇일지, 불안정노동의 확산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를 고찰한 연구노트다. 동시에 저자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하는 데 현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진단하고, 이를 넘어설 더 나은 사회보장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국내외에서 노동 연구로 주목받아온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승윤의 첫 단독 저서로, 모순의 노동현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풍부한 데이터, 해외의 사회보장제도 소개는 이 책의 큰 미덕이다. 무엇보다 노동 연구자로서 학문적 성실함과 윤리적 태도를 겸비한 그의 연구는 우리 사회 노동의 ‘실재’를 파악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단순히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여전히 가난하고 불안정하다는 익숙한 서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불안정성이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불안정노동자를 둘러싼 제도적 노력이 어느 부분에서 실패하는지, 무엇보다 불안정노동과 사회정책을 내가 어떻게 연구하며, 무엇을 배웠는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동시에 많은 나를 포함한 연구자, 정책 입안자, 정치인, 그리고 행정가 들이 이러한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도 반성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_「책머리에」에서, 15쪽

저자

이승윤

저자:이승윤
중앙대학교사회복지학부교수.
영국옥스퍼드대학교에서동아시아복지생산체제와비정규직에대한비교연구로사회정책학박사학위를취득했고이논문으로옥스퍼드대학교바넷연구상,국제공공정책분석및관리학회(APPAM)최우수박사학위상을수상했다.일본교토대학교사회학과조교수,이화여자대학교사회복지학과부교수를지냈다.
주요연구분야는복지국가와노동시장,불안정노동,소득보장정책,제도주의와비교연구방법론이다.현재까지약70편의논문및저서를출간했으며주요논문으로는「서비스경제노동시장에서국가조합주의의제도적유산」「실업안전망국제비교연구」등이있고,『한국의불안정노동자』『기본소득이온다』등의공저를작업했다.2023년출간된영문판도서『불안정노동의다양성:액화노동과한국복지국가의실패한노동자보호VarietiesofPrecarity:MeltingLabourandtheFailuretoProtectWorkersintheKoreanWelfareState』가국제적으로주목받아다양한학회와세미나에초대되어연구결과를공유하고있으며,이연구로‘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에서대안연구상을수상하기도했다.
2020~2022년국무총리실직속청년정책조정위원회초대민간부위원장을역임했고,제4차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위원으로활동했다.그밖에한국여성민우회이사,한겨레신문사시민편집인겸열린편집위원회위원장,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및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자문위원으로활동한바있다.
최근에는국내외학자들과함께디지털시대속불안정노동의양상과복지국가제도개혁에대한국제비교연구를진행중이며,특히불안정노동자들의계급화양상을구체적으로이해하고이들을포괄할사회정책을마련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불안정노동자들의삶을좇다,그유동하는세계를해부하다

1부격랑의노동현장,준비되지않은사회
1.시간과돈,모두부족한이중빈곤자
2.새벽노동,퇴행적혁신
3.산재사고이후,남겨진사람들
4.화물연대파업과‘가짜자영업자’

2부노동자가쓰러진다.어제도오늘도내일도
5.아프니까가난이다
6.공업도시울산으로
7.해고,추락의시작
8.아이들이먹는밥이누군가의삶을담보로한다면

3부청년노동,누가무엇을말하는가
9.청년과‘MZ’사이
10.매우불안정한삶vs.불안정하지않은삶
11.청년담론에서‘계급’이지워질때
12.‘시그니처정책’이라는주문

4부경계에서의고민
13.학자는왜무지한가
14.한국에서여성연구자로산다는것
15.연구자의쓸모
16.주류학자집단에속한다는것
17.연구대상자와연구자사이

연구노트:불안정노동의다양성과액화노동
미주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보이지않는노동자들』의궁극적목적은단순히경제성장에도불구하고노동자들이여전히가난하고불안정하다는익숙한서사를반복하는것이아니다.오히려일의형태가변화하면서새로운불안정성이어떻게그모습을드러내는지,그리고불안정노동자를둘러싼제도적노력이어느부분에서실패하는지,무엇보다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을내가어떻게연구하며,무엇을배웠는지를공유하고자한다.동시에많은나를포함한연구자,정책입안자,정치인,그리고행정가들이이러한현실과얼마나괴리되어있는지도반성적으로살피고자했다._「책머리에」,14~15쪽

높은산업재해율에도불구하고,산업재해보험이실질적으로작동하지않아불안정노동자들의보호막이없다는점도여러연구들을통해나타난다.(...)2020년5월기준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16.84%만이산재보험의적용을받고있다.산재보험에가입된경우라도내가연구를통해만난많은불안정노동자는산재신청을아예포기하거나공장주나회사에서사적으로병원비를일부지원받는등공상처리로끝내는것이다반사다.산재신청의지난한과정에서당장의소득이더절박한불안정노동자가신청을포기하기십상이기때문이다._「산재사고이후,남겨진사람들」,51쪽

한국에서는아픈노동자가가난해지는것을막을수있는안전판이현저히부실하기때문이다.이를테면1940년대부터무상의료가도입된영국에서는아파서가난해지는경로를막아주는공공의료라는안전판이존재한다.반면한국에서는현재까지도건강보험의낮은보장성이문제되기때문에아픈노동자가가난해지는것을막기어렵다.건강보험혜택이환자들의병원비에충분한보탬이되지못한결과,중산층도큰병에걸리면빈곤층으로떨어지게된다는의미다.이른바한국의‘재난적의료비’에관한연구들은과도한의료비부담으로중산층이상의계층이빈곤층으로떨어지거나,질병탓에빈곤층이가난의굴레에서벗어나지못하는한국의상황을실증적으로제시했다.더욱이대부분의OECD회원국과달리,한국에서는정부에서지원하는‘상병수당’이존재하지않는다._「아프니까가난이다」,71쪽

실업급여의기능이제대로작동하지않으니,대부분의응답자들은구직과정에서사적관계에많이의존했으며정부고용센터에서제공되는직업알선또는취업서비스등의활용도단기소득활동중단으로인해매우낮은것으로분석되었다.결국이들은기초생활수급자인빈곤층으로떨어지기직전까지외부노동시장을전전하고있는것으로분석되었다._「해고,추락의시작」,104쪽

특정세대를표상하는정체성정치가얼마나쉽게계급정치를지울수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청년’이라는단일한범주로묶인집단내에계급에따라상이한이해관계가존재하는데도,이러한차이는‘세대갈등’이라는프레임속에서희석되었다.더욱이언론에서단편적으로드러난청년세대의표상은실재를드러내기에는심각한한계가있었다.소수의목소리가마치전체청년의의견인것처럼확대재생산되면서,청년내부의다양성과복잡성은무시되었다.이는결과적으로청년문제에대한사회적이해를왜곡하고,실효성있는정책수립을방해하는요인이되었다._「청년과‘MZ’사이」,129~130쪽

2002년청년들중에서는‘약간불안정’한상태로일하고있다고분류된집단의규모가가장컸다.그리고중간층은많아도매우불안정한청년의비율과전혀불안정하지않은청년(안정)의비율은적었다.하지만2022년에는그양상이달라졌다.매우불안정한집단과전혀불안정하지않은집단,다시말해양극단의경험을하는청년의비율이각각1.5배,2배가까이높아졌다.그리고중간적위치를차지한‘약간불안정한’집단에속한청년의비율은60%가량줄었다.아주불안정한청년들과동시에불안정하지않은청년들이늘어나면서심각한양극화가나타났다는것이다._「매우불안정한삶vs.불안정하지않은삶」,138~139쪽

학자는자신의계급적위치성을이해하고연구대상자를타자화할위험에대해비판적인시각을유지해야한다.현실분석에있어서도이론또는통계적수치로보증되는전문성에대한무조건적신뢰를경계하고자신의이해와경험을넘어서는실재에대한탐구가필요하다.지식인의‘시대적책임감’이라는개념이이제는아득하고좀처럼사용되지않는,어쩌면‘위선’으로비치기도하는시대인것같다.하지만학자가가져야할‘시대적책임감’이라는개념에무작정냉소를던지는것은무지로가는길을재촉할뿐이다._「한국에서여성연구자로산다는것」,174쪽

노동이기존의표준화된모습과는다르게변화하는현상을‘액화노동’이라는개념으로설명할수있다.노동의개념을전통적으로구성하던여러경계가녹아내리고있는이현상은,기존에유지되어온법제도를공부하면서더확연하게관찰되었다.액화노동은비표준적non-standard이고비정형적atypical인노동형태를포괄한다.여기에는비정규직,하청노동부터근로자성자체가형해화된프리랜서와플랫폼노동,긱노동,SNS크리에이터,그리고‘세분화된일감을맡는’다양한형태의크라우드노동crowdwork까지포함된다.
액화노동은일반적으로근로기준법에규정된일의방식과작업장의범위그리고정해진노동시간,고용주와노동자의명확한관계에서벗어나있다.구직방식,계약방식,기술습득방식뿐아니라임금산정방식,노동시간,통제방식까지도달라진것이다.액화노동에서는특히눈에보이지않는종속성이존재한다.1인자영업자나특수고용관계노동자는법적으로일감을제공하는사람과독립적인계약관계를맺은듯하지만,사실은일방적인종속성을띠거나계약자가통제받는경우가많다._「연구노트:불안정노동의다양성과액화노동」,215~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