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사이

친밀한 사이

$16.80
Description
언어들 사이에는 커다란 균열이 있어서,
때로 그 틈이 경고 없이 열려버릴 수도 있다.
타인과 나의 친밀한 사이처럼.
“오늘날 활동하는 가장 뛰어나고 심오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소설가 케이티 기타무라의 장편소설 『친밀한 사이』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케이티 기타무라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행동에 대한 예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아하고 감각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2009년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이래 평단의 커다란 주목을 받아왔다. 작가의 네번째 장편소설인 『친밀한 사이』(2021)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 재판소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여성이 일인칭시점으로 전개해가는 작품으로, 통역 일에 대한 고찰과 함께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내밀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간결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장을 통해 ‘친밀함’의 의미와 경계를 탐구하는 이 소설은 〈워싱턴 포스트〉 〈보그〉 〈타임〉 등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top 10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저자

케이티기타무라

KatieKitamura
1979년캘리포니아에서태어났다.프린스턴대학교를졸업한후런던컨소시엄에서미국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2006년일본계미국인으로서일본을여행한뒤쓴에세이『여행자를위한일본어JapaneseforTravellers』를출간하며작가로데뷔했다.첫장편소설『롱샷TheLongshot』(2009)과두번째장편소설『숲으로갔다GonetotheForest』(2013)가모두뉴욕공공도서관영라이언스픽션어워드최종후보에오르며주목을받기시작했다.2017년발표한장편소설『이별ASeparation』은평단의찬사를받으며10여개매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고,전세계16개언어로번역출간되었으며,영화로만들어질예정이다.
헤이그의국제재판소에서통역사로일하는여성이주인공인『친밀한사이』(2021)는통역일에대한고찰과함께타인과의관계에서느끼는내밀한감정들을간결하고도시적인문체로섬세하게묘사한소설이다.〈뉴욕타임스〉올해의책top10에이름을올린것을포함해〈워싱턴포스트〉〈타임〉등수많은매체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고,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다.

목차

친밀한사이9
감사의말262
옮긴이의말:친밀264

출판사 서평

★〈뉴욕타임스〉올해의책top10
★전미도서상후보
★버락오바마전대통령추천

‘친밀함’의의미와그경계를묻는
내밀하고예리한이야기

작품의끝까지이름이나오지않는화자는얼마전뉴욕에서헤이그로이사를왔다.아버지가돌아가시고어머니는싱가포르로이주한뒤별다른연고가없는뉴욕이더이상집으로느껴지지않던차에,헤이그의재판소에서일년짜리계약직통역사로일할기회를얻은것이다.여러나라의다양한도시에서살았고,부모님에게배운영어와일본어,파리에서어린시절을보내며배운프랑스어를유창하게구사하고,스페인어와독일어도일하면서사용할정도로는할수있는화자는국제재판소에서일하는다른이들과마찬가지로‘정처없음’이라는특성을일종의정체성으로가지고있다.그리고그렇기에오히려타인과맺는친밀한관계에민감하게반응하면서‘집’이라고부를만한관계를갈망한다.
헤이그에서주인공은남자친구아드리안을만나지만,그는현재바람을피운뒤포르투갈로떠난아내와별거중이며아이들의거취에대한것도아직분명히정해지지않았다.어느날아드리안은아내와이혼절차를밟고오겠다며일주일일정으로포르투갈로떠나한달이지나도돌아오지않고,가끔주고받던문자메시지도더는오지않는다.아드리안의요청으로그가없는사이그의아파트에서지내고있던주인공은그집에남아있는아내의흔적들을보며결혼이라는친밀한관계의차마깰수없는어떤힘을곱씹게된다.
한편재판소에서주인공은반인도적범죄를저지른지하디스트인서아프리카어느나라전직대통령의통역사로투입된다.전직대통령의모국어인아랍어를하지못해프랑스어로통역을진행했음에도그녀는전직대통령에게통역사로인정을받고,재판외에변호인단과의회의때도자신에게만친근하게구는그를보며능력을인정받았다는사실에뿌듯함을느낀다.하지만동시에자신을인정한자가심각한반인륜적범죄를저지른사람이라는것을떠올리며불편한감정을경험한다.

“서늘한불안의대가”가그려낸미묘한긴장감

‘친밀한사이(Intimacies)’라는제목이말해주듯이소설은친밀함을형성하는다양한인간관계를파헤쳐써내려간다.누군가와친밀한사이가될가능성에평소보다조금더여지를남겨둔순간삶에들어온친구,이전의관계가아직실질적으로종료되지않은연인,긴밀한공모의분위기를공유하면서도정작가장중요한사실은비밀로남겨두는쌍둥이……그리고감정적거리가각기다른이친밀한관계들가운데가장복잡하면서도인상적인것은통역사와피고인의관계다.이는기본적으로통역이라는작업이갖는특성때문인데,오로지한사람만을위해통역을한다는것,마이크에대고말할때조차그한사람에게말하는것이나다름없다는것,“법정에서오직그녀와피고인두사람만이그녀가말하는언어를이해하고있음을거듭거듭의식하게”된다는사실이불가피하게통역사와피고인사이에친밀함을형성한다.그런데국제형사재판소를모델로삼은소설속재판소의피고인은대체로대량학살과인종청소같은무자비한범죄를저지른가해자이니,그런반인도적범죄자와친밀함을나누게되었다는상황자체가위화감과스트레스를불러오는것이다.
이렇게다채롭고복잡한감정선이뒤얽혀있는소설에는시종왠지모를긴장감이맴돈다.케이티기타무라는아슬아슬한심리묘사를통해작품전체에긴장감을부여하는능력이탁월하여“서늘한불안의대가”로불리기도하는데,『친밀한사이』에등장하는모든장면에-평범하고일상적인경험에,사소한질투심에,스쳐가는의심에-불안감과불편한감정이,두려움의작은조각이녹아들어있다.작품의초반에언급된후계속해서주인공의마음을어지럽히는강도사건같은,노골적이고현실적인폭력만이긴장감을불러일으키는것이아니라,주인공의내밀한심리묘사를통해전해지는생각의파편들,그리고주인공을둘러싼친밀한관계들의양립불가능성이독자에게교묘하고불가사의한마음의동요를일으킨다.

주인공의직업이언어를다루는것인만큼이소설은사랑하고약속하고기만하고부정하는언어의힘이가진예민함에,단어의아주작은움직임에민감하게촉각을곤두세운다.특히주인공은하나의언어를다른언어로옮길때그사이에존재하는“커다란균열”을언급하는데,“때로그틈이경고없이열려버릴수도있다”는담담한독백은비단언어에만국한된것이아니다.외국에서혼자살아가는여성으로서주인공이품고있는불안감과고립감,재판소통역사로서겪고있는내면의갈등역시아무런경고나예고없이열리고깨져버릴수있는어떤균열을내포하고있는것이다.하지만통역사로서언어들사이에다리를놓듯,삶의그모든불안정성과불확실성속에서도주인공은끝없이고뇌하며자신이옳다고믿는방향으로조금씩조금씩나아간다.그간맺어온모든친밀한사이가제안하는다양한인생의경로가운데‘집’으로향하는길을결국스스로찾아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