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17.50
Description
“‘각자’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만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처음 내린 사랑의 정의였다.”_본문에서

“부드럽고 진실하며, 치열한 동시에 섬세한 문장”_레슬리 제이미슨
“날것 그대로의 아름답고도 잊히기 어려운 에세이”_앨리슨 우드

때로는 자매였고, 때로는 서로의 엄마였던
한없이 애틋해서 영원히 그리울
그 시절 나의 소녀들에게
레슬리 제이미슨, 카먼 마리아 마차도가 극찬한 에세이스트, 릴리 댄시거의 우정에 관한 에세이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줄기 삼아 여자들의 우정에 내재한 다양한 감정과 모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는 어릴 때부터 절친처럼 서로를 아꼈던 사촌 동생 사비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비나가 스무 살이 되던 해 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댄시거는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사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깊은 상실감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서야 저자는 오랜 애도의 결과물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에세이들에는 사비나에 대한 회고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큰 흔적을 남긴 친구들, 유년 시절의 소꿉친구 브리트니와 셜리, 일탈의 공모자였던 학창 시절 친구 헤일리와 헤더, 연애 상담을 해주거나 슬플 때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던 친구 리아와 리즈 등, 저자와 한 시절을 공유하는 여자 친구들에게 바치는 사랑 고백이 가득 담겨 있다.

“건물 벽 옆으로 위태롭게 튀어나온 화재 비상구는 딱 우리를 위한 곳처럼 느껴졌다. 포치만큼 쉽게 다가갈 수 없고, 저 아래서 걷는 사람들은 존재조차 알아차리기 힘든 곳이었다. 우리는 세상과 그 안에 담긴 걱정으로부터 아주 높이 올라간 곳에, 나무우듬지에 앉은 까마귀들처럼 앉아 있었다.”(30쪽)

이 책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유년의 추억 한 조각을 소환한다. 다른 한편, 십대 소녀들의 관계를 둘러싼 편견에 날카롭게 펜을 들이대 정체성과 욕망에 대한 문화적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다. 또한 실비아 플라스, 아나이스 닌 등 저자가 작가적 감수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여성들이 서로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릴리 댄시거는 데뷔작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 출간 당시 “이 시대 최고의 회고록 중 하나” “모든 문장이 강렬하다”와 같은 작가들의 찬사와 함께 독자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한국에도 소개된, 여성 작가 22인의 분노에 대한 에세이집 『분노하라』를 통해 여성의 심리와 목소리의 새로운 전달자로서 인정받은 릴리 댄시거. 자신의 경험을 섬세한 문장으로 직조한 결과인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매력과 필력을 온전히 전한다.
저자

릴리댄시거

저자:릴리댄시거(LillyDancyger)
프리랜서저널리스트.뉴욕타임스,애틀랜틱,워싱턴포스트,『플레이보이』『엘르』등다양한매체에글을쓰고있다.댄시거가쓴,아버지의죽음과애도의여정을담은회고록『네거티브스페이스(NegativeSpace)』는소설가카먼마리아마차도가선정한산타페작가프로젝트문학상(TheSFWPLiteraryAwards)을받았으며,우리말로도번역출간된,여성작가22인의분노에관한에세이를모아엮은『불태워라』는2019년출간당시『퍼블리셔스위클리』〈시카고리뷰오브북스〉등여러매체의찬사를받은바있다.
미술작가인아버지와아일랜드계유대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댄시거는어릴때부모의이혼을겪고열두살에는헤로인중독으로오랫동안분투하던아버지의죽음을겪었다.고등학교중퇴와마약,술로점철된십대시절을지나,대학입학후교내신문사에서일하며작가로서의길을다져갔다.여러매체의객원편집자및칼럼니스트,배럴하우스북스부편집장,미디어플랫폼〈내러티블리〉의회고록편집자등을거쳤고,현재는컬럼비아예술대학과랜돌프대학석사과정에서논픽션글쓰기를가르친다.2023년뉴욕예술위원회/뉴욕예술재단(NYSCA/NYFA)논픽션부문아티스트펠로가되었다.현재뉴욕에서남편,고양이와함께살고있다.

역자:송섬별
다른사람에게닿고싶어서읽고쓰고번역한다.여성,성소수자,노인,청소년이등장하는책을좋아한다.고양이물루,올리버와함께지낸다.옮긴책으로『모든아름다움은이미때묻은것』『내어둠은지상에서내작품이되었다』『괴물을기다리는사이』『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젠더를바꾼다는것』『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페이지보이』『자미』등이있다.

목차


첫사랑
베스트프렌드포에버
프리즌브레이크
공범
여자들과키스하기
연기자욱한카페를찾아서
슬픈소녀들
애도하는친구를지지하는법
파도처럼밀려오는
화재비상구
아픈마음을치유하는주술
장미타투
서로에게엄마되기
초상사진프로젝트
살인사건회고록에관하여

감사의말
옮긴이의글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이책은시대와배경은달라도각자가간직하고있는유년의추억한조각을소환한다.다른한편,십대소녀들의관계를둘러싼편견에날카롭게펜을들이대정체성과욕망에대한문화적고정관념에균열을낸다.또한실비아플라스,아나이스닌등저자가작가적감수성을형성하는데영향을미친여성예술가들의이야기를소개하며여성들이서로를위한공간을만드는다양한방법을제시한다.
릴리댄시거는데뷔작『네거티브스페이스(NegativeSpace)』출간당시“이시대최고의회고록중하나”“모든문장이강렬하다”와같은작가들의찬사와함께독자의큰사랑을받은바있다.한국에도소개된,여성작가22인의분노에대한에세이집『분노하라』를통해여성의심리와목소리의새로운전달자로서인정받은릴리댄시거.자신의경험을섬세한문장으로직조한결과인이책은그의또다른매력과필력을온전히전한다.

서로가있어세상에맞서싸울수있었고,
서로가있어불안속에서도살아낼수있었던순간들

“평범한삶에는흥미가일지않는”“고조된순간들”만을찾아다니며“단조로움,따분함”은곧“죽음”이라여기던십대시절의친구들.그친구들은나의가장여린자아로초대해감수성을키워나갔던영혼의단짝인동시에,각자가지고태어난좁은울타리를넘으려함께발버둥치던“공범”이었다.댄시거는사춘기시절을같이통과했던헤일리를추억하며,서로의말에수없이“나도”라며동의를표했던기억,똑같은옷차림을하고쉼없이걷고말하고웃고취했던시간을떠올린다.그리고그런접촉이“우리사이의경계가얼마나얇은지를보여주는확실한방식”이었다고고백한다.조금이라도더가까워지기위해서로에게무섭게달려들던그시기를지나,각자의길로걸어들어가면서연락이뜸해지고,심지어서로를이해하지못해모질게관계를끊어내는이야기는많은여성들의공감을사기에충분하다.

“자신이남들과다르다고,틀렸다고믿게만드는어떤일이인상적인것이고,또낭만적인것은물론다른사람을이어줄수도있다는생각에는중독성이있다.도저히저항할수없을정도로.내가나라는이유로완전한관심과사랑을받는것처럼수용되고용서받는기분이다.”(48쪽)

이러한다정함과잔인함이라는우정의양가성을이해하는독자라면,이책을읽고미안함과후회로가슴한편이아릿해지는친구의얼굴을떠올릴수도있을테다.댄시거는사촌이자절친이었던사비나의죽음,또길고긴우울의터널을통과하며혼자힘들어했을헤더의죽음이후,우정에도사랑처럼타이밍이있음을절절하게깨닫는다.댄시거는“함께슬픈시를쓰고슬픈노래를부르”던친구헤더와의기억을글로쓰면서,“혼자보다는함께고통을겪을때드러나는힘을발견”했던시절을가슴아프게돌아본다.
시간이흘러,방황했던시기를회상할때느끼는우정의질감은이전과는또다르다.댄시거는결혼후아이를키우거나비출산을선언한친구들의이야기를들으며,돌봄은부모와자식관계에만한정되지않는,우정의중요한특성이라는점을깨닫는다.우정은“누구에관해신경쓰는(careabout)것을넘어,그사람을위하고(carefor),돌보는(takecareof)일”이라는인식이다.실제로사비나를잃은슬픔에스스로를돌볼수없던때,주변친구들이자신을먹이고,위로하며곁을지켜주었던건그야말로엄마노릇이었다고댄시거는말한다.

“그저,꼭누군가의실제엄마여야엄마노릇을할수있는건아니라는이야기를하고싶다.타인에게자양분을주고돌보는일,그사람에게다정함을,그리고대체로그사람에게일말의신경조차쓰지않는세계에서정서적쉼터를내주는일.사랑받는사람이그사랑이자기삶을지탱한다고느낄만큼,세상에서혼자가된기분이절대들지않을만큼,맹렬하게,무한하게사랑을쏟아붓는일.가장친한친구들이내게해주는일이자내가그들에게해주고자하는일은바로그런것이다.”(194쪽)

그때함께시간을보낸공간역시우정을떠올릴때빠질수없는요소다.이책에종종등장하는‘화재비상구’는저자의비유대로“우리의삶에서문자그대로걸어나가,함께술을마시고,담배를피우고,서로를위로”하는유일한피난처였다.‘화재비상구’는내밀한우정에대한완벽한공간적은유로,독자로하여금친구들과기뻐하고슬퍼하고서로의비밀을나눴던공간을떠올리게한다.

실비아플라스,아나이스닌등
여성예술가들의우정을엿볼수있는특별한기록

『여자의우정은첫사랑이다』속우정이야기의재료는릴리댄시거개인의체험이지만,회고록과문화비평사이를능수능란하게오가는그의글솜씨는독자를우정의깊숙한영역까지사유하도록이끈다.‘슬픈소녀’에대한문화적인해석,비극적인죽음을맞은여성작가를둘러싼오해,성적친밀감을동반한우정과동성애의관계등,여성간의우정에서고유하게포착할수있는복합적인감정과현상을파고들어한층더다양한층위에서우정의의미를생각하게한다.
그시절십대소녀들은실비아플라스,아나이스닌과같은여성작가들과자신을동일시하며어디서든노트를가지고다녔으며,특별한우정의증표로서자신의사적인기록을단짝과교환하기도했다.세상에대해품는분노만큼이나사랑하는마음도컸던그때,실비아플라스의시를낭독하고,아나이스닌의파리를상상하는일은따분한일상을견디게해준판타지이자우리를더먼곳으로이끈보이지않는날개였다.

“서로책을돌려읽었고―실비아플라스,라이너마리아릴케,밸러리솔라나스,오드리로드―서로에게소설,편지,시를써주었고새벽세시에노래를지었다.서로의초상화를그려주고,타로카드점을봐주고,안전핀으로귀와얼굴에피어싱구멍을뚫어주었다.우리는으르렁거렸고,발끈했고,몸을부풀렸고,이를드러냈지만그건어느누구도갖지못한,우리가서로를위해만든부드러움을지키기위해서였다.”(37~38쪽)

또한댄시거는눈물로얼룩진젊은여성의사진으로유명한‘슬픈소녀’밈과보호라는명목으로자유를박탈당하고권력관계에서취약한십대여성의위치를슬픈여성들의계보로써연결짓는다.실비아플라스,재니스조플린은남성중심적인사회에서예술가로서당당했던여성들인동시에슬픈소녀들이었다.그들의비극적인죽음은생전의시와노래구절들에비극성을더했고,대중매체는그비극성을단순히전시함으로써슬픔에잠식된젊은여성의이미지를강화해왔다.하지만댄시거는이여성예술가들에대한평면적인설명에반기를들며,그들의투쟁과좌절,성취와실패를입체적으로이해하는일이작품과한인간을이해하는데중요하다는사실을강조한다.이것은친구헤더,그리고SNS속슬픈소녀들에대해서도마찬가지라고,댄시거는스스로에게일깨운다.

“십대이던헤더와내가큰소리로우리의고통을떠든건우리가무리로부터소외되었으며사회적표준에서거부당했다는걸알리는일이었다.권력을가진자들은숨기려들지만우리는모든것이얼마나망가졌는지를충분히알만큼세상을똑똑히지켜보고있다는걸선언하는일이었다.”(128쪽)

「여자들과키스하기」에서는반문화와하위문화가범람하고,정치적으로진보적인분위기였던1990년대미국의대도시에서조차제대로이해받지못한양성애를다룬다.댄시거는또래의영향을받으며자아상을확립하는청소년시기,여자들의키스를“욕망보다는성적모험심을수행하기위해‘오버하는’방법중하나로만취급”했던분위기를돌아본다.동성애는진짜일지몰라도양성애는가짜라는편견이다.댄시거는십대소녀들의내면에흐르던욕망을다시들여다보고,여자친구들과신체를맞대던일,동성에게성적긴장감을느꼈던경험을세밀하게묘사하며여성들의우정이넘나드는아슬아슬한줄타기를생생하게그려낸다.

“어디까지가연기이고어디부터가진정한욕망인지나는알수없었다.매력을느껴키스한여자들과,딱히이유없이아니면구경거리가되고싶었거나그도아니면친구들과더가까워지고싶어서키스한여자들사이에분명한선을그어구분할수는없었다.하지만따지고보면열넷,열다섯,열여섯살나로서는키스한남자들에대해서도그런선을그을수없었을것이다.”(80쪽)

상실의끝에서사랑을기억하기위하여,
비극속에스러진이를애도하기위한글쓰기의윤리

『여자의우정은첫사랑이다』는애도의글쓰기를오랫동안고민해온저자에게는하나의시도이다.살해당한사촌동생사비나에대해글을쓰고자마음먹은후그가가장먼저떠올린것은‘살인사건회고록’이라는장르였다.그러나댄시거는잘알려진살인사건회고록을읽어나가면서,살인사건을다루는작가들이독자들을만족시키기위해피해자의사생활을자극적으로드러내고가해자의서사에공을들이는함정에빠진다는점을깨닫는다.이탐구의과정을지나며저자는가해자와피해자가있는비극적인실화를다룰때작가와독자가지녀야할윤리적태도를스스로에게묻는다.“사비나를그저남성의폭력을다룬이야기속죽은소녀로축소하지않고그애에대해쓸수있을까?”댄시거는사비나에대해쓰기위해진실을파헤치기보다는그를얼마나아꼈는지더세세하고입체적으로쓰는것을선택했다.그렇게사비나를잃고13년이지나결국써내려간이야기는“살인이야기”가아닌“사랑이야기”였다.

“살인은이미한사람을사라지게위협하는일이다.너무도충격적이고괴로운일이기에,살해당한이를애도하는우리는기억속에그공포스러운죽음이한때그들이살아있던시절의모습보다더큰자리를차지하지못하게하려고기를쓰며노력해야한다.”(258쪽)

이책은여러가지얼굴을지니고있다.한사람이겪어온우정의연대기를다룬에세이이기도하고,소중한사람을잃은슬픔을건너온이의회고록이기도하다.또한여성의우정에대해반복생산되는문화적인통념을비틀고외연을확장하려시도하는문화비평이며,바로자신이쓰게될거라확신했던살인사건회고록장르를비판적으로바라보는메타비평이기도하다.이렇게한편한편잘세공된이야기가서로를만화경처럼비추며여성의우정에내재한다양한면면을보게한다.
‘손절’이흔해진시대라고할지라도우리는힘들때어깨를내어주고나의이야기를들어줄친구를늘간절하게원한다.번역가송섬별은「옮긴이의글」에서우정에는“끊임없이우리사이에존재하는선을확인하고,시험하고,계속해서실패하는”용기가필요하다고썼다.『여자의우정은첫사랑이다』는그러한용기에불을지피며‘여자친구와의우정’이라는소중한관계,각자의삶에닻이되어준순간을환히밝혀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