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공원

동네 공원

$13.00
Description
20세기 프랑스 현대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뒤라스
독특한 대화체 소설로 주목받은 초기 대표작
1955년 갈리마르에서 출간된 『동네 공원』은 뒤라스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1956년 9월 직접 각색해 클로드 마르탱의 연출로 파리 샹젤리제스튜디오에서 연극으로 처음 공연되었으며, 1957년 1월에는 라디오방송극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1940년대 전후 해방과 정치적 사회적 재건과 냉전의 여진 속에서, 심리소설의 전통과 사르트르를 위시한 실존주의의 무게에서도 벗어나, 1950년대 중반 책이 출간되던 그 무렵,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새로운 목소리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누보로망이 곧 태동할 예정이었다. 뒤라스는 당시 프랑스공산당 당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다 1949년 당과 결별하긴 했어도 끊임없이 사회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미뉘에서 『모데라토 칸타빌레』(1958)를 내며 뒤라스가 본격적으로 누보로망 작가들과 함께 언급되며 유명세를 타기 전, 그러니까 1943년 첫 소설 『철면피들』 이후 『태평양을 막는 제방』 『타르키니아의 작은 말들』 다음에 나온 『동네 공원』은, 작품 순서로 보자면 여섯번째 ‘소설’에 해당한다. 동시에 이 작품은 뒤라스가 쓴 ‘첫 희곡’으로도 소개되기도 한다. 형식상 공원 벤치에서 만난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져 있어, 희곡에 가깝게 보이기 때문이다. 내용상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진행되는 반서사적 특징 역시 주목을 요한다. 뒤라스 자신은 “소설이나 희곡을 쓸 의도는 없었고, 출판사에 말하지 않아 ‘소설roman’로 나왔을 뿐”이라고 했고, 연극 공연 당시 인터뷰에서는 “나도 모르게 희곡을 썼다”고도 했다.
그 당시에는 1953년 초연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교한 혹평도 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베케트는 이 작품의 라디오방송극을 듣고 감동받아 BBC 라디오방송에 작품을 추천하기도 했으며, 주요 평단과 언론의 반응과 달리 모리스 블랑쇼는 공연 팸플릿에 작품에 대한 진진한 글을 쓰기도 했다. 한국에는 1986년 『길가의 작은 공원』으로 처음 소개된 바 있는 『동네 공원』은, 세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뒤라스만의 독특한 호흡과 필치가 그대로 담겨 있는 숨은 명작이라 할 만하다.
저자

마르그리트뒤라스

저자:마르그리트뒤라스MargueriteDuras
본명마르그리트도나디외.1914년베트남사이공근교에서태어나프랑스령인도차이나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1932년대학입학과함께프랑스에정착했고,1943년‘뒤라스’라는필명으로첫소설『철면피들』을출간한다.이차대전중에는프랑수아미테랑과함께레지스탕스로서,1950년대에는열렬한공산주의자로서현실정치에적극적으로참여하며,알제리전쟁반대운동과68혁명등프랑스현대사의현장에도함께한다.1950년대말누보로망과결부되기도했던뒤라스는,특유의반복과비정형적인문장으로통속성과서정성을뒤섞어자기만의글쓰기영역을구축해간다.『태평양을막는제방』『모데라토칸타빌레』『히로시마내사랑』『롤베스타인의환희』『부영사』『사랑』『죽음의병』『연인』『파란눈검은머리』『에밀리L.』등다수의작품을썼다.자신이직접감독하고촬영한〈나탈리그랑제〉〈인디아송〉〈오렐리아슈타이너〉등을통해영화사에도중요한발자취를남겼다.마지막책『이게다예요』를출간한이듬해인1996년3월3일,파리에서세상을뜬다.
1955년에발표한『동네공원』은작가의초기작으로,수차례연극무대에올려졌다.가정부로일하는스무살의여성과행상을하며떠도는중년의남성이공원벤치에서우연히만나나누는대화로이뤄진소설이다.일상과행복,삶과직업,앞날에대한불안과기대,현재의결핍과욕구등서로가서로에게건네는고독한말속에서미약하지만근원적인유대가싹튼다.

역자:김정아
번역가.옮긴책으로『폭풍의언덕』『오만과편견』『3기니』『프닌』『버지니아울프라는이름으로』『고독의이야기들』『아카이브취향』『에세이즘』『카프카의마지막소송』『자살폭탄테러』『마음의발걸음』『걷기의인문학』『발터벤야민과아케이드프로젝트』『발터벤야민평전』『역사:끝에서두번째세계』『비폭력의힘』『진실과회복』등이있다.


목차


동네공원11

해설|뒤라스와『동네공원』:공원에서만나는개인의보편성119
마르그리트뒤라스연보141

출판사 서평

공원벤치에서만난낯선두개인의대화로이뤄진소설

총3장으로구성된이이야기의배경은“버찌가시장에나오기두달전”,즉봄무렵의어느동네공원이다.공원벤치에우연히함께앉게된여자와남자,처음만난이두사람은여자가돌보는아이를기회삼아대화의물꼬를튼다.아이는놀다가여자에게와서는각장의시작에서(1장에서는“배고파”,2장에서는“목말라”,3장에서는“피곤해”라고)딱한마디씩말할뿐,대부분은둘의대화로이뤄진다.여자는주인집에서보모일에식사시중에과체중의노인까지씻기고돌보며저녁늦게까지고된노동에시달리고있고,자기것이라고는하나없이예속되어있는불행한처지에서벗어나기를간절히바라며함께삶을꾸려나갈결혼상대를찾아댄스클럽에나가는게유일한탈출구라고여기는,전심전력을다해희망과변화를이야기하는스무살의가정부다.남자는집도없이홀몸으로상품가방하나들고갖가지잡동사니를팔러이곳저곳을떠돌며살고있고,지난날겪은많은불행으로앞날에대한계획이나사람에대한기대없이일상의작디작은조촐한것에만족하며단조롭게사는중년의행상이다.

자신들이“밑바닥중의밑바닥”이라고말하는,상처받기쉬운취약한처지의이두사람은서로에게지극한존대로이해불능과소통가능사이를오가며,드문드문대화의긴장과단절을유발한다.그런대화는때로어긋나기도하고각자의말에내던져져침묵속으로가라앉기도하지만,불가능할법한이우연의만남속에서차츰차츰둘은서로의토대에가닿는진실로향해나아간다.먹고사는문제,노동과직업에대한생각,누군가와의소통에대한간절한갈망,날씨와여행,벗어남과떠남,더이상살고싶지않던날의기억과행복에대한상념,고통스러운희망과비겁한체념등대화는여러갈래로뻗어나간다.아이의발화는‘배고프고,목마르고,피곤한’그들인간존재에게가장기본적인욕구를떠올리게하는절박한주문이나다름없다.서로가서로에게가장낮은목소리로조심스레건네는고독한말속에서,서로에대한염려와못본체할수없는걱정속에서,미약하지만하나의약속이,근원적인유대가싹튼다.저녁이오고공원문이닫힐무렵,그들의대화가피곤해하는아이의채근으로끝나갈무렵,어쩌면훗날그들이다시만나게되리라는불가능해보이던미래도언뜻비친다.

주류사회와단절된자들,공동의보편성에서소외된자들의소통

뒤라스는한인터뷰에서,두남녀의만남에서흔히기대하게되는러브스토리가아니라‘욕구이론’에대한접근으로이글을썼다고밝혔다.프랑스공산당활동당시정치적동지이자연인이었던디오니스마스콜로의『공산주의』(1953)에등장하는이‘욕구이론’은,기본적인물질적토대인의식주말고도인간의또다른기본조건인소통에대한욕구,나아가“무언가를욕구할수있는인간임을인정받고싶은욕구”를가리키기도한다.그것이남자가말하는“발산할만한데를찾지못하면괴로운”고통스러운희망일지라도,그저“무엇에대한것도아닌희망,희망을향한희망”일지라도말이다.

뒤라스는이작품을쓸때“공원에앉아있는사람들의침묵에귀기울이면서썼다”고도말한바있다.보편적으로누구나했을법한삶의고민을쉬운입말로풀어놓고있으나,그보편성-공통의운명은가장낮은바닥을울리는두사람의민감한목소리속에서더근원적인뿌리를건드린다.남들처럼살고싶어도남들만큼살수없는“방치된사람들”,기본적인삶의안녕부터돌봐야하는사람들에게말을나눌상대를만난다는건그래서절실해보인다.블랑쇼가말하듯,“동일한세계에살고있으면서전혀다른이유에서그세계와단절되어있다”는감각,그것이그들을함께있게하고말하게한다.저녁늦게까지불빛이있고“손님이가득하고음악이흐르는카페”로,그런데가없었다면외로워서못살았을거라고말하는사람들을모이게하는것이다.그래서그들은언제다시올지모를우연찮게주어진이만남의기회에서,놀라울정도로솔직하고무작정가까워졌다공손히멀어진다.뒤라스에게광장(공원)은사회변혁이나계급에대한정치적각성으로모여드는‘영웅’들의집회소가아니라,“살아남는것,굶어죽지않는것,매일저녁지붕있는잠자리를마련하는것”이우선이고“가스오븐갖는게꿈인”자들의일시적마주침의장소다.고향을잃고떠나온난민이나이민자처럼“사망증명서말고는아무것도가져보지못한자들”이자신도모르게걸어들어가는곳,거기서어쩌다혼잣말을하기도하고말상대를발견하기도하는곳.두사람의목마른언어가그리는보편의여운,공통의풍경이지닌진의는이작품을발표하고긴세월이지나‘1989년겨울’에달아둔작가의메모에서도잘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