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장 (A Soft Burial)

연매장 (A Soft Burial)

$18.13
Description
모든 의혹과 고통을 기꺼이 써내는 작가 ‘팡팡’이
진실에 닿기 위해 분투한 문학적 기록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봉쇄된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담은 『우한일기』 출간 이래 중국 정부에서 금서 작가로 지명당한 팡팡은 평생 진실한 글쓰기를 소명으로 삼은 작가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눈을 통해 역사를 보여주고, 이데올로기에 파묻힌 인간의 존엄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왔다. 『깨진 칠현금』으로 2010년 제5회 루쉰문학상, 『연매장』으로 2017년 제3회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았으며, 모두가 이야기하기 꺼리는 주제를 기꺼이 써내며 성역 없는 글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매장』은 아들 칭린이 어머니 딩쯔타오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중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개인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비판의식과 문학성을 훌륭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했지만, 1950년대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수상 직후 중국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했다. 그러나 팡팡은 결코 침묵당하지 않았다. 『연매장』은 독자들의 요청으로 대만에서 중국어로 출간되었으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잊혀선 안 될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모래폭풍처럼 밀려든 역사의 비극 속에
사람들이 선택한 은폐와 망각이라는 생존법, ‘연매장’

‘연매장’은 죽은 뒤 관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매장의 형태를 일컫는 말로, 원한을 품어 환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토지개혁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사람들이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침묵과 망각 역시 사회적 연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쓰촨에서 토지개혁 때 도망친 친구의 어머니를 통해 연매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팡팡은 이 단어를 중심으로 소설 『연매장』을 썼다.

사람이 죽은 뒤 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것이 연매장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이 과거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이를 봉인하거나 내버린 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을 거부하는 것도 시간에 연매장되는 것이다. 일단 연매장되면 영원히, 대대손손 누구도 알 수 없다.
(...) 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단순했다. 나는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 내 의혹과 고통을 성실하게 적어냈다. 일종의 기록으로써 내 복잡한 사연과 심정을 글에 드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가의 말」에서)

기억을 잃은 여인 딩쯔타오는 무엇에 가로막힌 듯 자신의 과거를 하나도 떠올리지 못한다. 강물에 상처투성이로 떠내려온 그녀를 의사 우자밍이 치료해주고, 둘은 이 인연을 바탕으로 결혼해 아들 칭린을 낳는다. 소박하고 가난하지만 성실했던 두 사람 사이에서 자란 칭린은 한 회사의 지사장이 된다. 칭린은 아버지 우자밍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대저택으로 모셔간다. 고생길은 끝났으니 행복만 누리시라며 좋은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딩쯔타오도 여유를 누리려던 그때 그녀 눈앞에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이 어른거린다. 그러나 과거를 완전히 떠올리기 직전 딩쯔타오는 정신을 놓아버리고, 칭린은 어머니가 남긴 뜻 모를 단어 ‘연매장’을 붙잡고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침내 칭린은 어머니 딩쯔타오가 지주 계급의 여인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온 가족이 죽임당했다는 사실, 아버지 역시 전란을 틈타 산으로 도망쳐 지주 계급이었던 과거를 평생 숨기고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은폐와 어머니의 망각이 그들에게 유일한 생존법이었음을 깨달은 칭린은 평생 이 일을 들추지 않기로 다짐한다.


평온하고 평범해 보이는 삶에서
우리는 망각과 기록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연매장』은 여러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사건 당사자인 딩쯔타오, 후대에서 그 사건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칭린, 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류진위안의 시각이 번갈아 등장하며 토지개혁으로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사건의 당사자인 딩쯔타오의 입장에서 애통함을 느끼기도 하고, 칭린의 마음에 공감하며 희생자였던 부모의 사연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판단에도 동의하게 된다. 그러나 팡팡은 이 사건을 단순한 비극으로 결론내리는 것에 의문을 던진다.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네가 편안한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431p)

칭린의 친구 룽중융의 대사를 통해 팡팡은 역사적 사건을 묻어버리거나 기록해 후대에 전하고 기억하는 것 모두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칭린의 선택을 비겁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목격자로서 자신은 문학적 증언을 남길 것을 선택했으며, 그 글 역시 절대적인 진실이 아닌 그 가까이에 가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는 점을 작품 말미에 밝힌다.

그래, 나는 망각을 선택했고 너는 기록을 선택했어. 하지만 네가 기록하는 이상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리고 진실은, 칭린은 냉소를 지었다,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니? 세상의 어떤 일도 진정한 진실을 가질 수 없는데. (444p)

동시에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그 경험은 개별적이다. 한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진술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경험은 단일화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진실을 바라보며 각기 다른 상흔을 안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갈 따름이다. 다행히 망각과 은폐가 모두의 최선은 아니기에, 『연매장』처럼 곳곳에 남은 생생한 기록들이 우리가 진실에 다다르는 입구가 되어준다.
저자

팡팡

저자:팡팡
본명은왕팡王方.1955년중국난징에서태어난팡팡은이후우한에서성장했다.공장하역부로짐수레를끌며생계를이어나갔다.그녀는이시기에대해“4년동안사회라는대학을다녔다”고회고한다.이렇게짐꾼으로일하던중아버지가자식을대학에보내는것이소원이라고하자,우한대학교에들어가중문학을전공하고작가가된다.도시하층민의삶을사실적으로그려내중국‘신사실주의대표작가’로평가받는다.2010년중국최고권위의루쉰문학상을수상했으며,1950년의토지개혁을다룬소설『연매軟埋』로2017년루야오문학상을수상했다.그러나중국정부는곧장이책을금서로지정했다.
2020년1월25일,우한에거주하고있던팡팡은도시가봉쇄된지사흘째부터인구1천만의대도시가하루아침에멈춰버린우한의참상과생존기를웨이보에써나가기시작한다.당시중국네티즌들은‘살아있는중국의양심’‘우울한중국의산소호흡기’라며극찬했다.정부검열로그녀의웨이보가차단되고글이계속삭제당하자,중국네티즌들은팡팡의일기를댓글로각자이어서올리는댓글릴레이를펼치기도했다.결국팡팡의일기는SNS를넘어해외언론에소개됐고날로유명해졌다.
이후『우한일기』에지지의사를밝힌학자들이정부당국에불려가조사를받는등고초를겪었으며,팡팡자신도고발당했다.그러나팡팡은중국내부에서의탄압과비판에맞서“작가는사실을이야기하고,자신이느낀것을진실하게쓸뿐이지쇼를하지않는다”라고일갈했다.『우한일기』는미국,독일,스페인,영국,이탈리아,체코,프랑스,러시아,일본,베트남등세계15개국에판권이팔렸으나,출판이정부허가제인중국에서는끝내출판되지못했다.
『우한일기』로코로나19의참상과성찰을전세계에증언한팡팡은우리나라의정은경질병관리청장과함께2020년BBC선정올해의여성100인으로선정되었다.

역자:문현선
이화여자대학교중어중문학과와같은대학교의통역번역대학원한중과를졸업했다.현재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에서강의하며전문번역가로서중국어권도서를기획및번역하고있다.옮긴책으로『색,계』『열여덟,소녀를내게줘』『피아노조율사』『원청』『오향거리』『삼생삼세십리도화』『평원』『제7일』『사서』등이있다.

목차


제1장
1.자신과의투쟁11
2.강물소리14
3.혼자있는게익숙해_8
4.떨쳐낼수없는것들23
5.사라진독가시31
6.텅빈가슴에시간만남아34
7.기억따위는필요치않아37
8.‘딩쯔’라는두글자40

제2장
9.집으로모셔갈게요45
10.체런루?아니면싼즈탕?50
11.내기억으로는붉은색인데53
12.총개머리에맞았어57
13.어둠의심연61

제3장
14.국숫집에서만난고향사람67
15.지금할수있는일은살아가는것뿐73
16.남방으로79

제4장
17.깜짝놀란칭린91
18.비밀을간직한사람96
19.그녀의영혼은현세에없어100
20.낡은가죽가방103

제5장
21.잿빛속의계단109
22.아니,그런게아니야!112
23.첫번째지옥:강물속울부짖음115
24.두번째지옥:급류에휩쓸린배119
25.세번째지옥:산길에서의달음박질125

제6장
26.바쁘지않아도인생은피곤해133
27.바이양바의다수이징138
28.어느가문이야기145
29.완저우의생선구이152
30.순간마음이바뀐칭린162
31.먼지는먼지일뿐166
32.체런루?172
33.잘못을바로잡으려면선을넘을수밖에179

제7장
34.네번째지옥:서쪽담장의홍초아래191
35.다섯번째지옥:화원의연매장197
36.여섯번째지옥:최후의만찬203
37.일곱번째지옥:누군가전해준소식211

제8장
38.뒷모습이왜이렇게익숙할까?225
39.그의아버지를본게확실합니까?234
40.한사람의일생이이렇게끝나는구나243

제9장
41.여덟번째지옥:날죽게내버려둬!249
42.아홉번째지옥:이런목숨이무슨의미가있나요?252
43.열번째지옥:오빠어디있어?258

제10장
44.일기를읽기시작한칭린265
45.아버지가둥씨라고?269
46.다시시작된삶278
47.무명씨293
48.소스라치게놀란칭린300
49.딩쯔타오를아내로306
50.추측과의문315

제11장
51.열한번째지옥:오빠를찾으러가야해321
52.열두번째지옥:다급한행보326
53.열세번째지옥:모든게잿더미로329
54.열네번째지옥:아빠와엄마는너만믿는다334
55.열다섯번째지옥:너는루씨가문사람이라고말해라340

제12장
56.세상에,딩이모가자네어머니라고?345
57.청문은하녀354
58.멋지게올라간처마끝358
59.연매장370
60.싼즈탕374
61.실성한노인381
62.그시절을어떻게말해야할까?389

제13장
63.열여섯번째지옥:보증서405
64.열일곱번째지옥:모란이불410
65.열여덟번째지옥:지옥의문415

제14장
66.지하의비밀통로425
67.하늘이덮은일430
68.연매장되기싫어432
69.뼛속에서부터나오는슬픔434
에필로그70.누군가는망각을,누군가는기록을선택한다441

작가의말445
편집자의말453

출판사 서평

모래폭풍처럼밀려든역사의비극속에
사람들이선택한은폐와망각이라는생존법,‘연매장’

‘연매장’은죽은뒤관없이곧장흙에묻히는매장의형태를일컫는말로,원한을품어환생하고싶지않은사람들이선택한방식이었다고전해진다.당시토지개혁으로삶이무너져내린사람들이고통을잊기위해선택한침묵과망각역시사회적연매장이라고할수있다.쓰촨에서토지개혁때도망친친구의어머니를통해연매장이라는단어를알게된팡팡은이단어를중심으로소설『연매장』을썼다.

사람이죽은뒤관이라는보호막도없이곧장흙에묻히는것이연매장이다.그리고살아있는사람이과거를단호하게끊어내고,이를봉인하거나내버린채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기억을거부하는것도시간에연매장되는것이다.일단연매장되면영원히,대대손손누구도알수없다.
(...)이처럼내가할수있는일은아주단순했다.나는내가아는것과느낀것,내의혹과고통을성실하게적어냈다.일종의기록으로써내복잡한사연과심정을글에드러내는것만으로충분했다.(「작가의말」에서)

기억을잃은여인딩쯔타오는무엇에가로막힌듯자신의과거를하나도떠올리지못한다.강물에상처투성이로떠내려온그녀를의사우자밍이치료해주고,둘은이인연을바탕으로결혼해아들칭린을낳는다.소박하고가난하지만성실했던두사람사이에서자란칭린은한회사의지사장이된다.칭린은아버지우자밍이교통사고로세상을떠난뒤어머니를모시기로결심하고대저택으로모셔간다.고생길은끝났으니행복만누리시라며좋은술과음식을대접하고,딩쯔타오도여유를누리려던그때그녀눈앞에희미한기억의조각들이어른거린다.그러나과거를완전히떠올리기직전딩쯔타오는정신을놓아버리고,칭린은어머니가남긴뜻모를단어‘연매장’을붙잡고비밀을파헤치기시작한다.마침내칭린은어머니딩쯔타오가지주계급의여인으로풍족한삶을살았지만토지개혁으로재산을몰수당하고온가족이죽임당했다는사실,아버지역시전란을틈타산으로도망쳐지주계급이었던과거를평생숨기고가짜신분으로살았다는사실을알게된다.아버지의은폐와어머니의망각이그들에게유일한생존법이었음을깨달은칭린은평생이일을들추지않기로다짐한다.

평온하고평범해보이는삶에서
우리는망각과기록을선택하며살아간다

『연매장』은여러인물의시점이교차되며진행된다.사건당사자인딩쯔타오,후대에서그사건을평가하는위치에있는칭린,개혁에적극적으로개입했던류진위안의시각이번갈아등장하며토지개혁으로일가족이몰살당한사건을다룬다.이야기를따라읽다보면사건의당사자인딩쯔타오의입장에서애통함을느끼기도하고,칭린의마음에공감하며희생자였던부모의사연이세간의주목을받지않도록보호하려는판단에도동의하게된다.그러나팡팡은이사건을단순한비극으로결론내리는것에의문을던진다.

“사실자신을규정하는문제라는건존재하지않아.인생에는수많은선택이있잖아.어떤사람은좋은죽음을선택하고어떤사람은구차한삶을선택하지.어떤사람은전부기억하기를,또어떤사람은잊기를선택해.백퍼센트옳은선택이란없고,그저자신에게맞는선택만있을뿐이야.그러니까너무많이생각하지마.네가편안한방식을취하면된다고.”(431p)

칭린의친구룽중융의대사를통해팡팡은역사적사건을묻어버리거나기록해후대에전하고기억하는것모두개인의선택이라고말한다.그녀는칭린의선택을비겁하다고비난하지않는다.목격자로서자신은문학적증언을남길것을선택했으며,그글역시절대적인진실이아닌그가까이에가기위한노력일뿐이라는점을작품말미에밝힌다.

그래,나는망각을선택했고너는기록을선택했어.하지만네가기록하는이상내가어떻게잊을수있겠어?그리고진실은,칭린은냉소를지었다,진실이어떻게언어와글로표현될수있겠니?세상의어떤일도진정한진실을가질수없는데.(444p)

동시에같은사건을겪더라도그경험은개별적이다.한사건을둘러싼사람들의진술이천차만별인이유도경험은단일화되지않기때문일것이다.우리는서로다른진실을바라보며각기다른상흔을안고각자의선택에따라살아갈따름이다.다행히망각과은폐가모두의최선은아니기에,『연매장』처럼곳곳에남은생생한기록들이우리가진실에다다르는입구가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