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없는 민주주의

시민 없는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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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포스트 계엄 시대,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동학운동부터 응원봉 집회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온 시민의 역사, 그리고 청사진
저자

정병설

저자:정병설
서울대국문과교수.한글소설을중심으로주로조선시대의주변부문화를탐구했다.코로나팬데믹기간동안동학,특히해월최시형의사상에눈을떴고,바로이어진1년간의베를린안식년체류에서동학의시각으로독일사회를바라보면서민주주의에이르렀다.이책은한국사회가어떻게하면시민이주인되는진정한민주주의에이를수있을지그길을고민한결과물이다.
지은책으로국문학자의시선으로우리땅곳곳의숨은역사와문학을탐구한『나의문학답사일지』,조선시대소설의향유과정을심층적으로분석한『조선시대소설의생산과유통』,사도세자의죽음을입체적으로해석한『권력과인간―사도세자의죽음과조선왕실』,음담에나타난저층문화의성격을밝힌『조선의음담패설―기이재상담읽기』,그림과소설의관계를연구한『구운몽도―그림으로읽는구운몽』,기생의삶과문학을다룬『나는기생이다―소수록읽기』등이있으며,『한중록』『구운몽』『춘향전』등을번역했다.

목차


머리말.포스트계엄시대한국의민주주의
도론.민주주의로의여정―베를린,아테네,그리고서울

제1부.시민은어디에있는가:한국민주주의의현실
민주주의의기준과수준|국민주권설이라는픽션|사법시민주권,사회의실질적주인|시민헌법,시민이직접만든헌법|헌법재판소는민주적기관인가|시민법관,재판권을돌려다오|판단권력이란무엇인가|표현의자유,민주주의의파수꾼|시민언론,언론개혁의방향

옹달샘1일본과대만의사법개혁

제2부.인류최고의발명품:민주주의의원류
민주주의의다의성|이세고리아와이소노미아|혼란과파국,민주주의비판|레스푸블리카,대안으로서의공화정|대의제와대표의허구

옹달샘2아리스토파네스의「기사」에나타난아테네민주주의의풍자적실상

제3부.우리는과연평등한가:한국민주주의의기초와역사
소크라테스냐프로타고라스냐|엘리트주의에서시민판단민주주의로|거짓자부심보다는철저한반성을|누구도차별의예외가될수없다,전근대한국의차별|권력과돈이지배한사법전통|「조의제문」부터『명기집략』사건까지,인민의입을막아온역사|김유신,김만중,그리고춘향,한국인의자유의지|차별에대한강력한저항,동학의평등사상|노예근성과주인정신|동아시아민주주의비교론

옹달샘3오에겐자부로그리고한강

제4부.우리가모르는민주주의:한국민주주의의미래
대한민국의재설계|민주주의의핵심제도,추첨제|시민의회,추첨원과선거원|작은공동체에대한염원,연방제|자전거페달밟기를멈추지마라|소로,아도르노,그리고독립적시민

옹달샘4추첨제와학교민주화

맺음말정치체제는공기와같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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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포스트계엄시대,
한국의민주주의는어디로가야하는가

동학운동부터응원봉집회까지
민주주의를위해나아온시민의역사,그리고청사진

2024년12월3일비상계엄선포를기점으로한국의민주주의는절체절명의위기상황에놓였다.대한민국헌법에는“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다”“모든권력은국민으로부터나온다”라고명시하지만12·3이후의상황은이에의문을품게하기충분했다.‘왜대한민국의주인이라는국민이거리로나와탄핵을외치며호소해야만하는가?’‘촛불집회는선진시민의식을보여주는것이아니라시민에게실질적권력이없음을반증하는현상이아닐까?’『시민없는민주주의』는이러한의문에대한답을찾아가고우리가만들어갈민주주의를위한새로운질문을과감히던진다.이책은고대아테네부터독일베를린까지,조선시대부터현재대한민국까지시민과민주주의의역사를두루짚은뒤,우리사회가시민이주인되는진정한민주주의에이르려면어떻게해야하는지그방법을다각도로고민한결과물이다.
조선시대의주변부문화를꾸준히탐구해온서울대국문과정병설교수는코로나팬데믹기간동안동학사상에눈을떴고,이후1년간베를린에서안식년을보내며민주주의에가닿는다.여행을하며미국의민주주의를관찰한토크빌처럼정병설교수는독일체류기간동안‘시민중심의민주주의’의본질을깨닫는다.동네마다하나씩있는클라인가르텐(작은정원)과임대주택사회화에대한국민표결을접하며인간중심의사유와반차별적제도가독일사회에깊게뿌리내려있음을알게되어그기원을파고든다.그렇게베를린에서시작된여정은고대아테네로이어진뒤한국사회로까지뻗어간다.특정엘리트가아닌다수의시민이돌아가면서임무를맡았던고대아테네,그런고대그리스의민주주의와인간관을계승한베를린,사법엘리트가최종권한을쥔한국의실상을연결해새로운민주주의사회구상을제시한다.이책은정치학자가아니라진정한민주주의를꿈꾼,어느시민의날카로운사유의기록이자민주주의를향한다짐이다.또한시민스스로가우리공동체,우리사회의주인이라는의식을확고히갖고정치의식과정치문화의저변을함께바꿔가자는뜨거운제언이기도하다.

이책은대한민국민주주의의전면적재설계를고민한결과물이다.설계의방향을한마디의슬로건으로정리하면,“시민에게실권을!”이다.이제시민이한국민주주의의주인이라는이름에걸맞은합당한권리를가지도록정치,경제,법등을아우르는시스템을근본적으로돌아보아야할때다.(…)이책은고대아테네의오랜민주주의부터근현대민주주의까지개관하면서민주주의본질과현실이라는두관점에서한국민주주의를검토한것이다.특히제도적으로는시민에게사법적판단의권리와자유로운언론의권리가있는지를중점적으로거론했다.현재한국에서민주주의의미래를논하는대부분의연구는‘참여’나‘숙의’를언급하나,나는이것이한국민주주의의핵심문제가아니라고본다.한국에서참여나숙의는시민에게실권을주는것이아니라시민의말을한번들어나보겠다면서시민을들러리로세우는데그쳤다.참여나숙의는실질적인시민권리가보장된다음이라야제대로작동할수있다.힘이없는시민의참여와숙의는아무의미가없다._머리말에서

“민주주의는나아가기도어렵지만지키기도어렵다”

민주주의에대한논문과책은하루가멀다하고새롭게등장한다.하지만시민이쓴,시민을주인으로둔민주주의에대한책은의외로드물다.이책은시민의관점에서‘시민민주주의’특히‘시민판단민주주의’를위한다양한논의를전개한다.『권력과인간』에서영도-사도세자-정조시대조선의절대권력을둘러싼왕실의사투를핍진하게그려냈던정병설교수가이번에는지금,여기한국으로펜끝을돌려한국사회의권력과시민에대해논한다.이책은법전공자나기성정치인이아니라국문학자정병설교수의참신한관점과깊이있는통찰을통해시민주권이라는비전을제시한다.100여권의도서와70여편의논문을살피고고민하여초고를집필해정치학자,법학자,시민운동가등여러전문가에게자문을구한이책은시민주권을위한또다른혁명의기록이라할만하다.
1부에서는‘과연한국은민주주의국가인가?’라는질문부터던진다.현재대한민국은시민의참여와견제가없는,즉사법시민주권이부재한체제다.이에시민에게재판받을권리뿐아니라재판할권리도있음을논하고헌법재판소의비민주성을짚으면서시민의뜻을반영한시민헌법의제정을강조한다.2부에서는민주주의의원류를거슬러올라가고대아테네의직접민주주의부터공화정,대의민주주의등시대에따른변화상을살핀뒤우리시대에맞는민주주의는무엇인지그근본을묻는다.3부에서는전제왕정국가로사회적차별이극심했던전근대한국에도김유신,김만중,춘향같은자유의지를보인인물이존재했고동학사상이나만민공동회처럼민주주의를향한도약또한이뤄졌음을제시하며우리안의자유의지를일깨운다.마지막4부에서는시민이실권을가진참된민주주의로가기위한대한민국의전면적재설계를요구한다.개헌으로그칠것이아니라사법시민주권과표현의자유문제를개선할구체적방안과추첨제,시민의회,연방제등의적용을제안한다.

현대민주주의에서어쩔수없이대의제를중요한형식으로채택하더라도대의제의한계를명심하고민주주의의근본을잊어서는안된다.민주주의의이상을위하여노력하면서그부족함을채우는방법으로대의제를생각해야지대의제를해놓고민주주의를다한것처럼여겨서는안된다는말이다.민주주의의보완책으로입헌민주주의,참여민주주의,숙의민주주의등이계속해서거론되지만,이들또한민주주의의본질을놓치면아무런의미도없다.헌법을만들었다고해서입헌민주주의가되는것이아니니,그헌법을실질적으로시민이주도하여만들지않았다면입헌이라는말은어울리지않는다.또한공청회에시민들을들러리로참여시켜놓고참여를말하는것도적절치않다.민주주의의병폐를고칠수있는대안으로숙의민주주의를주장하는학자들이적지않으나,그대부분은공론조사나국민청원등실권없는시민의숙의절차참여다.아무결정력없는숙의절차하나를추가했다고해서더나은민주주의가되었다고보기어렵다.우리는우리의민주주의에무엇이부족한지늘근본으로부터물어야한다._127~128쪽

시민의,시민에의한,시민을위한
새로운민주주의를위한제언

민주주의의요체는법앞의평등(이소노미아)과공적장소에서누구나동등하게발언할수있는권리(이세고리아)에있다.이두가지틀을기준으로정병설교수는대한민국헌법과사법제도를조목조목따지며현재한국의민주주의의수준은‘시민’이아닌‘노예’수준이라고비판한다.민주주의가되려면누구도정치에서배제될수없다는평등한인간관을가져야하는데한국의입법자는시민의사법참여를부정적으로인식했다.하지만대한민국시민은입법자나권력자들의생각처럼무지몽매하지않다.정치인,법률가에게자신의운명을맡겨야할정도로나약하거나의존적이지도않다.경험해본적없기에처음에는자기의견을내거나판단을주저할지모르지만주권시민으로서의자격은이미충분히갖추고있다.일반당원으로등록된국민이천만명이넘고그중당비를납부하는사람도210만명이상일정도로대한민국시민들은정치참여에대한열망이높다.국민참여재판시전문법관의판결과배심원의판결일치율로미뤄볼때여러사안에대한이해도도전문가와크게다르지않은수준이다.선거기간에만시민으로존중받고선거가끝나면정치엘리트의결정에따르고원하는바를읍소해야하는노예같은상태가아니라국민으로부터모든권력이나오는사회를위해무엇이필요한지고민해야한다.
이제민주주의를향한제2의도약이필요할때다.권위주의독재체제를겨우넘어선소극적민주주의에서시민이공동체의진정한주인이되는적극적민주주의를향해다시한번나아가야한다.이러한시기에출간된『시민없는민주주의』는더나은사회,더좋은정치를위한화두를던지고청사진을제시한다.칸트는자기자신의지성을사용할용기를가져야계몽에이를수있다고말했다.그동안우리가당연시했던한국민주주의에대한무지를인정하고거기서벗어나려고노력하지않는다면우리는결코진정한민주주의를만나지못할것이다.

한국의민주주의는토대가약하다.설사민주주의가약간진전했다고해도언제든지후퇴할수있다.어떤사람을영웅화하면서그의지배를받아들이려는성향이서양보다강하니독재로회귀할가능성또한높다.우리가과연우리공동체의주인인지계속반성하지않으면,또매순간우리가누구를영웅화하지않는지를반성하지않으면,민주주의는순식간에침몰한다.따라서현재한국민주주의의과제는두방향으로진행되어야한다.하나는민주주의를향해한발더나아가는것이며,다른하나는힘겹게이룬현재의민주주의가뒤로물러나지않게지키는일이다.민주주의를진전시키고또지키려면스스로의부족함부터깨달아야한다.깨달음은한국사회에서시민이공동체의주인으로서충분한권리를누리고있는지반성하는데서출발한다.내가다른누구와뒤지지않게대등하고자유롭게발언할수있는지,공동체의일원으로공동체의중대한사안에대해최종적판단을내리는데평등하게참가하고있는지돌아보는것이다.이런권리가충분하지않다면어떻게하면그것을얻을수있을지고민해야한다._233~2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