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소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소설)

$16.80
Description
사람과 사람 사이에 드리워진 미묘한 그늘
그 속을 거니는 야생동물과도 같은 민첩하고 유연한 리듬

2025 젊은작가상 화제의 수상작 「바우어의 정원」,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수록
“살아내는 일의 어려움과 아름다움”이 만드는 “긴 여운”(2025 젊은작가상 심사평)을 담아낸 단편소설 「바우어의 정원」으로 2025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작가 강보라의 첫 소설집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이 출간되었다. 2021년 단편 「티니안에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후 4년 만에 펴내는 첫 단행본이지만, 수록된 7편의 작품은 이 작가의 기량이 신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있음을 보여준다. 쓰는 이의 확고한 무게중심이 내재된 소설만의 안정적인 구성과 전개, 예술과 문화에 대한 오랜 애정이 녹아든 깊은 풍미, 독자의 머리와 가슴을 간질이는 날카롭고 세련된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약 15년간 주·월간지 기자로 활약하며 쌓은 문필력과 대중 독자의 관심사를 꿰뚫어보는 감각 덕택에 강보라의 첫 소설집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출사표로 완성되었다.
앞선 기자 출신 소설가들이 그랬듯, 강보라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형성하는 사회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강보라 소설은 한층 유려하고 세밀한 톤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시적인 관계망을 그려나간다. 그의 작품은 각자가 현재 서 있는 자리는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인 취향부터 살아온 시대나 누릴 수 있는 자본의 범위까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천차만별이기에 우리 눈에 타인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른 사람’ ‘같지 않아 낯선 사람’일 수밖에 없다. 강보라의 인물들은 이 낯선 존재들로 빽빽한 정글에서 상처 입지 않으려 긴장한 채 주위를 살피고, 먹이사슬 속 포식자와 피식자의 자리를 민첩하게 오가며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정체화하기도 한다.
소설집의 제목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이 ‘낯섦’이 유발하는 긴장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뱀과 양배추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주도로 진행된 설문조사 연구 결과 어떤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불쾌감을 안긴 피사체였다. 텅 빈 기표로 제시되었을 뿐인 그것들에서 뭔가를 읽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마음과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마음 양쪽을 들여다보며, 강보라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피사체가 되며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야생동물처럼 생동하는 감정을 포착해낸다.
저자

강보라

저자:강보라
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티니안에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3년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2025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티니안에서_007
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_037
신시어리유어스_083
바우어의정원_135
빙점을만지다_171
직사각형의찬미_221
아름다운것과아름답지않은것_253

해설|인아영(문학평론가)
운명을사랑하는세가지방식_303

작가의말
꽁지깃을치켜세움_323

추천의말_326

출판사 서평

취향,세대,계층……
각자를가르는보이지않는경계선
서로의눈에조금씩이상한우리는
그러나이토록아름답다

작가는데뷔작「티니안에서」로젠더,인종,국적등고정된절댓값처럼안고살아야하는굵직한정체성을아울러짚어낸바있다.주인공‘민지’는친구‘수혜’와함께티니안섬으로떠난여행에서모르는백인남성들의접근에동양인여성으로서위협감을느끼고,같은한국인남성앞에서도그들의시선으로재단된채존재한다.강대국의패권다툼으로새겨진상흔이고스란히남은섬안에서,민지는남들의시선은아랑곳없이있고싶은모습으로자유로이여행을즐기는수혜에게까지거부감과경계심을느끼던자신을되돌아보게된다.
소설집의전반부에배치된작품들은우리가서로를낯설어하게만드는보이지않는경계선을점차세세한영역까지가시화한다.「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신시어리유어스」는사회·문화·경제적자본의격차가밝혀지며서로의위상이뒤집히는미묘한갈등의순간을건져올린수작이다.
「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의미술계통종사자‘재아’는중산층‘순혈’문화인에속하는남편에게은근한열등감을느끼며남편의미학관을베껴써왔지만여행차방문한발리에서평소라면멸시했을배낭여행자들과어울리며그들에게의외의모습을발견하고끌림을느끼기도한다.과연발리여행자들이잠자코멸시의대상으로만남아있을까.재아가진심으로사랑하는세계는어느쪽일까.
「신시어리유어스」의잡지사피처에디터‘단’은한발앞서돋보이는커리어를쌓고윤택한삶에안착한‘시내선배’를선망하면서도쉽게성공할수있었던듯보이는앞세대를향한박탈감또한느낀다.시내선배의삶의양태를이해하지못하던친구‘문태언니’가시내선배와함께서울과제주도를오가며기성세대의안정과여유에서비롯된선행(지인의‘반려마馬’돌보기)으로단은포함될수없는유대를쌓기시작하면서세사람의관계는전과다른양상으로흘러간다.

뜨겁고습한비일상적공간을무대로하는이‘열대3부작’이후,강보라는소설쓰기에대해서만큼은익숙한패턴을만들지않겠다는듯작품세계에조금씩변화를준다.「빙점을만지다」와「직사각형의찬미」는돈이라는속되지만구체적인가치를전면에놓고그밖의거창하지만추상적인가치들과저글링하는듯한작품들이다.
「빙점을만지다」에서는‘문학하는삶’을살겠다는순정한꿈을이뤄문화적으로는풍부하나경제적으로는공허하던‘동표’가자신보다더순수한문학도였음에도어느새몰라보게속세에물든듯한대학선배‘해규’와재회하여자본주의사회의현실적여건속에서각자가디디려는삶의균형점을탐색한다.
「직사각형의찬미」에서는대기업에근무하는남편과의부유한삶을꿈꾸며낡은빌라에서대단지아파트로이주하고싶어하는‘나’가비슷하게허름한맞은편빌라에사는여자의직사각형창문안을훔쳐보며그정연한풍경을흠모하게된다.아직생활에찌들지않은채아름다움을추구하는새신부‘나’를집주인여자는아니꼽게여긴다.이세여자가주고받는혐오와애정이뒤섞인복합적인감정이있는그대로소설에담겨전해져온다.

「아름다운것과아름답지않은것」「바우어의정원」에서는강보라가인간존재에대한애정을보다진솔하게표현하기시작했음을확인할수있다.「아름다운것과아름답지않은것」은좋은예술가로거듭나기위해자신만의고독한길로나아가기직전,두미술작가‘민홍’‘이재’와한소설가지망생‘주영’이서로를독려하고밀어붙이기도했던짧은시간을,「바우어의정원」은유산이라는아픔을겪어냈고이제는그아픔을연극배역을따낼발판으로삼아야하는두배우‘은화’와‘정림’의마주침을그린다.
이소설들에이르러인물들각자의차이는서로를경계하고불편히여길근거가아니라깊이이해하며존중할고유한특성으로다가온다.민홍과이재의예술관은각각독자적으로아름답고,주영이구축할작품세계는오로지주영만이결정할수있으며,은화와정림의개별적인아픔은결코연출가의한두마디로단순화되거나손쉽게동일시될수없을것이다.우리각자가지닌차이를아름답고독창적인지문의무늬로끌어안으며,강보라소설은독자의마음을움직이는묵직한울림까지획득해냈다.이제막첫소설집을펴낸이완성형신인은앞으로어떤근사한작품을선보일까.강보라의지문이가득담긴이소설집에는그의미래를기대하게만드는힘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