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이후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

광장 이후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

$18.49
Description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계기로 광장이 또다시 활짝 열렸다. 이 광장의 시민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으며,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광장 이후』는 ‘우리’와 ‘저들’이라는 편 가르기나 진보와 보수의 진영 갈등을 넘어, 광장 안팎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던 주체들을 좀더 면밀하게 읽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신진욱, 노동 분야 현장 연구 전문가인 사회복지학자 이승윤, 청년 노동시장에 관심을 두고 지역 산업 구조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양승훈, 불안정노동 및 사회복지학 연구자이자 여러 사회운동 조직의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재정 등 네 저자의 글을 한데 모아 이번 12·3 광장을 만든 이들부터 광장에서 지워진 이들까지, 광장 주체들을 입체적으로 살폈다. 아스팔트 극우, 남태령 집회의 여성들, 2030 남성과 청년 불안정노동자 등 시민사회의 정치 주체에 대한 역사적이고도 시의적인 분석이 ‘광장’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12·3 광장을 입체적으로 보려는 이 책의 취지를 단단히 뒷받침한다. ‘광장’ ‘사회’ ‘정치’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며,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광장, 새로운 사회, 새로운 정치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발명할 때만이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 책이 광장 안과 광장 밖, 시민과 정치를 가르는 벽에 작은 균열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은이:신진욱

연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한국사회정책학회,한독사회과학회부회장을지냈고,현재중앙대학교사회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주요관심분야는민주주의,시민사회,사회운동,불평등,복지국가이다.지은책으로『그런세대는없다』『시민』등이있다.

지은이:이재정
중앙대학교정치국제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사회복지학과에서사회정책을공부하고있다.중앙대학교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연구원으로참여해디지털전환시대돌봄의변화를연구한다.국회의원비서관으로활동하며성평등과복지정책을다루었고,최근에는‘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윤퇴청)대표,‘불평등물어가는범청년행동’과‘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공동대표를맡고있다.

지은이:양승훈
정치학,문화인류학,과학기술학을공부했다.현재경남대학교사회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사회조사방법론,사회조사통계,과학기술학을강의한다.청년노동시장에미칠영향에관심을갖고,제조업,혁신,비수도권산업도시,여성공학인력등을연구해왔다.지은책으로『울산디스토피아,제조업강국의불안한미래』『중공업가족의유토피아』등이있다.

지은이:이승윤
영국옥스퍼드대학교에서사회정책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중앙대학교사회복지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주요연구분야는복지국가와노동시장,불안정노동,소득보장정책,제도주의이며,최근디지털시대불안정노동의양상과복지국가제도개혁에대한국제비교연구를진행중이다.청년정책조정위원회초대민간부위원장을지냈다.지은책으로『보이지않는노동자들』『한국의불안정노동자』(공저)등이있다.

목차

서문―내란의비극에서민주주의의회복으로
1장한국민주주의의위기와극우파시즘|신진욱
2장광장이묻고청년이답하다―다시만들세계,광장의민주주의를기억하자|이재정
3장2030남성프레임전쟁―그들에게는없는응원봉|양승훈
4장녹아내리는노동,연대가어려워진청년들|이승윤

출판사 서평

태극기집회에서응원봉부대까지,
광장안팎의시민에게민주주의란무엇인가

계급,젠더,세대,이념의차이가만든
한국사회정치주체의지형도

광장의시민들은어디에서와서어디로가는가
12·3비상계엄으로드러난민주주의의얼굴들

2024년12월3일밤10시27분,오늘날대한민국에서일어나리라고는감히생각하지않았던계엄령이선포되었다.각자의생활공간을뚫고들어온느닷없는비상계엄에정치인들,시민들은국회로몰려들었고,계엄에동원된군대의침입을막아내며두시간만에계엄해제를이뤘다.이사건만으로도큰충격이었지만,내란수괴의파면선고까지한국사회는이번내란에얼마나많은권력집단이연루되어있는지목격하며아연실색했고,전국곳곳에형성된광장에서함께하기도갈등하기도하며혼란한넉달을보냈다.
표면적으로광장은윤석열탄핵찬성과반대라는두집단으로나뉜듯한양상을띠었다.전자의시민들이여의도,광화문,남태령,한강진등을색색의응원봉으로물들이며다양한열망과요구를표명했다면,후자의시민들은태극기와성조기를들고부정선거론과중국배후설등을내세우며계엄의정당성을외치고윤석열을비호하는식이었다.이광장의시민들은과연어디에서왔으며,이제어디로가는것일까?『광장이후』는‘우리’와‘저들’이라는편가르기나진보와보수의진영갈등을넘어,광장안팎에서생생하게움직이던주체들을좀더면밀하게읽어보려는노력의일환이다.시민사회와민주주의를연구하는사회학자신진욱,노동분야현장연구전문가인사회복지학자이승윤,청년노동시장에관심을두고지역산업구조를연구하는사회학자양승훈,불안정노동및사회복지학연구자이자여러사회운동조직의대표로서활동하고있는이재정등네저자의글을한데모아이번12·3광장을만든이들부터광장에서지워진이들까지,광장주체들을입체적으로살폈다.
『광장이후』는이번광장을양분한듯보였던극우세력과응원봉부대등시민의정치참여양상을전체적으로조망하면서,한국극우세력이역사적으로어떻게변화해왔는지(신진욱),광장의청년들이바라는민주주의의내용은무엇인지(이재정)를한층더촘촘하게분석한다.그후2030여성청년들의열띤정치참여와대조되어부상한‘2030남성의극우화’라는담론을들여다보고(양승훈),청년세대의노동불안정성을실증연구한결과를바탕으로이불안정성이정치의식에어떤영향을줄수있는지전망하며마무리된다(이승윤).아스팔트극우,남태령집회의여성들,2030남성과청년불안정노동자등시민사회의정치주체에대한역사적이고도시의적인분석이‘광장’을중심으로연결되어12·3광장을입체적으로보려는이책의취지를단단히뒷받침한다.
계엄과탄핵으로활짝열린광장의주요한주체인청년,여성,노동자,소수자를비롯해민주광장을가득채웠던시민들의이야기가계속해서기록되고있다.『광장이후』는이러한흐름에더해광장의역동성을만들어내는다양한시민혹은광장에얼굴을드러내지않은시민들이어떤역사를통과했고무엇을생각하고느끼고있을지비판적으로검토한다.이는정치성향,이념,가치관,계급,젠더,세대,이념에따라갈라지고합쳐지며형성되는민주주의의쟁점들을정확히이해하려는노력으로,『광장이후』12?3이후민주주의회복과발전의동력을찾는독자들을논의의장으로이끄는마중물이될것이다.

“마르크스가말한비극,즉수많은인간의고통을수반하는사회적격변은(…)처음엔짧은소극처럼다녀가지만,다음번엔진정한비극으로재림한다.1923년에실패로끝난‘뮌헨맥줏집쿠데타’에서아돌프히틀러는그저시대착오적인내란범에불과한듯보였지만,1933년에총통이된그는바이마르공화국을폐지하고나치독재를수립했다.12·3이그런비극의전조가되지않으려면,우리는12·3을진지하게성찰해야하며우리자신과사회를변화시켜야한다.”(9쪽)

극우세력,응원봉부대,2030남성,불안정청년세대…
광장을묻지않고민주주의회복이란불가능하다

‘12·3광장’이닫히고조기대선에모든관심이쏠린지금,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한국사회의현안은무엇일까?『광장이후』는정치의물결에광장의열기가휩쓸리기전에다음의질문,△극우세력은어떻게진화해왔으며,얼마나파괴력이있는가,△청년여성의정치참여와연대의배경은무엇인가,△2030청년남성은과연실제로극우화되었는가,△청년불안정노동은이들의정치의식에어떤영향을주는가,△광장안팎의청년은어떤물질적조건에놓여있는가,△광장의청년이궁극적으로바라는민주주의란무엇인가등에답하고자했다.

「한국민주주의의위기와극우파시즘」_신진욱
:한국극우세력의씨앗은무엇이며어떻게진화하고있나?
사회학자신진욱은전세계적으로민주주의가후퇴하는추세에서일어난12·3친위쿠데타가한국민주주의의위기를드러낸결정적인사건이고,반공,반북,반중,반페미니즘,반동성애를표방한극우세력의진화는‘파시즘의신호’라는충격적인선언으로이책의문을연다.
한국시민의정치의식은세계가주목하는바다.특히2017년박근혜대통령탄핵시위당시촛불시민은민주주의후퇴를막아낸승리의주역으로기록되었다.하지만그로부터7년뒤일어난12·3비상계엄으로우리는한국민주주의의현주소를돌아보게되었고,대한민국처럼선진민주주의를달성했다고여겨지는나라도독재화로추락할수있음을불시에깨닫게되었다.
게다가이번내란사태가민주적으로선출된대통령이자신의정당성을파괴하며일으킨‘친위쿠데타’라는점은‘공고한민주주의’가환상에가깝다는사실을결정적으로증명했다.내란우두머리혐의를받는윤석열에게서부지법이구속영장을발부하자,제도적인권력기반을상실한쿠데타세력은대중적지지기반을마련하고자극우세력을‘국민’으로끊임없이호명했다.이러한극우적권력과대중의결합은뒤이어서부지법난입·난동사건으로이어지며명백히파시즘의징후를드러냈는데,저자에따르면이는로버트팩스턴이말한파시즘의여섯단계중파시즘경향이정치제도에진입하는다섯번째단계라고할수있다.즉,지난넉달간일어난극우세력의폭력사태와보수정당의묵인과지지는한국사회에파시즘이상당한정도로발전했음을보여주는심각한사건이었다.
신진욱은윤석열파면선고로파시즘의발전이중단되긴했으나극우세력의준동이일시적·즉흥적인움직임이아니라고단언한다.민주화이후장기간에걸쳐구축된극우파워엘리트조직과대중공동체,극우적신념을가진이들중일부가이번탄핵정국에서가시화되었을뿐이라는것이다.이책1장의그래프(45쪽참조)에서볼수있듯,지난20년간한국사회에서‘매우보수’인이들의집회참여율이2019년이후‘매우진보’인이들의참여율과비슷해졌다가이번탄핵집회를계기로‘매우진보’를앞질렀다.그런만큼현재윤석열탄핵직후열린조기대선국면에서극우세력의움직임이잠시주춤한듯보여도,계기가마련되면언제든정치적으로재활성화될수있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고경고한다.

“윤석열대통령탄핵반대집회에등장한‘처단’‘죽여’‘밟아’같은잔혹한구호들이단지윤석열대통령탄핵과정권교체의위험에직면한보수층의히스테릭한반응이라고만생각했다면오해다.(…)많은사람이‘우파’를자처하고,‘좌파’에대한적대감을통해‘우리와그들’을나누고,‘그들’을대한민국의‘적’,추방해야하는‘비(非)국민’,제거해도되는‘비인간’으로대상화하는데익숙해졌다.”(60쪽)

특히저자는극우세력이특정대상에대한혐오를중심으로점점언어와행위면에서과격해진다는점에서민주주의에큰위협이될수있다고지적한다.우리는이번탄핵정국에서“누군가의존엄을파괴하는국가폭력이다른사회구성원들의동의와동참속에자행될수있”는상태를경험했다.저자는보수정당과아스팔트우파의결합을하나의‘소극’으로치부해버린다면,앞으로훨씬거대한‘비극’을맞이하게될지도모른다고우려한다.이와동시에지금의현실을단순히파시즘이냐아니냐라는이분법으로보기보다는‘파시즘이탄생해서자라나는전체과정’을봐야한다고강조한다.끊임없이변하고진화하는극우세력을정확히이해해야“한국민주주의의취약성에대응하고더단단한민주주의와인권의방어벽을구축”할수있기때문이다.

「광장이묻고청년이답하다」_이재정
:그겨울,광장청년들이그린민주주의의핵심은무엇인가?
이재정은연구자이자활동가로서,2024년광장을현장삼아그곳의목소리와궁극적인열망을기록했다.저자는‘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이하윤퇴청)이광장에나온청년1,000여명을대상으로실시한2025년1월약2주간의온라인설문조사를바탕으로이번광장집회에참여한“청년들의참여동기,기억에남는장면,민주주의위기인식,미래사회에대한상상등을다층적으로수집”해수치화하고그의미를길어올리는작업을했다.
이설문조사의배경에는“광장에선우리의이야기가우리손으로그려지지않고있다”는아쉬움이놓여있다.민주주의수호에헌신하는‘MZ세대’가‘기특’하고‘대견’하다며칭찬하는기성세대의반응은한편으로청년을“온전한시민”으로인정하지않는기저의인식을드러내는데,이에청년스스로민주광장에선청년들의요구를파악하고이를정치참여활동으로이어가고자한것이다.이번광장에는박근혜탄핵집회,성평등운동,기후위기대응운동,사회적참사관련집회참여경험이있는청년들이다수참여했는데,이들은이태원참사,채상병사망사건,카이스트학생‘입틀막’사건등에분명한책임이있는윤석열정부에분노를느끼고있던차에“더이상물러설곳이없다는절박한마음”으로광장에나섰다.소셜미디어에이어진선언처럼청년들은“언제나광장에있었”고민주주의를지키려는시민들은광장에서서로서로배우며정치의식을고양시켰다.
청년들은민주주의를위협하는요소가무엇인지를묻는질문에‘권력의집중과남용’과함께‘경제적불평등심화’를주요하게꼽았다.2017년광장에서만해도국가권력의남용,검찰개혁등정치적문제가주로논의된것을떠올려본다면경제적불평등해결은새로운의제로보인다.그내용을자세히살펴보면청년들은“청년세대내계급,성별,학력,출신지역,성장배경등의차이가사회적격차로이어진다는점”을지적한다.청년들의이러한답변은민주주의의한요소로경제적양극화해소가빠질수없으며,이러한요구를정치권이진지하게수용해야한다는것을시사한다.또,민주주의를회복하기위한방법으로‘내란범죄에대한수사와책임자처벌’도중요하지만‘사회대개혁을통한사회문제해결’이마찬가지로중요하다고답했다.이번탄핵집회가응원봉,K-pop,깃발등유쾌한시위문법으로화제가되긴했지만,청년들은이번내란을가능하게한구조적부조리그자체를없앨뿐아니라불평등과차별을해소하는근본적인개혁에대한열망으로광장에나왔던것이다.

오늘날의청년세대는교육,주거,자산,노동등삶전반에서불평등과사회적사다리붕괴를체감한다.윤석열대통령에대한비판여론이확장되던시기청년실업률이가파르게상승했는데,2024년8월4.1%에서2025년3월7.5%로증가했다.(…)청년세대의자유로운정치적의사결정을보장하려면능력의실질적향상을꾀할수있도록경제적격차문제를해소하고다양한계급,성별,학력,지역,지위등의청년들이정치적의사결정과정에참여하고포괄적인목소리가담길수있는창구를마련하려는노력이필요하다.(97~98쪽)

무엇보다이번광장은서로배우고나누는환대의공간이었다는점에서이전의광장과달랐다.이재정은2024년의광장이우리사회에남긴메시지로연대,돌봄,공동체를강조했다.광장의시민들이낯선시위문법에익숙해지기도하고,기존운동세력들은광장의새로운얼굴을환대하기위해「평등한집회를위한모두의약속」선언문낭독,푸드트럭,핫팩나눔등서로돌보고배려하며평등한문화를유지하고자노력했다.광장청년들이가장바라는미래상이‘평등하고다양성이존중되는포용사회’인만큼,이재정은이번광장에서의돌봄과연대,다양성과차이에기반한민주주의의서사를기억하고이어갈필요가있다고강조하며이장을마무리한다.

「2030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