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의 무덤 (양장본 Hardcover)

벤야민의 무덤 (양장본 Hardcover)

$26.09
Description
인류학자 마이클 타우시크의 빛나는 이정표
인류학자 마이클 타우시크의 『벤야민의 무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남아메리카 콜롬비아와 볼리비아 등에서 수행한 다양한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식민주의, 국가 폭력, 물신숭배에 관한 독특한 사유를 전개해온 타우시크는 오늘날 가장 화려한 명성을 지닌 학자 중 하나다. 사실과 허구, 민족지와 아카이브가 결합된 실험적인 문체는 그를 매우 논쟁적인 인물로 만든 동시에 일약 학계의 스타로 떠오르게 해주었다.
『벤야민의 무덤』은 이러한 마이클 타우시크의 문체가 매우 잘 드러나는, 여러 개의 짧은 챕터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산문집이다. 각각의 텍스트가 주제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독립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 아카데미의 전통적 문법을 벗어난 이 같은 글쓰기 형태는 명료한 분석보다는 특정 장소에 편재해 있는 ‘공기’를 생생히 전달하기 위한 저자의 선택이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제의, 경찰과 폭력, 마법과 감각, 예술과 해석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주제 스펙트럼들이 파편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얽혀 있다. 각 챕터는 독립적이지만, 전반적으로 “기억, 권력, 감각, 이미지, 신체”라는 타우시크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변주한다. 이 책은 선형적인 논증이나 중심화된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타우시크는 벤야민의 글쓰기와 사유 방식, 특히 ‘파편적 글쓰기’와 ‘이미지적 사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그것을 자신의 인류학적 글쓰기와 조응시킨다.
저자

마이클타우시크

저자:마이클타우시크
인류학자.시드니의과대학교를졸업하고영국런던정경대학교,런던대학교에서인류학을수학했다.이후뉴욕컬럼비아대학교인류학과교수로재직하다최근은퇴했다.남미콜롬비아등에서수행한현장연구를바탕으로마르크스주의와식민주의,국가폭력,물신숭배,신체성의뒤얽힘에관한독특한인류학적사유를펼쳐왔다.주요저작으로는『남미에서의악마와상품물신』(1980),『샤머니즘,식민주의,야생의인간:테러와치유에관한연구』(1987),『미메시스와타자성:감각의독특한역사』(1993),『국가의마법』(1997),『팔마아메리카나』(2018)등이있다.최근에는인류학적서사와이미지,신체와감각에대한사유와실험을바탕으로한글쓰기,남미에서의민족지와동시대정치사회적질문들의결합,그리고예술가들과의협업에집중하고있다.

역자:신은실
인류학자.이화여자대학교에서국문학과철학,독문학을공부했다.이후영국에든버러대학교로옮겨가후쿠시마핵사고와감각의변화에관한연구로인류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핀란드헬싱키대학교에서박사후연구원으로일하고있다.주요관심사는동아시아냉전의역사와생태학적유산,국가폭력과신체적감각,아카이브로서의몸과스토리텔링등에있으며타우시크의또다른책『미메시스와타자성:감각의독특한역사』(공역)를한국어로옮겼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007
저자의말009

1.발터벤야민의무덤
2.아메리카를구성하기
3.태양은받는것없이준다
4.해변(백일몽)
5.본능적신체성,신앙,그리고회의주의:마법에관한또다른이론
6.위반
7.NYPD블루스
8.꽃들의언어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벤야민의의문에싸인무덤에서시작되는다채로운지적여정

『벤야민의무덤』은타우시크가프랑스와스페인국경피레네산맥근처의작은마을포르부를방문하는장면으로시작된다.이곳은1940년9월,나치독일을피해도망치던비평가이자철학자발터벤야민(1892~1940)이국경을넘는데실패하고결국자살로생을마감한장소다.타우시크는벤야민의삶과죽음에얽힌정치적긴장과실존적불안,그리하여지금도계속되고있는망명과경계의문제를사유의중심에두고,그무덤에대한물리적,상징적접근을통해역사,기억,저항,글쓰기의윤리를탐색한다.단순히벤야민의일대기나사상을해설하는것이아니라,‘무덤’을찾아가는여정자체를철학적·정치적탐사로전환시키는참신한형식이다.타우시크는단선적내러티브를거부하고,기억의조각과장소의잔향,이미지의파편들로역사의감각을복원하려시도한다.

이글의가장큰의의는‘무덤’이라는장소를통해과거의기억이단순한회고가아닌현재적개입이자윤리적실천이될수있다는점을환기하는데있다.타우시크에게벤야민의무덤은물리적인장소인동시에역사적침묵을일깨우는공간이며,억압받은자들의말없는목소리가응축된장소다.따라서이텍스트는하나의인류학적텍스트를넘어서,전지구적불의와유랑,기억과망각사이에서우리가무엇을기억하고,어떻게증언해야하는지를묻는윤리적,정치적문서로읽힌다.

책의표제작이자중심축인‘벤야민의무덤’이책전체의분위기를설정하는역할을한다면,이어지는‘아메리카를구성하기’는미국의형성신화를비판적으로고찰하고,특히국가와헌법이폭력과추방위에세워졌다는점에주목한다.특히국가와헌법이폭력과추방위에세워졌다는점에주목하면서‘구성constitution’이라는단어가지닌이중성(법적기반이자억압의도구)을탐구하고,미국을하나의“마법적폭력”의산물로묘사하며,정치와신화,의례가결합된방식으로분석한다.

세번째챕터‘태양은받는것없이준다’에서는프랑스의사회학자조르주바타유를경유해인간의경제시스템과자연의순환성간의차이를조명한다.태양은무조건적이고비생산적인선물을준다는점에서,인간문명의욕망구조와대조된다.타우시크는이를통해자본주의적합리성과효율성의이면에존재하는과잉과낭비,축제를다시복권시키려한다.

네번째챕터‘해변(백일몽)’은콜롬비아해변에서의관찰과환상을중심으로펼쳐진다.해변이라는공간은현실과비현실,기억과환상의경계에서작동하며,저자에게는백일몽의장소이자탈근대적인류학의무대가된다.감각적묘사와심리적사유가맞물려,일종의감각적명상문처럼전개된다.

다섯번째챕터‘본능적신체성,신앙,그리고회의주의:마법에관한또다른이론’은‘마법’을단지전근대적신앙으로보지않는타우시크의시각을잘보여준다.그에게마법은근대성의이면에존재하는신체적지식과감응의체계로,회의주의와신앙이공존하는복합적인양식이다.타우시크는라틴아메리카에서의민속적신앙과의례,신체의리듬과감각을통해‘마법의합리성’을재구성한다.

여섯번째챕터‘위반’에서는법과금기의경계를넘는행위인‘위반transgression’에대해다룬다.타우시크는위반을단순한일탈이나범죄가아니라,규범의존재를드러내고그의미를갱신하는제의적행위로본다.특히바타유의영향을받은이사유는,성性,폭력,권위에대한문화적,상징적위반의정치성을강조한다.

일곱번째챕터‘NYPD블루스’는미국경찰의언어,몸짓,제스처에대한민속학적관찰을담고있다.경찰이라는제도안에서사용되는말과태도는법의권위뿐아니라,은밀한권력행위의연극적연출을포함한다.저자는경찰과‘법적폭력’을일상적수행practice으로파악하고,그것이만들어내는사회적연극을분석한다.

책의마지막챕터인‘꽃들의언어’에서는죽음과신체의물질성,그리고식물사이의기묘한연결을탐색한다.에차바리아의뼈로만든꽃사진작품과무티스의삽화작품,그리고맨드레이크와같은전설적식물의이미지를통해,꽃은더이상낭만이나상징의기호가아니라죽음과관련된다.

현시대가장독창적인인류학에세이

마이클타우시크는한국의독자들에게보내는글에서몸소겪어낸근현대사의맥락속격동과폭력의경험을대중문화가지닌강력한힘과결합해낸대한민국의강력한이야기전통을언급한다.이렇듯여전히존속하는서사의힘과그풍부한흐름을근거로,그는1930년대즈음벤야민이점차사멸해가는것이라여겼던스토리텔링의전통이여전히살아있음을조심스레이야기한다.미래를향해굽이치는이스토리텔링의전통은대문자역사보다는책속에서언급되는남아메리카노동자들의어려운삶에서,샤먼들의속임수와믿음사이에서,뼈로만든꽃이라는독특한예술작품을통해서생생하게현현한다.

『벤야민의무덤』은타우시크라는작가의아름다운인류학적글쓰기방식을만날수있는좋은기회인동시에,벤야민이라는철학자를과거의사상가가아닌,오늘의불안과저항을사유하는살아있는존재로다시읽게하는계기를제공한다.또한‘기억의장소’와‘경계의정치학’을매개로,한국사회에서도여전히해소되지않은역사적상처와망각의문제를재조명하는철학적거울이되어준다.

우리는무엇을잊고있으며,무엇을기억해야하는가?그리고우리는어떤무덤을,어떤언어로쓰고있는가?이책은불안정한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절실한질문이자제안이되어줄것이다.

나는이글에서풍경이역사를압도하기를원했다.여기서풍경은비극이그대로드러난곳이자말들이일종의구원을갈망하며흩어져있는장소다.설령내가나자신의이야기를가질수없다고해도적어도내글속에는일종의빗나감을품은어떤이야기가있어야할것이다.이야기가바로이론이며그러한빗나감이야말로바로이구불구불한세계에서사유를비틀거리게하는것이기때문이다._‘저자의말’에서

“생동감넘치고도발적인통찰을담고있으며사건의빛깔과음악을품은매혹적인산문.‘나는태평양연안으로향한다’고말하는타우시크는우리를호주의해변으로,뉴욕시의법원으로데려간다.”_알폰소링기스(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철학과명예교수)

“문화분석,더나아가사회비평의정수를담은이책은이성이길을잃은듯보이고폭력은통제불능의상태로치닫고있는이시대에더없이시의적절하다.”_마크C.테일러(컬럼비아대학교종교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