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사랑의 천사 (최백규 시집)

여름은 사랑의 천사 (최백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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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하고 있어
우리가 웃으면 막이 오르듯 슬픈 일들이 벗겨지니까”
사랑이 아닌 다른 말로는 바꿀 수 없는
‘너’라는 존재에 도달하려는 시의 날갯짓
여름의 시인 최백규,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이후 3년 만의 신작!

문학동네시인선 238번으로 최백규의 『여름은 사랑의 천사』를 펴낸다.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창비, 2022)를 펴낸 2022년에 알라딘에서 진행한 ‘한국문학의 얼굴들’ 시 부문 1위에 선정되며 신인으로서는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인 시인 최백규의 반가운 두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에서 시인이 불우한 청춘의 한 시절을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풀어냈다면, 『여름은 사랑의 천사』에서는 ‘너’라는 시적 대상과 함께한 ‘여름’이라는 계절의 속성, 그것과 닮은 뜨거운 사랑의 모습들을 더욱 호소력 짙은 감성으로 그려낸다. 또한 유년, 가족, 노동, 생활의 이력 등에 대한 시인의 자전적인 면모가 담긴 시를 읽는 기쁨도 크다. 『여름은 사랑의 천사』는 사랑과 청춘, 이별과 그리움, 가난과 허무, 그리고 슬픔과 정념이 넘실거리는 여름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그야말로 ‘여름 시집’이다.
저자

최백규

저자:최백규
1992년대구에서태어나명지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4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네가울어서꽃은진다』,어린이책『너의장점은?』,동인시집『한줄도너를잊지못했다』『너는아름다움에대해생각한다』등이있다.텃밭시학상을수상했다.창작동인‘뿔’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구름이흐르는방향으로바람이일었다
사랑은여름의천사/스무살/독립/살아있는동안할수있는일들을했다/미래의빛/그해여름에서/어디서부터끝내고시작해야하나/무채색/영원한침묵/영원과작별이서로의끝에마주서서/마침내/유월새벽/지망생/신의미래/우리에게빛이있다면/서시

2부우리가웃으면막이오르듯슬픈일들이벗겨지니까
일사병/일요일/졸업/아름다움이이곳에있다/커튼콜/소년원/모든할아버지는소년이었지만모든소년이할아버지가될수는없다/절벽/나는네가사랑할때짓는표정을모른다/낙원/네가한없이외로울때나를부르면이미그곳에서있을게/야행성/새들은왜공중을허공으로흩어놓는가/지옥에도아침은온다

3부아름다운날에는아름다움을생각하지않을수없었다
송곳니/제자리/꽃나무/집행유예/천국에서도서로의등을긁어줄까/방과후/소년들의공화국/습작생/꿈/체험판게임/새/서울행/시차

4부두번다시돌아오지않을순간을기억하자
신열/안녕/모든여름이유서였다/우리가함께하던이모든여름에/재개발/월요일/입맞춤/몽유/전야제/나의평화/영원/해방

해설|사랑이아닌다른말로는바꿀수없는존재
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서로를보면
열이오른다자취방창가로불어오는여름
높이들어잔이넘치도록마시는여름
거리에쏟아지는여름이
마음을와락적신다
어느날은햇살아래빛나는너의웃음이
여름이구나
내가사랑하는것이이러한여름이라얼마나다행인지
우리의여러모로비슷한일상이
뜨거운시절이라는사실을
두번다시돌아오지않을순간을기억하자
이여름이우리의첫사랑이니까
이제시작이니까
너와함께있으면내삶이다망쳐질것같다는예감이들어그래서
네가좋아
_「사랑은여름의천사」전문

시집의문을여는「사랑은여름의천사」에는“너”와함께한“두번다시돌아오지않을”“여름”이라는순간을기억하려는시적화자의생생한목소리가담겨있다.“너와함께있으면내삶이다망쳐질것같다”는파괴적인“예감”이들정도로“네가좋다”는,강렬하게내리쬐는여름의태양빛처럼정념이넘실거리는시적고백이인상적이다.‘여름의천사’로찾아온‘너’와‘나’의‘사랑’이“여러모로비슷한일상”으로쌓여마침내‘여름’이라는‘사랑의천사’그자체가되는과정을보여주는이시는왜시집의제목이‘사랑은여름의천사’가아니라‘여름은사랑의천사’가되었는지를엿보게하는듯하다.
시적화자에게“햇살아래빛나는너의웃음”을닮은“여름”은“첫사랑”과동의어로보인다.그러나“첫사랑”은영원한사랑과는반대되는‘첫’의속성을띠기에아름다운것임을독자는뒤이은시를읽어나가면서깨닫게된다.다시말해최백규의시속‘사랑’은「사랑은여름의천사」에서처럼환상적이고낭만적인것만은아닌듯하다.설레는첫사랑,그후맞닥뜨리는이별과후회,그리움과절망의장면들이시집편편에서펼쳐진다.
“젊음만믿고섣불리색을칠하고번지”던“우리”는“낙원을덧그리려해봐도”사랑이란“마음처럼되지않는”(「스무살」)것임을깨닫는다.“불꽃은영화였고붙잡으려하면눈이시린”(「미래의빛」)미숙했던시절을지나,‘나’는종내에‘너’라는대상과나눈“사랑”뿐만아니라“인사도없이”“나”자신까지“잃어”버리게되는,“아득”한“수평선”(「영원과작별이서로의끝에마주서서」)을응시하며사랑이무엇이고또무엇이었는지를반추한다.“시리도록화창한시절이다휩쓸려”갔다고,“진꽃들은모두어디로가는걸까”(「영원한침묵」)라고질문하는회한의자리에서시적화자는마침내“여름을/시작했다”(「서시」)고말한다.불타는그여름을누구보다뜨겁게살아낸최백규의시속화자들은사랑하며살아가는일의고통을이야기하면서도사랑을멈출수없음을,그것만이“사는것같이”(「살아있는동안할수있는일들을했다」)사는것임을일러주는것이아닐까.

*

최전방철책에서마주했다
비무장지대위로미확인무인기가
저공비행하는것을발목잘린
간첩을파도를해변을멀리서젊은남녀들이함부로낭비하는
폭죽불꽃을수류탄과자동소총을
혼신으로끌어안고서

없는너의웃음소리가멈추지않았다

전역후에는시험을준비하거나유학을가는친구들을보며막연해졌고
버스와전철의뒤엉킨사람들사이에서퇴근하다가
무언가잘못되었구나생각했다

(…)

사지를늘어뜨린새벽에도강은흐르고철새가날고문득
애틋한그러나돌아갈수없는
나의고향……
_「모든여름이유서였다」부분

한편,「모든여름이유서였다」는시인이그간살아온삶을회고하는일종의자서(自敍)와도같은시이다.“최전방철책”을지키다군대를전역하고,“버스와전철의뒤엉킨사람들사이에서퇴근”을하던직장시절,“무언가잘못되었구나”하는“생각”이드는삶의한가운데에서시적화자는“애틋”하지만“돌아갈수없는”“고향”을그리워한다.“살아있는거야?/살고싶어”(같은시)라고외치는화자의목소리는절망과좌절을버텨온한가난한청춘의울음을들려준다.

자고일어나면손발이붓고말라붙은눈물자국

포켓몬스터와원피스
스타크래프트와메이플스토리
WWE의선수들
일세대아이돌의은퇴와복귀

비산동부터고성동까지쏘다니느라
떨어진신발밑창
수창초등학교앞에있던나이트클럽과홍등가
동창들이일하게될곳들

첫애인첫데이트첫이별
다음

(…)

얻어걸린등단
처음친해진선배
대구시인형들을만나고
여정시인이가르쳐준것
아직우리에게첫시집도없던시절
안지랑곱창골목에서의합평들
_「체험판게임」부분

이러한자전적인시의면모는“비산동부터고성동까지쏘다니”던시인의고향대구의모습을묘사한「체험판게임」에서도드러난다.“아직”“첫시집도없던”그시절,“안지랑곱창골목에서”“합평”하던나날을떠올리는화자는이시절을‘체험판게임’이라명명한다.삶이일종의게임이라면,본래의삶을살기이전에미리연습해본과거는화자가현재를살아가게하는데큰힘을북돋아주는시간일것이다.“싸이월드에서페이스북”으로,“페이스북에서인스타그램”으로옮겨가며사람들이전시하는삶의휘황찬란한껍데기깊은곳,“사랑노래를올려놓고질질짜는밤들”(같은시)에가려진하루하루의절박한읊조림이시인특유의섬세한고백체로전해지는듯하다.

어느날텔레비전채널을돌리다무명권투선수들의시합을본적있습니다
사각링안에서피를질질흘리며비틀거리는인간들
그때관중들이외치던구호가세상을구하라는말로기억됩니다
서있기만한다면패배하지못한것아닙니까
죽어가도록사랑하거나
사랑하다가죽어가거나
청춘이계속되는한누구도주먹질을멈추지않을것입니다

(…)

두발로서서떠올려내야만하겠지요앞으로걸어나가야하는것입니다악착같이살아남아서
내가구한천국위에서
_「지옥에도아침은온다」부분

“가난하다면서돈못버는시인따위되겠다고”“죽을때까지몸부림치겠다고다짐”(「습작생」)한시적화자의절박한음성은읽는이로하여금“악착같이살아남아서”“앞으로걸어나가”(「지옥에도아침은온다」)라는각성의목소리로다가오기도한다.이로볼때최백규의시속여름은마치한편의‘유서’처럼,죽고자했으나실은살고싶었던간절한시절의기록이기도할것이다.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첫걸음을환하게축복하고있습니다”
바닷빛처럼푸른색깔로모두의여름을축복하는시

너와끝나고싶어
네가그리워
방학엔
서로의집에들러
게임팩의먼지를털고
소년만화잡지의독자란을채워넣다
가벼운농담정도의
절정을맞았지
눈앞에서막차를놓치고주저앉아숨을헐떡일때
텅빈에스컬레이터에실려땀을훔칠때
창구에서표를환불받고
떼인수수료가아까워욕을뱉을때
가끔은숙박업소에서녹차티백과믹스커피를주머니에챙기며
돌아보면나무의자
옷걸이에걸려있는수건
테이블에펼친지도
뚜껑도닫히지않은채거울앞에널브러진싸구려화장품
먹다남은과자
베개속깃털이가득흩날리고
숲속으로투신하던
별들이
우리만을위해모여춤추는스탠딩석이었잖아
이제갈까
그래그러자

고마워
평생잊지못할거야
잘지내
높은곳에서웃으며다시만나
안녕
_「안녕」전문

해설을쓴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은최백규의시집에“많은‘너’”가등장한다고말한다.“‘너’는‘나’의정서적근간”으로서“함께일탈을감행하는동지였다가,사랑하는사람이었다가,부모였다가”“결국시가된다”고말한다.「안녕」의첫문장‘너와끝나고싶어’는비문이다.하지만김준현에따르면이는접속조사인“와”를통해“너”와“끝”을함께하는존재로남기려는아름다운시적허용이다.“방학”에“서로의집”에들르고,“숙박업소에서녹차티백과믹스커피를주머니에챙기며”시간을보내는‘너’와‘나’의모습을담은「안녕」은그러나끝까지읽고나면‘너’가“높은곳”에있는,다시말해죽은상황일지도모른다는것이암시된다.특별할것없는일상조차더이상살아갈수없는이의“안녕”을위해“안녕”이라고말하는이시는삶과죽음의경계를넘어끊임없이사랑을전하려는아름다움에대해다시한번생각하게한다.시집의대미를장식하는시가「영원」인것은그래서의미심장해보인다.

오래도록한사람과한사람으로살아온두사람은영원이무엇인지알게될것입니다서로의밤과아침이조금더소중해질것입니다서로의심장이뛰는일을지금보다훨씬간절히여길것입니다해처럼빛나는웃음소리와손틈사이로새어나가는시간마저아끼게될것입니다(…)두사람은이제한사람으로함께합니다서로의슬픔을안아주고부모의기쁨을이해하고아이와아이가만나어른으로자라는장면속에우리모두가머무릅니다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첫걸음을환하게축복하고있습니다영원이드디어시작되는것입니다영원히
_「영원」부분

“오래도록한사람과한사람으로살아온두사람”이“영원”이되는순간은언제일까?그것은“서로의슬픔을안아주고부모의기쁨을이해하고아이와아이가만나어른으로자라는”,다시말해한사람의생애―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전체를바라보게될때인듯하다.『여름은사랑의천사』는“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첫걸음을환하게축복”하는시집,매일매일이찬란한바닷빛여름이되기를바라는시집이다.

우리는외출금지를어기고비상금을털어바다를보러갔지
불빛아래에서춤을추고긴노래를부르며
밀려오는적막을바라보았어멈출수도이어갈수도없이
이것이사랑이구나그렇다면음악이멎고아침이오면
끝나는걸까행복했던가사가후렴으로들수록슬퍼져도그만두지않았지만
어지럽게흩날리는꽃잎들에무언가흐려지고벌써그리워
_「커튼콜」부분

시집을읽다보면사랑이아닌다른말로는바꿀수없는존재가‘너’라는사실을알게된다.모든시가저마다의경로로불행과슬픔을경유해도달하는자리가사랑이기때문이다.다만,함께취해버렸기때문에가능한사랑,망했기때문에가능한사랑,죽었기때문에가능한사랑과같이일견예외적으로보일수있는사랑의자리들이전경화되어있을뿐이다.(…)이시집을덮고나서다시금펼친당신이‘너’라면,불가능한문장을쓰기위해지금까지의삶을담보로맡긴시인의여름을,사랑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_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