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각 (고기국수부터 오메기떡까지,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공생의 맛 | 양장본 Hardcover)

제주미각 (고기국수부터 오메기떡까지,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공생의 맛 | 양장본 Hardcover)

$23.00
Description
“밥 먹엇수과? 한 상 가득 차렷수다.
멘도롱 또똣헐 때 혼저 드십서양.”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진짜 제주 미식 여행
『제주미각』은 제주 음식을 매개로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 깃든 철학과 역사, 문화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제주가 고향이거나 제주에서 오래 살아온 ‘제라진’ 제주 인문학자 열한 사람이 애정을 담아 토박이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지만, 화산회토로 이루어진 제주 땅에서 먹거리는 풍족하게 나지 못했다. 대부분 흙이 날리는 뜬땅이라 쌀 농사를 짓기 어려워 조, 메밀, 보리, 콩 같은 잡곡이나 고구마, 감자 같은 구황작물을 주로 심었고, 고사리, 옥돔, 보말, 무 등 육지나 바다에서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육지와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간 제주 사람들은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때로는 여럿이 힘을 합쳐 독특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렇게 이어져온 제주 음식에는 단순한 ‘맛’이 아닌 ‘생명력’이 담겨 있다. 돔베고기, 몸국, 갈칫국, 오메기떡, 옥돔구이, 감귤주스 등 제주를 여행할 때 한 번쯤 접해봤을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선 제주 음식에 얽힌 역사, 문화적 배경이 『제주미각』 속에 알차게 담겨 있다.
바다 건너(濟)에 존재하는 고을(州)이라는 뜻의 제주. 바다에 둘러싸인 화산섬이라서인지 제주의 식탁은 한라산의 산물과 바다의 산물이 한데 어우러진다. 우영팟(텃밭)과 바당팟(바다)의 조화뿐 아니라 타지 사람들과의 교류의 흔적도 빼놓을 수 없다. 동아시아 해상 무역의 요충지라는 입지 때문에 과거에는 몽골이나 일본 같은 외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시대가 흐른 오늘날에는 제주에 터를 잡는 육지 출신 젊은이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말고기 육회, 고소리술, 당근케이크 같은 메뉴는 이런 외지인들의 요리법이 제주의 식재료와 만나 탄생했다. 이처럼 제주 음식 문화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 ‘생존’을 위해 탄생했지만 이곳 사람들의 삶과 ‘공존’하며 이어진다. 제주 토박이들의 경험담뿐 아니라 제주 신화, 민요 등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어우러진 『제주미각』을 읽다보면 매력적인 먹을거리가 ‘하영’ 있는 그 섬으로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제주의 여인들은 물질과 밭일로 바삐 지내느라 음식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일 수 없었다. 바다나 산에서 방금 구해온 재료 하나만 있으면 한끼가 뚝딱 완성되었다. 우영팟(텃밭)에서 금방 따온 나물을 넣어 음식 하나쯤은 손쉽게 만들어 내놓을 수 있었다. 제주의 척박한 환경은 자연에 순응하며 서로 돕는 공생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관혼상제 때에는 서로 도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부조를 대신해 이웃에서 음식을 해오기도 했다. 낭푼(양푼) 하나에 밥을 가득 담고 몇몇 반찬을 모두 넣어 나눠 먹는 낭푼밥은 척박한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신선의 섬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요즘, 제주는 토속 음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며 제주만의 다채로운 식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월이 흘러 제주의 문화도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지만 제주에 온 외지 사람들은 독특한 음식 문화 때문에 여전히 놀란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을 위해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함께 공부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만들었다. _9쪽
저자

정민경,이하영외

저자:정민경,이하영외
고지영|동국대학교WISE인문학연구소전문연구원
김규태|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강의교수
김민경|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강의교수
김서영|제주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특별연구원
김은희|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교수
문성호|제주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학술연구교수
안영실|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강의교수
이진영|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강의교수
이가영|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교수
이하영|제주대학교자유전공계약교수
정민경|제주대학교중어중문학과교수

목차

서문

생선류
옥돔(만)이생선이다:옥돔구이
은빛물결이담긴제주:갈칫국
바다를빼앗긴사람들을위한위로한그릇:자리물회
쿰쿰하고도짭짤한,돼지고기의짝꿍:멜젓

고기류
도마위에올려진제주인의삶과지혜:돔베고기
금기와풍습사이의역설:말육회
검은암쉐가진상간다:흑우고기
제주가겨울을기억하는방식:꿩샤부샤부

탕류
기쁨도나누고,마음도나누는맛:몸국
산에서나는소고기로끓인명품국:고사리육개장
제주인심의척도:성게미역국

면류
수많은제주음식을제친,역전의명수:고기국수
보말도궤기여:보말칼국수

간식류
빙빙말아먹는웰빙디저트:빙떡
모임떡,행사떡,답례떡……제주인의정:오메기떡
유년의추억과새로운경험을선사하는별미:지름떡
제주에뿌리내린역동성:당근케이크

음료·주류
여름을여는맛:보리개역
황금열매로만든신선의음료:감귤주스
쉰밥의도도한변신:쉰다리
어머니의향과땀이담긴술:고소리술

출판사 서평

몸국,돔베고기,갈칫국,옥돔구이,성게미역국…
제주의역사와문화를담은한상차림

제주의밥상은여러가지면에서육지와다른양상을보인다.기후와토양은물론이고,자연환경,생활상까지모두육지와달랐기때문이다.저장음식보다는신선한재료로음식을만들어먹어오늘날관점으로보면‘웰빙푸드’처럼보이는제주음식에는열악한자연조건에따른놀라울만한적응력과지혜가깔려있다.가장독특한부분은국물요리의발달이다.제주전통음식453가지중국물요리만78가지일정도인데,보리,차조,메밀등거친식감의잡곡밥이주식이었기에이를좀더부드럽게먹고자촉촉한국을곁들인것이다.그뿐아니라국물요리는물만부어끓이면그양이무한증식해여러사람의곯은배를채우기에도,밭일하랴물질하랴바쁜이들의몸과마음을빠르게녹이기에도좋았다.
국요리외에적은재료로최소한의시간을들이는간단한메뉴도즐겨먹었다.‘이없으면잇몸’이라는말처럼없는살림에도수급가능한식재료를최대한활용했다.사방이바다이기에생선요리가발달했을것같지만,의외로제주에서해산물을먹었다는기록은찾기어렵다.조선시대내려진‘출륙금지령’때문에200년간먼바다로못나갔기때문이다.말,전복,감귤같은특산품의진상이나기근등을피해상당수의도민이육지로도망하자조선조정에서는제주사람들의배를뺏고먼바다출입을막아버렸다.이로인해제주사람들은연근해바당밭에서옥돔,갈치,자리,꽃멜,보말,미역,모자반등을,집근처우영팟에서무,배추,물외,죄피(초피)등을구해먹을수밖에없었다.식재료도부족했지만소금,된장,간장도귀해갖은양념을과하게쓰지않는슴슴한요리가제주에서는보편화되었다.궁핍한환경속에서도어떻게든살아남기위해애써온이들의모습을살피다보면“폭싹속았수다”하는말이절로나올것이다.

잔칫날,부엌한쪽에서는커다란솥이바글바글끓고있다.이솥안에서돼지의머리부터발끝까지모든부위가삶아지고,다른지역에서는볼수없는독특한제주순대도여기서익혀진다.이렇게끓여낸‘돗국물’은잔치의시작과끝을담당하는제주잔치의중요한요소였다.돗국물은일종의육수이기때문에,여기에무엇을넣어먹느냐에따라국물의모습과이름이달라진다.국을만들기위한재료는각지역과집안의형편에맞추어결정된다.예를들어바닷가마을에서채취한해초인모자반을넣으면몸국이되고,중산간마을에서꺾어둔고사리를넣으면고사릿국이된다.그도아니라면놈삐(무)를넣거나퍼대기배추(속이차지않은배추)를넣어끓이기도했다.이렇게다양한재료를더해국을끓이는이유는하나다.잔치에찾아준많은손님에게푸짐하게제공하기위해양을늘리려는것.그러니돗국물은그자체로제주의나눔과절약정신을보여주는예다._135쪽


지름떡,고사리육개장,당근케이크,빙떡…
전통과현대의조화로운그맛

『제주미각』에서는『탐라순력도』『탐라지』『남환박물』등옛문헌자료로제주식재료의역사적흐름을살피고자청비신화,영등할망신화,<문전본풀이><천지왕본풀이>같은제주의전설과신화도짚는다.‘일뤳잔치’(7일동안열리는결혼식),‘문전제’(본제전에문전신에게지내는제사),‘돗제’(돼지한마리를통으로신에게바치는무속의례)등제주고유의문화는‘육짓것’들에겐조금낯설다.하지만이때어떤음식을무슨의미로썼는지하나하나듣다보면제주사람들의나눔과협력정신,그리고세계관이조금씩친근해진다.
제사상에시루떡(땅),메밀떡(밭),절편(해),반달떡(달),지름떡(별)등을차근차근쌓아올려조상을대접하는풍습에서는제주인의우주관을,남의집제삿날빙떡을만들어가져다주는모습이나잔치때누구도소외되지않게고깃반(돼지고기석점,순대한점,마른두부한점을담은접시)을준비하는도감의존재에서는제주공동체의식을엿볼수도있다.단순한맛집소개가아니라음식에담긴의미를폭넓게살피다보면제주문화에한걸음다가서게된다.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까지아우르는‘배지근한’제주의맛이『제주미각』에담겨있다.이책의저자인제주‘삼춘들’의이야기를듣다보면,제주여행이식도락으로더욱더풍성해지고제주음식의참맛도느끼게될것이다.

제주의명절과제사상은전통과현대가어우러진독특한모습을보여준다.한때제사상의주역이었던전통떡은현대식빵에게자리를내주고있다.농사방식이변하고방앗간이기계화되고,생활방식이현대화되면서전통떡의입지가점차줄어들었다.이제는제사상에카스텔라나롤케이크,도넛,심지어크림빵,초코파이까지올라가는시대다.이러한변화는제주사람들의이동과문화교류에서비롯된결과로보인다.제주에서일본으로건너간사람들이그곳에서새로운문화와음식을접하고,이를제주로가져와제사상에변화를주었을가능성이크다.조상에게좋은것,새로운것을맛보이려는마음은제사상을준비하는사람들의공통된바람일터다.새로운것을받아들이고조상에게올리는것은그들에게존경을표현하는또다른방식일수도있다._2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