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의 사랑

전교생의 사랑

$17.00
Description
강렬하게 쏟아지는 사랑 속에서 한 번은 반짝였던 사람,
모든 관심과 화사함이 씻은듯 사라지고 이후의 삶이 주어진 사람,
살아가는 것이 곧 실패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그 모두의 지금을 위한 견결하고 냉연한 아홉 편의 이야기
쇼 비즈니스 업계를 둘러싼 문제부터 팬데믹으로 촉발된 새로운 이야기까지, 박민정은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일본, 한국 내부의 돌출적이고 기형적인 공간을 넘나들며 서사의 겹을 층층이 쌓아나간다. 소설 속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이야기의 끝이 실패가 아니라고 우리가 믿게 되는 데에는, 그렇게 단단하게 쌓이는 지층 속에서 누군가를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박제하려는 시도가 부서지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써 누군가의 삶을 재현하는 일에 수반되는 찌릿한 고통, 그럼에도 한 발 깊숙이 다가가려는 견결함이 이번 소설집에서 뜨겁게 빛난다.
저자

박민정

저자:박민정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백년해로외전』『호
수와암실』,중편소설『서독이모』『작가의빌라』,산문집『잊지않음』이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전교생의사랑007
나의사촌리사043
나는지금빛나고있어요071
하루미,봄097
누군가어디에서나를기다리면좋겠다127
아직끝나지않은여름157
미래의윤리187
약혼219
헤일리하우스257

해설|소영현(문학평론가)
이야기로저널리즘하기289

작가의말311

출판사 서평


강렬하게쏟아지는사랑속에서한번은반짝였던사람,
모든관심과화사함이씻은듯사라지고이후의삶이주어진사람,
살아가는것이곧실패를증명하는일이라고생각되는사람,
그모두의지금을위한견결하고냉연한아홉편의이야기

표제작「전교생의사랑」은풍성하고세밀한묘사를통해한시대의사회적분위기와문화코드를강력히환기시키는박민정특유의강점이발휘된작품으로,1990년대에아역배우로활동했던인물이어른이되어자신의과거를재의미화하는과정을따라간다.소설의주인공민지는“국민의절반이상이생방송으로지켜본백호영화상”(13쪽)을수상하는등아역으로서탄탄대로를걷던중‘라이벌’세리의급부상으로‘지는별’이되어연예계를떠난다.그렇다고하여세리가배우로서의입지를공고히다져나갔느냐하면그것역시아니다.세리는뮤직비디오주인공부터광고모델까지섭렵하며꽤많은주목속에서민지보다오래성공했으나“그만큼더늦게실패했기때문이었다”(16쪽).더군다나스무살에스캔들이터지면서세리는“실패한아역의가장나쁜예시”(같은쪽)로사람들머릿속에각인된다.
두사람모두비슷한종류의실패를겪었기때문일까.성인이되어우연히재회한그들사이의라이벌구도는허물어져있다.아니,애초에그구도는그들이아닌어른들이덧씌운것이기도하다.오히려두사람은어린시절함께참여한영화촬영현장에서서로에게의지했었는데,그영화가바로거장으로칭송받던감독이만든<전교생의사랑>이다.서로가서로에게힘이되었던이유는촬영현장에서알게모르게‘순진무구하고예쁘게’존재할것을강요당했기때문이었다.어린두사람은권위를지닌감독의지시에따라불유쾌하고비자발적으로움직일수밖에없었다.‘청소년관람불가’영화였기에개봉한당시에는보지못했고어른이되어서도볼마음이들지않았던그영화가‘고전의재해석’이라는이름으로새로상영될예정이라는소식이들려온다.이때우리가방점을찍어야하는단어는‘고전’이아니라‘재해석’일것이다.시간의풍화작용을견디고여전히현재적인의미를지니고있음을뜻하는‘고전’이라는말에는한편으로는시간에의해생긴불순물과더께또한달라붙어있다.그불순물과더께를벗겨내는일이민지와세리에게는‘재해석’의과정일것이다.
한때인기를끌었으나지금은세간의관심에서벗어나소위‘일반인’의삶을살아가는인물들의이야기는일종의‘메가미’연작이라고할수있는단편「나의사촌리사」「나는지금빛나고있어요」「하루미,봄」「누군가어디에서나를기다리면좋겠다」에서이어진다.네작품은대중에게큰사랑을받았던일본의삼인조걸그룹메가미가해체된이후세멤버의일상을따라가며‘누군가의실패를어떻게재현할것인가’라는문제를다룬다.연작의시작에놓인「나의사촌리사」에서소설가인‘나’는글쓰기의슬럼프를사촌리사를통해돌파해나가고자한다.“어머니는한국인이지만아버지는일본인이고,일본에서태어나서자랐기에”(51쪽)일본사람인리사,일본최대의아역배우기획사에소속되어활동하다가지금은카페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생활하는리사,그러니까비밀을간직하고있고성공과실패의낙차가커다란리사의삶은‘나’가느끼기에글로쓸만한이야기이다.하지만막상도쿄에가서마주한리사는‘나’가상상한‘실패자’의모습과는거리가있는,하루하루를성실하게일구어나가는‘생활인’의모습으로‘나’를반긴다.
‘나’의예상을벗어난리사의‘진짜’삶,그것을어떻게그려낼것인가의문제가새롭게대두면서작품은긴장감으로팽팽해진다.인상적인점은문학평론가소영현이짚어주었듯이“각각의소설이서로의보완재”(298쪽)가된다는것이다.‘나’가자신이생각하는글의서사를위해부러외면했거나미처보지못했던리사의삶은「나는지금빛나고있어요」에서리사가스스로화자로등장하면서「나의사촌리사」에서와는다른관점에서그려지고,리사가자세히알지못했던또다른멤버하루미와마나의삶은「하루미,봄」과「누군가어디에서나를기다리면좋겠다」를통해드러난다.네편의연작은여러사람이마치배턴을이어받듯새로운이야기의화자로등장함으로써돌림노래처럼입체적인양감을소설에불어넣는다.


“우리에겐빼앗길좋음이라는것도없어.”

한편으로박민정은시대의풍경이인물의삶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에깊은관심을가진만큼최근몇년간우리를세차게휩쓸고간‘팬데믹’의한복판을유심히들여다본다.「아직끝나지않은여름」은“감염병사태가2차대유행에서3차대유행으로이동하던무렵(…)강남으로이사”(167쪽)한젊은부부의모습을통해‘강남’이라는한국사회의상징적인지층이어떤방식으로두터워지고견고해지는지살핀다.
「미래의윤리」는팬데믹으로가장드라마틱한변화를겪은공간중하나인학교로시선을옮기면서,줌수업이새로운수업방식으로자리잡으며대두한대학내윤리문제를다룬다.지방출신의서아는대학교에합격한것을계기로부모의눈총에도아랑곳하지않고서울에신축원룸을구한다.그전과는다른새로운생활이펼쳐지리라기대하지만,미증유의팬데믹사태앞에서개강은미뤄지고서아는아르바이트를해야하는처지에놓인다.“엄마도,아빠도,사촌언니도모두누렸던3월의대학생활을박탈당했다는생각”(201쪽)에기분이한없이가라앉던즈음,황지우에게서처음으로연락이온다.황지우는공중파교양프로그램에출연중인‘셀럽’이자학과에부임한지얼마안된신임교수로,자신이서아의지도교수라고밝히며비대면수업기간동안전화상담을이어가겠다고알려온다.그뒤로정기적으로안부와근황을주고받으며어색하게전화상담을이어가던중황지우의줌수업을듣는학생들의불만이터져나오기시작한다.강의PPT가형편없는데다어떤수업자료는다른교수의논문을표절해서만들었다는것.이렇듯박민정은팬데믹이일상의곳곳에침입하여겉으로보이는모습을바꿔놓았을뿐만아니라우리내부의윤리문제를심문해왔다는것을인상적인사례를통해보여준다.
쇼비즈니스업계를둘러싼문제부터팬데믹으로촉발된새로운이야기까지,박민정은과거와현재,한국과일본,한국내부의돌출적이고기형적인공간을넘나들며서사의겹을층층이쌓아나간다.소설속인물들이공통적으로어떤실패를경험했음에도이야기의끝이실패가아니라고우리가믿게되는데에는,그렇게단단하게쌓이는지층속에서누군가를하나의고정된이미지로박제하려는시도가부서지기때문일것이다.글로써누군가의삶을재현하는일에수반되는찌릿한고통,그럼에도한발깊숙이다가가려는견결함이이번소설집에서뜨겁게빛난다.



사회파소설가들에게박민정은근거리의선배다.『전교생의사랑』에도여러사회이슈가등장한다.아이돌,JR철도노조,AV,오타쿠,안아키,강남이너소사이어티……키워드를듣는순간당신이떠올릴예상을,그러나박민정은깬다.그러면서도흥분에찬기대는충족시킨다.날뛰지않는덤덤한정조만으로.초반에놓인연작소설을읽으며인물들에게편지를받는기분이었다.슬프고억울하고무서워서살수가없다고울부짖어야할텐데그들은울지않고차분히편지를보내온다.그들이울음을참기에,울어봤자소용없다고체념하기에,내쪽에서울수있었다.사회에대한진지한탐구정신,울지않고참기에더선명히느껴지는인물들의상처,깔보기쉬운유형의인간을복잡하게바라보는지성과관대함.훌륭한사회파소설이갖추어야할요건이다.확인해보시라.그거다여기있으니._이미상(소설가)

비비언고닉을빌려말하자면,박민정의소설은거리두기를성취하고정직한서사화를추구하면서진실을말하는신뢰할만한화자를얻기위해고군분투하는중이다.『전교생의사랑』의이러한행보는더없이사적인것으로여겨지는경험들을통해더넓고보편적인세계를이해하고자하는노력속에서우리의시야가전보다더넓어지게될것임을확신하게한다._소영현(문학평론가)

두껍고촘촘한레이어를겹겹이쌓아도이야기의본질은결국사람을계속살아가게하는데있다고생각한다.나자신도죽음을가깝게통과하면서그사실을뜨겁게실감할수있었다.목숨도운명도사람을쉽게놓아주지않으므로,무슨일이있었더라도한숨섞인미소한번지으며가볍게떠들수있다면,그게우리삶이라면정말좋겠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