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힘 (희망을 심은 20인)

세상을 바꾸는 힘 (희망을 심은 20인)

$18.00
Description
작은 나눔을 모아
큰 희망을 심어온 20년의 기록
‘희망’ ‘꿈’ ‘행복’ 같은 단어는 추상명사지만 이따금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장난감을 팔아서 돈을 마련한 초등학생부터 하루 1만 원, 1천 원씩 십시일반으로 보탠 수천 명의 시민, 희귀난치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딸의 사망보험금을 내놓은 아버지, 1년에 스무 번 이상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기금을 모은 홍보대사 등 1만여 명의 시민과 500개의 기업이 하나의 ‘꿈’을 위해 힘을 합친 결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라는 기적 같은 공간이 탄생했다. 무모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2005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어린이 재활센터, 장애인 전용치과, 장애인이 일하는 농장과 카페라는 ‘희망’을 좇으며 지난 20년간 행복한 여정을 이어왔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소설가 박완서를 비롯해 가수 션, 변호사 강지원, 김성수 주교, 아나운서 이금희, 이해인 수녀, 김정주 넥슨 창업주, 이지선 교수, 시인 정호승, 원택 스님 등 푸르메재단과 함께 발을 맞춰온 20인의 인생사를 통해 ‘경청’ ‘공정’ ‘정의’ ‘나눔’ ‘감사’ 등 우리가 놓쳐온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전한다. 이 책은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나눈,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친 사람들을 위한 헌사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해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저는 줄곧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해왔습니다. 신문사와 방송국에 다닐 때는 취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났고, 푸르메재단이 세워진 뒤에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대략 반반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푸르메재단 일을 하면서 만난 분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나누고,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바치려는 사람들이었죠. 푸르메재단 일을 통해 알게 된 모든 분이 저에게는 김장하 선생 같은 분이었습니다. 용돈을 절약하고 자기 장난감을 팔아서 마련한 돈을 아픈 아이의 치료비에 써달라고 한 초등학생부터, 현재 거주중인 아파트를 기부하려는 80대 할머니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지하 사무실에 책상 두 개를 놓고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시절부터 이후 병원과 복지관, 직업재활센터, 농장, 카페가 세워지기까지 수많은 분이 함께해주었습니다. 몇 그루의 나무가 하나둘 모여 점차 숲을 이루듯 저희에게 숲의 토대를 마련해준 분들이죠. 이렇듯 지난 20년 동안 푸르메재단 일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분을 만났지만, 특별히 더 잊히지 않는 분들을 손꼽아봤습니다. 이분들은 푸르메재단과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습니다. _‘책을 펴내며’에서


우공이산 정신이 만든
아름다운 기적

기자 생활 중 독일 뮌헨대학 연수를 마치고 귀국에 앞서 영국으로 떠난 자동차 여행에서 아내 황혜경 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백경학 대표의 인생은 크게 바뀐다. 100일 동안 혼수상태였던 아내는 기적적으로 깨어나지만 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는다. 사고 후 1년 반 동안 영국과 독일에서 병원 생활을 하고 귀국했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치료를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 시설도 삭막하기만 했다. 영국에서는 의료진의 친절을, 독일에서는 환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의료 시스템을 경험했기에 이들 부부는 한국에도 이처럼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병원을 세우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결국 아내의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중 약 11억 원과 국내 최초의 하우스맥주회사 ‘옥토버훼스트’의 지분 등을 마중물 삼아 2005년 푸르메재단이 탄생한다.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푸르메재단은 지난 20년간 목표한 일의 대부분을 이뤄냈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처럼 조금 느릴지는 몰라도 이들 부부의 일념에 시민들은 하나둘 응답했고 장애어린이의 재활, 장애청년들의 자립을 위한 나눔의 손길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뜻 손을 내밀어준 잊지 못할 분들과의 추억, 그리고 그들의 삶을 진솔하게 술회하며 ‘세상을 바꾸는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절대로 부자가 앞장서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겨우 살 만하거나 조금 부족한 사람이 베푸는 법이에요. 한 번 거절당했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열 번 전화해야 한 번 만날 수 있고, 열 번 만나야 겨우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오늘 잘 설명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셈이에요.” 주교님은 그렇게 저를 위로하셨습니다. 살아가면서 선한 기운을 주는 분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평생 인내와 겸손으로 살아온 김성수 주교님을 뵐 때마다 저도 당신에게 전염돼 조금씩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가 숙여집니다. 당신이 계셔서 참 다행입니다. _37~38쪽


같이의 가치를 믿는
우리 시대의 어른을 만나다

진정한 어른을 찾기 힘든 시대다. 참어른은 사라지고 꼰대만 남았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문형배 전 소장을 비롯해 수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 김장하 선생, 군부독재 시절 민주 인사들에게 은신처와 활동 자금을 제공한 채현국 선생 등 묵묵히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 되어준 어른들이 존재했다. 말보다 행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몸소 전한 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많은 이가 감동했고, 이들을 롤모델 삼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백경학 대표가 소개한 20인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으로 세상을 밝혀온 ‘우리 시대의 등대’ 같은 사람들이다.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와 발달장애인작업장 우리마을을 세우며 발달장애인을 위해 평생 헌신한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의 삶에서는 ‘겸손’의 힘을,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 강지원 변호사의 삶에서는 ‘진정성’의 힘을, 20억이 넘는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지만 ‘내 것이 아니기에 기부할 뿐’이라며 손사래치는 고 권오록 할아버지의 삶에서는 ‘겸양’의 미덕을 확인하게 된다. 법 앞에서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애쓴 조무제 전 대법관, 54년 동안 성철 스님을 시봉들며 스승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한 원택 스님,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로서 고민해온 장춘순 여사 등 각자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이들의 삶에는 올곧게 살아온 이의 단단함이 담겨 있다. 거센 바람에도 쉬이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세상에 퍼지는 ‘선한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보다 남을 위한 일에 뛰어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권오록 할아버지는 재단에 오실 때마다 직원들에게 꼭 밥을 사주십니다. 극구 사양해도 “좋은 일 하는데 내가 해줄 것은 따끈한 밥 한끼 대접하는 것밖에 없어요. 내겐 이게 큰 기쁨이에요” 하십니다. 봄이 되면 꽃이 피었다고, 감기를 앓았는데 건강하게 회복됐다고, 농장을 짓느라 얼마나 수고하느냐고 등등 꼭 이유를 붙여서 맛있는 점심을 사십니다. 할아버지가 직원들에게 주신 것은 한끼 밥이 아니라 푸르메재단에서 일하는 소명감과 자부심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남에게 베풀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요. 이웃을 돕는 삶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잊히질 않아요. 내가 기부하는 것도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본받으려는 노력입니다. 다음에 저승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우리 오록이가 아주 착하게 잘살았구나’ 칭찬해주시리라 믿어요.” 2023년 미수(米壽)를 맞은 권오록 할아버지의 미소가 해맑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한 김장하 선생님처럼 권오록 할아버지도 큰어른이셨습니다. _155~156쪽


선한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
세상을 움직이다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 관계자가 “우리도 적자를 감당 못 하는데, 민간 재단이 어떻게 병원을 짓고 운영하겠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재활병원 건립’은 엄청난 비용이 따르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재단 설립 2년 뒤인 2007년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 장애인 치과인 푸르메치과를, 2012년에는 푸르메재활센터를, 11년 뒤인 2016년에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개원해 목표를 이룬다. 그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든 건 선한 사람의 연대였다. 수많은 나무가 모여 푸른 산을 이루듯, 고사리손부터 기업의 고액 기부까지 많은 이의 손길이 푸르메재단을 키워왔다. 2024년 기준 등록장애인 수는 약 26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1퍼센트에 달한다.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비장애인으로 살았던 중도장애인이다. 언제든, 누구든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평온한 일상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아내의 교통사고 후 백경학 대표의 삶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러닝메이트가 그와 함께 뛰어주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꿈을 위한 여정을 이어올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만남의 순간을 돌아보며 백경학 대표는 곁에서 힘을 보태준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담히 전한다. 의료보험 수가가 턱없이 낮아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났기에 단 1곳도 없었던 어린이재활병원을 푸르메재단에서 건립한 후, 국가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일어나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곳곳에 세워졌다. 푸르메소셜팜, 무이숲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 일자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민들레홀씨가 곳곳으로 날아가듯 푸르메재단이 퍼트린 ‘나눔홀씨’도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 희망을 싹틔울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선수가 뉴욕마라톤대회를 완주했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골인은 없었을 겁니다. 7시간 22분이라는 엄청난(!) 기록 역시 유일할 거고요. 한참을 숨을 고른 뒤 지선 씨는 왜 늦은 건지 설명했습니다. 출발해서 조금 달리자 피부 호흡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심장이 터질 듯 아팠습니다. 그때부터 뛰는 것을 포기하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지요. 심장의 통증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발바닥 통증으로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통증이 허리까지 타고 올라오자 너무 고통스러워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때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한 교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기 또래의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모두가 떠난 그 자리를 홀로 지키며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지선 씨의 다리에 다시 힘이 들어갔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응원하는 저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처음에는 10킬로미터만 뛰고 지하철을 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10킬로미터를 지났을 때 그만둘 정도로 힘들지는 않아서 15킬로미터까지 가볼까 생각했고, 그렇게 한 블록을 걷고 한 블록을 뛰다보니 그다음엔 어디서 그만둘지 모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결국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게 아니라 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보자는 생각이 그녀를 결승점까지 이끌었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게 했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달렸더니 마침내 결승점이 보이더라고요. 아마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_65~66쪽


불가능을 현실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

1부 ‘희망의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서는 푸르메재단의 주춧돌을 놓아준 분들을 소개한다. “제 별명이 박완서 동생입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내 인연을 맺었던 고 박완서 작가부터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장애를 딛고 자수성가해 큰돈을 기부한 이철재 전 쿼드디멘션스 대표, 물심양면으로 푸르메재단을 알린 첫 홍보대사 이지선 교수, ‘장애인도 보통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재단의 철학을 제시해준 김성수 주교와 강지원 변호사, 문학작품을 통해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준 정호승 시인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보천리의 마음을 되새긴다.
2부 ‘우리 모두가 기적입니다’에서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 400억 원을 모은 과정을 전한다. 건립비의 절반에 가까운 200억을 기부해준 고 김정주 넥슨 대표, ‘만 원의 기적’ 캠페인을 제안해주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발톱이 몇 개나 빠질 정도로 달려준 홍보대사 션, 인세 등을 모아 ‘민들레기금’을 전해준 이해인 수녀, 어머니의 부의금뿐 아니라 자신의 사망보험금 수령자를 푸르메재단으로 지정해준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등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쉽지 않은 결심을 해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절실함이 낳은 감동의 순간을 나눈다.
마지막 3부 ‘인생은 농사와 다르지 않습니다’에서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세상을 살아갈 터전이 되어줄 스마트팜 설립을 위한 과정을 다룬다. 가족의 손때가 묻은 농장 부지 4000평을 기부해준 이상훈·장춘순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매년 한 곳씩 새로운 기부처를 늘린 기부 천사 이금희 아나운서, 청계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쳤던 고 노무라 모토유키 할아버지, 농장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청년들이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게 기금을 마련해준 고 권오록 할아버지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장애청년들의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그린다.

처음에는 눈도 맞추지 못했던 청년들이 이젠 출근길에 만나 안부를 묻고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냐고 물으니 어떤 친구는 30만 원, 다른 친구는 10만 원이라고 자랑합니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청년은 “나도 앞으로 드릴 거예요!” 하고 소리칩니다. 매일 농장에 함께 출근하고 일하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니 자존감이 정말 하늘을 찌릅니다. (중략) “가끔 농장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방울토마토를 들고 덕희가 퇴근합니다. 토마토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이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유세하더군요. 매일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저의 행복입니다.” 장춘순 여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의 유산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덕희 씨가 독립해 혼자 살아가는 날이 어서 오길 장 여사는 꿈꾸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_220~221쪽
저자

백경학

저자:백경학
연세대사학과를졸업한뒤CBS와동아일보기자,국내최초하우스맥주회사‘옥토버훼스트’대표로일했다.

독일뮌헨대에서독일통일문제를공부하고귀국에앞서영국으로떠난자동차여행중아내가큰교통사고를당했고이를계기로인생이크게바뀌었다.영국과독일에서직접병원생활을경험한뒤한국에도환자가중심이되는재활병원을건립해보자는꿈을꾸게됐다.8년동안의소송끝에영국에서받은아내의교통사고피해보상금과맥주회사‘옥토버훼스트’의지분으로2005년푸르메재단을설립했다.시민1만명과넥슨등500개기업의기금을모아2016년서울마포구상암동에‘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건립했다.병원에서잘치료받은꼬마들이성인이됐지만일할곳이없자한부부로부터경기도여주땅을기부받아발달장애청년오십여명이일할수있는농장‘푸르메소셜팜’과북카페‘무이숲’을열었다.

저서로『유럽맥주여행』『효자동구텐백』『누구나일하고싶은농장을만듭니다』(공저)『보통의삶이시작되는곳』(공저)『장애인복지천국을가다』(공저)등이있으며,번역서로는『꼬마마녀』『꼬마유령』『독일통일백서』(공역)『경영자본능』(공역)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1부.희망의나무를심은사람들

01.어머니의이름으로안아주세요_고박완서작가
02.당신이계셔서참다행입니다_김성수대한성공회주교
03.키다리아저씨의어린이사랑_이철재전쿼드디멘션스대표
04.사는게맛있다_이지선이화여대교수
05.한편의시처럼마음을위로하다_정호승시인
06.‘아낌없이주는나무’같은사람_강지원변호사

2부.우리모두가기적입니다

07.장애어린이의눈물닦아준따뜻한기업가_고김정주넥슨대표
08.기적을향해달리다_가수션과배우정혜영부부
09.세상을헤쳐나가는힘_이해인수녀
10.“내것이아니니나눌뿐입니다”_고권오록할아버지
11.법앞에평등해야공정한세상을세울수있다_조무제전대법관
12.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단어,어머니_박점식천지세무법인회장
13.대기업에맞선개미들의대변자_김주영변호사

3부.인생은농사와다르지않습니다

14.어머니의위대한유산_장춘순여사
15.남들이가지않은길을가다_이정모전국립과천과학관장
16.한국인보다한국을더사랑한일본인_고노무라모토유키할아버지
17.장애어린이의후원천사_이금희아나운서
18.늙은농부의소원_황보태조선생님
19.산은산이요,물은물이로다_원택스님
20.웅혼한자연을그려낸산의화가_민정기화백

출판사 서평

우공이산정신이만든
아름다운기적

기자생활중독일뮌헨대학연수를마치고귀국에앞서영국으로떠난자동차여행에서아내황혜경씨가교통사고를당하며백경학대표의인생은크게바뀐다.100일동안혼수상태였던아내는기적적으로깨어나지만이사고로한쪽다리를잃는다.사고후1년반동안영국과독일에서병원생활을하고귀국했지만우리나라의의료현실은너무나도열악했다.치료를받으려면몇달씩기다려야하는것은기본이고,병원시설도삭막하기만했다.영국에서는의료진의친절을,독일에서는환자의사생활을존중하는합리적인의료시스템을경험했기에이들부부는한국에도이처럼환자를가족처럼생각하는병원을세우고싶다는꿈을품게된다.

결국아내의교통사고피해보상금중약11억원과국내최초의하우스맥주회사‘옥토버훼스트’의지분등을마중물삼아2005년푸르메재단이탄생한다.모두가말도안되는일이라고했지만,푸르메재단은지난20년간목표한일의대부분을이뤄냈다.‘우공이산’이라는말처럼조금느릴지는몰라도이들부부의일념에시민들은하나둘응답했고장애어린이의재활,장애청년들의자립을위한나눔의손길은지금도꾸준히이어지고있다.더좋은세상을만들기위해,더따뜻한세상을만들기위해선뜻손을내밀어준잊지못할분들과의추억,그리고그들의삶을진솔하게술회하며‘세상을바꾸는힘’이무엇인지다시한번생각해보게한다.

“절대로부자가앞장서가난한사람을돕지않습니다.겨우살만하거나조금부족한사람이베푸는법이에요.한번거절당했다고낙담하지마세요.열번전화해야한번만날수있고,열번만나야겨우마음을열수있습니다.오늘잘설명했으니그것만으로도성공한셈이에요.”주교님은그렇게저를위로하셨습니다.살아가면서선한기운을주는분이곁에있다는것은큰축복입니다.평생인내와겸손으로살아온김성수주교님을뵐때마다저도당신에게전염돼조금씩얼굴이붉어지고머리가숙여집니다.당신이계셔서참다행입니다._37~38쪽

같이의가치를믿는
우리시대의어른을만나다

진정한어른을찾기힘든시대다.참어른은사라지고꼰대만남았다고도말한다.하지만진주에서한약방을운영하며문형배전소장을비롯해수많은학생에게장학금을지원한김장하선생,군부독재시절민주인사들에게은신처와활동자금을제공한채현국선생등묵묵히우리사회의버팀목이되어준어른들이존재했다.말보다행동을통해삶의가치를몸소전한이들의이야기가알려지자많은이가감동했고,이들을롤모델삼겠다는다짐도이어졌다.백경학대표가소개한20인도각자의자리에서자신만의빛으로세상을밝혀온‘우리시대의등대’같은사람들이다.

발달장애인특수학교인성베드로학교와발달장애인작업장우리마을을세우며발달장애인을위해평생헌신한대한성공회김성수주교의삶에서는‘겸손’의힘을,아무대가없이도움이필요한사람에게손을내민강지원변호사의삶에서는‘진정성’의힘을,20억이넘는돈을사회단체에기부했지만‘내것이아니기에기부할뿐’이라며손사래치는고권오록할아버지의삶에서는‘겸양’의미덕을확인하게된다.법앞에서공정하고평등한세상을만들고자애쓴조무제전대법관,54년동안성철스님을시봉들며스승의가르침을대중에게전한원택스님,발달장애인아들을둔부모로서고민해온장춘순여사등각자걸어온길은달랐지만이들의삶에는올곧게살아온이의단단함이담겨있다.거센바람에도쉬이꺾이지않는대나무처럼,좌절을딛고일어선사람들이전하는삶의지혜에귀를기울이다보면세상에퍼지는‘선한영향력’을실감하게된다.자신의이익보다남을위한일에뛰어든인물들의이야기를통해‘혼자가면빨리가지만함께가면멀리갈수있다’는말의의미를되새기게된다.

권오록할아버지는재단에오실때마다직원들에게꼭밥을사주십니다.극구사양해도“좋은일하는데내가해줄것은따끈한밥한끼대접하는것밖에없어요.내겐이게큰기쁨이에요”하십니다.봄이되면꽃이피었다고,감기를앓았는데건강하게회복됐다고,농장을짓느라얼마나수고하느냐고등등꼭이유를붙여서맛있는점심을사십니다.할아버지가직원들에게주신것은한끼밥이아니라푸르메재단에서일하는소명감과자부심입니다.“우리아버지는자식들에게‘남에게베풀라’고말씀하신적이없어요.이웃을돕는삶을행동으로보여주셨을뿐입니다.그런데그모습이잊히질않아요.내가기부하는것도아버지의그런모습을본받으려는노력입니다.다음에저승에서아버지를만나면‘우리오록이가아주착하게잘살았구나’칭찬해주시리라믿어요.”2023년미수(米壽)를맞은권오록할아버지의미소가해맑습니다.우리사회에큰울림을전한김장하선생님처럼권오록할아버지도큰어른이셨습니다._155~156쪽

선한사람들의느슨한연대,
세상을움직이다

국내굴지의대학병원관계자가“우리도적자를감당못하는데,민간재단이어떻게병원을짓고운영하겠느냐”고되물을정도로‘재활병원건립’은엄청난비용이따르는도전이었다.하지만재단설립2년뒤인2007년에는국내최초의민간장애인치과인푸르메치과를,2012년에는푸르메재활센터를,11년뒤인2016년에는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개원해목표를이룬다.그기적같은순간을만든건선한사람의연대였다.수많은나무가모여푸른산을이루듯,고사리손부터기업의고액기부까지많은이의손길이푸르메재단을키워왔다.2024년기준등록장애인수는약263만명으로전체인구의5.1퍼센트에달한다.그중80퍼센트이상이비장애인으로살았던중도장애인이다.언제든,누구든예기치않은일을겪을수있음에도우리는평온한일상이영원할것이라믿는다.아내의교통사고후백경학대표의삶도예상치못한방향으로바뀌었다.하지만셀수없이많은러닝메이트가그와함께뛰어주었기때문에포기하지않고꿈을위한여정을이어올수있었다.

세월이지나도잊히지않는만남의순간을돌아보며백경학대표는곁에서힘을보태준이들에게감사와존경의마음을담담히전한다.의료보험수가가턱없이낮아환자를치료할수록적자가났기에단1곳도없었던어린이재활병원을푸르메재단에서건립한후,국가차원에서도움직임이일어나권역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곳곳에세워졌다.푸르메소셜팜,무이숲도우리사회에장애인일자리의새로운패러다임을제시하고있다.민들레홀씨가곳곳으로날아가듯푸르메재단이퍼트린‘나눔홀씨’도우리사회에퍼져나가희망을싹틔울것이다.

지금까지많은선수가뉴욕마라톤대회를완주했지만그렇게감동적인골인은없었을겁니다.7시간22분이라는엄청난(!)기록역시유일할거고요.한참을숨을고른뒤지선씨는왜늦은건지설명했습니다.출발해서조금달리자피부호흡을할수없었던그녀는심장이터질듯아팠습니다.그때부터뛰는것을포기하고빠르게걷기시작했지요.심장의통증이사라지자이번에는발바닥통증으로절뚝거리며걸어야했습니다.그러다통증이허리까지타고올라오자너무고통스러워주저앉아서눈물을흘렸다고합니다.그때자신의이름이적힌피켓을들고목이터져라응원하는한교민이눈에들어왔습니다.자기또래의젊은여성이었습니다.일면식도없는누군가가,모두가떠난그자리를홀로지키며자신을응원하고있다는사실을알게되자지선씨의다리에다시힘이들어갔습니다.‘포기하지않고응원하는저사람을위해서라도이대로주저앉을순없다.’

처음에는10킬로미터만뛰고지하철을탈계획이었습니다.그런데10킬로미터를지났을때그만둘정도로힘들지는않아서15킬로미터까지가볼까생각했고,그렇게한블록을걷고한블록을뛰다보니그다음엔어디서그만둘지모르게되었다고합니다.그렇게결국레이스를마칠수있었습니다.처음부터42.195킬로미터를완주하겠다고목표를세운게아니라갈수있는데까지만가보자는생각이그녀를결승점까지이끌었고,완주메달을목에걸게했습니다.“죽을만큼힘들었지만포기하지않고한발한발달렸더니마침내결승점이보이더라고요.아마인생도마찬가지가아닐까싶어요.”_65~66쪽

불가능을현실로,
아무도가지않은길을걷다

1부‘희망의나무를심은사람들’에서는푸르메재단의주춧돌을놓아준분들을소개한다.“제별명이박완서동생입니다”라는이메일을보내인연을맺었던고박완서작가부터열여덟살에교통사고로하반신이마비되었지만장애를딛고자수성가해큰돈을기부한이철재전쿼드디멘션스대표,물심양면으로푸르메재단을알린첫홍보대사이지선교수,‘장애인도보통의삶을살아야한다’는재단의철학을제시해준김성수주교와강지원변호사,문학작품을통해장애어린이에대한사랑을실천해준정호승시인등의이야기를통해우보천리의마음을되새긴다.

2부‘우리모두가기적입니다’에서는어린이재활병원건립비400억원을모은과정을전한다.건립비의절반에가까운200억을기부해준고김정주넥슨대표,‘만원의기적’캠페인을제안해주고기부금을모으기위해발톱이몇개나빠질정도로달려준홍보대사션,인세등을모아‘민들레기금’을전해준이해인수녀,어머니의부의금뿐아니라자신의사망보험금수령자를푸르메재단으로지정해준박점식천지세무법인회장등어린이재활병원건립을위해쉽지않은결심을해준이들의모습을통해절실함이낳은감동의순간을나눈다.

마지막3부‘인생은농사와다르지않습니다’에서는발달장애인청년들이세상을살아갈터전이되어줄스마트팜설립을위한과정을다룬다.가족의손때가묻은농장부지4000평을기부해준이상훈·장춘순부부의이야기를시작으로매년한곳씩새로운기부처를늘린기부천사이금희아나운서,청계천빈민구호활동을펼쳤던고노무라모토유키할아버지,농장에서근무하는발달장애청년들이취미생활까지즐길수있게기금을마련해준고권오록할아버지등의이야기를전하며장애청년들의현재,그리고미래까지그린다.

처음에는눈도맞추지못했던청년들이이젠출근길에만나안부를묻고농담을주고받습니다.어머니께용돈을드리냐고물으니어떤친구는30만원,다른친구는10만원이라고자랑합니다.옆에서조용히이야기를듣던청년은“나도앞으로드릴거예요!”하고소리칩니다.매일농장에함께출근하고일하면서사회성을키우고,직장에서월급을받으니자존감이정말하늘을찌릅니다.(중략)“가끔농장에서직원들에게나눠준방울토마토를들고덕희가퇴근합니다.토마토를식탁위에내려놓으면서‘이집에서돈버는사람은나밖에없다!’고유세하더군요.매일이런모습을바라보며사는것이저의행복입니다.”장춘순여사의이야기를들으며어머니의유산이얼마나위대한것인지실감하게됩니다.덕희씨가독립해혼자살아가는날이어서오길장여사는꿈꾸고있습니다.장애인이행복하면모두가행복합니다._220~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