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 결심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나로 살 결심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18.12
Description
『개인주의자 선언』 『최소한의 선의』 등으로 합리적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유쾌한 필치에 담아온 문유석. 2020년 판사의 법복을 벗고 프리랜서 드라마작가로 전업한 뒤 그의 두번째 삶은 어땠을까? 조직에서 자유의 몸이 된 뒤 경제적 자유와 동시에 정신적 자유까지도 쟁취하며 새로운 삶의 개척자가 되었을까?
누구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 또한 두번째 삶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은 짧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법원의 결정적 순간을 목격한 뒤 그는 비로소 법관생활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자유로운 삶’만이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온전한 개인으로 살기란 만만치 않았고 ‘사회’ 속의 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는 타인의 삶을 판결하는 일에서 질문하는 일로 업을 바꾸어, 그리고 드라마로 흐려진 정의를 묻는 삶으로 자리를 바꾸어, 새 삶에서 당면한 시행착오와 고민을 풀어놓는다. 재테크, 건강관리, 시간관리 같은 일상적 문제에서 드라마작가라는 직업인으로서 성장까지, 나아가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는 법과 민주주의의 작동까지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자신의 좌표를 가늠하고자 한다.
비록 삶의 터전이 바뀌었을지라도 작가는 시종일관 강조한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전의 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첫번째 삶과 두번째 삶은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라고. ‘문유석식 전업일지’라 할 만한 이 책은 두번째 삶은 첫번째 삶에 충실할 때만이 도래한다는 것을, 또한 두번째 삶의 실수와 좌절, 불안을 정직하게 쓸 때만이 새 삶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

문유석

저자:문유석
소년시절,좋아하는책과음반을쌓아놓고홀로섬에서살고싶다고바랐을정도로책읽기와음악을좋아했다.1997년부터판사로일했으며2020년법복을벗고사임했다.책벌레기질탓인지글쓰기도좋아해법관으로서,한시민으로서,느끼고생각한것들을틈나는대로기록해왔다.칼럼「전국의부장님들께감히드리는글」로전국민적공감을불러일으킨바있으며,자신의원작을바탕으로한JTBC드라마<미스함무라비>의대본을직접맡아다시한번화제를모으기도했다.지은책으로『개인주의자선언』『미스함무라비』『쾌락독서』『판사유감』이있다.

목차

프롤로그개인주의자선언후,10년

1부첫번째삶과의작별

어느부장판사의사표내는날
나는,바꿔놓고싶었다
나이브한이상주의자
참으로무해한돈키호테
그날나는,완전히붕괴되었다
역시세상에공짜는없었다
첫번째삶에서배운것들

2부누구나그럴싸한계획을가지고있다

인생은실전
자유는공짜가아니다
육체가정신을지배한다
경제적자유얻기1#꿈편
경제적자유얻기2#현실편
슬럼프에서빠져나오기
불안과함께살아가는법
일을하지않으면행복할까
판사라는갑옷을벗고나니

3부매력적인오답을쓰는삶

나는왜전업작가가되었나
내가쓸수있는이야기를쓸것
꿈을이루는제3의길
불면의밤과역류성식도염
나는그이름을기억한다
판사의일과작가의일
내가쓰고싶은것들

에필로그삶은계속된다

출판사 서평

『개인주의자선언』10년후,
첫번째삶의끝에서써내려간결심結審
법복을벗기까지결정적장면들

『개인주의자선언』『미스함무라비』『쾌락독서』등의저서로우리사회와법조문화에대해예리하고도균형있는시선을전해온문유석.1997년부터판사로일해온그는2020년23년간의법관생활을마무리하고드라마작가로서삶을택했다.하지만사회적존경을받는판사라는직업,특히나안정된직장을떠나프리랜서로전업하기까지고민의두께는만만치않았다.두번째삶으로한발을내딛기까지그결정적계기는무엇이었을까.

그간「전국의부장님들께감히드리는글」등을비롯한여러지면에서문유석은개인주의자,자유주의자로서의삶을강조해왔다.여기서‘개인’은근대적개인,즉시민으로서권리와의무를충실히이행하는자로,‘개인’이야말로건강한민주주의를지탱하는바탕이라는생각이자리한다.동시에법관으로서그가개인을강조한것은법관의독립성이야말로재판의공정성을이루는바탕이자법치국가가제대로기능할토대로여겼기때문이다.하지만그는이명박,박근혜정권당시법원장재판개입,양승태대법원의판사블랙리스트작성등사법농단을목격하며시스템에대한신뢰를잃는다.무엇보다스스로몸담았던법원행정처가대법원정책에비판적인‘국제인권법연구회’의세를축소하기위해그를‘어용연구회장’으로이용하려했다는문건이발견되면서“하늘이무너지는듯한충격”을받는다.내부에서법원을비판해왔되,문제적사건들의당사자는아니었던그는처음으로자신이당사자가되는상황을피할수없었고,이‘막다른곳’에서결심하기에이른다.“주제에맞지않는무거운옷을벗고”“온전한한개인으로돌아가나자신을책임지는삶을살기”로.

‘결심’에는마음을먹는다는뜻의‘결심決心’외에도재판을마무리한다는뜻의‘결심結審’도있다.재판을종결하면더이상의주장도,증거도받아들여지지않는다.오직판결만있을뿐이다.1년넘게법원에대한미련때문에고민하고망설였지만,이제는결심해야할순간이었다.슬프게도더이상법원에서행복하지않았다.남은인생은어린시절의꿈인글쓰기를하며온전한한개인으로자유롭게살고싶었다.나는2020년법원을떠나작가로서새로운삶을시작했다.변호사등록도하지않았으니법조인조차아니다.
_「프롤로그」,11~12쪽

두번째삶을선택하기까지의과정을담은1부「첫번째삶과의작별」은오늘날의사법개혁이슈와겹쳐지며언뜻사법부수난사로읽히기도하지만,한조직에오랫동안헌신했던이들이라면공감할만한작업일지이기도하다.절대적신뢰와원대한이상을품고조직에입성했지만시스템이제대로작동하지않을때의분노,부속품으로서자신의역할에대한무력감,이후에도원칙이제대로작동하지않으리라는우려등이동시에교차하기때문이다.그토록사랑했고바꿔놓고싶던법원을“첫사랑”을잃듯떠나보낸그.두번째삶에서는뜻한바온전한개인으로서삶을실현할수있을까.

자유vs.의무,해방vs.불안……
온전한나로분투중인오늘의순간들
“계속지는한이있더라도나아가서얻어맞으려한다”

법관으로일하는동안에도칼럼연재와책출간을이어가며작가의삶을병행해왔지만,그런그도판사들의일상적고민을소개한다는취지로연재한『미스함무라비』가드라마로제작되고,그각본작업까지맡으리라고는예상치못했다.문유석에게글쓰기는어디까지나“즐거운놀이”일따름이었고그는‘결정적사건’이벌어지기전까지평생법관으로살아가는데아무의심이없었다.그렇다면드라마작가로의전업은순전히여러우연이겹친결과였을까?살인,강간,사기등수많은범죄사건을마주하며그는다양한인간의삶을마주할수밖에없었고,이러한고민이드라마작가의길을열어주었다고고백한다.“판사든작가든,타인의삶을깊이들여다보아야할수있는일이다.”

역설적이게도이야기꾼의꿈을포기하고현실적인이유로택한법관의삶이작가의길을열어주었다.판사는이사회구석구석의수많은‘진짜이야기’를평생들여다보며치열하게고민해야하는직업이기때문이다.(…)

세상에는내가상상조차못한끔찍한빈곤과폭력이가득했다.(…)첨예하게다투는살인사건의유무죄를여러날잠못이루며고민할때는정말이지수명이줄어드는것같았다.오판하면합법적인살인자가될수있는직이판사이기때문이다.

이런과정에서내가직접몸으로부딪치며겪은진짜경험이,나를뒤흔든진짜감정이,나를작가로만들었다.나도모르는새조금씩작가가되어가고있었던것이다.
_「나는왜전업작가가되었나」,174~175쪽

첫번째삶을이어받은두번째삶이었음에도23년간출퇴근생활자,월급생활자로살다가하루아침에작가로사는삶은모든것이예측불허그자체였다.재무,시간관리,노화,창작스트레스,슬럼프등의문제가닥쳐왔고모두스스로답을찾아야했다.2부「누구나그럴싸한계획을가지고있다」에서는이모든시행착오가펼쳐지는데,프리랜서창작자로서의삶을꿈꿔본이들을위한예습목록과도같다.OTT중독으로긴시간을허비하고,주식투자로일희일비를반복하며,잠못이루는갱년기를통과하는가운데그는점차자신만의생존법을정립해간다.고군분투끝에비로소“계속지는한이있더라도나아가서얻어맞으려한다”는일성을내뱉기까지필요했던것은바로솔직한인정이었다.“실패와좌절이언제든찾아올수있다는것”“내가나약하고어리석은사람임”을받아들이는것.조직안에서살아남는것만큼이나온전한개인으로살기란만만치않았고드라마작가가자리한‘사회’속분투는끝나지않았다.

참아이러니하다.첫번째삶에서는없는시간을쪼개글도쓰고여행도하며바쁘게살았는데,지금은남아도는시간을주체하지못해무의미하게낭비하다가결국은또마감에쫓겨바쁘게산다.첫번째삶에서는꽉짜인삶속에서자유를희구했는데,지금은넘치는자유를감당못해스스로타율과구속을만들려한다.
_「자유는공짜가아니다」,99~100쪽

주식시장에확실한건아무것도없었다.회사와투자자들,소위전문가들이그토록장밋빛으로예측했던FDA신청은알수없는이유로무기한연기.그날나는소싯적읽었던이문열소설의제목을떠올렸다.‘추락하는것은날개가있다.’

하지만현실엔날개따위는없었다.너무높이,태양가까이날자날개가녹아떨어져버린이카로스처럼미친듯오르던주식계좌는그만큼이나맹렬한속도로자이로드롭을탔다.
_「경제적자유얻기2#현실편」,123쪽

뼛속까지프로이야기꾼으로살아간다는것
드라마로,흐려진정의를되묻는여정을시작하다!
첫번째삶에충실할때만이도래하는두번째삶에관하여

첫번째삶이두번째삶을열어주었듯판사의삶이드라마작가의삶에드리운그림자는길다.팔리는스토리를써야한다는부담감에짓눌리면서도결국작가문유석이향하는곳은평범한사람들이선의로세상을조금씩바꿔가는이야기였기에.곧방영이예정된그의드라마「프로보노」(12월초tvN방영)는장애인인권,성폭력,동물권,이주민인권등공익소송을전담하는공익변호사를주인공으로하며,이역시관련사건을재판하면서대립하는양쪽입장을고민했던경험이바탕을이룬다.법정을무대로이상주의와현실주의가부딪치면서힘겹게사회적합의를이루는과정을보여줌으로써그는드라마로,흐려진정의를되묻고자한다.

이제는헛된욕심과망상은다내려놓고앞으로도내가잘할수있는이야기,내가쓰고싶은이야기에만집중하기로했다.나는자기일에애정을가진성실한사람의이야기를좋아한다.우리사회가겪고있는,그리고앞으로겪을여러문제에대한고민을이야기하고싶어한다.타고난영웅보다는적당히이기적이고적당히속물인현실적인인물들을좋아한다.그런사람들이느슨하지만든든하게연대하는이야기를좋아한다.(…)나는그런사람들이있기에그래도세상이돌아간다고생각한다.그들이내이야기의주인공들이다.
_「내가쓸수있는이야기를쓸것」,188~189쪽

무엇보다삶의전환과정에서그가내내놓지않은질문은‘내진짜욕망이란무엇인가’하는것이었고,첫번째삶에서가장크게배운것도‘나자신’이라고토로한다.양승태대법원의자신에관한인사기록-“지나치게개인주의적이고공명심이강하다”-을두고,과연스스로글을써온동력이인정욕망은아니었는지자문한끝에실제로세상을바꾸는일보다는‘나자신을주인공으로한이야기’에더관심이있었다고,그저‘이야기속멋진캐릭터로살아가고싶었다’고털어놓는다.개인주의자선언10년후,나로살결심뒤문유석이마주한것은‘발가벗은자신’이었다.

『나로살결심』은대단한두번째삶의모델을제시하지도않고,퇴사를고민하는이들을위한실질적인조언을담은것도아니다.그저삶의후반부를완전히다른서식지로옮긴한사람의자기인식과고투,성찰로가득하다.바뀐삶의자리에서작가는시종일관강조한다.“앞으로내가몇번의새로운삶에도전하며살아간다하더라도이전의생이무의미해지는것은아니다.그것이성공이었든,실패였든”“첫번째삶과두번째삶은단절된것이아니었다”라고.‘문유석식전업일지’라할만한이책은두번째삶은첫번째삶에충실할때만이도래한다는것을,또한두번째삶의실수와좌절,불안을정직하게쓸때만이새삶을무사히통과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