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법칙

몽상가의 법칙

$16.00
Description
꿈과 현실을 오가며 종횡무진 전개되는 이야기
“우리는 꿈이 언제 시작되는지 정말 알고 있을까?”
소설은 가족 소풍을 하루 앞둔 어느 밤, 알프스 끝자락인 베르코르 산악 지대의 별장에서 화자인 ‘나’가 다음날 함께 소풍을 떠나기로 한 단짝 친구 루이와 잠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시작된다. 학교 수업시간에 수력발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오해한 나는 루이에게 “빛은 물”이라는 아리송한 주장을 펼친다. “길들여진 물은 전깃줄을 타고 전속력으로 흐르고, 전구의 필라멘트를 타고 너무 빨리 돌다가 뜨거워져서 빛이 된대!” 한참을 옥신각신하던 두 친구는 방으로 올라온 엄마에게 한소리를 듣고 나서야 머리맡 전등을 끄고 토론을 끝낸다.
이윽고 모두 잠든 시각, 수력발전, 전기, 커다란 댐, 다음날 예고된 흥미진진한 수중 탐험 등에 대해 혼자서 끊임없이 생각하던 나의 눈에 문득 복도에 켜져 있는 야등이 들어온다. 야등의 작은 전구는 꼭 어둠 속에서 부릅뜬 부엉이의 눈 같다. 그래서 나는 열 살 꼬마의 치기어린 마음에, 부엉이와 눈싸움이라도 하는 양 황금색 전구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기로 한다. 잠시 후 야등은 퍽 소리를 내며 꺼진다. 상상 속 부엉이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기쁨은 잠시다. 깜깜한 복도 저 구석의 쩍 벌어진 전등에서 노란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빛은 물이라는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서 나는 루이를 깨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불을 켜보니 루이는 온데간데없다. 다음날의 수중 탐험을 위해 미리 챙겨둔 루이의 물건들도 사라졌다. 나는 너무 놀라 허둥대다가 전등을 쓰러뜨리고, 그러자 야등에서 흘러나온 액체보다 훨씬 더 선명한 노란, 꿀 같기도 금 같기도 한 액체 빛이 온 방안에 점점 퍼져간다. 액체 빛이 몸에 닿으면 감전될세라, 나는 “강물 위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처럼 캄캄한 어둠의 섬에만 발을 디디”며 아래층 거실로 향한다.
거실의 텔레비전도 쩍 벌어져 그 틈에서 알록달록한 빛이 흘러내리고, 때때로 빛줄기에서 껌처럼 늘어난 텔레비전 화면 속 얼굴들이 보인다. 늘어난 얼굴들은 액체의 흐름에 따라 이내 형태를 잃고 우유에 섞인 초콜릿처럼 변한다. 화자는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 집안 전체에 누전을 일으켰다고 믿는다. 누전차단기를 올리려고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부모님 역시 루이처럼 사라지고 없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지만, 이미 도시 전체가 “빛의 홍수”에 잠겨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이튿날 아침, 나는 루이의 재촉에 잠에서 깨어난다. 나를 비추는 것은 경찰관의 손전등이 아니라, 루이의 이마에 달린 헤드랜턴이다. 소풍을 떠나는 차 안에서 나는 루이와 가족들에게 야등의 전구가 터지고, 꿀 같은 액체 빛이 바닥에 흐르던, 간밤의 환상적인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엄마는 밤중에 방으로 올라온 적도 없고, 복도의 야등은 이미 오래전 치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텔레비전은 파리 집에만 있을 뿐 별장에는 없다. 나의 꿈은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이탈리아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와 영화 의상 작업을 했던 엄마는, 펠리니가 잠에서 깨자마자 자기가 꾼 꿈 내용을 적고 그림으로 그렸다며 나에게도 펠리니처럼 꿈 내용을 적어보라고 제안한다. 나는 루이와 꿈속의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미스터리한 꿈의 시작을 추적한다.

저자

다니엘페낙

1944년모로코카사블랑카에서태어났다.군인인아버지를따라아프리카,아시아,유럽등지에서유년기를보냈다.프랑스니스와엑스의대학에서문학을공부한뒤,1969년부터파리와파리근교수아송의중고등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쳤다.1973년군복무에관한첫에세이를출간하며본명다니엘페나키오니대신필명으로활동을시작했다.『식인귀의행복을위하여』『기병총요정』『산문팔이소녀』등1985년부터2022년까지총여덟편을집필해온대표작‘말로센시리즈’는프랑스에서만총600만부이상판매되었고,전세계20개이상의언어로출간되었다.4부작‘카모의모험시리즈’를비롯해어린이와청소년을위한소설과그림책을발표하며독자층을크게넓혔고,1995년교직에서물러나작품활동에전념했다.2007년자전적에세이『학교의슬픔』으로르노도상을수상했다.그외의작품으로『마법의숙제』『독재자와해먹』『소설처럼』『몸의일기』등이있다.

목차

Ⅰ.홍수_9
Ⅱ.페데리코의꿈아래_35
Ⅲ.배경문제_61
Ⅳ.페데리코펠리니,『꿈의책』_91
Ⅴ.부활한페데리코_115
Ⅵ.10퍼센트내외_137
Ⅶ.성세바스티아누스가전하는복음_161
Ⅷ.몽상가의법칙_177

감사의말_195

출판사 서평

유머러스하고시적인문체,끊임없이독자를배반하는유쾌한반전
몽상가들의왕페데리코펠리니를향한더없이완벽한오마주

“내친구는천재적인몽상가예요.나중에크면얘는작가가될거예요.아니면영화예술인이되든지,그친구분처럼……이름이……”
“펠리니.”(38~39쪽)
“나는꿈속의일들을이야기한다는것은꿈을기억해내는일인동시에상상하는일이라는걸깨닫게되었다.그것은감각을이야기로바꾸는일이다.엄밀한의미로,이야기를만드는일이다.”(49쪽)

화자는소설초반에자신이‘카모의모험시리즈’를썼으며,어릴적단짝이었던루이가바로그청소년소설의주인공이되었다고밝힌다.그리고물처럼흐르는빛에관한꿈을꾸던그날밤그는작가가되었다고,꿈은자신이작가가되는데양분이되었다고고백한다.독자는이이야기의주인공이처음부터다니엘페낙이었다는점을조금도의심하지않고,오늘날국민작가라고불리는그를위대한이야기꾼으로만들어준꿈이야기에더욱깊이빠져든다.
성인이된화자는어릴적함께소풍갔던곳을루이와함께다시방문하고,호수에서스킨스쿠버를하며물속에서어릴적꿈속에서빛에잠긴마을과똑같은풍경을발견한다.수력발전소가건설되며빛대신물에잠긴마을이실재했던것일까.어릴적꿈에본풍경을실제로마주하게되었다는생각에감격한화자는꿈의무대를헤엄쳐어릴적방안으로들어가는데,그안에는열한살짜리어린루이가있다.화자는그렇게다시한번꿈에서깨어나고,작가가만든장치에또한번속아넘어간독자는점점모호해져가는꿈과현실의경계에점차길을잃고“미로처럼뒤얽힌매력적인이야기”(르몽드),“꿈처럼진정한시작도끝도없이펼쳐”(르피가로리테레르)지는몽환적인이야기에매혹된다.
이후꿈이야기는소설곳곳에“담쟁이덩굴이나등나무처럼집어삼킬듯이풍성하게”펼쳐지고,이야기의가지들은작가의어린시절추억속으로,현재의가족이야기로,또펠리니의꿈속으로독자를이끈다.소설후반에는펠리니의영화가만들어진치네치타영화촬영소,어머니와함께그의영화를보러가던추억,펠리니를오마주한연극작업,수리중이던조명기가폭발한사건등과거와현재,사실과허구,현실과꿈이뒤섞인이야기들이이어진다.페낙은꿈속에서처럼독자를이리저리이끌고,현실과꾸며낸이야기,실존인물과가공의인물을동시에등장시킨다.독자가마침내모든걸완전히,명확하게이해했다는함정에빠지면,진실과창작,상상사이를교묘하게줄타기하며끊임없이독자의기대에반하여나아간다.마지막순간까지독자를기다리는거대한반전을마주하면,독자는페낙과함께길고환상적인꿈을꾸고깨어난듯한인상을받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