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의 칼날은 (오현종 장편소설)

자객의 칼날은 (오현종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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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옛날 옛적에,
살아 돌아오지 못할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 자객이
고통을 삼키며 끝까지 지켜낸 남매가 살았는데……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가는 무수한 이들,
그 각각의 삶이 꼬이며 이어지는 고색 모던 복수 활극!
장르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장편소설로 주목받는 소설가 오현종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자객의 칼날은』이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중 ‘역사’ 장르로 개정 출간되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낱낱이 흡수하여 문학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오현종은 화살과 표창이 날고, 검광이 번득이는 무협 서사에 주목한 바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자객열전」 속 인물 ‘섭정’에 매료된 오현종은 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 줄기를 뻗어나간 끝에 2015년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이라는 제목의 거대하고 촘촘한 이야기의 미궁을 지어 보였다.
그후 출간 10년 만에 제목을 바꾸어 재출간되는 이 장편소설은 ‘K-컬처’의 위상이 날로 높아가는 이때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우리 옛이야기를 다시 읽는 재미를 새삼 일깨워준다. 책 속의 책, 그 안팎을 넘나들며 때로는 무공으로, 때로는 서사의 힘으로 활보하는 인물들의 열띤 에너지가 전해져온다. 이 인물들의 동력은 복수심 한 가지이다. 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악惡이 발원한 이래, 복수가 복수를 낳으며 끝없이 이어지게 된 이 뜨겁고도 처연한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저자

오현종

1999년『문학사상』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너는마녀야』『본드걸미미양의모험』『외국어를공부하는시간』『거룩한속물들』『달고차가운』,소설집『세이렌』『사과의맛』『나는왕이며광대였지』등이있다.

목차

1장책속에서복수에대한문장을찾는사내_007
2장이야기들_033
3장책속에서복수에대한문장을찾았던사내_203

초판작가의말_225

출판사 서평

“나는어릴적부터악인을이기는방법은
선을행하는것이아니라,
더욱극악한인간이되는것이라믿었다.”

이야기는액자밖에서부터시작된다.복수를꿈꾸며온갖책들에파묻혀복수에관한문장을모으는사내가있다.그에게,역시복수만이삶의전부인여인‘정貞’이다가와어떤이야기를들려준다.액자안에서확장되는그흥미로운이야기에는피묻은칼로써나라를제손에틀어쥔극악무도한재상이등장한다.온사방이그의적인지라,재상은방이마흔칸이나되는구불구불한미궁을만들어그안에서매일밤침소를바꾸며생활한다.어느밤솜씨가뛰어난한자객이재상을암살하려다실패하고,자객은제가죽은뒤남을가족들을지키기위해스스로얼굴가죽을벗겨서씹어삼키고는숨을거둔다.이사건을구심점으로하여,재상을증오하지만미궁안에서살아남기위해철저히그의손발이되어악을행해야했던재상의의붓아들,의붓아들에게물려받은복수심을품고살아가는자객의아이들‘명冥’과‘정貞’,그리고미궁안에서이모든것을기록하는재상의벙어리첩등이번갈아가며등장하여관련된진술을겹쳐나간다.
소설속인물들은더깊은악惡을향해가라앉아가는듯하다.작품속에서악은읽는것만으로몸에통증이느껴질정도로생생하게표현된다.악의근원,악을없앨수단으로서의악에대한오현종의사유위에서,소설속악인과선인은점점얼굴의왼편과오른편처럼닮아간다.자신의불행을남에게퍼뜨려고독감을견디고싶었던재상과그의붓아들의감춰진연약함,그리고그들과의대척점에서있는자들이숨기고있던잔혹함이뒤로갈수록드러나면서,이야기는진실에근접해간다.


이야기에들린작가,오현종
누구의것도아니어서모두의것이되는‘이야기’를펼치다

액자안의이야기를듣고난액자밖의사내는감았던눈을뜬다.피가낭자하고살점이튀는이생생한이야기는실제일수도,꿈일수도,아니면벙어리나어떤무료한누군가가지어낸이야기책속내용일수도있겠다.이렇게가르마가르듯나눌수없는액자안이야기는그대로오현종이생각하는‘이야기성’의본질을표상한다.그에게이야기란‘누구의것도아니며,결국은한데뭉쳐한길로흐르는것’이다.한번등장했다가,비슷하면서도또다른형태로변주되어다시나타나는작품속각각의서사처럼,이야기는어떤사실로부터피어올라누군가에의해살이덧붙고,또다른누군가에게전달되어새롭게태어난다.그렇기때문에,각각의이야기들에는어떤뚜렷한경계가없다.이것은오현종이장르를넘나들며소설의외연을확장하려는시도를고집하는이유이기도하다.
액자안과밖의관계는어떤가.소설의마지막장면에이르면,우리는자신만의이야기를써나가기위해길을떠나는액자밖사내의얼굴에한순간재상의의붓아들의얼굴이겹쳐보이는경험을하게된다.그렇게액자밖의인물들이액자안의인물들과대응하는관계에있다는것을알아차릴때,우리는소설속의모든이야기가결국한길로흐르고있다는것을실감하게된다.옛날옛적부터지금까지이어져내려온이야기들,그세세한흐름들을멀찍이떨어져서바라볼때,그모든이야기가지들역시결국은하나의거대한너울로모이게되는것아닐까.모든이야기는결국다르면서같은,인간의‘운명’을따라흐르기에.
다른것이아닌,‘글’을쓸수밖에없는재상의벙어리첩,그녀가쓴자객이야기를읽는자객의딸‘정’,그리고‘정’이오랫동안간직한그이야기를나누어갖고자신만의새로운이야기를시작하려는액자밖의사내.이세인물은바로‘이야기를만드는자’,즉소설에투영된오현종자신의모습이리라.『자객의칼날은』역시그러한과정을거쳐당신으로부터다른누군가에게로유장히이어져갈것이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


‘읽는’소설에서‘보는’소설로

국내최고의작가들이만들어나가는
무수한취향의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몰입감높으며,독자의마음에감동을남기는
웰메이드장편소설의퍼레이드가펼쳐집니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플레이(PLAY)’라는이름에서확인할수있듯,소설읽기를‘놀이’로즐길수있도록다양한장르를망라하는문학테마파크를지향한다.또한한장면한장면허투루쓰이지않은감각적이고탄탄한장편소설을엄선해다양한매체를통해‘재생’함으로써오감을통해구체적으로체험하는문학을선보이고자한다.앞으로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평단과독자에게인정받는국내최고의작가들과함께하며재미와감동을함께전하는뛰어난작품들로채워질예정이다.




이책은꿈속에서가파른지붕위를달리던자객의독백만도아니고,오로지전해들은이야기만도아니며,젓갈처럼내속에오래삭혀두었던슬픔도아닌무엇이되었다.소설속이야기꾼심연의말처럼이야기들은전부다르면서같았기때문이다.밤과낮의경계를참빗으로가르마가르듯나눠놓을수없는이치와같았다.이이야기는내것이기도하고,내것이아니기도하다.어쩌면이야기를삼켜제피와살로만들누군가의것일수도있겠다.그러니이야기를묶는기쁨을나혼자독차지한다면공평한일이아닐테다.그럴수만있다면이책이,내가아는모든이야기속인물들이한때존재했었다는증거가되어주면좋겠다._‘초판작가의말’에서

이제야고백하자면,그런이야기를쓰고싶었다.잃어버린것을오래생각하는사람,어둠속에서밝은데를응시하는사람,삶을돌이킬수없어서오직복수를원하게된사람의이야기를.소설이완성된뒤에는대문을걸어잠그고빠져나올수있으리란기대를품고.
여각의앉은뱅이가이야기를마치고제발로골방에서걸어나온뒤로도,내가미궁을애써잊고지낸지금껏,그곳에그림자를두고머물러온자들이있을까.있다면문밖으로데리고나와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그들을데리러다시어둠속으로들어가야지.나올길은그때나지금이나이야기안에있을테니.나는백화점지하출입문을천천히빠져나왔다.
그리고
손금을긋듯가만히왼손바닥위에적어보았다.누구도알아서는안되는자객의이름을._‘개정판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