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조선 (이현수 장편소설)

나의 마지막 조선 (이현수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인간에 대한 진심
오랜 시간을 넘어 되살아난 주군과 신하의 아름답고 선연한 숨
인간을 포용하는 너른 시선과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포착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과 그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 이현수. 그가 이번에는 더욱 묵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나의 마지막 조선』을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역사’ 장르로 선보인다.
소설은 가장 혼란하고 무력했던 시기로 기록되는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운명처럼 내시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인물 ‘반석호’를 중심으로 궁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 그 속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세밀하게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신분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 그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오가며 쌓이는 감정의 더께를 세심한 문장으로 되살려 ‘진심’이라는 무게에 추를 단다.
『나의 마지막 조선』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재현을 넘어 입체적인 인물, 치밀한 서사 구성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마지막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작가는 희화화되거나 하찮은 인물로 여겨지는 내시의 이미지를 전복하여 청아하고 기품 있는 인물로 그린다. 또한 기존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내시가 되어가는 과정을 세세히 묘사함으로써 제국의 몰락 속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로 나아간다. 이러한 시선의 확장은 소설에 재미를 더해줄 뿐 아니라, 비극의 한가운데에서도 삶의 아이러니를 웃음과 연민으로 감싸안는 작가의 색채와 어우러져 인간의 존엄이라는 메시지를 더 선명히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저자

이현수

저자:이현수
1959년충북영동에서태어나1991년충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고1997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길갓집여자』『신기생뎐』『나흘』『사라진요일』,소설집『토란』『장미나무식기장』『우리가진심으로엮일때』,산문집『아는사람만끼리끼리먹는』등이있다.무영문학상,한무숙문학상,송순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신기생뎐』은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로번역되었다.

목차


나의마지막조선_007

작가의말_315
참고문헌_318

출판사 서평

시대의격랑속에더굳건히세워지는충정의마음
비장하면서도서늘하고,격렬하면서도애잔한
스러져가는조선의마지막을선연히그려낸역사소설

철종이죽고흥선군과조대비가권력을잡기위해명복(흥선군의둘째아들)을왕으로내세웠던그때,아홉살이던반석호는대대로내시의계보를잇는상선남수중의집에양자로들어간다.다섯살때집에서기르던잡종견에게음낭을물려고자가되었으니,그에게내시의삶은숙명이었을지도모를일이다.그러나왕의그림자로사는게어떤일인지그때는알지못했다.
석호는일등내시가되리라는꿈을품고견습내시로궁궐에들어간다.하지만그의바람과달리,대궐은한치앞도내다볼수없을만큼음모와모략,배반등이끊이지않는곳이었다.흥선군과조대비는서로견제하며세력을다졌고,내시부는그들의세력다툼에서자유롭지못했다.내시부내에서조차궁궐에서의입지를공고히하기위해계동파와장동파,두파당간의신경전이계속됐다.누구를섬기느냐가곧살아남는길이었다.
그러던어느날석호의아버지,즉계동파인남수중이상온으로강등된다.다시말해계동파의입지가좁아진것이나다름없었다.내시부에서의아귀다툼은더더욱심해졌고,견습내시도예외는아니었다.남수중대신상선의자리에오른장동파오자흔은자신의권위를오래지키려는듯계보를이을양대방을매질하며훈계한다는소문이파다했고,석호는그때자신이속한세계가더는왕을모시는존귀한궁궐이아니라존엄이가장쉽게무너질수있는곳임을깨닫는다.

우여곡절끝에입궐하여고종을모시게된석호는자기나이또래인어린왕을대면하고특별한마음을품게된다.당시고종은나라의명운을작은어깨에짊어지고청나라황제와비교당하며호된교육을받고있었다.오랜만에제나이또래를만난고종은석호에게만은솔직한심정을털어놓으며편히마음을열고,어린왕과내시는궁안의부용지와옥류천을산책하며각별한우애를쌓는다.

날이습하면숲냄새가짙어진다.계곡에서올라오는비릿한물냄새,둔덕의나무에서풍기는아릿하면서도달콤한냄새.전하의몸에서나던백단향냄새였다.
“너는무엇으로충성할것이야.나한테어떻게충성할것이야.”
전하의목소리와함께옥류천의추억이주마등처럼뇌리를스쳐가자그때가그리웠다.나는전하에게맹세하고싶었다.충성과는결이다른나의특별한맹세를.(101~102쪽)

제국은무너졌어도우리가절박하게품은뜻은
어딘가에닿아서흔적을남기겠지요
결코헛된시간이아니었습니다

내시는왕을가장가까이에서모시는사람이지만,인간과구별되는비인간적인존재로취급받는다.보아도못본척눈과귀를닫고,왕과운명을같이해야한다.석호는대를이을수없는신체를가졌으나,소설은바로그런결핍에서비롯된시선을통해마지막조선의모습을그려나간다.
시간이흘러고종과석호도나이를먹고,관상가박유붕이누명을쓰고피살된이후갑신정변의실패와김옥균의죽음,잇따른민란과외세의압박까지,연쇄적으로피바람이분다.많은신하를잃어버린고종은스스로과오를인정하고수치심에사로잡히지만,때늦은후회였다.간사한대신들은왕을이용하여권세를꾀했으며,그틈에서반란을꿈꾸는자도존재했다.왕은암살의위협에시달렸고,끝내는주권을빼앗기는상황까지도래했다.석호는그모든것을낱낱이목도했으나왕의곁에서함께마음아파하는일말고는할수있는일이없었다.그렇게조선은점점스러져갔다.

불완전한육체때문에상대의부족한부분과아픈구석을훤히알고있는너와나.그게형제인데우리가서로의목숨기둥이라는걸까맣게잊고파당을지어싸웠구나.(289쪽)

어쩌면반석호가고자가된순간내시라는미래가정해져있었듯,궁궐내진실이침묵으로덮이는순간조선은이미무너지고있었는지도모르겠다.
『나의마지막조선』은역사적사실을재현하면서도한제국의몰락속요동하는인간의내면을파고든다.그러나저자의시선은냉정하되잔혹하지않고,비극을묘사하면서도인간에대한믿음을놓지않는다.때로웃음과눈물이공존하는장면으로숨을고르게하지만,그아이러니가오히려이거대한이야기를꿰뚫는축이되어독자에게하나의물음을던진다.무너진시대에서인간으로서어떻게살아야하는가.인간답게사는것은무엇인가.파당을나누고어떻게든자신의자리에서살아남기위해아첨과모략을일삼는사람들.어쩌면그들또한우리모두의모습은아닐지.그러나권력의한가운데에서도중심을지키며진심을드러내는반석호를통해저자는보여주고싶었던듯하다.불완전함속에서존엄이드러나는이역설을말이다.
소설을읽고나면오래도록마음한편이서늘해지지만,그서늘함속에서오히려인간에대한믿음이피어오르며뭉클해진다.그것은아마도제국이몰락하는어두움속에서도따스함을잃지않으려는인간을향한믿음에바탕한작가의시선덕분일것이다.

“전하께선무엇이든잘감추십니다.신하뿐아니라자신에게도감추십니다.그러곤스스로속였다안도하십니다.다만소신은그점이슬플따름이옵니다.”
조금전에스친기운이되돌아와내몸을촘촘히에워쌌다.보이지않는무명실로변한그것이사지를친친묶는것같았다.일순땅이흔들리는진동을느꼈고,나는기꺼이잠식당했다.나무가햇빛이비치는쪽으로가지를뻗듯이자연스럽게,때로는무력하게,더러는연민의정으로전하를사랑했다.(253쪽)

특히왕을바라보는석호의감정은더할나위없이따뜻한온기로충만하다.때로는연민으로,때로는우정으로,때로는충정으로.남성도,여성도아닌내시석호의감정에그어떤이름을붙일수있을까.무엇이라정의하기엔어려울수있지만,그건분명사랑에서피어오른감정일테다.
이작품은진심을말하면부서지고,침묵하면무너지는세상속에서인간의존엄과진심의의미를다시일깨운다.몰락의기록을통해생존의의미를,역사의어둠속에서도진실된가치를밝힌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

‘읽는’소설에서‘보는’소설로

국내최고의작가들이만들어나가는
무수한취향의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몰입감높으며,독자의마음에감동을남기는
웰메이드장편소설의퍼레이드가펼쳐집니다.

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플레이(PLAY)’라는이름에서확인할수있듯,소설읽기를‘놀이’로즐길수있도록다양한장르를망라하는문학테마파크를지향한다.또한한장면한장면허투루쓰이지않은감각적이고탄탄한장편소설을엄선해다양한매체를통해‘재생’함으로써오감을통해구체적으로체험하는문학을선보이고자한다.앞으로문학동네플레이시리즈는평단과독자에게인정받는국내최고의작가들과함께하며재미와감동을함께전하는뛰어난작품들로채워질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