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16.00
Description
문명화 시대의 폭력과 인간의 양면성을 파헤친 대표 단편선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에게 두 번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956년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는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자기 앞의 생』으로 두번째 공쿠르상을 거머쥐었다. 명예로운 소설가였던 로맹 가리는 한평생 전쟁의 상흔 속에 살아야 했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태어나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2차세계대전에는 프랑스 공군으로 복무했다. 그동안 전쟁 영웅으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부모와 연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이렇게 로맹 가리의 생애에 드리운 고독과 허무는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로맹 가리의 대표작 16편을 수록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시대에 발맞춘 번역으로 재탄생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2번으로 출간된다. 영화로도 상영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부터 이 소설집의 초판본 표제작이었던 「우리 고매한 선구자들에게 영광 있으라」까지, 날카로운 위트가 돋보이는 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로맹 가리는 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폭력, 용기와 기만을 동시에 보이는 인간의 양면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심오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면서도
인간이기에 품을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다

로맹 가리는 인간의 양면성에 환멸을 느끼며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진다. 「어떤 휴머니스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본능의 기쁨」에서는 폭력 앞에 굴복하고 힘을 내세우는 인간의 저열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류트」 「몰락」 「가짜」 「영웅적 행위에 대해 말하자면」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를 통해서는 인간의 자기기만적 모습을 꼬집는다. 「고상함과 위대함」 「역사의 한 페이지」 「벽-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에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들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기도 한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깊은 혐오감에 사로잡혀 낙담한 채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세상은 다시 한번 나를 배신했다. 대도시에서든 태평양의 가장 작은 산호초 섬에서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계산이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 순수에 대한 내 끈질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말이지 무인도로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_「도대체 순수는 어디에」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면을 낱낱이 고발하는 한편, 로맹 가리는 인류가 지켜온 용기와 사랑의 힘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표제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는 고난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비관적 상황에서도 행복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잔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벼랑 끝에 내몰린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품을 내어주는 용기가 우리의 삶을 붙드는 실낱같은 희망이 된다고 말한다.

그의 내면에는 체념을 거부하고 줄곧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어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삶 깊숙이 숨겨져 있는, 황혼의 순간에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 대책 없는 어리석음 같은 것이 그의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실패로도, 어떤 냉소주의로도 결코 없앨 수 없는 무구함이, 스페인 전장에서 베르코르의 레지스탕스로, 쿠바의 시에라마드레산으로,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결정적인 체념의 순간에 다가와 또다시 유혹하는 두세 명의 여자들에게로 그를 밀어붙인 환상의 힘이. _「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저자

로맹가리

1914년모스크바에서태어나파리에서법학을공부했다.젊은시절여러잡지에단편을기고하다『유럽의교육』으로1945년프랑스비평가상을받으며본격적인작가생활을시작했다.그후1956년『하늘의뿌리』로공쿠르상,1962년단편「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로미국에서최우수단편상을수상하며프랑스문단에서확고한명성을구축했다.유명해진자신에대한외부의기대와선입견에서벗어나기위해예순살이되던1974년에밀아자르라는또다른필명으로『그로칼랭』을발표했다.이작품으로프랑스문단에큰화제를불러일으키며“아자르는파리좌안의고골,어둠에잠긴파리의푸시킨”이라는찬사를받았고,이듬해역시같은이름으로『자기앞의생』을발표해공쿠르상을수상했다.에밀아자르와로맹가리라는두문학적정체성사이에서기묘한줄다리기를해나가던그는자신이에밀아자르임을밝히는유서를남기고1980년12월2일권총자살로생을마감했다.이사실이세상에공개되면서전세계문학계는다시한번충격에빠졌고,로맹가리는한작가에게두번주지않는다는공쿠르상을중복수상하는전무후무한기록을남겼다.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는문학거장의진면목을확인케하는로맹가리의걸작단편선이다.열여섯편의기발하고신랄한소설들은삶의모순과인간의자기기만을날카롭게적발하고풍자함으로써심오한성찰의시간을선사한다.표제작「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는1968년로맹가리가직접연출을맡아영화화되었고,그의아내이자누벨바그를대표하는배우진시버그가출연하기도했다.

목차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009
류트033
어떤휴머니스트059
몰락069
가짜095
본능의기쁨115
고상함과위대함131
비둘기시민145
역사의한페이지155
벽-짤막한크리스마스이야기173
킬리만자로에서는모든게순조롭다181
영웅적행위에대해말하자면189
지상의주민들199
도대체순수는어디에217
세상에서가장오래된이야기229
우리고매한선구자들에게영광있으라245

해설|영원히소설적인것이우리를구원한다(이광진)267
로맹가리연보279

출판사 서평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수록작

죽음을딛고일어서는용기-「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지상의주민들」
로맹가리는연이은전쟁으로황폐해진상황에서도희망을잃지않는인간에대해말한다.「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에는전쟁에지쳐페루의해변으로도피한남자레니에와죽음을선택하러해변으로걸어들어가는여자가다시삶으로돌아오는이야기가섬세하게펼쳐진다.「지상의주민들」의두인물,군인들에게성폭행을당해정신적충격으로시력을잃은여자와전쟁에서겨우살아남은볼품없는남자는목적지로가는길을잃은위태로운상황에서도서로를의지해좌절을딛고일어선다.두작품은더이상희망을꿈꿀수없을것만같은상황에서도다시행복을이야기하는인간의힘을보여준다.

인간의폭력성과저열함-「어떤휴머니스트」「세상에서가장오래된이야기」「본능의기쁨」
로맹가리는우리내면에도사리고있는저열함을폭력앞에낱낱이파헤친다.「어떤휴머니스트」에서는인간의본성이선하다고믿은한유대인의신뢰가친절로포장된친구의기만에의해낱낱이깨진다.「세상에서가장오래된이야기」에는죽음의수용소에서얻은트라우마에서벗어나지못한한유대인이자신을고문했던독일군에게뇌물을갖다바치며마음의안정을얻는비극적인광경이묘사된다.「본능의기쁨」에서는서커스단에서일하는난쟁이와거인을타자화하여구경거리로전락시키는인간의본성이드러난다.

위트있게그려낸자기기만-「류트」「몰락」「가짜」「영웅적행위에대해말하자면」「도대체순수는어디에」
자신의이상이현실에배반당한인간은어떤선택을할까.로맹가리는자기기만을통해현실을왜곡하여받아들이는인간의모습을짚어낸다.「류트」에는완벽한외교관집안이라는허울에사로잡혀남편N백작의부족한면을끝없이메우는아내의모습이처연하게그려진다.급진적노동운동가로알려졌던인물의변절과그모습에분개한‘나’의극단적인선택(「몰락」),예술작품의진위를종교의율법처럼절대적으로여기던S가자신의안목이틀렸다는사실을깨달은이후의행보(「가짜」)모두자기기만에서비롯된다.용기와희생정신을말하며자신을위대한모험가로포장하는인물의허상을파헤친「영웅적행위에대해말하자면」과물질주의사회에서벗어나순수함을되찾으려작은섬으로떠났지만고가의예술작품앞에신념이무너지는인물의모순적인행태를보여주는「도대체순수는어디에」역시자기기만을감행하는인간의나약함을드러낸다.

문명의위선에대한고발-「비둘기시민」「우리고매한선구자들에게영광있으라」
과학과문명의발전이라는미명아래인간의삶은진보하고있는가.로맹가리는‘더나은삶’이라는구호에질문을던진다.「비둘기시민」에서는숫자로만치환되는물질주의시대에서인간이느끼는무상함을이야기한다.「우리고매한선구자들에게영광있으라」에서는인간의신체가동물처럼진화하는가상의미래를상정하고,인간으로서존엄을잃어가는중에도국가의발전이라는사명에충성하는인물을통해문명을신봉하는세태를풍자한다.

자기중심적사고에갇힌인간의어리석음-「고상함과위대함」「역사의한페이지」「벽-짤막한크리스마스이야기」「킬리만자로에서는모든게순조롭다」
오로지‘나’에갇혀주변을살피지못하는인간의잔혹함과어리석음은편재해있다.「고상함과위대함」의코프는히틀러의‘대의’를따라‘명예로운’죽음을맞이하겠다며루마니아적진으로들어가지만루마니아인들에의해초라한결말을맞이한다.「역사의한페이지」의세르비아총독은항독운동가들을계속처형해도저항이끝날기미가보이지않자불안감에휩싸인다.사후세계에서영혼들이군대를조직할지도모른다는초조함에총독은스스로영혼이되겠다고결심하고,부하는그를돕겠다고나선다.짝사랑하던옆방여자의신음소리가벽을타고들려오자난잡한세태를비관하고죽은청년의이야기를담은「벽-짤막한크리스마스이야기」,사랑하는여인의마음을얻기위해고향을떠나모험가가되어일방적으로엽서를보내며같은마음일거라오해한메지그의일생을재치있게그려낸「킬리만자로에서는모든게순조롭다」모두스스로에대한과신에기만당하는인간의어리석음을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