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 할머니

쥬디 할머니

$18.50
Description
허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
읽을수록 새로운 박완서 단편소설의 경이로움

거장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며
한국 대표 소설가 31인이 뽑은 박완서 명단편 베스트 10편

박완서 단편이 다다른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다
한국문단을 지탱해온 깊은 뿌리이자 세대를 거듭해 생장하는 거대한 우듬지인 작가 박완서의 타계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박완서 단편소설선 『쥬디 할머니-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1970년 문단에 이름을 알린 이래로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미망』 등의 장편소설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한 말씀만 하소서』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등의 산문집처럼 수많은 걸작을 선보이며 강한 생명력으로 여전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완서. 그는 집필에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장편소설, 살아낸 삶의 경험 일부를 담아내야 하는 산문을 쓰는 와중에도 놀랍도록 왕성한 활동력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해왔다.
『쥬디 할머니』는 박완서 단편문학의 뛰어난 성취를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책으로, 31명의 한국 대표 소설가에게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전7권, 문학동네, 2013)에 수록된 97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 2~3편을 추천받아 최종 10편을 선해 엮었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며 읽히는 불후의 명작 「도둑맞은 가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뿐 아니라, 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에도 주목할 만한 의외의 작품 「쥬디 할머니」 「애 보기가 쉽다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등 총 10편이 수록되었다.
저자

박완서

1931년경기도개풍출생.서울대문리대국문과재학중육이오전쟁을겪고학업을중단했다.1970년불혹의나이에『나목裸木』으로『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당선되어문단에나온이래2011년영면에들기까지사십여년간수많은걸작들을선보였다.『부끄러움을가르칩니다』『배반의여름』『엄마의말뚝』『그해겨울은따뜻했네』『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친절한복희씨』『기나긴하루』『미망』등다수의작품이있고,한국문학작가상(1980)이상문학상(1981)대한민국문학상(1990)이산문학상(1991)중앙문화대상(1993)현대문학상(1993)동인문학상(1994)한무숙문학상(1995)대산문학상(1997)만해문학상(1999)인촌상(2000)황순원문학상(2001)등을수상했다.2006년호암상,서울대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타계후금관문화훈장을추서받았다.

목차

쥬디할머니_7
애보기가쉽다고?_31
공항에서만난사람_71
그살벌했던날의할미꽃_105
재이산(再離散)_133
해산바가지_187
나의가장나종지니인것_229
부처님근처_265
도둑맞은가난_303
세상에서제일무거운틀니_331

출판사 서평

★추천소설가목록★
강화길구병모기준영김멜라김병운김연수김중혁
김지연김혜진박상영박선우백수린서장원성해나
성혜령손보미송지현윤고은윤성희이기호이미상
이장욱임솔아정용준정이현최은미최은영편혜영
한강함윤이현호정

“그래,난다시울타리를칠수있을거야.새로운울타리를.”
생생히살아숨쉬는독보적인캐릭터의향연

소설집의시작을여는「쥬디할머니」는장성한오남매를두고혼자아파트에서살아가는쥬디할머니의안온하고도평화로워보이는삶을펼치다가뜻밖의예상치못한상황으로독자를데려가는소설이다.허를찌르는반전의묘미로이야기그자체의재미를선사할뿐만아니라,인간의허영적욕망은부정당해야할것이라기보다는늘삶의새로운국면으로나아가게하는힘이될수도있다는걸암시하는독특하고도색다른작품이다.박완서의단편소설중그간에잘알려지지않았지만새로이읽히고해석될여지가큰수작으로힘있게권할만하기에이번책의표제작으로삼았다.
이어수록된「애보기가쉽다고?」와「공항에서만난사람」역시「쥬디할머니」의주인공쥬디할머니처럼강렬한캐릭터가돋보이는소설이다.「애보기가쉽다고?」는전직국회의원으로기품있게나이든노인맹범씨가어느날손자를돌보며좌충우돌하게되는한편의블랙코미디로,우스꽝스러운촌극속에당대재개발지역빈민의생활상을얼핏서늘하게드러내며박완서특유의날카로운세태소설의진면모를보여준다.
「공항에서만난사람」은육이오전쟁중미군부대의PX에서청소부로일하는욕쟁이아주머니무대소를통해전시하에타국의군인에게핍박받았던소시민의울분어린삶을특유의생생한활기로전하는작품이다.무대소아줌마가미군에게늘도둑취급당해온일꾼들을대신해어떤행동을취하는절정부의한장면은짜릿한카타르시스를불러일으키는이소설속최고의백미다.
「공항에서만난사람」과같이전시상황을배경으로하지만그분위기는사뭇다른「그살벌했던날의할미꽃」은한지방의작은마을에살고있는무명의여성들,그중에서도노파들의삶에초점을맞춘다.남자식구들이전쟁에나가모두사라진세계에서젊은여성들을대신해자기자신을희생하려는노파,그리고홀몸이된상황에서수치나모멸없이젊은군인에게욕망을드러내는또다른노파의모습을데칼코마니처럼쌍으로병치시키는형식으로충격을안기는도발적인이야기로,여성주의문학으로도일컬어지는박완서소설의선구적인면모를확인하게한다.

이두노파를한자리에모시고싶었음은내가발견한노파들의어떤공통점때문이다.
그들은하나같이욕되도록오래살았음에도불구하고끝내노파라든가할머니라든가하는중성적인호칭이안어울리는강렬한여자다움을못버렸었다.여자라는것에서헤어나질못했다.나는차마그들을노파라고는,할머니라고는못하겠다.여자라고밖에는._「그살벌했던날의할미꽃」,130쪽

“이제부터울고싶을때울면서살거예요.”
시대의억압을넘어개인의실존을드높인
기념비적인문제작들

앞선박완서의단편들이한번읽으면잊을수없는개성강한인물이등장하는것이특징이라면,당대사회문제를과감히다루며그속에서고통받는인물의울분과아픔을표현해낸것또한박완서단편소설의뛰어난특징이라할수있다.
남북분단이후이어져온이산가족상봉을소재로하는「재이산(再離散)」은보통의감동적이고눈물겨운가족상봉의이야기가아니라남남처럼떨어져산혈연가족간의계급차와그로인한차가운몰이해를신랄하게그려내,사회문제인동시에가족문제인이산가족상봉이라는소재를인간의수치심과자존감,그리고분노와같은실존적차원의문제로끌어올린문제작이다.
한편,시어머니와며느리사이에생기는유구한고부갈등문제를다룬「해산바가지」는시어머니인친구와아들을낳지못한친구의며느리간긴장된상황을지켜보던‘나’가한세월을함께하고돌아가신자신의시어머니를떠올리는이야기로,가족문제를넘어한인간이라는존재를깊은그리움과애끓는연민의시선으로들여다보게하는작품이다.
「나의가장나종지니인것」은운동권열사로활동한아들의죽음이“시대의횃불”(246쪽)로불림으로써정작어느곳에도참척의고통을제대로표하지못한어머니의통곡어린슬픔을‘전화통화’라는내밀한형식으로들려주는소설이다.자식의죽음이라는형용키어려운비참한마음의심연을박완서고유의절절한입말로살려내,지금도널리읽히며회자되는기념비적인작품이다.

형님,우리가참모진세상도살아냈다싶어요.어찌그리모진세상이다있었을까요?형님,그나저나그모진세상을다살아내기나한걸까요?_「나의가장나종지니인것」,225쪽

반세기를넘어거듭해읽히는
불후의명작을만나다

책의말미에놓인「부처님근처」「도둑맞은가난」「세상에서제일무거운틀니」세편은박완서의초기작들로,지금으로부터무려50여년전인1970년대초에발표된소설이다.데뷔한지삼년여밖에안된,당시로서는신인의위치였던작가의초기작이반세기가지난지금활발히활동중인한국대표소설가들에게최고의소설로뽑혔다는건지금읽어도이작품들이유의미하다는증거그자체이리라.
「부처님근처」는오래전전쟁통에사망한아버지와오빠의기일을앞두고재수불공을드리러절을찾은‘나’와어머니두사람의이야기로,전쟁의이데올로기아래스러진가족의죽음으로일상이파괴된후에도“앙큼하고태연하게”(286쪽)살아갈수밖에없었던모녀의처절한사연을치열하고도솔직하게써나감으로써문학의언어로할수있는죽음의애도란무엇인지를보여준다.
「도둑맞은가난」은‘박완서’라는이름옆에늘함께따라오는,제목그자체로하나의상징이된작품이다.한국대표소설가들에게가장많은추천을받으며다시한번그저력을입증해보이기도했다.가족의죽음으로혼자남은젊은여성‘나’가도금공장을다니는또래남성상훈과동거생활을하는모습이언뜻가난한젊은커플의청춘소설처럼전개되던이야기끝에서슬퍼런반전을도사린이소설은부자와빈자간건널수없는몰이해를드러낼뿐만아니라,심지어부자가가난조차앗아가취한다는지극히역설적인상황을묘파해낸다.일찍이가난이란“냄새”(308쪽)임을간파한작가의예리한시선은여전히보이지않는선으로나뉜계층자본주의사회의현실을여실히펼치며앞으로도오래도록회자될불후의명작임을증명한다.
마지막작품「세상에서제일무거운틀니」는이번수록작들중에서가장초기인1972년에발표된단편으로,장애가있는중학생딸설희를키우는이웃집여성설희엄마,그녀와동년배인‘나’사이에서싹튼우정을그린다.조금의동정과연민도필요로하지않는설희엄마를통해실은‘나’에게도남에겐말못할불행의아픔이있었음이밝혀지는후반부의이야기는‘무거운틀니’로상징되는세상살이의고통을어떻게견디며살아내야할것인가를생각하게한다.과거로회귀하지않고언제나“새로운울타리”(30쪽)를칠거라고말하는‘쥬디할머니’가등장하는첫작품「쥬디할머니」와수미상관으로읽었을때그의미가더욱의미심장해지는소설이기도하다.이처럼『쥬디할머니』는새마음으로맞이하는새해,과거를디딤돌삼아환한미래로나아가게할소중한이정표가되어주는책이다.

비로소나는내아픔을정직하게받아들였다.그러나나는결코내아픔을정직하게신음하지는않을것이다._「세상에서제일무거운틀니」,3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