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바고 문화사 (담배로 읽는 조선시대 기호품의 풍속사 | 양장본 Hardcover)

담바고 문화사 (담배로 읽는 조선시대 기호품의 풍속사 | 양장본 Hardcover)

$33.05
Description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뗄 수 없는 벗이자 몸과 마음을 달래는 만병통치약으로,
서민부터 기녀, 왕까지 모두를 매혹시킨
조선을 휩쓴 푸른 담배 연기의 모든 것
새해가 되면 금연을 다짐하는 이가 많다. 작심삼일으로 흐지부지될지라도 올해는 꼭 담배를 끊어보겠다며 애를 쓴다. 21세기 들어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암적 기호품이자 공공장소에서 퇴출돼야 할 혐오품으로 내몰리는 담배. 대체 이 요물은 우리 사회에 대체 언제부터 마수를 뻗은 걸까?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꾸준히 소개해온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는 『담바고 문화사』에서 조선의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을 읽는 키워드로 ‘담배’를 택한다. 담배를 옹호하기 위해서도, 담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음을 변명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17세기 이후 현재까지 당당히 살아남은 기호품이기에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신분의 고하와 상관없이 임금까지 빠져들었던 담배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며 한국의 흡연 및 금연 문화사를 본격적으로 짚는다.

지금 세상에서 담배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암적 기호품이자 공공장소에서 퇴출돼야 할 혐오품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시대에 담배의 역사를 깊이 살펴보려는 시도는 왠지 모르게 흡연을 미화하는 데 동조하는, 불온하고도 퇴행적인 짓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든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담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내게 문화사적인 면에서 꼭 한 번은 제대로 탐구해보고 싶은 유혹이었다. 문화를, 취향을, 문물의 전파와 정착을, 사회상을,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다. 자칫 의도치 않은 엉뚱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못내 걱정하면서도 담배의 문화사를 파고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담배는 17세기 초엽 이래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자 경제의 블루오션이었고, 일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조선만이 아니라 아시아 모든 나라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그랬다. 담배는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_머리말에서

조선에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때, 혹자는 이를 신선의 풀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이것이 부모를 멀리하게 하고 이성을 유혹하며 남녀노소와 상하 간에 유별해야 할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물건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담배에 관한 많고 많은 논란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610년 즈음 처음 조선에 상륙한 이 풀을 사랑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는 점이다. 10세 전후한 어린아이부터 시작해 서민, 양반, 기생 누구나 담뱃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정조는 담배의 효능을 짚으며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꿀 정도로 애연가였다. 현재만큼이나 다양한 논쟁이 오갔고, 잠시도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던 물건임에도,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 사람들까지 사로잡으며 교역의 중심에 놓였던 물건임에도 담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그동안 찾기 어려웠다. 안대회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담배에 관한 자료를 거듭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변화상을 담배만큼 잘 드러내는 물건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에 수십 년간 관련 사료를 모아 이 책을 집대성한다. 2015년 출간됐던 『담바고 문화사』의 개정 증보판인 이 책은, 이전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자료와 ‘구한말 이후 등장한 근대적 연초회사와 전매제도’에 관한 연구까지 더해 다시 한번 한국의 흡연 문화사를 알차게 짚는다. ‘담바고’라는 키워드를 통해 숨가쁜 변화를 겪어내고 있던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단면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될 것이다.
저자

안대회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성균관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성균관대학교문과대학학장,대동문화연구원장,한국한문학회회장등을역임했다.2015년제34회두계학술상,2016년제16회지훈상국학부문을수상했다.2023년SKKU-Fellowship교수로선정되었고,2024년제38회인촌상인문·사회부문을수상했다.
지은책으로『한국시화사』『조선의명문장가들』『조선의대학로』『궁극의시학』『천년벗과의대화』『벽광나치오』『조선을사로잡은꾼들』『정조의비밀편지』『선비답게산다는것』『18세기한국한시사연구』등다수가있고,옮긴책으로『박지원소설선』『채근담』『명심보감』『만오만필』(공역)『해동화식전』『한국산문선』(공역)『완역정본택리지』(공역)『소화시평:조선이사랑한시이야기』『내생애첫번째시』『북학의』등다수가있다.

목차

머리말_담바고를말하다

1부담배의도래
1.이름의기원:담바고,그연기의이름
[깊이읽기1]담배를한글자로만든다면
2.담배의유입:신세계향초의도래
3.중국으로전파:황제도못말린청나라군대의망우초사랑
[깊이읽기2]담배의전설
4.고급담배지사미:지사미전성시대

2부원하고원망하다
5.말세의취미:술과차를뛰어넘는기호품세계의새왕좌
6.애연가의계보:골초의탄생
[깊이읽기3]용고뚜리,철록어미
7.금연론자의계보:금연을실천한명사들
8.흡연의이유:아는사람만아는담바고‘땡기는’순간
[깊이읽기4]담배를잊지못하는곳그어딘가?
9.남령초책문:애연가정조의흡연권장

3부명품과취향
10.조선의명품:테루아르의맛‘진삼미’
11.담뱃대미학:장죽의품격,곰방대의다정함
12.흡연도구와공예예술:궁극의사치
13.의학적효용:약초,독초,혹은취미의문제
[깊이읽기5]담배먹고자결하다
14.코담배:가루를마시고재채기를하다

4부담배와모럴
15.흡연논쟁:담배는불온하다
16.미풍양속의파괴자:이성을유혹하고부모를멀리하게하는요물
17.이덕무의흡연예절:‘식후땡’에도예의가있어야지
[깊이읽기6]이옥과이규경의흡연에티켓
18.흡연규범의확립:‘맞담배’와교내흡연을불허하노라
19.여성과아동의흡연:장죽문아이,부뚜막에걸터앉은계집종
20.기생의흡연:기생의손에는왜항상담뱃대가들려있나

5부담배와경제
21.17세기의국제담배무역:수지맞는거래,은밀한협상
22.동아시아3국의담배교류:조선의일본담배,중국의조선담배
23.생산과판매:곤궁한선비가끼니를잇는법
24.거래와유통:담배가게아저씨는부자라네
25.담뱃값과전매제:출렁이는담뱃값과담배에세금매기기

6부예술속담배
26.『춘향전』과담배문학:춘향이옥수로담배를권하노니
27.담배의한평생:가전「남령전」의세계
28.끽연시와노래:오직‘너’뿐인담배를노래하다
29.담배와회화:그림속담배
[깊이읽기7]호랑이담배먹던시절

7부구한말흡연문화의격변
30.위정척사파의금연운동:나라를위해담배를끊다
31.전통흡연문화의소멸:장죽의슬픈운명,침투된평등으로서의권연
32.구한말이후연초회사:근대적연초회사의등장과전매

맺음말_한중일의담배문화연구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담배를잊지못하는곳그어딘가?”
애연가혹은골초!
담배연기속에서피어오른조선의문화

담배는인류문화에침투한수많은‘새로운것’중하나였다.아니,담배는다른어떤물질보다도사람들을사로잡은낯설고충격적인수입품이었다.담바고,남령초,연초,남초,연다,연주,망우초……담배를받아들인사람들은저마다의생각과시선을담아이풀을다르게불렀다.아메리카에서유럽으로,유럽에서일본을거쳐조선에들어온이풀은저먼남쪽나라에서온신령한풀이었다.가래와곽란및가슴과배의질병을치료해주는만병통치약으로여겨지며담배는술과차를뛰어넘는기호품세계의왕좌에오른다.
담배애호가로서빠질수없는게바로정조다.정조는사적인자리에서담배의유익함을신하들에게역설했을뿐아니라담배에우호적인정책을펼쳤다.심지어창덕궁후원에담배를재배해이를신하들에게하사할정도였다.정조의애연은개인적인취향으로만머물지않았다.애민정신이남달랐던정조는백성들이모두담배를피우게할방법을강구해보라며규장각초계문신들에게시험문제(「남령초책문」)를내기까지했다.

나는젊어서부터다른기호는없이오로지책을보는고질병만을갖고있다.연구하고탐색하느라심신에피로가쌓여수십년을보냈다.그런탓에병이생겨마침내가슴속이언제나꽉막혀서밤을꼬박새우기도하였다.왕좌에오른뒤로책을보던고질병을모두정무(政務)로옮겨일하다보니병증이더욱심해졌다.복용한빈랑열매와쥐눈이콩도근이나포대로헤아릴정도였다.백방으로약을구했으나오로지이남령초에서만도움을얻었다.불기운으로한담(寒痰)을공격하자가슴에막힌것이저절로사라졌고,연기의진기가폐를적셔서밤잠을편히이룰수있었다.정사의잘잘못을고민할때복잡하게뒤엉킨생각을시원하게비춰보고요점을잡아낸것도그힘이고,글의가부를수정하고자깎고자르는고민을할때고르게저울질하여내어놓게만든것도그힘이다._137~138쪽

그러나조선시대에담배를바라보는분위기는현대와는많이달랐다.조선최초의골초로불린계곡장유는“내생각으로는앞으로남초가중국의차처럼세상에널리쓰일것이다”라고했는데그의예언은적중했다.담배를몹시싫어한이덕무가남긴「담배와고기와술의우열」이라는글을통해당시골초들이담배를얼마나사랑했는지확인할수있다.

우연히여러손님들과함께있을때제각기좋아하는것을말하기로하였다.어떤손님한분이먼저말을꺼냈다.“나는담배와술,고기세가지를모두즐기지요.”내가그세가지를다갖추지못할때에는어느것을버릴지물었다.그러자그손님이대답했다.“먼저술을버리고다음엔고기를버리겠소.”내가다시그다음에는무엇을버리겠느냐고물었다.손님은눈을휘둥그레뜨고똑바로쳐다보면서말했다.“담배를버린다면살아있다고해도무슨재미가있겠소?”_73~74쪽

이처럼애연가들의담배사랑은문학과그림으로묘사되고노래로불리며영감의원천이됐다.영조시대의문인강흔은“담배를잊지못하는곳그어딘가?”로매시구가시작되는「연다초를읊은10편의시」라는빼어난서정시를남겼고,조선최고의인기소설『춘향전』에서는춘향이이도령에게담배를권하는장면이판본마다다르게등장한다.김홍도와신윤복의풍속화뿐아니라18세기말엽의풍속도와인물그림에는흡연장면이심심찮게등장해인물의감정을살리는요소로활용됐다.각양각색의인간군상이내뿜는욕망과감정이담배라는소재를통해연기처럼퍼진셈이다.


“천지도노망하여요물을만들었으니이역시천수(天數)로다”
유교질서를무너뜨리는못된풀

아무리많은이가담배에매혹되었다고해도조선사회는남녀유별과상하의질서가지엄한유교사회였다.질서를파괴하는요물인담배를피워서는안된다고아예가법으로정한유학자집안도적지않았다.조선시대담배에대한지식을『연경』이라는책으로정리했던이옥도“지금남자들은모두담배를피우고,부녀자들역시모두피우며,천한사람들까지도모두피운다.온세상에담배를피우지않는사람이없다”며여성과낮은계층까지도흡연을하는세태를지적했다.이옥은『연경』에서흡연자의밉상스러운자세를여섯가지항목으로꼽았는데,그중절반이여성과아이의흡연에관한것이었다.담배앞에서모든사람이평등해지는상황은유교사회에서못마땅했을터다.

어린아이가한길이나되는긴담뱃대를입에문채서서피운다.또가끔씩이빨사이로침을찍뱉는다.미워죽겠다!다홍치마를입은규방의부인이낭군을마주한채유유자적담배를피운다.부끄럽기짝이없다!젊은계집종이부뚜막에걸터앉아안개를뿜듯이담배를피워댄다.호되게야단쳐야겠다!_275쪽

신윤복의풍속화에서볼수있듯이기생이담배를피우는장면은유혹의상징으로굳어졌고,담뱃불을빌린다는핑계로불륜이시작되기도했다.남녀가말을트고양반이채신없이상민에게담배를빌리는지경에이르는가하면,부모앞에서는편하게담배를피울수가없으니차라리분가해서살고자하는자식까지생겼다.이런이유로조선시대에도담배를피워야한다,말아야한다는논쟁이끊이지않았다.하지만담배는조선사회에서이미거부할수없는대세로자리잡아가고있었다.


“돈아껴사지않으면무얼사시려우?”
돈되는담배이야기와담뱃값에세금매기기

경제적인이득면에서도담배는포기할수없는물건이었다.원론주의자들은담배의해악을들어담배금지령을내려달라국왕에게요청했지만이는현실적으로쉽지않았다.청나라동북부지방의거대한담배시장에서흡연자의입맛을사로잡은것은조선산담배였다.담배가들어온지10여년만에흡연자수가폭발적으로증가하며담배산업은우리경제에서중추적역할을떠맡았고,이후20세기까지그역할을놓아본적이없다.국내뿐아니라중국이나일본등해외에서도조선산담배는큰인기를끌었기에곤궁한선비들도이득을좇아담배농사를지었다.

쓰러져가는초가집에사는고단(孤單)한사내의경우를보자.송곳꽂을땅조차없으니관아의부역과끌어다쓴사채는아무리해도갚을대책이없다.쟁기를들고산에들어가따비밭에불을지르고흙덩이를부숴개간한다.게알같이작은담배씨를뿌리자봉황꼬리같은담뱃잎이쭉쭉커나간다.오곡은아직다자라지않았으나담배는벌써시장으로내간다.손대중으로근량을따져서금전을얻는사람이많다.등짐으로져나르고머리에이고와서파는물건치고이담배보다이익이큰것이없다.빚진돈을갚아주고밀린세금을내고나선,의기양양하게집으로돌아온다.처자식은기뻐죽겠다는얼굴빛이고,난폭한아전은공갈치던위세를잃는다.더이상다른곡식을심지않고거두지않아도한해가다가도록죽은끓여먹을수있다.이것이담배농사짓는이로운점이다._324~325쪽

많은이익이남는담배는포기할수없는특용작물이었다.하지만담배가전국적으로널리재배되면서비옥하고기름진농지가점점담배밭으로변해가자식량부족등의문제가생겼다.이에담배의생산과판매에세금을징수한다거나전매제도를실시해야한다는주장이나왔다.하지만일본이나중국과달리조선에서는흡연과담배재배에대한금지령이한번도시행된적이없다.국제무역을통해담배산업에서막대한이익이창출됐기때문이었다.왜란과호란양란을거치면서피폐해질대로피폐해진경제난속에서전쟁을수행하는데,패전국으로서청나라가강제하는물질적요구를충당하는데담배는일종의협상도구로쓰여경제적역할이상의역할까지도맡았다.17세기조선에서담배는그야말로없어서는큰일날보배같은생산품이었다.담배의생산과유통에대한국가의대책은수많은논의에도불구하고결국시장의논리에따라전개될수밖에없었다.

“나라가망하면인민도망하나니힘쓸지어다우리동포여!”
구한말전통담배문화의소멸

융성했던전통담배문화도일제의침략앞에서급격히흔들렸다.옛그림에서흔히볼수있는장죽이점차소멸해갔고근대적연초회사가등장했다.일제는장죽으로담배를피우는문화를미개한것으로규정하고종이에만담배인지권연을소개했다.간편하고도색다른권연이유행하면서한때동아시아를풍미했던썬담배는점점명성을잃었다.별다른상표없이성천초,진안초,삼등초등원산지명으로인기를끌었던담뱃잎은일본무라이제‘히로’같은제품의등장으로점차사라져갔다.장죽에꾹꾹담뱃잎을담아여유롭게연기를내뿜던풍경도옛이야기가되어사라져갔다.
일제강점기이후유행은빠르게바뀌었지만,조선인들도나름대로변화와도전을계속했다.1883년에는순화국을만들어국가차원에서서양식담배의제조와수출을도모했고,조선실업가들도하나둘연초회사를설립했다.그렇게생긴연초회사가여러곳이대한제국기까지만해도서로경쟁하며민족자본의회사를운영해갔다.하지만일제는점진적으로전매제도를실시하다가1921년에는‘조선담배전매령’까지내려담배사업마저도강탈했다.이후연초전매령위반자를단속하거나위정척사파들이국채보상운동의일환으로금연운동을벌이는등담배를둘러싼갈등은이어졌다.그렇게담배는17세기초이래한반도의운명뿐아니라역사,문화적맥락을헤쳐가며살아남아오늘날에이른다.한때는기호품중최고로여겼던담배는이제는뒷방신세다.술에,커피에위상을뺏긴지도오래다.하지만‘호랑이담배먹던시절’부터지금까지이땅에서담배가만들어간새로운풍경과사회의변화상은지금까지도살아남아풍성하고도매혹적인연기로독자를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