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함윤이 장편소설)

정전 (함윤이 장편소설)

$17.50
Description
데뷔 4년, 주요 문학상을 휩쓴 화제의 신예
함윤이 첫 장편소설
문학동네소설상은 1994년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필두로 최근 2023년 김홍 작가의 『프라이스 킹!!!』, 2024년 박선우 작가의『어둠 뚫기』를 선보이며 주목받는 작가들의 장편소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올해로 제31회를 맞이하는 문학동네소설상의 수상작은 바로 함윤이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정전』이다. 202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함윤이 작가는 데뷔 4년 만에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엮어낸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 2025)는 함윤이 특유의 감각적인 사유와 분위기를 장악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스타일리스트’(문학평론가 강동호)의 등장을 알렸다.
문학동네소설상 본심 내내 뜨거운 주목을 받은 『정전』은 그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작품이다. 당선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이 소설의 작가가 함윤이임이 밝혀졌을 때 심사위원들이 술렁인 까닭은 함윤이 작가가 그간의 소설을 통해 보여준 문학적 색깔과 『정전』이 지닌 매력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정전』은 노동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큰 축으로 하여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 느끼는 미세하고 짙은 감정이 과연 어떤 행동까지 하게 하는지를 스무 살의 인물을 통해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이처럼 『정전』은 함윤이의 소설세계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증명하며 작가에 대한 신뢰에 무게감을 더하는, 빛나는 출사표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 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저자

함윤이

2022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자개장의용도』가있다.문지문학상,이효석문학상우수상,이상문학상우수상,제14회,제1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7
1부공장11
2부은단97
3부정전197
에필로그266

심사평_283
수상작가인터뷰│이유리(소설가)_301
수상소감_317

출판사 서평

“내가원하는건공장전체가정전되는거야.
단하루만이라도말이야.
하룻밤만이라도그안의일이완전히꼬여버리면좋겠어.”

세상의흐름을모조리멎게하는단한번의깜빡임,
우리는공장을멈춰세울수있을까?

고등학교졸업식날,홀로교실에앉아운동장을바라보던‘막’에게막의소꿉친구‘은단’이다가와자신에게한가지비밀이있다고말한다.은단은자신이눈을한번깜빡이는것만으로도눈앞의전류를끊을수있다는기묘한고백을한다.사실은단은오래전부터막을짝사랑해왔고,그고백은자신의가장은밀한세계로막을초대하려는떨리는시도였다.하지만“이십대에까지은단의울적한얼굴을끌어들이고싶지않았”(13쪽)던막은그의고백을뒤로한채스무살의세상으로성큼나아간다.그러나무탈하게대학을다니던시간도잠시,아버지의사업실패로막은등록금을낼수없어학교를휴학하게된다.“초보환영/쉬운업무”(22쪽)라는제약회사공장의구인공고에이끌린막은공장이라는생존의현장으로뛰어든다.
함윤이작가는자본의논리에의해인간이부품화되는공장에서도따뜻한마음들이피어날수있음을막과그의친구들을통해보여준다.막은그곳에서‘수지’와‘영준’을만나친구가되고그들을통해자신과나이가비슷한외국인노동자‘라히루’를소개받는다.막은라히루와서로장난을주고받으며라히루에게친구이상의감정을조금씩키워나간다.그러던어느날,라히루가사고를당하고공장에서잘리는사건이벌어진다.라히루가기계오작동으로손가락을잃고,공장으로부터소모품처럼버려지게된것이다.라히루를돕기위해막은고민끝에수지가속해있는노조에가입한다.그러나스물한살인막에게노조활동은어렵기만하다.노조에가입된사람들은대체로막의부모세대에가깝고,노조모임에서는막이알아듣기어려운용어들이난무한다.‘잠깐일을하러나왔을뿐인대학생’으로자신을정의하던막에게‘공장노동자’라는정체성은낯설고또때론부끄럽다.결국막은노조활동을그만두게된다.그는형용할수없는복잡한마음을안고자신이라히루를위해할수있는일이정말로없는지고민한다.
막은끝내은단을떠올린다.막은은단의능력을사용하여공장을멈춘다면,그게아주잠시동안의정전이라고할지라도공장에큰피해를입힐수있을거라고생각한다.막은어떻게든라히루를위해공장에복수를하고싶다는마음을먹고,은단에게내키지않는연락을하게된다.막은은단의능력을이용해공장을정전시킬계획을세운다.과연막의계획은성공할수있을까.

사랑과우정으로부터비롯된깜박거리는희미한빛줄기,
그빛속으로걸어들어가는함윤이표노동투쟁기

『정전』은읽는이의시선에따라여러겹의층위를드러내는다채로운소설이다.공장을정전시키려는막의긴박한모험서사이자노조의처절한투쟁을담은노동소설이며,스무살이라는모호한경계에선인물의성장서사이기도하다.그중에서도우리가노동이라는키워드에주목해야하는이유는,함윤이작가가자본의논리에의해부품화되고소외된노동의현장속에서,역설적으로타인의고통을감각하고서로의마음을건네는순간에집중하기때문이다.기계적인시스템이멈추는정전의순간,비로소드러나는인간적인유대와사랑의가능성을포착해낸다는점에서이소설의노동서사는특별하다.『정전』에서노동에방점을찍는순간,이소설은차가운사회구조를뚫고나오는뜨거운인류애를증명하는가장예리한무대가된다.
이소설속노동을응시할때,우리는막이지닌복합적이고도위태로운정체성과마주하게된다.막은스스로를현장에완전히투신한노동자가아니라,‘잠시일을하러나온대학생’으로정체화한다.그는시위도중마주친젊은직장인여성들을바라보며“저도당신들이랑비슷한무리에속해있었고,원한다면언제든거기로돌아갈수있어요”(125쪽)라고되뇐다.이는그가노동투쟁의한복판에있으면서도심리적으로는늘한걸음물러나있는관찰자임을보여준다.그는노동법을공부하는수지나노조위원장으로서뜨겁게투쟁하는‘조안’과달리,늘어딘가뻘쭘해하고머뭇거린다.머리로는부당함을이해하지만,그것을해결하기위해앞장서는일에는주저한다.그러나이러한막의모습은오히려우리시대평범한다수의얼굴과맞닿아있다.노동자라고해서모두가투사가되는것은아니다.사측의입장에서묵묵히제일만하는영준같은이도있고,수지처럼정면으로맞서는이도있다.막처럼자신의위치를정하지못한채방황하다가도,곁에있는동료의고통을목격하고서비로소주먹을불끈쥐게되는이도존재한다.작가는막의눈을통해전형화되지않은,훨씬더구체적이고다양한‘노동자의얼굴’을그려내고있는것이다.
그리고우리가이소설에서막의성장서사를발견하는순간,우리는작품의가장뜨거운심장부와마주하게된다.우리는막의모든행동이차가운이성이나치밀한계산이아닌,살아움직이는감정에서뻗어나온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막이노동투쟁에관심을두고,노조에가입하고,공장을멈추기로결심한모든계기는거창한사회정의때문이아니다.그것은공장에서만난수지와영준에대한우정때문이며,라히루에대한사랑때문이다.막을움직이는동력은바로이인간적인감정들이다.
그렇기에이소설의중심부에는‘노동’이나‘투쟁’보다‘마음’이라는단어가훨씬더비중있게놓여야할것이다.막에게는세상을뒤집겠다는또렷한명분도,누군가를계몽하겠다는거창한대의도없다.하지만그에게는뜨겁게동요하는마음이있다.사고를당한라히루가한낱‘이주노동자A씨’라는무색무취한기호로기사에기록되어서는안된다는분노,부당하게해고되어쫓겨난그를한국으로다시데려오겠다는절박한열망,한계절을지나며몰라보게늙어버린수지를향한짙은연민,그리고회사의편에서버린영준을향한뼈아픈양가감정까지.막의근육을움직이고그를행동으로이끄는실체는오직이생생하고도비릿한감정이다.
전류가멈춰있던거대한기계에활기를불어넣고육중한쇳덩이를움직이게하듯,막은바로이요동치는감정들을자신만의전류로삼아나아간다.이움직임은결코찰나의깜빡임으로끊어낼수있는것이아니다.마음에서시작되어온몸으로번지는이뜨거운전류는,공장의모든불이꺼지는순간에도막의내부에서가장밝게타오르며그를단한걸음도멈추지못하게할것이다.그것이바로막이선택한투쟁이자,간절한마음이빚어낸가장눈부신성장의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