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주목

장미와 주목

$17.00
Description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 애거사 크리스티 타계 50주기 기념 ◆

“이 작품을 읽을 때면 나는 늘 행복했다.
언젠가 꼭 쓸 거라 확신하던 이야기였고
그런 영감은 순수한 창조의 기쁨, 창조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희열을 주었다.”
_애거사 크리스티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장미와 주목』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가 함께한 삶의 끝에서 비극을 맞이하고, 화자인 주인공이 그 비극 속에 감춰졌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서는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신랄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T. S. 엘리엇의 시구 “장미의 순간과 주목의 순간은 같다”에서 모티프를 빌린 이 작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인간의 계급의식과 인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자기희생과 연민이라는 명분을 쓴 우매한 가식에 대해, 관계와 소통의 지난함에 대해 호소하면서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다. 그리고 햄릿과 맥베스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것이 과연 인간을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인가, 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한 여자를 다른 방식으로 갈망했던 두 남자의 엇갈린 시선과 기억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 심층적 심리소설

휴 노리스는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부인의 요청으로 과거에 자신을 슬픔과 경악에 빠뜨렸던 존 게이브리얼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허름한 호텔방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본 순간 충격에 휩싸인다. 추악하고 비열한 협잡꾼이라 믿었던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비참한 삶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가,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자 구원자인 클레멘트 신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게이브리얼이 들려준 이야기는 휴 노리스의 기억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며 그를 오래전 콘월의 세인트 루로 거슬러올라가게 한다.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계획했던 휴 노리스는 영국 콘월의 소도시에서 삶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귀족 여성 이저벨라를 만나면서 안식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야심가 존 게이브리얼을 만난 후로 자살도 미뤄둔 채 두 남녀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일대의 소요를 관찰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신분적 열등감과 귀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품고 있던 존 게이브리얼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결국 당선의 패를 쥔다. 하지만 그 직후 그가 자신이 혐오해 마지않던 귀족이자 약혼자가 있던 이저벨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세인트 루를 떠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두 남녀의 밀월은 누가 보아도 ‘사랑’ 때문일 리 없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휴 노리스는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이저벨라가 그를 사랑하는 걸까? 나는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와 행복할 리 없었다-그녀를 갈망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남자와.
게이브리얼에게도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었다. 모든 야망을 팽개치는 일이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려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_본문 306쪽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당신은 진짜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프렐류드’에서 게이브리얼이 고백한 이야기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 그 전말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진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뒤 휴 노리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똑같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성의 진면목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게이브리얼과 이저벨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노리스는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신분 격차와 소통 부재만을 보았을 뿐, 그들의 진짜 감정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이저벨라도, 그 사랑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던 게이브리얼도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불행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열망하면서도 함께한 동안에는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를 좋아합니까, 이저벨라?” (…)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_본문 234~235쪽


파노라마 같은 독법을 유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 기억이 다시 차오른다

휴 노리스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다시 꿰어가며 사랑의 허상을 깨닫는다. 인간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아프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자기도취에서 비롯한 자기만족적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오히려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것일 때라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모순도 발견한다. 우리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을 쉽게 혼동하며, 사랑에 빠진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그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그’를 세우고 나와 그의 본모습은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면 나와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사이에 허물 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좋은 예술작품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고, 주관적 판단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성 바울과 예수에 대한 작품 속 언급과 게이브리얼이라는 이름이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영어식 표기인 것을 감안해 게이브리얼을 바울로, 이저벨라를 예수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치부했던 바울이 예수에게 감화되어 그를 섬기는 새 삶을 살았듯이, 이저벨라를 향한 게이브리얼의 뼈아픈 참회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장미와 주목』은 애거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와 더불어 애거사가 특히 아꼈던 작품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가 기억의 왜곡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었다면, 『장미와 주목』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저자

애거사크리스티

1890년영국데번주에서미국인프레더릭밀러와영국인클라라보머부부의삼남매중막내로태어났다.어린시절에는집에서어머니에게교육을받았고열여섯살때파리로이주해학교에서성악과피아노를배웠다.1912년영국으로돌아와이년뒤아치볼드크리스티대령과결혼했고,1차세계대전시기에쓴『스타일스저택의살인사건』으로데뷔했다.1976년85세를일기로사망할때까지『그리고아무도없었다』『ABC살인사건』등80여편의추리소설을집필했다.
『애크로이드살인사건』출간직후애거사는어머니의죽음과남편의외도등에큰충격을받고잠적하는등방황의시간을보내지만,이때의사유를바탕으로1930년부터1956년까지‘메리웨스트매콧’이라는필명으로여섯편의장편소설을발표한다.필명을쓴것은추리소설독자들을혼동시키지않기위한배려였고,이는애거사의뜻에따라수년간비밀에부쳐졌다.
1955년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수여하는거장상을받았고1967년여성최초로영국추리작가협회회장이되었으며,1971년영국왕실에서수여하는작위훈장DBE을받았다.그녀의작품은103개언어로번역되었으며,영어권에서10억부이상이판매되었고다른언어판역시10억부이상판매되어기네스세계기록에등재되었다.2009년에는미발표단편두편이실린창작노트『애거사크리스티비밀노트』가출간되었다.그녀의유해는영국옥스퍼드셔의세인트메리교회묘지에안장되었다.

목차

프렐류드009
장미와주목025
에필로그352
옮긴이의말355

출판사 서평

◆‘메리웨스트매콧컬렉션’시리즈소개

‘범죄의여왕’애거사크리스티가추리소설로못다한이야기
미스터리로남은실종사건후사유와삶이담긴
인간애거사의가장사적인컬렉션

봄에나는없었다|딸은딸이다|두번째봄|사랑을배운다|장미와주목|인생의양식

‘메리웨스트매콧컬렉션’은애거사크리스티가추리소설이라는장르를벗어나새로이도전한문학의정점으로,‘메리웨스트매콧’이라는필명으로발표한여섯편의장편소설로구성되어있다.사랑하는어머니의죽음과믿었던남편의외도에큰충격을받고11일간행방이묘연해지는등혼란스러운시간을보내던애거사크리스티는,실종사건으로부터4년이지난1930년부터1956년까지‘인간’,특히‘여성’의삶을주제로여섯편의장편소설을발표한다.추리소설작가로서이미명망이높았던그녀는독자들의혼동을우려해필명으로작품을출판했고,이는본인의뜻에따라비밀에부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