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마지막 잔디

오후의 마지막 잔디

$15.00
Description
“먼 곳의 정원에서 먼 곳의 잔디를 깎는 게 좋았다.
먼 곳의 길에서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 안자이 미즈마루
두 거장의 글과 그림이 만나 탄생한 일러스트 픽션 북!

무라카미 하루키 초기 대표작 「오후의 마지막 잔디」
오직 이 소설을 위한 안자이 미즈마루의 청량한 일러스트
무라카미 하루키는 환상적이고 무게감 있는 장편소설만큼이나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단편소설을 집필하는 데도 열정과 애정을 쏟아왔다. 그 시작점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초기 대표작으로 「오후의 마지막 잔디」가 있다. 「오후의 마지막 잔디」는 1982년 잡지 〈다카라지마〉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에 수록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는 경쾌하고 청량한 일러스트로 사랑받아온 예술가이자 그 누구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친구로서, 오랜 세월 하루키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다채로운 협업을 선보였다. 그중 「오후의 마지막 잔디」를 위해 그린 총 20점의 일러스트를 1987년 잡지 〈다테구미·요코구미〉에 최초로 발표했다.

여름이었다. 그것도 흠뻑 반해버릴 만큼 멋진 여름.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태양은 지글지글 살갗을 태웠다. 내 등가죽은 세 번 벗어지고 이젠 완전히 새까매져 있었다. 귀 뒤까지 새까맸다. 마지막 일을 하는 날 아침, 티셔츠와 반바지, 테니스화에 선글라스를 끼고서 라이트밴을 타고 내게 마지막이 될 정원으로 향했다. 차 라디오가 망가져 집에서 가져온 트랜지스터라디오로 로큰롤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 크리던스나 그랜드 펑크였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여름의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본문 28p)

그후 긴 시간을 지나 안자이 미즈마루 타계 10주기(2024년)를 기리며 두 거장의 글과 그림이 온전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여 기념비적인 ‘일러스트 픽션 북’이 탄생했다. 한여름 잔디깎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그 계절의 감각을 물씬 발산하는 그림이 한데 담긴 이 일러스트 픽션 북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무라카미하루키

1949년교토출생.1979년『바람의노래를들어라』로군조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1987년『노르웨이의숲』으로기록적인판매고를올렸고,2005년『해변의카프카』가〈뉴욕타임스〉올해의책에선정되었다.2009년『1Q84』,2017년『기사단장죽이기』,2023년『도시와그불확실한벽』등신작을발표할때마다큰화제를모으며전세계독자들에게사랑받고있다.2006년프란츠카프카상,2009년예루살렘상,2016년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문학상,2023년아스투리아스공주상을수상하며문학적성취를인정받았다.

출판사 서평

여름이었다.그것도흠뻑반해버릴만큼멋진여름.
발바닥에느껴지는시원한초록빛감촉을즐겼다.

19살의‘나’는여자친구와여행을가기위해한여름아르바이트로잔디깎는일을한다.하지만어느날여자친구로부터이별을통보하는편지가도착하고,돈을모을이유가없어진나는일을그만두기로한다.다만한번만더일을맡아달라는사장의부탁에마지막으로잔디를깎으러길을나서고,마침내도착한가정집정원에서기묘한분위기를풍기는집주인을맞닥뜨리게된다.
기계보다수작업을선호하는나는오랜시간공들여잔디를깎는와중에도불쑥불쑥떠오르는여자친구와의기억때문에집중하기가힘들다.한편,오전부터위스키를홀짝이며왠지모를위압감을풍기는집주인도신경쓰인다.

아무튼나는계속잔디를깎았다.정원에는대부분잔디가길게자라있었다.마치풀숲같다.잔디가길면길수록보람이있었다.일이끝나면정원의인상이확달라지는것이다.이건정말멋진느낌이다.마치두툼한구름이싸악걷히고햇빛이일대를가득채우는듯한느낌.(본문26p)

세번째로벨을눌렀을때현관문이천천히열리더니중년여자가나타났다.무시무시하게큰여자였다.나도결코몸집이작은편이아닌데그녀가나보다3센티미터는더컸다.어깨도넓고,꼭뭔가에화가난것처럼보였다.나이는대략쉰전후일까.미인까지는아니어도이목구비가단정했다.하긴단정하다고한들남들에게호감을살만한얼굴은아니었다.짙은눈썹과네모진턱에서는일단말을뱉으면결코무르는법이없을듯한고집스러움이엿보였다.(본문38p)

내리쬐는태양빛,시원한아이스커피와라디오음악,그리고우거진나무들과초록빛잔디.나는청량한여름속에서마지막잔디깎기일을마친다.여자친구때문에마음은복잡했지만그럼에도차분히일을마무리하고떠나려는그때,집주인이보여줄게있다며집안으로들어오라고권하고나는미심쩍지만일단그말을따르는데……잔디를깎으며보낸여름,유난히선명하고비현실적이었던하루,그리고이별을통보받은순간.그모든나날을품고서나는무사히이계절을통과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