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소설)

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소설)

$15.00
Description
감고 말리고 소중히 아껴야 하는 머리카락이 사라졌다.
마침내 모두가 대머리인 세상이 온 것이다.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친숙한 일상에 독특한 상상력을 물들여 기발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소설을 선보여온 다카세 준코는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2019년 데뷔한 일본의 작가다. 스바루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고, 소설과 산문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카세 준코의 작품에는 직장이나 가정의 고민, 인간관계, 일상적 에피소드처럼 주로 보편적인 재료들이 쓰이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일 부대끼는 동료와의 식사에 관한 직장인의 괴로움을 소재로 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돌연 샤워 중단을 선언한 남편 때문에 곤경에 처한 가정 이야기 『샤워』에 이어, 이번에는 탈모 전염병으로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사회의 좌충우돌과 고민을 그린 『돋아나다』로 우리 독자를 찾아온다. 주인공 마치카는 어릴 때부터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였기에 모두가 동등하게 대머리가 된 세상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다.
저자

다카세준코

1988년일본에히메현출생.리쓰메이칸대학교문학부졸업후2019년『개의모양을한것』으로제43회스바루문학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2021년『샤워』로아쿠타가와상후보에올랐으며,2022년『맛있는밥을먹을수있기를』로제167회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다.2024년『착한아이의하품』으로제74회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신인상을수상했다.현대인의일상과사회생활의표리를예리하고도섬세하게포착해내는작가로,발표하는작품마다문단과독자의주목을받으며,일상의다양한모습을독특하고절묘하게그려내는자신만의작품세계를구축해나가고있다.

출판사 서평

●아쿠타가와상수상작가다카세준코화제의신작●

‘탈모’라는‘콤플렉스’가사라진세상
과연우리는어떤모습으로살아갈까?

갑자기발생한원인불명의전염병으로성인들의머리가빠지기시작했다.몽땅,전부,대머리가되었다.물론세상은패닉에빠졌다.민머리로남들앞에설수없어집안에틀어박히거나비관에빠져자살하는사람도생겼다.미용과패션업계는줄도산을피할수없었고,재택근무를요구하는목소리가있었으며,아직머리가빠지지않은사람을폭행하는범죄도발생했다.이렇듯초반에는혼란스러웠지만시간이좀지나니머리가빠졌을뿐죽는건아니라는사실에사회는어느덧안정을찾았다.탈모라는콤플렉스가사라졌으니머리와외모를가꿀필요가없어해방감을만끽하거나,가발과두피타투로새로운멋을뽐내거나,꾸밈없는솔직함을무기로대머리아이돌까지등장하며세상은그럭저럭순조롭게돌아가는듯했다.

대머리란가리지못하는상태를일컫는말인가.머리카락으로두피를가리지못하는걸두고벗어졌다고말하는것인가.마치카는나있는머리카락은길게길렀다.그머리카락으로가르마와정수리를제외한모든부분을덮었고,두피는가려졌으니대머리는아닌셈이다.겨드랑이털도음모도팔다리털도,심지어입주위솜털까지도남들만큼나있는데,어째서머리카락이나눈썹같이내가원하는털만은만족스레자라주지않는걸까.전부다대머리가되어버렸으면좋겠다.한명도빠짐없이,한올도남김없이.(본문35p)

지금은염색이건파마건두발자유화인학교가더많다.금발이든빨간머리든상관없고,파마든폭탄머리든원하는대로해도된다.이렇게바뀌기전에는남학생의장발을금지하는학교도있었는데,지금은머리모양을성별에따라규제하지않는다.길든짧든상관없다.이런세상이된지금,언젠가반드시머리카락을잃게될청소년들은머리에무슨짓을하든허용된다.(본문60p)

주인공마치카는어릴때부터적은머리숱이콤플렉스였기에별안간맞이한대머리생활이꽤만족스럽다.과거엔행여두피가상할까엄두도못냈던탕목욕에재미를붙여매주뜨끈하고개운한시간을보내는것이특히즐겁다.하지만이런행복도잠시,어느날마치카의매끈한두피위로온통검정머리카락이돋아난다.일시적인현상일뿐전부빠져버리겠지싶었지만머리는점점자라났다.대머리과도기를지나이제겨우사회가안정되었는데자신만머리가난다는사실이알려지면어떻게될까.들통나면회사는계속다닐수있을까.가발로숨기고다니는것도한계가있으니방법을찾아야한다.마치카는과연이상황을어떻게타개해나갈까.


고작머리카락하나로갈리는행복과불행
머리카락처럼얽히고설킨인간의내면을파고들다

겉으론모두가동등하게대머리가되었지만사람들의속마음은훨씬복잡했다.수년이흘렀음에도자신이대머리라는사실을끝내받아들이지못해괴로워하거나,머리카락이사라졌을뿐성격이변한것은아니니여전히타인의시선을신경쓰며외모강박에빠지거나,또다른비교대상을만들어우월의식을즐기는등결국저마다의굴레에서완전히자유로워지지못한다.

처음에는그중멋스럽고세련된사람들만민머리인채로밖을돌아다녔다.화장이나타투,피어싱과목걸이는머리카락이사라진만큼과잉되기시작했다.그다음민머리를내놓게된건원래부터멋에전혀흥미가없었던사람들로,귀찮으니까그냥살겠다는것이이유였다.남달리멋부릴줄아는사람과남달리멋에관심이없는사람사이,자기옷차림에그럭저럭관심을가져온이들만이유행에뒤처진듯가발을쓰고있었다.(본문92p)

데라와언제까지친구로지낼수있을까.머리카락이난게내가아니고데라였다면괜찮았을까.남을때리는것보다는내가맞는편이낫다.어느쪽도때리지않고,맞지않는관계를맺을수가없다면.머리카락이있고없고하나로이렇게나고달파야한다는게우스웠다.우습지만,우스워지지않으면서누구와관계를맺는법또한알지못했다.(본문163p)

마치카역시그누구보다만족스럽게대머리생활을해나가면서도,과거적은머리숱때문에겪었던굴욕적인경험과그때의감정들에자꾸사로잡히곤한다.자신의콤플렉스때문에늘진심으로대하지못했던친구와의관계도마찬가지다.서로동등하게대머리가되었다고해서좀더진실되게친구를마주할용기가생기는것도아닌듯하다.인간의행복과불행을가르는머리카락,그리고그머리카락이모두빠져사라진세상에서마치카는다시평온한일상을되찾을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