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의 초급반 (열두 번의 낮과 밤, 매일의 공부와 기록)

시부야의 초급반 (열두 번의 낮과 밤, 매일의 공부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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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에 공허함이 느껴질 때,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대신 2주간 시부야의 일본어 ‘어학원’이라는 완전히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져넣은 에세이스트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누구보다 치열한 본업을 가진 그가 짧은 휴가마저 일본어 공부에 쓰며 히라가나 가타카나와 분투하고, 여행자의 특권인 탐식, 배회 고독을 누리는 시간을 통해 기묘한 해방감과 대리 만족, 유쾌한 웃음, 끝내 위로마저 받게 되는 에세이.
저자

남궁인

대학시절배낭여행을하다가여행자가되기를꿈꿨다.인천항에서중국톈진행배를타고인도자이살메르까지육로로간것이시작이었다.이듬해에는속초항에서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행배를타고이집트의아부심벨까지육로로가기도했다.그외에유럽,티베트,시리아,호주,일본등을여행했고,EBS〈세계테마기행〉촬영차중국신장웨이우얼과파키스탄힌두쿠시산맥,인도네시아자바섬을다녀오기도했다.촬영지에서현지어로대화하면서펼쳐지는예기치못한경험이즐거웠다.
그럼에도여행을직업으로삼지는못했다.매년휴가를간절히기다리는직장인이되었을뿐이다.막상여행지에서가장좋아하는일은조용히커피나맥주를마시는것과,혼자방에서그날의하루를기록하는것이다.
지은책으로는『만약은없다』『지독한하루』『제법안온한날들』『몸,내안의우주』『우리사이엔오해가있다』(공저)등이있다.『시부야의초급반』은첫여행기다.

목차

프롤로그

|첫째날|사실,이건내휴가였다
|둘째날|“2주휴가를내고공부라고?미쳤군”
|셋째날|예민하게나아지는세계
|넷째날|누군가에대해알아가는일
|다섯째날|어둠속을걷는자는…
|여섯째날|풍광은그날의행복을좌우한다
|일곱째날|혼자만의천국
|여덟째날|시부야의전학생
|아홉째날|오늘은마감이있었다
|열째날|가끔은친구라고부를사람
|열한번째날|도쿄의마지막밤
|열두번째날|기약없는작별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2주휴가를내고공부를하러오다니,미쳤군.”
삶과죽음의경계를넘나들던응급의학과의사,
이번엔히라가나가타카나사이에서분투하다

1년에딱두번뿐인휴가를도쿄어학원에바친
에세이스트남궁인의엉뚱하고도솔직한여행기

여기1년에두번뿐인휴가로단기어학연수를택한사람이있다.바로응급의학과의사이자에세이스트인남궁인.대학시절배낭여행에빠져여행자가되기를꿈꿨으나여행을직업으로삼지는못했고그저휴가를간절히기다리는직장인이되었을뿐인그.고로여행은남궁인의삶에서빼놓을수없는즐거움이었고외국어공부또한일상적인것이었다.
하지만2주간의휴가를도쿄어학원에서보내기로한것은저자에게도이례적인일!전날야간당직을마치고당일강의일정두개를소화한뒤,탑승한밤비행기는그를도쿄에데려다주었고,아침이오자그는캐리어를끌고시부야어학원으로레벨테스트를보러간다.가깝지만조금은이질감이느껴지는나라의언어라서,무엇보다최근일본애니메이션에빠져있어서,단기연수라는특단의조치를취한그에게무슨일이기다리고있을까?낮에는유학생으로공부에매진하고,오후엔‘고독한미식가’모드로음식을탐하며,깊은밤엔하루키소설의주인공처럼홀로맥주를홀짝이며고독에빠지는그…짧고도밀도높은2주간의어학원생활을담은『시부야의초급반』-이책은남궁인의첫여행기다-에는새로운언어,사람,문화와의만남이생생하고도유쾌하게펼쳐진다.

챗GPT를통해서일본에있는어학원한곳을소개받았다.공식언어는일본어,보조언어는영어인학원이었다.(…)나는문의이메일을보내고월요일아침레벨테스트를신청해두었다.테스트가끝난후바로반을배정받아정확히2주만학원을다니기위해서였다.
위치는시부야를생각했다.〈주술회전〉에서는빌런이시부야를몽땅부숴버리면서‘시부야사변’을벌인다.그래서그냥그곳에가고싶었다.번화해서외롭지않은곳,추억을만들어두면좋을곳,우연처럼왜여기왔는지설명할수있는곳.지금까지추억이묻어있는수많은장소처럼시부야도그렇게만들고싶었다.
_「프롤로그」,16쪽

집에있긴끔찍하고,혼자하는여행은지겹다면?
당신도‘초급반학생’이되어라!
인생애니메이션으로부터시작된특별한도쿄행

호텔에서눈을뜨면시부야스크램블을지나어학원으로등교하는남궁인.여행지에서그의루틴은등교와수강이다.각자의사정으로일본에체류중인,국적도인종도다양한외국인들이현지어를배우겠다고모인어학원초급반에서그는매일같이새구문을접하고이를반복하고,테스트를거치며일본어를습득해간다.처음에는식당의메뉴판을읽게되고,차차말하기가익숙해지는과정을거쳐2주간의시간이지나자일본어로10분정도자기소개를할수있는단계에이른다.반복을통해‘예민하게나아지는세계’로가는그의성장도흥미롭지만,한자가낯선서양인친구들이수업과정에서겪는좌충우돌이나,쉬는시간에우르르몰려간편의점에서펼쳐지는대화,갑자기저자가중국어를구사하게되는상황등은시트콤한편한편을보듯이생생하다.나아가외국어공부에관한저자의생각은‘이해와소통’이라는언어의본질에공감하게한다.

언어를배우는과정은일상을공유하기시작하는것이다.안부를묻고,어제뭐했느냐고묻고,무엇을먹었느냐고묻고,어디에갔느냐고묻고,건강하고조심하라고말해주는것이다.그런방식의문답을통해낯선사람을이해하는과정이었다.나는여기서열하루동안일본어를사용해서타인에게묻는일에집중했다.그리고이제그들과심정적으로아주가까워진기분이들었다.
_「#열한번째날-도쿄의마지막밤」,242~243쪽

앞서썼듯,충동적이나마저자가일본을선택한배경에는〈진격의거인〉〈장송의프리렌〉등일본애니메이션에대한덕질이자리한다.즉이텍스트를“원어로직접이해하고뉘앙스를파악해서그들의세계로진입하고싶”다는마음이었다.하루를일본애니메이션보기로마감하는일과속에서그의애니메이션읽기는덕후들에게는텍스트해석의즐거움을,일반독자들에게는OTT목록을추가하는경험을선사할것이다.

〈장송의프리렌〉의주인공은영원할정도로오래살아가는엘프‘프리렌’이다.이세계에서가장강력한마법사이기도하다.그는용사‘힘멜’과힘을합쳐마왕을토벌했지만힘멜은인간으로서수명이다해죽고만다.그가바라본세상은유한하고덧없으며모든생명체는지나치게삶이짧다.하지만인간들은제자리에서최선을다해서열심히살아가고,프리렌은세상을떠난자들이남긴것이덧없지않았다는증거를찾아낸다.(…)그러니까이작품은유한하고무의미한세계에서의미를창조하는인간에대한헌사였다.궁극적으로덧없을지라도끝없이무엇인가를이룩해야하는인간들,그래서결국의미를발견해내고야마는인간들.
_「#열째날-가끔은친구라고부를사람」,212~213쪽

“적당한행복을느끼려면낯선곳에가야한다”
열두번의낮과밤,시부야에서도착한남궁인의문장들
혼자의풍경속에당신도끼어들고싶은이야기

초급반등교가일상이지만『시부야의초급반』에는맛집순례나후지산관광같은여느여행기에서볼법한이야기또한풍성하다.가령도쿄거리를배회하다문득마음에드는카페에들어가고,시부야타워레코드나진보초거리등문화적공간들을둘러보며,행인들의관찰속에문화적차이를헤아려보는일은여행자에게특별히허락된시간이다.하지만여행자의특권중에서도가장큰특권은고독할권리이고,그속에서새삼스레나를이해하는일이아닐까.“어차피혼자만의생활을벗어나지못할것이라면,다른나라의다른공간에서이런일을해야만살아남을수있을것같”은지독한외로움속에서여행을떠난그였기에고독은밤이면여지없이찾아온다.저자가탐독하는책들또한미야모토테루,시바타쇼같은전후작가들의실존과삶의의미를묻는작품인만큼,그는삶의무의미를말하는글줄에자주머문다.그나마“번화해서외롭지않은곳”도쿄이기에,“무엇인가에집중”하며“효용감”을얻는매일의반복을이어가기에죽음과삶이오가는일터한복판에서의치열함을잠시잊을수있는것아닐까.

문득그런생각이들었다.열흘째여기있으니까,나는한국에서치열하게살았던많은기억들을모두잊어버렸다.아니,아예내가한국에서어떤사람이었는지를잊어버렸다.그것은자아의저편으로멀리넘어가버렸다.나는이친구들과이클래스에서일본어를배우고있는학생일뿐이다.정말이곳에서의하루목표와공부,해야할일외에는다른것들이전혀생각나지않았다.문득나를소개해야할때만잠깐씩한국의나를떠올렸을뿐이다.언어적고립에이어서자아의고립까지도달성한것이다.
_「#열째날-가끔은친구라고부를사람」,199쪽

진지하게삶의의미를질문하다가도어느새초급반과도쿄거리의풍경을오가며예기치못한경험을선보이는『시부야의초급반』은한갓생러의여행기이자,언어의배움을통해나를확장해가는성장담이기도하다.짧은여행에서도새로운경험을찾고자하는사람,언어공부에살짝이나마발담그고싶은이들,진지함과웃음이나란한글을좋아하는독자,일본여행과일본문화를사랑하는독자모두에게이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