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시간의 감촉

$18.80
Description
고통과 기쁨, 슬픔과 환희가 교차하는
그 모든 문장의 감촉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_황인찬(시인)

『새의 선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
‘왜 여전히 은희경인가’에 대한 결정적 대답
성격도 외양도 너무 다른 자매 안나와 경선.
서로의 몸에 새겨진 미지의 기억들과
삶의 저녁에 맞이하는 모든 ‘첫’의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미래를 함께 펼쳐 보이는 이야기

은희경이 장편소설로는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 2019) 이후 7년 만에 반가운 신작 『시간의 감촉』을 펴낸다. 은희경은 누구인가?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누적 발행 100쇄를 돌파하는 신화를 이룩해낸, 삼십여 년간 소설집 일곱 권과 장편소설 여덟 권을 선보이며 한시도 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은 현역.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 내면들로 얽힌 사회의 모습을 감상성 없는 냉철한 시선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사유, 치밀하게 벼린 문장으로 풀어헤치며 뭇 독자마다 애정하는 작품이 하나같이 다른 작가. 발표하는 작품이 곧 사건이고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하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그런 작가가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부터 2025년 가을호까지 연재를 마친 후 숙고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 펴내는 『시간의 감촉』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조건하에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진진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시간의 감촉』의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다. “발견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장편이 “『새의 선물』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라고도 말한다. 『시간의 감촉』은 사반세기 넘게 회자되며 여전히 뜨겁게 읽히고 있는 데뷔작 『새의 선물』과 과거의 편집을 통해 한 세대의 어둠을 빛으로 되살려낸 근작 『빛의 과거』를 거쳐 이 시대에 도달한 새로운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현재형 시제로 쓰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동시대적 시간 감각, 타인의 살갗과 내면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장면 장면의 디테일, 삶과 죽음의 사유로써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이번 작품은 은희경을 따라 읽어온, 혹은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단 한 권의 ‘결정적 소설’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저자

은희경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인에게말걸기』『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는다』『상속』『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다른모든눈송이와아주비슷하게생긴단하나의눈송이』『중국식룰렛』『장미의이름은장미』,장편소설『새의선물』『마지막춤은나와함께』『그것은꿈이었을까』『마이너리그』『비밀과거짓말』『소년을위로해줘』『태연한인생』『빛의과거』,산문집『생각의일요일들』『또못버린물건들』등이있다.문학동네소설상,동서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이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오영수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몸의사건들_007
2부고독과매혹_119
3부우리의첫_187
4부언젠가멋진날_307

작가의말_378

출판사 서평

지적교양과유쾌한유머로
이성과감성을들었다놓는색다른리듬의서사

『시간의감촉』의주인공안나와경선은자매이지만언니안나는1월생,동생경선은12월생으로출생한해가같다.거의동일한생애주기속에있으면서도일년정도는안보고지낼정도로서로무심한사이이다.총4부로구성된이번작품에서1부‘몸의사건들’은예순다섯살생일을맞은안나,그리고전남편P의부고소식을우연히접하게된경선의아침장면으로시작한다.퇴직연금생활자로일년전고층아파트에이사온안나의“무위”와“단조로움”(15쪽)속고요한모습,그리고그와대비되게오피스텔의암막커튼속에서“무력감”과“압박감”(17쪽)을느끼며잠에서깬경선의모습을통해같은신도시에살면서도생활처지가다른두자매의이야기가앞으로어떻게펼쳐질지를암시한다.
특별한용건이있지않는한만나지않는두사람이조우하게된곳은뜻밖에병원이다.경선의건강검진결과신장에서종양이발견되었기때문이다.안나는예정에없던보호자가되어경선을간병하게되고,그와동시에경선대신경선의손녀다니엘까지돌보게되면서그간대체로잔잔하게흘러갔던혼자만의삶에변화를맞는다.
안나는경선의병간호를계기로잊고지낸오랜과거를떠올린다.경선의출생과백일사진촬영날,그리고소식이끊어진이웃들과친척어른들.이제는‘낡은앨범’에서만확인할수있는기억의증거들.이처럼1부는안나의생일,경선의수술,그리고경선전남편의죽음등인간이피할수없는생로병사라는‘사건’과그로인한인물내면의파동을세밀하게묘사하며독자를깊은몰입속으로빨아들인다.
2부‘고독과매혹’은안나와경선이젊었던시절사랑에빠졌던일화를들려준다.안나가오래전안나푸르나에여행갔을때만나게된남자와의미묘한관계,그리고경선이P와결혼하게되기까지의과정과그후의결혼생활이야기등이흥미진진하게펼쳐진다.
한편,소설은사사건건티격태격하는안나와경선의대화를통해시종크고작은웃음을자아낸다.십대시절안나가미시마유키오의『가면의고백』을읽을때경선은『보바리부인』을읽었다.『전후한국문학전집』처럼같은책을읽어도사랑과결혼에대한의미와미래에의태도는서로다르게정립해온자매의모습은때로는일종의유쾌한유머소설처럼,때로는한국현대문화사를몸소지녀방대한세부가살아숨쉬는교양소설처럼독자의흥미를자극한다.

경선은사랑에대해제나름의통찰이있었다.‘한때는그토록찬란했던빛이었건만이제는덧없이사라져돌이킬수없는초원의빛이여,꽃의영광이여.’워즈워스의이시는한글자도빼지않고낭송할수있었다.그처럼시간과함께아름다움은사라지고사랑은식는거라고생각했다.영원한것은없다.그렇다면결혼이란그런남루하고무정한과정을오랜시간동안서로가까이에서지켜보는일일까.백년해로가그런뜻이라면역시결혼은하지않는편이낫지않을까.
경선은결혼을하지않겠다는안나의말도자신처럼완전한진심은아니라고생각했다.어쩌면스스로이성에게인기가없으리라는불안과수긍을공격적으로돌려서표현한것일수도있었다.그것이안나방식의허세라면경선의경우는일종의위악에가까웠다.그무렵의경선은주관이강하고당돌하게보이기를원했으며제일싫어하는칭찬은착하다는말이었다.때로어딘가에있을운명적사랑을상상해본다는건비밀중의비밀이었다._139~140쪽


“한사람의몸안에는수많은장소와시간이들어있다.”

삶의진부함과상투성을넘어,낯선시간의흐름을조각해내다
세대를불문하고회자될은희경소설의경이로움

3부‘우리의첫’은안나와경선,그리고경선의손녀다니엘세사람이온천과항구도시로잘알려진이국으로의근거리해외여행을떠나는모험을그린다.외국도시의언덕과골목풍경,야외박물관에대한생생한묘사는독자를단숨에여행지의한가운데로데려간다.
무엇보다세사람이‘우리의첫’게임을같이하는장면은이소설의백미라할수있다.‘우리의첫’게임은“‘나의첫OO는OO입니다’라고받은다음에”“자신의첫번째경험을이야기”하는놀이로,세사람은‘나의첫여행’과‘나의첫사랑’,‘나의첫선생님’등과거의내밀한기억을공유하게된다.세사람이서로의몰랐던진실한내면을들여다보게되면서좀더두터운관계가되었음을감지하게하는애틋하고뭉클한장면이다.“여행은장소뿐아니라시간의이동”(203쪽)이라는말처럼,멈추고고여있던시간에서벗어나새기억의역사를형성해내는두할머니와손녀세사람의이야기는아름다운여운을전한다.
대망의4부‘언젠가멋진날’은여행지에서돌아온경선의좀더나아진몸과회복된일상을그린다.수술후“죽음이라는사물은보이는것보다훨씬가까이”에있으며,“몸이란삶의조건이지만한편으로죽음의조건이기도하다”(158쪽)는사실을새삼스럽게깨달은경선은문득“언제부터안나와잘안만나게되었”(327쪽)는지생각한다.두자매는왜인생전반에걸쳐서로친밀감있는사이로지내오지못한걸까?1부에서안나가“어린시절경선과헤어지기전날꾼”“악몽”(70쪽)으로암시된것처럼,중학생시절아버지의사업이부도를맞아고향을등졌을때부모가안나만도시로데려가고경선은친할머니집에남기게되면서떨어져지낸어두운시기에서두사람의단절이시작된것일까?4부는안나와경선이미처예상하지못했던서로의기억들을마침내소용돌이처럼펼쳐보인다.각자지니고있던상처의아픔이실은서로를이해하고치유하게할수있었을지도모를씨앗이었다는것을.
『시간의감촉』은한사람의몸에깃든과거와현재,그리고매시간맞이하는미래모두를감각하게하는소설이다.세대를불문하고누구든언제나삶의순간순간마다살아내야할‘첫’이있음을알려주는이번소설은오래도록끊임없이읽히며회자될은희경소설의경이로운성취이다.

우리는하나의삶을여러번반복하며사는건지도모른다.현재가최근이지만가장오래된날이듯이.언젠가의나에게는첫순간이되듯이.우리모두그언젠가의시간속얼굴이‘웃을때에가장예쁜얼굴’이되기를바란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