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나도 울면 다 된다

세상이 끝나도 울면 다 된다

$17.50
저자

주하림

저자:주하림
2009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비벌리힐스의포르노배우와유령들』『여름키코』가있다.

목차

들어가는글_9

1부파이널콜
홀리랜드Hollyland_19
세명의에스파냐계쌍둥이_24
마라톤선수_31
Highdiving_35
호스텔의커다란나무_39
여름의어항_41
내종교는친절_44
천장없는스튜디오,키친에서_47
한국의영가이,영걸들은_53
그나마알게되는것들_59
공항폐쇄_63
Romance_69

2부우리가나눌수있는것이사랑뿐이라해도
소용돌이_79
내어둠속에작고큰별처럼빛나는_82
천사의발밑으로기어가_86
물고기식별스페셜티과정_91
나는특별한것을알고있었다_94
다시페리에서_100
새로운꿈없음_103
문지방,사춘기_107
Intothesun_110
만일신이없더라도EtsiDeusnondaretur_114
강을건너고나면나룻배는강에두고가야한다
Postquamnaveflumentransiit,navisrelinquendaestinflumine_118

3부천국에서재밌는것만보고맛있는것만먹었지
선착장에서_123
reason_126
열망·포옹_129
나의어린갱스터에게_131
몰입_134
낮의안도_137
우리가나눌수있는유일한것이사랑이어도-남부에서_140
거기에마피아와마르게리타가있어요_143
백야_150
이름기억하기-쿠_152
휴게실맥주_155
웨이트_159
해변을거니는말없는외국인_165
세이굿바이_170

4부눈을감으면영원같은장면안에서
다시호스텔로_177
새벽에요가매트를버리고그랩을타다_180
부킷빈탕,도망가는길_187
조금만더가면친구들과만나기로한재즈펍이나오는데_195
엔딩미래_200
단몇분만이라도너를안아줬다면_203
크래커금지_207
move_211
타이에서일년이나살았지_213
꼬_215
풍랑을지나_217
프리다이빙,전율_223
눈을뜨면물속이펼쳐지고_227
그걸이겨낼힘이자신에게있다고_232
마음으로부터부디자유롭길_236

나가는글_243

출판사 서평

“삶이힘들면내려놓으면된다.
내가택한현실이견디기힘들었다고
어쩔수없는일들앞에서믿고사랑했을뿐이라고
울면된다.울면다된다.”

산문으로만전할수있는시인주하림의진솔한고백,그아름다움

시인은시로는전하기어려운좀더솔직하고진솔한글을통해유년시절자신을짓누르던괴로움과상처를담담하게되짚는다.수많은상처속에서도시인을버티게해준것은무엇이었을까.문득문득화를내는부모님을피해어린시절“대피소”(「천사의발밑으로기어가」,87쪽)를찾듯찾아간할머니와할아버지,함께의지하며삶을헤쳐온여동생,성인이되어심리상담을받기시작하며만난상담선생님은시인에게큰지지대가되어주었다.그러나좁은아파트에서사춘기시절친척과부대껴살아가야했던경험들을비롯해예측할수없이밀려오는엄마의짜증같은과거의답답함이시인을짓누른다.성인이된이후로도상황은마찬가지이다.“종종부동산애플리케이션”에들어가보는시인은“수중에있는금액으로마음에드는집을찾는것”(「홀리랜드」,20쪽)의어려움을체감하며차라리훌쩍떠나기로마음먹는다.그는좁은원룸사진들에서빠져나와“스카이스캐너앱을열어편도항공권을”(같은쪽)구매한다.
주하림이해외에서원하는것은“수천년전유물이나거대한건축물”(22쪽)도아니고,“관람객들의뒤통수로빽빽해눈가외에는볼수없는그림〈모나리자〉”(23쪽)도아니다.대신시인은그저하늘을바라보며여유롭게커피를마시는정오의한때를즐긴다.그리고화려한관광지이면에놓인진짜삶의풍경들에시선을둔다.말버러를피우며한손으로유아차를미는엄마의모습,소매치기들의빠른손놀림,이미테이션가방을팔다단속에걸려도망치는보따리상들의유연한뜀박질까지.시인은그런풍경의한가운데에서서“의미를,목적을,생각하기를”“낯선도시에덩그러니떨어지고서야멈출수있었다”(「들어가는글」,14쪽)고느낀다.주하림에게이국의풍경은모험과휴식의장소그이상이다.그누구의이목도신경쓰지않으면서“새로운이름으로살”(「내어둠속에작고큰별처럼빛나는」,82쪽)수있는,진정한나자신을찾을수있는공간인것이다.시인은비로소깨닫는다.내려놓으면된다는것을,고르기어려운선택지사이에서고민하는대신그선택지를버리는것이가능하다는것을말이다.

내면의밑바닥대신반짝거리는산호를바라보는일
바닷속에들어가서야진정으로보이는아늑한평화

도시의소란함과거대한인파를빠져나와시인이선택한도착지는“본섬에서비행기를타고다시배를갈아타야하는오지”(「나가는글」,246쪽)이다.시인은그곳에서다이빙을배우고다이빙전문자격증을취득한다.“온몸에물집이잡히”(「프리다이빙,전율」,225쪽)고,“차가운알로에겔을온몸에치덕치덕바른채”(226쪽)엎드려잠들어야할지라도,시인은단호하게말한다.“그럼에도다이빙은나의꿈”(같은쪽)이라고.“다이빙을하려면숨을조절하고”,몸에가해지는“압력을맞추는법을배워야한다”(228쪽).강하게물을차고내려가는것이아니라,물흐르듯이부드럽게수면을통과하는법을익혀야한다.시인은깊고푸른바닷속에서다이빙의기술을연마하며동시에삶의기술또한학습한다.삶의어느지점에서는다이빙과마찬가지로가쁜숨을조절해야하고,세속의강한중력에내몸을적응시키는법을익혀야하기때문이다.
바닷속에머무는동안세상은고요하고평화롭다.그평온함속에서시인은자신의아픈“내면의밑바닥”(「그걸이겨낼힘이자신에게있다고」,235쪽)을들여다보지않게되었고,자신을괴롭히던부정적인감정들로부터비로소자유로워진다.그리고깊은바다한가운데서깨닫는다.알록달록한산호들의빛깔처럼,그토록밖으로찾아다녔던소중한것들,과거의상처를치료하는법이나미래의불안을해결하는방법들은,이미자신안에존재하고있었다는사실을말이다.『세상이끝나도울면다된다』는삶의무게에짓눌려숨이턱밑까지차오른이들에게건네는주하림만의다정한위로이다.세상이끝날것같은절망속에서도숨을조절하고,나만의바다로부드럽게잠수해들어가는방법을시인은우리에게건넨다.마음의늪에빠져삶의목적과의미를찾지못하고배회하는이들에게주하림은이야기한다.일단“고개를물아래로”(「프리다이빙,전율」,224쪽)넣어보라고.그때부터당신의다이빙은시작된다고.푸른바다에머리를넣는순간,당신은“신비로움”과“깊은아늑함”(225쪽)을느끼며전율하게될것이라고.

책속에서

나의슬픔의폐허에기꺼이함께있어준
그폐허에서새어나오는작은빛에의지했던독자들에게

이제고통이아니라다른것을줄수있을것같다.
우리가나눌수있는게더많아졌다는것을.
나를집어삼킨슬픔의폐허속에서당신들은어떤것도얻지않길바랐지만

깨지고부서진것들을맨발로밟으며
그것이라도황홀이라믿고매달려야했던시절.
그폐허에서위로받던날들도당신들과함께여서즐거웠다고.(「들어가는글」,15~16쪽)

우선인정해야한다.나를약하게만들고불안하게만든경험들이불가피한것이었음을.내면의괴물과만났을때는생각을멈추고심호흡해야한다.나를이완시키는동안기억해내야한다.한발물러나주의를기울이고받아들여야한다는것을.(「Highdiving」,37쪽)

여행을하며살면서피할수있는온갖불행과고통을다겪었지만,또한지독하게달라붙어있던과거의기억이나상처를많이헹궈낼수있었다.

더넓은세상을향했던용감함에대해내가잘기억할수있기를.그포기하지않는마음을염려하고격려하며.(「그나마알게되는것들」,62쪽)

과거는다잊고외국에서새로운이름으로살고싶었다.

외국에서외국인으로지내며한가지인상으로만존재할수있다는사실이좋았다.

누군가에게나는미지로다가왔다미지로사라질것이다.(「내어둠속에작고큰별처럼빛나는」,82~83쪽)

내겐믿고의지할관계들이있었다.자전거를타다진창길에서흙탕물에빠져도가만히멈춰설수있다.조금만기다리면빠져나갈방법이떠오르겠지.어제의운이나오늘의운을점치지않아도,밤하늘을올려다보면작고큰별처럼내어둠에서빛나는것들.고요속에서그것을느끼며.(「내어둠속에작고큰별처럼빛나는」,85쪽)

아직어리고예뻤던옛날의엄마에게돌아가말해줄수있다면아무걱정말라고,당신은당신의좋은인생을살며좋았던순간을많이기억하고간직하라고전해주고싶다.(「만일신이없더라도EtsiDeusnondaretur」,117쪽)

삶을작품과겹쳐놓지않아도네가꿈꾸는인간이될수있다고,반드시문학으로성공하지않아도된다고.내키지않으면사랑하지않아도돼.네가망가지지않는것보다더중요한것은없어.떨고있는손을꼭붙잡고말해주고싶다.(「나의어린갱스터에게」,133쪽)

상처뿐이던내지난날들에도조용한미소로말해주고싶다.
그래도된다고.나눌수있는것이사랑뿐이라도
우리가나눌수있는유일한것이사랑이어도괜찮다고
아니,진실로나눌수있는것은사랑뿐이라는걸.(「우리가나눌수있는유일한것이사랑이어도
-남부에서」,142쪽)

오래된이야기들이종종거기에멈춰서서사색을시작한다.깨지고망가진것들,나에게는그런것들이왜사랑으로보였을까.힘껏매달리면될줄았았다.어린날의나는고통의방식으로사랑을배웠다.(「엔딩미래」,201쪽)

어떻게살아왔고살아냈는지를굳이기억하지않았다.나의내면의밑바닥같은걸더는들여다볼필요도없고,부정적인감정들이자멸하기를애원하지않아도되었다.충분했다.바닷속에있는동안은고요하고평화로웠다.다이빙을하는동안은심리치료같은것도필요하지않았다.(「그걸이겨낼힘이자신에게있다고」,235쪽)

다이빙을하며보이기시작했지.
모래회오리가지나간후모습을드러내는산호밭처럼.

알록달록한산호들의빛깔처럼.그토록찾아다녔던것들.
이미내안에지닌것들.(「마음으로부터부디자유롭길」,240~241쪽)

삶이힘겨우면언제든도망치면된다.
도망칠힘정도만남겨두면
한번에되는건없어도안되는것도없다.

어쩔수없는일들앞에서너는최선을다했다고
그저믿고사랑했을뿐이라고
울면된다.울면다된다.(「나가는글」,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