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고 적었다

그랬다고 적었다

$17.00
저자

김애란

저자: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를졸업했다.소설집『달려라,아비』『침이고인다』『비행운』『바깥은여름』,장편소설『두근두근내인생』『이중하나는거짓말』,산문집『잊기좋은이름』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신동엽창작상,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한무숙문학상,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오영수문학상,최인호청년문화상등을수상했고,『달려라,아비』프랑스어판이프랑스비평가와기자들이선정하는‘리나페르쉬상(Prixdel’inapercu)’을받았다.2015년도한국문학의미래가될젊은작가투표에서1위를하였다.

목차

1부사람의얼굴

내가되지않는꿈…009
세개의빛…022
산문적인세계에서…038
없는자리…057
(부록)죽지않는꽃-최인호청년문화상수상소감…086

2부이야기의얼굴

나의유령문학유랑…097
절정부란무엇인가…110
인간은그런존재…120
어떤책은…123
아름다움은자란다…126
없어지지않는말…133
그랬다고적었다…138
(부록)각각한손씩빌려-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삼십주년축사…144

3부일상의얼굴

모두의일곱해…155
숨나누기…162
코로나극장전…171
종말은가볍고투명하게…180
새발자국,삶발자국…192
진짜로가짜같은진짜…198
(부록)다시나가놉시다-대산초등학교백주년축사…208

출판사 서평

언젠가한산문에서“시간은어떻게생겼을까?”질문한적이있습니다.
십여년전쓴문장입니다.
당시삼십대였던저는제나름의답을적어넣었습니다.
정답이라기보다는하나의심상,상상에가까운문장을요.

그뒤많은시간이흘렀습니다.
삶은여전히여러얼굴로다가와제게같은질문을던집니다.
그얼굴의잔영을여러분과나눕니다.
잔상인동시에자국,흔적에가까운무엇을요.

그안에는당연히웃거나놀라는얼굴,그늘지거나찡그리는얼굴이있습니다.
그것을투박하게나마3부로나눠책에담았습니다.
그중1부에는점점기억과말을잃어가는한인간과언어능력이날마다발전하는한프로그램을대비해꾸린글을모았습니다.
몇년전에쓴글인데다요즘기술변화속도가워낙빨라어떻게읽힐지모르겠습니다.
은유와비유로이뤄진구멍많은그물을걱정스레바라보다,구멍을논리와방어로다메워커튼으로만들지는말자고생각합니다.

전보다그저나이를좀더먹었을뿐인데몇몇만남과헤어짐을반복하느라
문득말이줄고눈이깊어졌을여러분을떠올립니다.

앞으로우리가마주할시간은또어떤모습으로다가올까요?
아직알수없지만그시간을여러분과함께인간의문장으로건널수있다면더없이기쁠것같습니다.

2026년한여름
김애란


책속으로

긴시간,나는나였다가,또나였다가,충분히나였다가,혹은나인줄알았다가‘내가되지않는꿈’을꾼다.자연인으로서도창작자로서도그렇다.‘진정한’내가되지않아도된다는건얼마나안심이되나.얼마나해방적인가.
---p.20「내가되지않는꿈」중에서

다드러내고다털어놓는대신감추는마음.그리고그걸알아채고헤아리는마음.AI앞에서요즘그런마음을자주생각한다.어쩌면문학은AI와반대로자신의무지를아주길게,다양한방식으로고백해온장르가아닐까하는생각과함께.
---p.36「세개의빛」중에서

다만그동안내가진부한주제라여긴어떤종류의이야기가왜그토록인류에게오랜시간반복돼왔는지는조금알것같다.살면서우리는누구나사방의모든불이갑자기꺼진듯한상황을맞으니까.그러다가끔은저마다영혼에저축된빛으로,과거자신이받은줄도몰랐던유산으로눈앞을밝히기도하니까.
---pp.54-55「산문적인세계에서」중에서

어떤고민과두려움앞에서농담하는인간의마음,진담하는인간의심정을아는인간의눈으로앞으로도세상을공들여바라보고,서툴고오류많은문장들을계속적어나가도록노력하겠습니다.
---p.93「죽지않는꽃」중에서

중학교1학년때나는한창야간자율학습중인교실에서아이들에게무서운이야기를들려준적이있다.당시무슨공포소설집에서읽은‘몸없는얼굴귀신’이야기였다.그날나는교실안을가득메운집중의에너지를느끼며이야기의완급을조절하다절정부에이르러결국친구들이일제히비명을지르게만들었다.그때그희열,권력감을지금도잊지못한다.‘듣는쾌락’과‘말하는쾌락’이일치하는느낌.나역시이야기의권력에기꺼이휘둘리고,그힘을사용하고픈충동.
---p.99「나의유령문학유랑」중에서

작가또한여느창작자처럼‘창작자자아’와‘생활인자아’가있고,대체로두가지를적절히섞어살아가지만,글을쓸때이따금나는예술과도상관없고생활과도상관없는진실한상태,순수한상태로고양된다.나를위대하게만들어주지는않아도맑게만들어주는고양감,주체가된느낌과마주한다.그리고어쩌면바로그순간때문에많은창작자들이시간대비수지타산이맞지않는작업에그토록몰두하는지도모른다.
---p.131「아름다움은자란다」중에서

누군가가내뱉은말한마디로그사람자체를판단하지않으려애쓰기도한다.가끔은그사람이하는말과그사람은별상관없는경우도많으니말이다.
---p.135「없어지지않는말」중에서

인간은대체로진부하고빤하지만가만보면참다채롭게진부하고제가끔빤하다는걸,우리삶과노동이,사랑과일상이얼마나놀라운구체성으로이뤄졌는지이해하고살펴야한다.
---p.139「그랬다고적었다」중에서

만일성인이된이후의삶이허무나권태에익숙해지는걸의미한다면그걸관리하는기술이랄까도구를나는문학을통해얻었다.그리고갈수록문학에대한어떠한환상이나숭배없이그일을해낼수있어다행이라생각한다.
---p.142「그랬다고적었다」중에서

우리가나눈그많은대화들,토론과언쟁,화해,불안을감춘농담이여전히소중하게다가오는건그게꼭이상적인대화라서가아니라거칠고부족할지언정서로를포기하지않은대화여서였습니다.
---p.148「각각한손씩빌려」중에서

꿈에는정답이있는게아니며삶은여러얼굴로우리에게다가온다는걸알게됐습니다.한사람의무게는한시절의성취가아니라전생애에걸친그사람의모순과결함,실패와헤맴까지다포함한채재어진다는것도요
---p.149「각각한손씩빌려」중에서

타인에게실망하고,타인을지겨워하면서도,타인을그리워하는요즘.오랜만에타인을만나‘고작이런거였나?’허무해하고,다시타인덕에일어서고,타인에게배워나가는날들.
---p.179「코로나극장전」중에서

누군가소원을빌때그가믿는대상은해나달이아니라,심지어는신도아니라,‘삶’인지도모르겠다고.사실국립과천과학관채널에달린소원중가장인상깊었던것도“좋은일이생기게해달라”거나“나쁜일을막아달라”는청이아니라“힘든일이있어도극복할수있게해주세요”라는문장이었다.
---pp.189-190「종말은가볍고투명하게」중에서

그런데이상하지.거울앞에서지않는한우리는결코자신의얼굴을볼수없는데,어째서나는그때내얼굴을분명히그리고여러번본것같을까?
---pp.199-200「진짜로가짜같은진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