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대 : 2018 호주 총리상 수상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9

접경지대 : 2018 호주 총리상 수상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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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럴드머네인

저자:제럴드머네인
1939년호주멜버른근교코버그에서태어났다.고등학교졸업후사제가되기위한훈련을받았으나신앙을잃어성직자의길을포기했다.1960년부터초등학교교사로일했으며,교사직에서물러난이듬해인1969년멜버른대학교에서영문학및아랍어학사학위를취득했다.1974년첫장편소설『태머리스크로』를출간했으며,1980년에프란고등교육대학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기시작했다.1982년『평원』을발표하며이름이널리알려졌다.1988년출간한『내륙』은출간직후에는혹평을받았으나2012년J.M.쿳시가〈뉴욕타임스〉에지금까지그가쓴작품중“가장야심차고지속적이며강력하다”고극찬하여재평가를받았다.1995년프란고등교육대학교수직에서은퇴하고집필을멈추었으나,9년만에단편집『보이지않지만오래가는라일락』을선보이며작품활동을재개했다.2009년발표한장편소설『보리조각』으로“호주문학의고유한공간을꾸준히만들어왔다”는평가를받으며멜버른문학상을수상했다.2017년자전적소설『접경지대』를출간하고이듬해호주총리상을수상했다.2019년에최초이자유일한시집『초록그림자그리고다른시들』을발표했으며,2021년에세이『독자들에게보내는마지막편지』를출간하고작가로서은퇴를고했다.
『접경지대』는노년에접어든작가가평생살던도시에서작은소읍으로이사해옛기억을회고하는보고서형식의소설이다.빛과색채를매개로기억을떠올리는화자의의식을따라독특한패턴의문장들이펼쳐지며,내면과현실,허구와진실,삶과문학의경계를넘나드는통찰을보여준다.

역자:강아름
이화여자대학교에서신문방송학·사회학을전공하고동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번역학과를졸업후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탈출로』『호러북클럽이뱀파이어를처단하는방식』『마스룸』『널만나러왔어』『록우드심령회사』『울프홀』등이있다.

목차

접경지대7p
해설|백색광휘로물든풍경131p
제럴드머네인연보139p

출판사 서평

★2018호주총리상수상작★

마음속에겹겹이쌓인이미지들이곧우리삶의증거이기에
‘이미지역사’를기록하며나의평생을되짚는다

한노작가가여생을보내기로결정한접경지대의조그만마을로이사한다.반드시기억해야하는것이라면시간이지나도기억할것이고,반대로잊힌게있다면그건애초에기억될가치가없는것이라는신념에따라갖고있던책대부분을처분한뒤,텔레비전도컴퓨터도없이낡은라디오하나만들고떠난다.그는홀로시간을보낼수있는그곳에서오랜세월소망했던일을이루고자한다.그에게는인생의갖가지경험을통해머릿속에자리잡은이미지들이있다.그간살아오며미처돌보지못했던그이미지들의역사를기록하며,각각이어디서유래했고무엇을대변하는지를자유롭게써내려간다.

나는시시각각바글거리며쌓이는내면적이미지들의총체를숙고는커녕관찰할시간조차좀처럼찾지못하며인생대부분을보냈다.물론언젠가는어떤개별이미지하나가내가어떤시간의어떤공간에살았을뿐아니라,그렇게살아가고있음을자각하고또느꼈다는유일한증거가될지도모른다는생각은종종했지만.이제,그리고마침내,접경의이조용한소읍에서나는나자신의‘이미지역사’를마음껏기록한다.(본문25p)

기억이란실제와다르지만,우리에게영향을미치는것은실제사건이나사물이아닌기억으로각인된‘이미지’다.노작가는어린시절에하느님,예수,마리아에대해마음에품었던시각적이미지가신앙을잃은후에도평생동안깊은영향을미쳤다고고백한다.예컨대예수의모습은밤색머리칼에크림색가운과진홍색겉옷을걸친젊은남자의이미지로인식되며,온갖명화에서그린성배와성물의이미지에도의문을품지않은채자연스레마음속에굳어졌다는것이다.
화자는진실을찾기위해마음속에자리한이미지와실제대상의간극을추적한다.예배당의사제들이의식을올리는모습과그들의신심,유년시절에경험한것들과그때즐기곤했던몽상들,빛에따라달라지는색,기억속책의내용과실제작가의의도,설명만으로상상하는풍경과실제풍경등그의삶을지배한것들을톺아본다.그러나결국우리의삶을이루는것은허구에가까운,각자마음속에층층이쌓인이미지라는결론에달한다.각자의프리즘을통해바라보는세상에단일한의미는존재할수없음을,우리는자신만의‘이미지’속에모호함을떠안고살아가는존재라고이야기한다.

추천사

호주총리상심사위원단
독보적인문학적감수성의여러요소를완벽하게다듬어진짧은작품에응축해냈다.

뉴욕타임스
대부분의사람이들어본적없는,현존하는가장위대한영어권작가.

J.M.쿳시
감정적확신은너무도강렬하고,침울한서정성은실로감동적이며,정교하게다듬어진문장들이면의지성은자명하다.

테주콜(작가)
베케트에비견할만한천재.

시드니모닝헤럴드
살아있는호주작가중영속성에대해가장훌륭한식견을가지고있다.

책속에서

다른이들이자아든인격이든뭐든,본인의내면이라부르는것이자리한다고여기는칙칙한장소들에비하면나자신의생각과감정이빚어내는그끝없어보이는풍경들은사실상천국과도같다고.그리하여나는오래전,이론적인것들에더는관심을두지않는대신실질적인것들을탐구하기로했는데,내게실질적인것이란내가행하거나생각하거나읽는모든것너머에서눈에보이듯펼쳐지는풍경을뜻했다.(25p)

수년전부터나는독자로서의경험가운데기억할만한가치가있는것이라면그게무엇이든실제로도고스란히기억된다고주장했다.그명제의역또한주장했다.독자로서의경험가운데내가망각한것이있다면그건기억할만한가치가없는것이다.책들을처분함으로써나는거기서필요로했던건모두얻었노라선언하는셈이었다.(33p)

색연필들끼리는대체로자기이웃과아주사소한차이만있다.내가오래전에진짜이름을알아두지않았으면그냥빨강이라부르고말았을색만최소여섯이다.나는이여섯색의,그리고그들양옆다른색들의배열을하나씩차례로바꾸며여러가능한조합들을만들어보곤한다.도저히안어울릴것같은어떤한쌍사이의상상속공간에서내가오랜세월보고싶어했던특정색감을보게되길희망하며.(58p)

가장최근에주도를방문한첫날저녁,내친구와그아내집의앞쪽방에자려고누워거리에서들어오는빛에부분적으로빛나는침대위돌출창상부의판유리세장을곰곰이뜯어보면서나는남은생애동안애니미즘을믿는사람의세계관을받아들여볼까생각했다.모든사람과모든살아있는존재가내면에빛나는본질을지녔다고생각하는것을넘어,그런유리같은존재하나하나를광원에차례로갖다댔을때어떤색을띨지종종사색해볼수있도록말이다.(75p)

색유리는더어두운쪽면에서보는이에게모습을더잘드러낸다는것이다.유리창색깔과도안은우리대부분이참된빛-미스터리와불확실성을최대한제거할수있는빛-이라여기는것을차단한관찰자만이비로소그참모습을볼수있다.그렇다면이역설을반대로도표현해볼수있다.색유리창의참모습을보고있는이라면,적어도그러고있는동안에는그창문너머이른바일상세계는왜곡된모습으로밖에볼수없다.(94p)

아내와아이들이아직잠들어있는아침에몇번인가나는주도북쪽외곽근교에위치한집뒤편테라스에책상다리를하고앉았다.두눈을감고깊고고르게호흡하려애썼다.그러고는왠지명상수련의다음단계일것만같은과정을시도했다.마음에늘들어있는회화적이미지들과노래나선율의단편들을비워내려했다.이과업을이루어낸다면마음자체만마주하게되리라고나는생각했고,그안에늘들어있는내용물들이제거된마음은어떤모습일지궁금했다.내마음이궁극적으로무엇으로만들어져있는지알고싶었다.(1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