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넘어 깊이 사랑받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또 하나의 명작"
『바다가 들린다』의 결정판 서적-드디어 간행!
스튜디오 지브리가 1993년 TV 스페셜용으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바다가 들린다』(원작: 히무로 사에코).
고치와 도쿄를 무대로 주인공 무토 리카코, 모리사키 타쿠 등 고등학생 남녀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날을 그린 이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 젊은 제작 집단’이라는 명의 아래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 콘도 카츠야 작화감독, 타나카 나오야 미술감독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스태프들이 꿈과 열정을 담아 만들어 낸 작품이다.
1993년 5월 5일 니혼TV 계열에서 처음 방영된 이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던 이 작품을, 최근 젊은 관객층이 ‘새롭게 발견’. 2024년 3월 도쿄 시부야에서의 극장 재개봉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31년의 세월을 지나 간행되는 본서에서는 현재 모을 수 있는 한, 최대로 방대한 비주얼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모치즈키 감독이 직접 선정한 베스트 30컷으로 이어지는 필름 스토리, 수려한 화질의 각종 컬러 일러스트, 캐릭터 설정, 미술 보드 등에 더해, 월간지 「아니메쥬」의 원작 연재 당시 그려진 140점에 달하는 콘도 카츠야의 아름다운 삽화를 미사용분까지 포함하여 최초로 모든 컬러 원고 수록하고 나아가 콘도 씨가 소장한 스케치북에서 연재 전에 그려진 캐릭터 초안과 귀중한 자료도 최초로 공개한다.
권말 갤러리에서는 당시의 포스터와 홍보 자료, 역대 상품 등의 디자인을 게재하였으며, 모치즈키 토모미 감독·콘도 카츠야 작화감독·타카하시 노조무 프로듀서 각 인물의 제작 당시 인터뷰와 본서를 위해 새롭게 진행한 인터뷰도 수록했다.
이 작품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Z세대, 그리고 1993년 당시 실시간으로 감상했던 팬들을 위해
지브리의 환상의 명작 『바다가 들린다』의 매력을 빠짐없이 전달하는 화려한 비주얼 북이다.
책 속에서
고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애니메이션 잡지 같은 곳에 자주 실려서 익숙한 대표적인 그림들을 넣는 한편,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컷들도 제법 골랐습니다.
저는 공간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화면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타쿠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주방에서 앞쪽에 주방장이 있고 저 멀리 뒤쪽에 타쿠가 작게 잡히는 컷 같은 것 말이죠. 타쿠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도 깊이감 있는 화면 안에 가족 네 명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하와이 시퀀스에서는 타쿠가 발코니에서 수영장을 내려다보는 컷을 골랐습니다. 수영장 바닥에 비치는 캐릭터의 그림자와 일렁이는 물결 그림자만 화면 오른쪽 위에 들어가 있을 뿐, 물보라가 튀는 등의 ‘물’ 자체는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물처럼 보이죠. 이 장면에서는 그 연출이 무척 잘 맞아떨어집니다.
_모치즈키 토모미 인터뷰 . 2024년 중에서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이 제작될 거라는 얘기를 못 들었어요. 그저 「아니메주」에서 연재소설 삽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아서 매화 원고를 읽으며 마음에 드는 장면을 골라 매번 몇 장씩 그렸을 뿐이죠.
연재가 시작되기 전에 히무로 씨에게 받은 ‘메모’를 바탕으로 캐릭터 디자인 초안을 그리고 편집 담당인 미츠기 사나에 씨와 상의한 뒤 그걸 히무로 씨에게도 보여드렸습니다. 삽화를 그릴 때 참고하려고 작품의 무대인 고치로 로케이션 헌팅을 다녀오기도 했고요.
히무로 씨와는 연재 중에도 종종 술을 마시러 가곤 했는데 소탈하고 활기차고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셨습니다. 말도 빠르고 두뇌 회전도 엄청나게 빠르셨죠…. 히무로 씨의 작품은 흔히 라이트노벨로 분류되지만 본인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다른 톤으로 글을 써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_콘도 카츠야 인터뷰 . 2024년 중에서
글쎄요, 참 신기하죠…. 아마 근본적인 이유는 미츠기 씨가 저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평가해 주고, 애정을 가지고 대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에 보답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으니까요.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기뻐해 주면 저도 단순한 성격이라 더 기쁘게 해 주려고 노력하게 되죠(웃음). 그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궤도에 오르고 히무로 씨와도 서로 호흡이 맞기 시작했죠.
아까 그 스케치북은 저만의 세계였습니다. 어쩌면 미츠기 씨에게 슬쩍 보여준 적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고쳐달라’라는 말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숏컷 리카코도 그렸습니다만 “이쪽이 낫네” 같은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역시 긴 머리가 낫겠죠?” 하고 넌지시 말하면, “그렇네요” 라고 대답해 주는 게 전부였죠. 단행본 표지를 세피아톤의 러프한 느낌으로 가자고 정한 것도 미츠기 씨였습니다. 표지 후보 그림은 그 밖에도 많았지만요.
물론 2년이나 연재를 하다 보면 여러모로 고생도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미츠기 씨는 히무로 씨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작품을 위해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제가 100퍼센트의 힘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최근 도쿠마 쇼텐에서 신장판 문고본을 내기로 했으니 표지 그림을 새로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직감적으로 ‘못 그리겠다’ 싶어서 거절했습니다. 제 그림을 기뻐해 주던 히무로 씨는 돌아가셨고 미츠기 씨도 더 이상 담당이 아니니까요. 물론 미츠기 씨는 도쿠마를 퇴사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저로서는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바다가 들린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_콘도 카츠야 인터뷰 . 2024년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씨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붉은 돼지』 더빙 작업을 하던 중에 미야자키 씨와 스즈키 토시오 씨가 지브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제가 갑자기 그 자리에 불려갔고 갑작스럽게 이 작품의 기획이 결정됐죠. 사실 이 시기는 다음 작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1년 정도 스튜디오 문을 닫고 쉬자는 이야기도 돌고 있었거든요. 그때 스즈키 씨가 “젊은 스태프들을 중심으로 한 편 만들어보자. 미야자키 씨나 나나 일절 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라고 제안한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만든다면 역시 ‘청춘물’이 제격일 테고 소재는 「아니메주」에 연재 중인 『바다가 들린다』가 좋겠다고요. 그리고 “그런 작품에 어울리는 연출가는 지브리 안에 없으니까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어떨까. 예를 들면 모치즈키 토모미 군 같은 사람이 좋겠군” 이라고 하셨죠. 여기까지가 전부 스즈키 씨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직 미야자키 씨와 타카하타 이사오 씨의 작품밖에 없던 당시의 지브리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변혁이었습니다.
미야자키 씨는 “좋아,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네. 바로 콘도 카츠야를 다시 불러오는 거야” 라고 하셨죠. 당시 카츠야 씨는 이미 지브리를 그만둔 후였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아, 미야자키 씨는 그의 실력을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회의였지만, 그런 기초 설계도가 순조롭게 완성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해진 인선은 두 사람뿐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스태프는 제가 스튜디오 안의 여러 사람과 상의하며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꾸려나갔습니다.
모치즈키 씨가 그전에 이미 스즈키 씨에게 『바다가 들린다』 애니메이션화 기획서를 가져간 적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다른 작품에도 참여하고 있어서 스케줄 상 꽤 빠듯한 상황이었는데도 흔쾌히 수락해줬습니다.
다만 카츠야 씨는 처음에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원작이 아니다” 라며 반대했고 제작 기간을 연내(1992년 내)로 잡았던 당초의 계획도 무리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작품 하나를 통째로 프로듀스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불안을 안은 채 스타트를 끊었죠.
_타카하시 노조무 인터뷰 . 2024년 중에서
당시에는 그런 감각은 아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동화(動?) 파트였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코니시 켄이치 씨, 이나무라 타케시 씨는 이 작품이 첫 원화였고 안도 마사시 씨나 요시다 켄이치 씨도 전작 『붉은 돼지』에서 막 원화가로 발탁되었을 때였죠.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었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상황 속에서 애니메이터들 입장에서도 ‘나라면 이렇게 그려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거겠죠. 모치즈키 씨가 젊은 스태프들의 자유도와 자율성을 높여준 덕분에 지브리의 차세대 인력들이 훌쩍 성장했다고 봅니다.
각본을 쓴 니와 케이코 씨만 해도 당시에는 도쿠마 쇼텐 소속이었는데 필명(나카무라 카오리)으로 이 작품의 각본을 썼던 것이 훗날 지브리에서 수많은 각본을 집필하는 길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당시에는 각 스태프의 자기 평가가 그리 높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통과점일 뿐이다’, ‘내 대표작이 될 리 없다’ 같은 생각을 했더라도 이상할 것 없죠. 하지만 작화뿐만 아니라 모든 파트에서 다들 정말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_타카하시 노조무 인터뷰 . 2024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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