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백수

주행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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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행백수》는 조선 후기 문인 김선이 서울에서 출발해 여주까지 배를 타고 한강을 여행하며 쓴 5언 절구 연작시 100수다. 험난한 뱃길 풍경과 상선, 뱃사람 등 한강의 생생한 파노라마와 함께, 속세를 향한 미련과 은둔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식인의 깊은 고뇌를 담아 한강 기행시의 새 장을 열었다. 생생한 현장감과 내면 성찰이 어우러진 걸작으로, 유적 중심의 기행시에서 벗어나 조선 후기 한강의 진짜 모습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해 준다. 강혜선 교수가 소개하는 시의 배경과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주석, 고전 명화들과 함께 시를 읽노라면 어느새 19세기 한강의 물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

김선

김선(金䥧,1772∼1833)은조선후기문인김려(金鑢)의아우로알려져있다가,그의시문집인《서원시준(犀園詩雋)》,《진주별고(辰洲別稿)》,《견월원별고(見月園別稿)》를수록한《담정총서(藫庭叢書)》가영인된이후본격적으로연구되기시작한문인이다.김선은김려로부터당대사가(四家)로평가되었으며,김조순(金祖淳),권상신(權常愼),신위(申緯),김정희(金正喜)등과교분을맺었다.김선은1801년강이천(姜彛天)의유언비어(流言蜚語)옥사(獄事)를재조사할때심문을당한후평안도초산(楚山)에유배되었다가1806년형김려와함께해배(解配)되었다.김선은1809년진사에합격하고,1818년경기전참봉으로첫벼슬을한뒤,1820년문과급제후홍문관부교리,북평사,동부승지,안주목사,동래부사등을지냈다.

목차

제1수반송지언덕에서말을달리니
제2수둥근석양이먼데나무에떨어지고
제3수여울오를때는흰돌이많고
제4수안개낀물가의나무와하늘
제5수외로운배꿈결같이아득히떠가니
제6수나루터물깊은곳에
제7수돛을달고푸른산으로들어가니
제8수가벼운바람이가는배에머무니
제9수맑은새벽뱃사공들모여들어
제10수거센여울바위는고래같아
제11수베개에기대거센여울을오르니
제12수강에서자니구름이신발아래일어나고
제13수무시무시한천오의물줄기가
제14수나루터에는물새소리시끌시끌
제15수주막아래노를멈추니
제16수뱃사공은푸른물결을넘나들고
제17수어부가배를몰아나가는데
제18수동작나루에서소금을싣고
제19수돛을펼쳐치호로들어가
제20수깊숙한포구어디선가개짖는소리
제21수창랑의물에발을씻고
제22수안개속에나무들은떠있는듯
제23수드넓은강으로외로운배들어가니
제24수깊은밤주막집이환하고
제25수사방숲에벌레소리가득하고
제26수밤이깊어외로운달이솟고
제27수앞선배와뒤선배가
제28수낙엽에가을비후드득내리고
제29수푸른대삿갓반쯤걸치고
제30수우르릉쾅쾅천둥이치더니
제31수아침에는세음만으로올라가고
제32수상뢰와하뢰는
제33수양후가바야흐로수레를멈추니
제34수돛을나란히해서서쪽물가출발해
제35수삐걱삐걱노저어어디로가나
제36수노끈을감은옛검은
제37수짙은안개속주막집푸른깃발
제38수우거진녹음에걸린석양빛이
제39수찬강물에묻노니
제40수양근의푸른숲을나서니
제41수하루내내안개낀강에서
제42수오늘저녁은어느곳에서자려나
제43수산골짝숲에어둠이내리더니
제44수석양이찬상앗대에머물때
제45수강가의풀은푸르게우거졌고
제46수연꽃꺾어은자의허리띠를만드니
제47수삼월에는단양으로올라가고
제48수강을오를때는북풍을바라고
제49수모르겠네,어느집딸이
제50수맑은아침구름낀포구를출발해
제51수백길드넓은여량폭포에는
제52수텅빈강에이별의정가득한데
제53수이슬은겹겹의마름잎을적시고
제54수축축한안개가가을골짜기에짙은데
제55수만고세월반야뢰는
제56수삐걱삐걱노젓는배들모여들더니
제57수나뭇잎끌어안고귀뚜라미우는데
제58수아침에청제산을떠나
제59수버들언덕안개짙은곳에
제60수오랫동안혼탁한홍진에물려
제61수대탄의진목여울은
제62수불타고난산골짜기숲과
제63수들불은강가역참을비추고
제64수저녁빛은나무끝에서일고
제65수둥둥물위에뜬마름은
제66수물안개가하늘까지가득퍼지고
제67수비단을짠듯푸른들판에
제68수산골기운이푸른하늘까지서려있고
제69수옛골짝구름깊은저곳에
제70수어두워진강에는원근구분이없는데
제71수분명알겠네!사방고을에비가내려
제72수하얀비단을편듯한맑은강이
제73수백장누런칡밧줄로당기고
제74수포구에는다투어배타느라떠들썩한데
제75수삐거덕삐거덕새벽노젓는소리
제76수여울오를때는노를쓰지않고
제77수우뚝백척으로솟은돛단배
제78수맑은강은거울같이깨끗한데
제79수휘장걷고강가봉우리로들어가니
제80수하늘끝에높은강이
제81수풍향기깃대그림자둘로나뉘는데
제82수포구에는구름이막모이고
제83수가련하구나!저강물은
제84수새벽강물에물오리떼어지럽고
제85수어느날금고자는
제86수소는대울타리에서울고
제87수이웃배에서나는노랫소리웃음소리
제88수나루터에소를몰고가는여인
제89수산골논에는찰벼를많이심고
제90수쩡쩡나무하는소리
제91수키큰버들만여그루
제92수강물에는마름잎이자랐고
제93수오월가뭄에보리가나지않고
제94수어젯밤월계에비오니
제95수자욱하게강안개끼고
제96수용문산길에는나무가둘렀는데
제97수습한구름뭉쳐서흘러가지않으니
제98수새벽달돛앞에머물면서
제99수산빛은파사성너머보이고
제100수새벽골짜기에비가막그치자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100편의파노라마,붓끝으로그려낸한강뱃길의모든순간
조선후기문인김선(金䥧)이남긴100수의연작시《주행백수》는한강기행시의새로운지평을연선구적인작품이다.이전까지몇수의단편에그쳤던한강주행시(舟行詩)와달리,당나라시를본보기로삼아장편연작형식으로한강뱃길을노래한것은그가최초이며,이후정약용같은대문호들이그의뒤를이었다.
이시집은서울을떠나여주로향하는4~5일간의뱃길위에서보고겪은모든것을생생하게담아낸한폭의거대한파노라마다.목숨을걸고넘어야했던험난한여울의역동적인모습,소금과콩을싣고강을오르내리는상선들의활기,뱃사람들의고된노동과강촌주막의낭만이눈앞에그려지듯생생하게펼쳐진다.이는유적이나인물중심의관념적인기행시에서벗어나,오직뱃길위에서의실제경험에집중했기에가능한성취다.
하지만김선은단순히바깥풍경만을그리지않는다.그의시선은자신의내면깊은곳으로향한다.작품전반에는속세를떠나자연에은둔하고싶은마음과관직을향한미련사이에서갈등하는‘진퇴(進退)의고민’이짙게배어있다.한강의출렁이는물결위에서인생의무상함을느끼고미래를고뇌하는한지식인의고독한성찰이담겨있다.
《주행백수》는조선후기한강의풍경과그곳에서치열하게살아가던사람들의삶,그리고한인간의깊은번민을총체적으로담아낸독보적인기행시다.이책을통해독자들은잊혔던한강의옛모습을발견하고,시대를초월하는인생의고민에깊이공감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