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큰글자책)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큰글자책)

$27.00
Description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는 산 자와 죽은 자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상처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군상극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 핑크 지저인 3호는 이 작품으로 일본극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희곡상을 수상했다.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세상의 비주류로 낙인찍힌 사람들, 쉽게 비정상으로 치부되는 존재들과 그들의 ‘마이너리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쟁, 죽음, 사랑, 폭력을 다루며 죽은 자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산 자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저자

핑크지저인3호

핑크지저인3호는1982년일본교토에서태어났다.도시샤대학문학부문화학과미학예술과를졸업했다.전장례지도사로,현재극작가/연출가로활동중이다.2006년부터핑크지저인3남매의장남으로활동을시작했다.1000명이상의고인을보낸경험으로‘생사’에육박하는작품을1년에두작품제작하고있다.사는자와죽은자의경계가애매하고보더리스한회화극을잘다룬다.근래는수화를다룬작품〈사막바다〉(2020),〈화지1832〉(2021),수화재판극〈테로〉(2022),〈황제X〉(2023)를연이어발표하며새로운도전을시작했다.

목차

작가의말
옮긴이의말
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사랑과폭력과고양이가그리는청춘군상극
《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는살아있는자와죽은자가만나과거와현재를넘나들며사랑과폭력을그리는청춘군상극이다.2015년7월우지강둑근처에있는기리노의집에서주인기리노겐토의장례식이진행되고있다.고인의납관을도운장례지도사사카모토도루는그곳에서5년전실종된겐토의아들기리노요시오를마주한다.도루와요시오는절친한친구사이다.희곡의첫장면을여는요시오와도루의대화는평범한듯보이지만,과거의어느사건을계기로파탄난우정앞에서점차감정이고조되며둘사이가위태롭게느껴진다.

사실이게“Whatdoyoudotoday?”거든.영국인은‘데이’를‘다이’라고말해.그래서‘today’는‘투다이’가되는거야.나도처음에는놀랐어.갑자기“너어떻게죽을거야?”라고물으니까.근데사실은“너오늘뭐할거야?”였다는거지.신박하지.웃기지않냐?(12쪽)

‘마이너리티’를대표하는인물들
함께나눈추억속끔찍한사건이떠오르면서이야기의시점은과거로이동한다.과거의풍경에서인물들은저마다의‘마이너리티’를지닌채로일상을살아간다.자기만의음악취향을가진요시오의누나가즈에,어릴때부터장례식장을운영해온집안의딸유카,전쟁저널리스트다쿠지,자신의몸에이화감을느끼는요시오모두세상의중심에서밀려난‘마이너리티’를대표하는인물들이다.희곡은살아있는인물이세상을떠난이에게느끼는그리움을매개삼아시간과감정의흐름을교차시킨다.강렬한감정이응축된이희곡은삶과밀접하게닿아있는‘죽음’과‘상실’그리고“기억되고말해질수있는구조”에대해담담히제시하며독특한방식으로희곡적상상력과현실의관계를되짚는다.이렇듯경계가허물어진무대위의《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는사회에서비정상으로치부되고,낙인과혐오의시선의끝에서자신의정체성을감추거나마음껏드러낼수없었던‘존재’들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

그리고‘보통’이라는말도인간이마음대로만든거니까.보통인지보통이아닌지그런거신경쓰지마.(105쪽)

천사를품은존재들에대한상상
이작품은2015년에일어난ISIL의일본인인질사건을모티브로한픽션이다.이사실은결말부의극적인시퀀스에서묘사되는참혹한고문현장으로부터드러난다.ISIL에의해납치당한민간군사회사대표유카와하루나를저널리스트고토겐지가구하러가다두사람모두비극적으로목숨을잃게된다.일본사회에서두사람은국가에큰민폐를끼친인물로낙인찍혔고수많은비난의시선이뒤따랐다.그과정속에서그들의죽음마저주변부로내몰렸다.작가는“표면적으로드러난이두사람의사건속에서보이지않는사연들을찾으려노력”했다고말하며,“가끔나는유카와씨의영혼에대해생각했다.그리고문득,‘유카와씨의영혼곁에있을수있는건나밖에없지않을까?’그런오만한생각에빠지기시작했다.그러다〈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가탄생했다”고전한다.그때무대곳곳에드리워진사회적혐오의시선이아직까지우리사회에남아있는가하는질문은현재이극을마주한관객의몫으로상기된다.인간의거주지확장으로인해생존을위협받는고양이가도로위에서죽어가고,지붕위에는페인트로가려진낙서가누군가의고통과상처를떠올리게한다.누군가의고독,누군가의의지,누군가의삶에대해우리는영영알수없을지도모르지만희곡은지금바로여기서이어지고시작될수있는가능성을말하는듯하다.인간몸에서가장연약한뼈인쇄골은심장과목을이어주는부위로생명을유지하는기관과목소리를내는기관을보호한다.이아름다운사실이어떤시작점이될수있지않겠냐는부서지기쉬워보이는물음은각자의감각으로되살아난다.“너의,쇄골에,가즈에가,잠들고,있습니다.”(104쪽)서로의상처에관여하면서,일상을살아가는우리라는개인의존재가각자의드라마를넘어사회적드라마로확장되는순간세상에는천사를품은존재들로가득하리라는믿음을어렴풋이가져볼수있을것이다.“도루,이게끝나면,너의쇄골에서잠들어도돼?”“…응.”(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