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1(큰글자책)

죄와 벌 1(큰글자책)

$41.32
Description
2021년은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 지 20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만지에서는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출간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죄와 벌≫이다.
역자는 오류 없는 번역을 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한 끝에 그 어떤 번역본보다 정확하면서도 말로 설명하듯 쉬운 현대적인 번역을 해냈다.
이 책에는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인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목판화 29점이 실려 있다. 미국, 영국, 러시아에서 출간된 여러 ≪죄와 벌≫ 삽화들을 두루 검토한 결과 아이헨베르크의 작품이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판단했다.
이 책은 총 1322쪽이지만 한 권으로 만들었다. 얇지만 비침이 적은 종이를 사용해 책의 두께는 4.5cm에 불과하다. 부드러워서 잘 펼져지므로 독서가 편리하다.
‘지만지 ≪죄와 벌≫’은 앞서 가죽장정 100부 한정판으로도 출간되어 판매 7일만에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앞으로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이 하나씩 출간될 때마다 한정판 역시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저자

표도르도스토옙스키

표도르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는1821년10월30일태어났다.아버지는모스크바빈민병원에서일했으며,잔인할정도로엄격한성격의소지주였다.종교적이고온화한성격의어머니와는달리,잔혹한아버지의이미지는도스토옙스키에게도큰영향을미쳐,그의작품속아버지들은처음부터부재하거나,무능하거나,잔학하여자신의자식들을길거리로내몰아몸을팔게하거나,자식들에게살해당하거나,아니면그자신이자녀에대한육체적,정신적,심지어성적인폭군으로등장하거나한다.
도스토옙스키가태어나고유년시절을보낸곳은그의아버지가의사로일하던모스크바빈민병원이었는데,그병원의많은환자들은모두가가난하고억눌린사람들,사회에서버림받은사람들이었으며,어린도스토옙스키는이들과대화하기를즐겼다.가난의심리학의대가가될씨앗이여기서부터자라나고있었던것이다.물론작가스스로도평생을가난의굴레에서허덕였다.그는돈에관한문제에
책속의도스토옙스키초상
있어서는결코“현실적”이지못했고,감당할능력이있건없건간에떠넘겨지는짐을사양할줄몰랐다.
도스토옙스키의처녀작≪가난한사람들≫(1846년)에는작가의가난에대한날카로운인식,가난이인간심리와삶에끼치는영향들,그리고가난하고핍박받는자들에대한강한동정심이잘나타나있다.이런젊은날의도스토옙스키에게형제애속에서모두가풍요롭게살수있다는믿음을가르치는유토피아사회주의자들의모임인페트라솁스키서클은목마른물고기가물을만난듯반가운만남이었다.하지만차르니콜라이1세의반동정치하에서는당대현실에대한비판뿐만이아니라,사회주의적유토피아등에대해토론하는것,금지서적을읽는것들만으로도총살감이었다.
고골에게보내는벨린스키의편지를낭독했다는죄목으로체포된도스토옙스키는사형은간신히면했으나시베리아로끌려갔고,4년간의감옥생활과또4년간의유형생활을보낸다.그후,도스토옙스키의인간관및세계관은완전히다른것이되어있었다.1840년대사회주의적유토피아를지향했던도스토옙스키는1860년대완전히극우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되어있었다.유형을마치고돌아온작가는1861년러시아의문화적정치적생활에적극적으로참여하기위해잡지≪시대(Время)≫를창간했고,1863년≪시대≫지가정치적이유로발행정지조치를받게되어폐간된다.이듬해형미하일과함께두번째잡지,더욱더극우적이고슬라브주의적인잡지≪세기(Эпоха)≫를발간하여,그첫호에≪지하생활자의수기≫를발표한다.
1866년,후에그의부인이된속기사안나를고용하여≪노름꾼≫과≪죄와벌≫을속기하게하여발표하고,1868년그리스도를닮은“긍정적으로가장아름다운인간”을그리고자한≪백치≫를,1872년≪악령≫을,죽기한해전인1880년≪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을발표했다.
이렇게해서세계문학사중가장위대한작가도스토옙스키는1881년1월28일,그의소설만큼이나극적인사건들이넘쳐나는자신의삶을마감했다.러시아철학자니콜라이베르댜예프가말한것처럼,도스토옙스키라는작가를낳았다는사실만으로도,이지구상에러시아인의존재이유는충분하다.

목차

주요등장인물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제6부
에필로그

작품이해를돕는자료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100년갈4대장편번역의시작
2018년8월.지만지박영률대표가김정아역자를만났다.
“선생님에게서도스토옙스키와영혼의스파크가느껴집니다.”
이예리한통찰의한마디에역자는사정없이가슴이뛰기시작했다.자칭소울메이트라고부를정도로도스토옙스키를사랑하는역자인데,박대표가이를간파했기때문이다.그순간역자는자신에게다가올운명의프로젝트를예감했다.
박대표는이렇게말했다.
“100년갈번역을해주십시오.도스토옙스키4대장편을선생님번역으로내고싶습니다.”
도스토옙스키4대장편번역의서막은이렇게열렸다.

힙(Hip)한번역
누구는19세기의도스토옙스키,21세기의역자와박대표가도스토옙스키불멸의대작들을현대독자들에게그누구보다진실하게전할수있도록운명이이끌었다고한다.역자는국내에번역된도스토옙스키작품들이완성도가떨어지는경우가있다는것을안타깝게생각했다.때문에도스토옙스키앞에서박대표와한약속,100년갈번역을만들기위해혼신의힘을쏟았다.러시아어본,영어본,한국어본으로수십번읽은≪죄와벌≫을오류없이제대로번역하기위해초심으로돌아가고군분투한끝에매우“힙한번역”을내놓았다.‘힙하다’는말은고유한개성과감각을가지고있으면서도트렌디하고신선할때쓰는표현이다.달리말하면이번역이지극히현대적이어서요즘말로설명하는듯쉽고,거기에역자가가진발랄함이더해져유연하고따뜻하고친절하다는것이다.이러한현대성이독자로하여금이대작이가진위엄과육중함에짓눌리지않게한다.

시각적감명을함께주는일러스트판
‘지만지≪죄와벌≫’에는총29개의삽화가실려있다.이삽화들은미국이스턴출판사(TheEastonPress)에서출간된≪Crime&Punishment≫에수록된것으로프리츠아이헨베르크(FritzEichenberg)가제작한목판화이다.아이헨베르크는독일계미국인으로여러책에삽화를제작한것으로유명하다.이책의삽화들은작품속인물들이전개하는커다란사건을중심으로제작되어텍스트로느끼는것에버금가는시각적감명을안겨준다.이책을기획하면서미국,영국,러시아에서출간된여러≪죄와벌≫삽화들을두루검토했는데,그중아이헨베르크의작품이가장예술성이뛰어나고작품의주제를잘드러낸다고판단했다.

역자가도스토옙스키에게바치는오마주
역자가4대장편중≪죄와벌≫을첫번째로선택한것은이작품이역자에게는도스토옙스키의시작점이었기때문이다.고교3학년때≪죄와벌≫을읽고매료된이후러시아문학을전공하고,≪죄와벌≫로박사논문을썼다.역자는“심신이고된대작을번역하면서키보드를두드리는손가락마디마디가아프고,엉덩이의감각이없어지고,허리,어깨도제대로가누지못할정도로힘들었지만나의영원한사랑도스토옙스키에게한발짝더다가갈수있었던것이가장기쁘다.문장의내용뿐아니라하나의단어,숫자가갖는의미까지생각하다보니깨닫지못했던사실들이눈에들어왔다.보면볼수록,곱씹으면곱씹을수록새로운맛이났다.도스토옙스키가있어행복했고,지금도행복하며,그가남기고간글의홍수속에서허우적대며내삶을보낼수있어더없이행복했노라고삶의끝에서말할수있을것이다”라고소회를밝혔다.
(김정아역자인스타그램anyakim_%00;)

인간의법률너머에서심판할이론의살인
〈〈죄와벌〉〉은도스토옙스키의4대장편중시작을알리는작품이고,유일하게행복한결말을맞이한다.1860년대러시아,그중에서도온갖모순이첨예하게대립한페테르부르크를배경으로서구문명과파괴라는참으로도스토옙스키적이면서도특수한러시아적문제를다루고있다.그러나러시아라는지역적경계를넘어‘세계의명작’으로자리매김한이작품은19세기라는시간역시뛰어넘어21세기를살고있는우리의가슴을감동으로물들인다.이는가난,매춘,음주등인류가존재하는한끝나지않을테마의보편성,인간심리에대한깊은통찰,또신과인간이라는영원한철학적과제,그리고다성악성같은다양하고현대적인소설의기법등일일이열거할수없을만큼많은이유가담겨있기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도대체왜자신의대작에살인사건을등장시킨것인가?모자라고유한한인간은잠시이성을잃고살인을저지르기도한다.그것은감정의농간이다.이에반해라스콜니코프의살인은이론의살인이다.이[虱]와같은존재인전당포노파를죽여그돈으로더많은사람을구할수있다면,자신과같은초인은그일을행해야한다고믿었다.그러나이런철학적이고이론적인살인,즉누군가의삶과죽음을결정하는살인은인간의법률을넘어서는신의영역이다.
도스토옙스키의많은긍정적인물들은이성적이거나논리적이지않다.왜냐하면신의진리는직관적이고즉각적인능력으로만다가설수있기때문이다.논리적이고이성적인언어로접근하는무신론적인인텔리겐치아의담론방식으로는종교와신에대한진리에도달할수없다.그렇기에너무많은독서,그리고서구에서들어온니힐리즘,공리주의등의신사상을담고있는책을접한도스토옙스키의인물들은모두라스콜니코프처럼신과믿음의세계에서멀어지고,오만의죄를짓고벌을받게된다.≪지하생활자의수기≫의‘나’가그러했고,≪죄와벌≫의라스콜니코프,≪악령≫의스타브로긴,≪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스메르댜코프와이반카라마조프가그맥을잇는다.그리고또한이모두가살인을종용하거나실제로행한직·간접적인살인자들이다.서구사상이인간을얼마나파괴적으로만드는지보여주려는작가의의도가분명하다.

성서의상징들로가득찬텍스트
유형후의도스토옙스키작품세계는연구하면할수록놀라우리만치기독교적이상으로충만해있다.중심테마뿐만아니라라이트모티프,심지어색깔이나숫자,그리고구조에이르기까지모두성서텍스트에근거를두고있다.철저하게기독교작가가된도스토옙스키의눈에비친서구는악의축이며,서구사상은악마이고,이악마는사람들을신의빛에서떼어놓아길을잃게만들며,결국은파괴적인결말로이끌어가는존재였다.이런종교적인깨달음을얻게한시베리아유형을자신을구원코자한신의계획으로이해했으며,서구사상이라는악마의농간에놀림을당해길을잃은어린양이고통의여정을통해자신의실수를깨닫고다시하느님의품으로돌아온것으로해석했다.그는시베리아수용소에서보낸4년간을나사로가무덤에서보낸4일에비유했으며,죽음을통해부활한나사로와자신을동일시했다.도스토옙스키의4대장편모두가성서적상징으로충만하지만,≪죄와벌≫만큼형식과내용,거대테마와작은상징들에이르기까지성서텍스트에가까운작품은없을것이다.

에필로그에대한변호
많은도스토옙스키비평가들이에필로그를≪죄와벌≫의사족이라고비판했다.소설의본문에서나타났던긴장과불안정성은에필로그에오면거의완전히사라진다.도스토옙스키소설의주된특성인다성성(多聲性)역시사라져모든것이소설의본체와는달라져있다.그러나상징과테마는같은코드들에지배되고있으며,본문의크고작은모든상징코드와소설주제의정수는에필로그에드러나있다.만약에필로그가없다면독자는고치는깨졌으나그곳에서성충이되어나온아름다운나비를보지못하는것이고,무덤은열렸으나죽음을이기고걸어나오는나사로는보지못하는셈이된다.에필로그로인해≪죄와벌≫은구원의씨앗이실제적으로열매맺는것을보여주는유일한작품으로자리매김된다.죽음에서부활한라스콜니코프=나사로는숨막힐듯한더위,썩어가는악취,먼지로가득한무덤인페테르부르크의공간에서벗어나맑은물,신선한공기,초록빛들판,넓은전망의시베리아로나아가야만했던것이다.에필로그가있어야만서구문명이지배하고있는페테르부르크에서질식해가는주인공이본성적인믿음을되찾고구원을받는것,즉부활의완성작이탄생하는것이다.